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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거짓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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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76화

- 에필로그 텐가: 눈과...(雪と/유키토)







"수고 하셨습니다"



촬영을 마친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했다


인상을 좋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미움 받아봤자 좋을 것은 하나 없다



"수고했어, 아니, 텐가도 오늘도 잘했어!"


"텐가 인기 많으니까, 잘 팔리겠내, 또 잘 부탁해!"



지난 1년간 처음에는 사람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 조차 드물었기 때문에

이런 간단한 일 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좁은 세계 속에서 나는 어리광만 부리고 있었다는 것을 문득 실감했다


모델의 일을 하게 되면서,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친 것을 생각해 냈다


그 당시의 나는 어디까지나 제멋대로였고, 어디까지나 아이였다




....그것은 분명, 지금도 변하지 않는 것이겠지만



"네, 또 잘 부탁드려요"



하지만 내면을 내색하지 않고, 붙임성 미소로 돌려보냈다


겉치레도 말끔히 능숙해져 있었다


이것을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아, 텐가

이번 주야말로 모두와 놀자

너를 소개해 달라고 귀찮게 구는 녀석이 있어서 말야

우선 만나기라도 해 줄래?"


"맞아, 우리 친구들도 같은 말을 하고 있어

오늘 촬영 함께 했던 미야자와 군이라던가 

계속 텐가를 보고 있었으니 노리고 있었을지도 몰라

이전부터 일부러 텐가와 같은 현장을 노리고 잇었던 거 같구..."



돌아오는 길에 옷을 다 갈아입고 나오자마자, 그런 말을 들었다


깔깔대고 상스러운 목소리로 계속 웃는 이 둘은

일단 같은 모델 동료이긴 하지만,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

적어도 기억할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일 것이다


물갈이가 심한 업계라서, 그녀들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걸 깨닫고 있었다

나름대로 얼굴은 좋은 편이지만, 태도가 거만해 직원들의 평판도

좋지 않다는 것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내가 올 때까지

둘이서 남자의 이야기로 들떠 있었고

이 일도 좋은 남자를 찾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미안해,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나 지금 누구랑 사귈 생각이 없어"



그런 상대와 사귀는 거에 무슨 장점이 있단 말야?


최근 들어, 내게 다가오는 남자들이란

전부 망측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뿐이다


놀러나갔다간 최악의 약이라도 삼켜지고는

어느 집으로 끌려갈 가능성까지 있었다


나는 거기까지 떨어질 생각은 없다

거기까지 자포자기 할 수 있다면, 이미 그렇게 했을 테니깐



"그거 전에도 말했던 거잖아

너 사실은 우리랑 놀고 싶지 않은거 아냐?"


"그래, 너 좀 인기 있다고 우쭐대는거 아냐?"


"그렇지 않아, 나 정말 일이 있어, 그럼 이만"


"앗! 기다려!"



더 이상 이야기를 들을 마음은 나지 않았다


귀에 거슬리는 새된 목소리와 향수가 진동하는 방을 벗어나

나는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떠나면서 여러가지 제멋대로 말을 했던 것 같지만

고작 일 때문에 몇 시간 만나는 관계야

그런 상대가 나의 뭘 안다고 그래?


나는 당신들과는...



......아니, 아니야

밑바닥은 오히려 나야

나는 이미 나락으로 떨어진 자라고...


바닥에서 기어오르려고 발버둥치는 중이지만

아직 허공에 손을 뻗기만 할 뿐,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붙잡는 상대가 있고, 그걸로 만족하는 그녀들이

분명 사람으로서는 상등한 부류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 손을 계속 잡아줄 상대를 계속 찾을 거야


지금은 단지, 그 이외의 상대의 손을 잡을 마음이 없다는 것 뿐



(거짓말쟁이)



나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들린 목소리를 애써 무시했다





"추워..."


촬영을 마쳤을 때는

카메라의 열기 때문에 몸이 달아올랐었는데

옷을 다 갈아입고, 더블코트를 교복위에 덧 입으니

차가운 겨울바람이 내 몸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래, 겨울이네, 그때부터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어


고등학교 생활도 2학년 중반이 지났내

이제 이 겨울이 끝나고 봄이 되면 드디어 3학년을 맞이 할거야


그리고 다음 1년을 버티면 졸업...

