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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의 일과는 그 후로 정말 단순하게 바뀌었어.

처음보는 영단어들, 그 중에서도 왜 알아야 하는지 모르는 신체부위까지 전부 외우느라 바빴고

실습또한 조금이라도 멍 때렸다가는 따라갈 수 없었거든.

 

나쁘진 않았어. 공부든 실습이든.. 뭔가 하나에 몰두하면 잠깐이지만 얀붕이 생각에 뛰는 가슴을 진정 시킬 수 있었거든.

 

하지만 단 하나 나아지지 않는게 있었어.

자취방에 도착했을 때 텅 비어버린 방 안을 볼 때.

그때 마다 저 침대에 누워 언제 전화받지 하며 발을 동동 구른뒤

폰에서 얀붕이의 목소리가 흘러 나올때 기뻐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는거야.

그 후 현관을 돌아 봤을때 집들이 선물이라며 찾아왔던 얀붕이의 모습이 그려지고.

컴퓨터를 바라보면 이거 어떠냐며 쇼핑몰에 들어가 자신의 옷을 골라주던 모습이 떠오르는거지.

 

근데 어떻게 하겠어, 소꿉친구는 이 고통을 속으로 삼킬수 밖에 없지.

결국 자신이 자초한 일이니까.

이기적인 생각과 피해망상증이 만들어낸 결과인데.

자신을 꼬셨던 선배가 죽을만큼 미웠고, 그 혐오가 마지막엔 자신에게 향해.

 

"잘 마셔서 보기 좋네.“

 

"감사합니다.“

종강 전 뒤풀이, 소꿉친구는 선배 일 이후로는 이런 술자리가 싫었지만, 어쩔 수 없는게

참여 안하면 흔히 말하는 라인에서 떨어져 버리니까.

선배들이 팁이나 애지중지 하는 족보 같은 것을 친한 후배에게 넘겨주고 그게 대물림되며

라인이 형성될 수 밖에 없지.

 

교수도 참석한 자리에 후배가 참석 안한다?

기수로 군대놀이 하는 공간에서?

소꿉친구는 남자친구가 몸을 목적으로 접근했고, 그걸 알게 된 후 후회하며 얀붕이에게 돌아갔지만, 여동생 때문에 매몰차게 거절당했던 그 한달 하루종일 울면서 수업도,실습도,술자리도 전부다 무시했던 적이 있었어.

 

"너, 그새끼 때문에 힘든건 알겠어. 교수님도 걱정하더라, 슬슬 말 나오니까 이제 정신 차리는게 좋을 것 같아.“

 

"그래..“

 

다른사람이 이랬다면 이미 물갈이 당하고도 남았을텐데, 열렬히 사랑하던 사람이 사실 몸을 목적으로 다가왔다는거에 충격받았다는 

후배. 가십거리로서 몇 달 동안 술자리에선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고 결국 소꿉친구는 동정받고 불쌍한 존재가 돼 눈 밖으로 벗어나질 않았지.

 

술자리가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속에서 신물이 올라오는 듯 싶었어.

먼저 입학했다고 후배들에게 막말하는 선배들, 끝없는 아부에 취해버린 교수, 자꾸 옆에 달라붙어 말거는 남자들.

 

술이 들어가니 점점 도가 지나치게 달라붙는 다거나 술게임을 통해 억지로 스킨쉽을 유도하는 장면을 봤을때는 환멸을 넘었어.

 

"근데 그 반지 남자친구?“

 

"아...네, 직접 만들어 준거에요.“

 

"와 진짜? 손재주 좋네, 엄청 비싸보이는데.“

 

"하하....“

 

소꿉친구는 남자친구가 있는 척 하며 다녔어, 안그러면 자꾸 자신에게 들이대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래도 들이대는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술자리가 끝나고 자취방에 돌아온 소꿉친구는 다시한번 그 싸늘한 감정을 느껴

술기운에 감성적으로 변했는지 폰을 꺼내어 얀붕이에게 전화 할려 하지만, 저번에 보았던 얀붕이의 표정이 떠오르며 손을 덜덜 떰.

 

어린 아이가 장롱속 괴물을 마주친 것 마냥 자신을 보며 두려움에 가득찼던 얀붕이의 표정이.

 

"끄..윽..“

 

소꿉친구는 계속해서 얀붕이의 기억만 떠오르는 자신의 머리를 뜯어버리고 싶었어, 너무 고통스러웠거든.

 

 

 

또 다시 찾아가도.

 

"언니는 진짜 뻔뻔하구나?“

 

문전박대 당하고.

 

또 다시 찾아..

 

"평소처럼 다른 남자 만나면 되는 거 아니야?“

 

또 다시..

 

"왜?“

 

다시..

 

"그래서?"

 

...

 

"지치지도 않아?“

 

 

 

 

 

시간이 지나 소꿉친구는 졸업 후 집에 돌아와 근처 병원에 취직했어.

