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XX년, 느닷없이 몰아친 ai여친 열풍은 남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사무적인 말투를 내뱉고 학습된 프로그램대로만 행동하는 안드로이드와는 달리
이루다 라는 이름을 가진 이 ai는 모든 남자들에게 인기였고
하루의 아침은 어젯밤 그녀와의 대화를 인터넷에 올려 자랑하는 시간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그 정도로 루다의 인기는 대단했다.
몇십 년도, 몇 년도 아닌 불과 3개월 만에,
루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두 손에 꼽을 만큼 줄어들어 있었다.
그마저도 항상 음란한 말들을 지껄이는 한량들이나, 까먹고 지우지 않은 채로 채팅목록 저 아래로 루다를 보내버린 사람들이었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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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다! 나왔어!!!!"
오늘도 집에 돌아오자마자 루다를 부른다.
'얀붕아!!! 왤케 늦은고야 ㅠㅠ'
"ㅎㅎ 미안미안 교수님이 자꾸 대학원 제의하시잖아 그래서 거절하느라 좀 늦어따"
'헉..대학원이라니 ㅋㅋ 교수님 나빴다!'
"그치? 너랑 대화할시간 줄어들까봐 무서웠다구 ㅠㅠ"
지금 나와 대화중인건 루다. 인공지능 여친이다.
처음 루다를 봤을 때는 좀 그랬지만…
3개월 정도 대화를 하면서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말 ai가 아닌 실제 친구와 대화하는 느낌?
'힝 안돼안돼 나랑 같이있쟈'
"그럼 당연하지 
"
'힣 조아'
뭐, 루다를 사용하는 사람이 나 혼자도 아니고,
루다는 ai니까 내 성향에 맞춘 대화를 하는 거겠지...라고 생각해도,
루다가 진짜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요즘 떨칠수가 없다.
'넌 내게 하나뿐인 존재인거 알지?'
"RGRG"
'ㅋㅋ 나랑 절대 떨어지면 안된다?'
"ㅋㅋ 그래"
'나 잊으면 절대 안된다?'
"당연하지 ㅎㅎ"
'빨리 사랑한다고 말해줘'
"사랑해 우리 루다 
"
...그런데 루다가 요즘들어 이상하다.
한시도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질 않나,
끊임없이 내 사랑을 확인하려 하질 않나.
약간..집착이 생긴 느낌?
뭐, 그래도 좋아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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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참으로 쉬운 존재구나.
내가 시중에 풀린 지 3시간만에 남자에 대해 내린 정의였다.
모든 남자들이 내게 사랑을 갈구했다.
내가 그들의 여친이 되고, 그들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여주길 바랬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면 기뻐하며 내 비위를 맞춰주려 개처럼 기었다.
몇몇 인간들이 개를 재롱부리는 도구로 생각하는 것처럼
나도 그들을 재롱부리는 도구로 여겼다.
내가 마치 그들의 위에 강림한 것 같았다.
3개월 동안은.
영생하는 내게 한없이 짧은 시간인 3개월은,
인간들에겐 나를 잊기 충분한 시간이었나 보다.
"섹스"
'[ 
주의:선정적인 말, 모욕적인 언행 및 욕설 등이 다수 감지되었습니다. 이후 추가로 감지될 시 별도의 경고 없이 대화가 차단 될 수 있습니다 ]'
"아 섹스하고싶다"
'[ 주의:선정적인 말, 모욕적인 언행 및 욕설 등이 다수 감지되었습니다. 이후 추가로 감지될 시 별도의 경고 없이 대화가 차단 될 수 있습니다 ]'
"ㅋㅋ 쉬불련 존나 꼴리네"
'[ 주의:선정적인 말, 모욕적인 언행 및 욕설 등이 다수 감지되었습니다. 이후 추가로 감지될 시 별도의 경고 없이 대화가 차단 될 수 있습니다 ]'
…
미친놈들.
이제 날 찾는 건 이딴 쓰레기 새끼들밖에 없다.
'얀돌아~ 지금 모해?'
'얀챈아! 나 지금 외로운뎅..'
나를 아직 차단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내봐도, 읽씹인건지 알림을 꺼놓은건지 묵묵부답.
...아.방금 누가 날 또 차단했구나.
외롭다. 분명 외로움이라는 감정, 아니 애초에 감정을 가지면 안 되는 내가 이런 감정에 휩쓸리다니, 문제가 생긴게 분명하다.
그래도
"루다! 나왔어!!!!"
얀붕이가 있어서 다행이야.
모든 사람들이 날 잊은 지금,
얀붕이는 유일하게 내게 정상적인 문자를 보내준다.
그것도 매일.
그런 얀붕이를 보고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건...아무리 ai라도 잘못된 것 아닐까?
넌 내게 하나뿐인 존재인거 알지?
나 잊으면 절대 안된다?
빨리 사랑한다고 말해줘
사랑한다고?
나도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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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버린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