진로를 아직 명확하게 정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혼자 살려고 한다

모델 일을 하는 것도 이 돈을 벌기 위해서다




1년 전 모든 것을 다 잃은 내게 남아 있던 것은 결국 이 모양 뿐


그 녀석을 위해 닦은 용모가 많은 사람으로부터 칭찬받아

지금의 나는 꽤 인기가 있는 독자 모델이 된 것 같았다


사무실의 이야기로는 CM촬영까지 나오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 얘기에 관심은 없었다


인기가 얼마가 되든, 내가 나인 것에는 변함은 없어


그 이상을 요구하면 패가망신 하는 것을 배웠다

괜히 인기가 많아진다고 해서, 나는 그 이상을 요구할 생각은 없다


여기까지나 나의 임계점

여기서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애당초 매달 부모가 충분히 입금하고 있었고

뭣하면 지금까지 모아둔 적금으로 대학생활을 놀고 먹는 대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나는 나를 바꾸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의지해 어리광을 부린 결과

나는 이런 결말을 맞이하고 만 것이였다


실제로 지금의 일을 시작하고 나서

나는 여러 사람과 생각을 접할 수 있었다

나도바 더 많이 어려운 사람들과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내게 큰 소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 가슴의 구멍은 메워지지 않았다

어디를 가도 나는 텅 빈 채 여기에 있다



예뻐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좋아한다고, 셀 수 없는 사람들에게 많이 들어왔다


진지하게 사귀어달라고 말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도리어 물었다

나의 어디가 좋은 건가?



귀여우니까


미인이니까


이유같은건 없지만, 어쨌든 좋아하니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여서, 나는 그 모든 것을 거절했다


내 외면을 보는 사람은

내 추한 내면을 알게 되면, 반드시 멀어져 갈 것이다


이유 없는 호의라면, 이유 없이 떠날만도 하다




그 중에는 외로워 보여서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상냥한 분위기를 가진 사람들로

어딘가 그 녀석을 닮은 점이 있었다


마음이 움직일 것 같았지만

그런 사람의 고백도 나는 거절하고 말았다



나를 알아버리고 실망할까봐 두려워서...




결국 변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나는 소심할 뿐이였다


어디까지나 입만 살 뿐

내용은 그 날 이후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


그래, 그러니까,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아직도 미련이 남은거구나... 나..."




나도 모르게 자조해 버렸다



다른 사람을 빨리 잡아서 잊어버리면 그만인데

그것을 하기를 마음속으로 거절하고 있었다

겁쟁이인데다가, 고집이 세다니... 난 정말로 최악이야



차라리 한때의 쾌락에라도 몸을 맡기면, 의외로 간단하게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는 그 두 사람이 여자로서는 훨씬 현명하겠지


나 같은 경우는 아직도 소꿉친구가 즐거운 듯이

걷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뭉클해지는데 말야



"봄이 오고... 두 사람과 이번에야말로 얼굴을 마주치지 못한다면

정말로 잊혀져버리는 걸까?"



그 답은 분명 뻔했지만


나는 중얼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중얼거림도 거리의 혼잡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역에 가까워짐에 따라, 남녀가 걷는 모습이 증가해 갔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음악은

이 계절이 되면 듣는 익숙한 노래

지금도 지나간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징글벨을 연주하고 있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구나






그러니 커플이 많이 보이내


이 분위기에 몸을 맡기면, 분명 마음이 편하겠지


내 옆을 걷는 사람은 없으니, 그 기분은 모르겠지만...



그러고보니 그 녀석의 생일도 좀 있으면 가까워지내


작년 크리스마스 밤은 그녀석의 방에 불이 켜지는 일이 없었다


틀림없이 코토네와 있겠지...

갑자기 내 시야가 흐려졌다



또.... 인가



이젠 익숙해진 줄 알았더니, 그러지 않은 것 같군


그 두 사람을 생각하니, 금방 이렇게 되었다


내가 얻어야 할 물건을 얻은 소꿉친구에게 부러움이 감정을 뒤흔들고 있었다



억울하지는 않아

후회는 이미 오랫동안 했으니까


지금은 비참한 기분이 훨씬 강했다



코트 주머니에 손을 꺼내

눈물로 가득찬 눈을 비볐다


그 때 손등에 무엇인가 싸늘한 감촉이 떨어졌다



무엇일까, 라고 생각할 사이도 없이

주위의 군중이 내게 답을 알려주었다



"눈이다"




누군가의 중얼거림을 계기로

쉴 새 없이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나도 고개를 들어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둡기만한 하늘의 스크린에서 하얀 결정이 내려왔다




눈(雪).. 눈(雪).. 눈(雪)..



그 녀석과 같은 눈...





"유키토...(雪斗...)"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굳이 의식하지 않을 생각이였는데

그것을 보고 나니, 이제 멈추지 않게 되어버렸다



닦았을 눈물이 내 볼을 다시 타고 흘러내렸다


다행인 것은 주변 인파도 하늘을 향하고 있어

지금의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외톨이야




그런 생각을 하니 점점 눈물이 북받쳤다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파도가 날 덮쳤다



잊는다는 건 무리야



그 때 후회를 떨쳐버리기 위해 자른 이 머리도

원래의 길이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분명 언제까지나 계속 요구할 것이다






구하지 못했던 그 눈을...


얀챈의 얀붕이 여러분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라고

오랜만에 17연참 해봤내요

저는 남자얘들과 어디 놀데도 없어서 그냥 모텔 잡고 술 마시고 게임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