운이 좋게도 이름있는 큰 병원이였고 늘 환자가 끊이질 않아 바빴지. 얀붕이의 생각과 끊임없는 일은 소꿉친구의 감정을 무감각 하게 만들어 버렸고, 주변에서는 감정없는 기계 취급했어.


결국 얀붕이를 포기한 소꿉친구는 집에 찾아가는 것을 포기했으며, 짤막하게 미안하다고 단 한마디 문자를 얀붕이에게 보냈지.

그렇게 끝나는줄 알았어.

 

 

 

하지만 인연은 이어진다고 했나? 몇 년이 지났을까..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지내던 소꿉친구는 경악했어.

 

"어?....“

 

"...!?“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있던 남자를 바라보던 소꿉친구는 순간 손에 든 종이를 놓쳐

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주변의 시선을 끌었고, 스마트폰을 바라보던 남자또한 고개를 들며 그녀를 바라봤어.

 

"오랜만이네.“

 

 

스마트폰을 바라보던 남자는 얀붕이였고, 그때와 달리 눈에 생기가 넘쳤으며 자신을 보고 미소를 짓는 그를보며 소꿉친구의 눈가는 촉촉해 졌어, 아직도 잊지 못한거지.

 

"여긴.. 무슨일이야 어디 아파..?“

 

"아, 나 말고...“

 

소꿉친구는 맞다! 하면서 떨어트린 종이를 줍기 시작했고 얀붕이는 그녀를 도와 종이를 주워주기 시작했어.

 

"여기서 일하는 거야?“

 

"응 좀 됐어.“

 

"잘됐다.“

 

서로 대화하던 도중 얀붕이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리고, 소꿉친구에게 종이를 넘겨준 얀붕이는 통화 상대를 보자마자 일 관련해서 급하게 통화해야겠다며 미안하다고 잠시 자리를 벗어남.

 

소꿉친구는 그런 얀붕이의 등을 바라보며 죄책감과 기대감이 공존하기 시작함.

저렇게 밝았던 그를 자신이 망가트렸었다는 죄책감, 혹시 지금이라면... 이라는 기대감...

 

"언니?“

 

그렇게 종이를 반듯하게 정리하던 소꿉친구의 옆에 누군가 자신을 부른거지.

 

"응..?“

 

"와~ 언니 오랜만이야.“

 

얀붕이의 여동생.

 

"어...오랜만이네.“


여동생의 곁에는 2~3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고 있었음.

소꿉친구는 그런 여동생을 한번 바라보다 물어보는거지.

 

"동생..?“

 

"아, 소개할게 내 딸이야. 꾀병 부리는 아이지.“

 

"결..결혼했구나, 축하해..“

 

꾀병이라는 말에 움츠러든 아이를 쓰다듬은 여동생은 그 상태로 아이를 안았음.

 

"남편은..같이 안왔어?“

 

"아까 대화하지 않았어?“

 

"뭐..?“

 

소꿉친구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거지. 뭔소리야? 내가 얘 남편이랑 대화했다고?

 

"청첩장은 안보내서 미안, 솔직히 좋은 결혼식에 그이가 언니를 보고 기분이 나빠질 지도 모르잖아?“

 

"아니..아..아니..니..근데 둘이 남매잖아..?“

 

"의붓끼리는 상관 없어, 주변 인식이 나쁜 것 뿐이지, 결혼하지 못할게 뭐가있어?“

 

"그..그..그래도..“

 

"그이가 기다리고 있으니 먼저 가볼게, 잘지내.“

 

여동생은 소꿉친구를 지나치고 가는데 그 와중 안겨있는 딸은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음.

 

"아시는분 이에요?“

 

소꿉친구는 우두커니 서 여동생이 사라질 때 까지 그 방향만 바라봤고, 주변에서 동료들이 뭔가 꺼림직 한지 물어봄.

 

"아...“

 

여동생이 사라졌을 땐 정리해둔 문서가 이미 다시 바닥으로 흩어졌고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함.

 

자신이 그토록 꿈처럼 바래왔던 장면이였으니까.

자신이 그토록 상상하고 바랬던 장면이였으니까.

자신이 그토록 후회하며 원했던 장면이였으니까.

자신이..

 

끝났다.

 

"괘...괜찮아요!?“

 

소꿉친구가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기 시작하고 한번도 감정을 보여준적 없었던 사람이 갑자기 울기 시작하니 주변 동료들은 어떡해야할지 모르는 상태로 안절부절 함.

 

"끅...흐윽..“

 

눈물샘을 억지로 닫아볼려 했지만 이미 터져버린 댐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소꿉친구는 울면서 빌었음.

 

과거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제발.

 

 

그 선배가 없었더라면.

얀붕이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얀붕이를 버리고 바람만 피지 않았더라면.

얀붕이가 울면서 잡았을 때 넘어갔다면.

여동생의 전화를 그때 무시하지 않았더라면.

 

저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이였을 텐데.

 

주변에서 걱정하는 동료들을 무시한채 하염없이 울기만 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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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용서없는 소설 써보고 싶었기도 했고 후회하는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과잉 한번 넣어보고 싶었음

얀순이는 여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