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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겉도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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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겉도는 마음

- 꺼져가는 등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텐...가...?"



이 녀석 방금 뭐라고 한 거야?

소꿉친구로서, 항상 우리를 도와준 코토네에게 뭐라고 한 거야?



"어...? 아..."



텐가는 할 말을 잃어버린 멍한 나를 보고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모양이였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면서 막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가 뭘 했다고, 충격 받고 있는 표정을 하는 거지?


너의 본심을 들어버린 이쪽이 더 충격인데



"아, 틀려! 방금건 틀리다고!"



틀리다니, 뭐가?



뭐가 틀리다는 건데?



방금 그렇게 내게 소리 질렀잖아



그게 너의 진심이였던 거야?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를 계속 도와준 소꿉친구에 대한 진심이였던 거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찔할 정도로 머릿속이 어지러웠는데

오히려 지금은 급속히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조각난 조각이 서서히 박혀가는 느낌이랄까


지향성이라는게 뭔가 한 방향으로 생각이 정리되면

의외로 냉정해지게 만들어주는 거였구나



나는 지금 텐가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그것도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강한 분노를 안고 있었다



날 바보취급 하는 것은 상관없어

사실 난 지금까지 바보 같은 모습을 보였을지도 모르니까 말야


꼬맹이 같은 성격에, 텐가의 도발에 달려들어 바로 싸우고...


텐가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남자가 아닌, 그저 소꿉친구...

기껏해야 스트레스 해소 상대로는 딱 좋은 그저 싸움친구였을 지도



그래도 나는 텐가가 나밖에 보이지 않는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기뻤고

그것이 잘못된 방법이라 하더라도, 우리에겐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였다


정도가 잘못되기도 했지만

그럴 때는 코토네가 중간에 끼어들어 화해를 몇 번이나 했었다



나는 제멋대로 텐가에게 열등감을 느꼈지만

그래도 소꿉친구로서의 관계는 대등했고


코토네와 중간에 멀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셋이 같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잘은 아니여도 대강 얼굴은 보고 지내고 있었다



텐가와 관계를 바꾸려다 실패는 했지만


그렇게해서 만들어 온 정과 추억은 틀림없이 진짜였을 테고...


그렇게 알고 있었건만...



이 녀석은... 텐가는...



아주 오래전부터의 친구를, 우리들의 은인을

추억을 나누어 온 또 다른 자신이라고 할 수 있는 소꿉친구를...



마음속으로, 계속 깔보고 있었던 거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속에 남아있던 무언가가 점점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방금까지만 해도 조금 흔들리는 등불 정도의 크기였지만

여전히 휘황하게 타오르고 있엇던 탓에


아무리 물을 뿌려도, 깨끗한 추억이란 연료료 타오르던 무언가가

이제는 힘없이 꺼지려고 하고 있었다



"야, 유키토! 진짜 아니라니까! 그러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텐가가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군


텐가의 눈에는 난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비칠까


잘 모르겠다, 애초에 궁금하지도 않다



내 앞에 있는 텐가의 모습은 

비통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릴지라도, 눈물로 뒤범벅해 일지라도


그녀의 귀여움은 전혀 손상되지 않고 있었다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잘 정리되어 있고

사진을 찍어도 상상화라는 그림으로 기록될 것 같은


바로 신의 사랑을 받고 태어난 미소녀, 그것이 쿠루스 텐가였다



하지만 텐가, 넌 하나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게 있어


나는 네가 귀여워서 좋아하는 게 아니였어


확실히 너는 누구보다 귀엽고, 모습만 봐도 두근거릴 지경이야


하지만 텐가, 나는...



(유 군은, 계속 함께 있어줄거지...?)



난 널 내버려 둘 수 없어서 좋아하게 된 거야


혼자서 외로워 보였기에,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했어



딱히 귀여움 같은 건 원하지 않았어

내가 너한테 귀여웠으면 좋겠다고 말 한 적 있어?



그냥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 뿐이였고

그것만으로도 좋았어....



"기다려, 기다려 유키토! 가지 말라고!"



아까부터 텐가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난 여기 있는데, 나는 나다, 변한 것은 없어



"유키토오오!"



정작변한 건 너인데 말이야




작은 불빛이 탁 하고 꺼졌다


최소 내일 까지는 제1장 마무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