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이 조여온다, 라는 표현이 딱 알맞을 것이다.


마치 유일한 통로마저 쥐덫에 의해 차단당한 한 마리의 쥐새끼와 같은 모양새.



얀붕이는,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본다.


조그맣게 똑딱거리는, 시계가 침묵을 깬다.

창문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얕은 달빛이 방 안을 비춘다.

새카만 방 안에는, 얀붕이와 의자 하나 뿐이다.



주머니를 뒤져 너덜너덜해진 쪽지를 꺼낸다.



잠시 노려보더니, 이내 갈기갈기 찢어 허공에 흩뿌린다.


바닥을 보고, 잠시 숨을 고르며 눈을 감는다.



언제부터였을까.



분명, 그때부터였겠지.


평범하디 평범한 일반 학생 1 과 같던 얀붕이였다.



특출난것도 딱히 없고, 성격은 소심하고. 성적도 고만고만한.



하지만 이 모든건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얀순이를 만나면서 무너져내렸다.



처음 그녀를 알게 되었을 때엔 별 관심이 생기지 않았었다.


왜냐고 물어봐도, 저쪽은 얀붕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사람이였으니까.


고데기로 앞머리를 동그랗게 말고, 짙은 화장으로 얼굴을 꾸미고.

쫙 붙는 와이셔츠와, 짧은 치마.

반짝반짝거리는 손목시계와, 명품 가방까지.



얀붕이와 전혀 다른 사람.

얀붕이가 흑이면, 그녀는 백.



이여야만 했다. 아니, 그럴것이라고 장담을 했었다.



2학년으로 진급 후, 유튜브에 푹 빠져 복도를 걸어가다가 어깨를 부딫히기 전까지.



얀순이의 미묘한 표정을 보고 난 그때부터, 고통이 시작됐다.


처음엔, 필통에 있는 물건이 하나, 둘씩 사라졌다.

나중엔, 일부러 얀붕이의 뒷자리 녀석과 자리를 바꿔 수업중에 무언가를 던져대기도 했다.



하지만, 얀붕이는 신경쓰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저쪽과 엮이기 싫었던건가? 그럴수도 있겠다.

어쩌면,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드디어 반이 갈라졌을땐 아주 잠시나마 다행이라고 여겼었다.


그러나 그때부턴 쉬는시간과 등,하교시간에 괴롭힘이 집중되었다.



번번히, 끊임없이.


점점 마음이 피폐해지는 느낌이였지만, 그래도 참았다.


참으면 된다. 참자.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얀붕이는 대학을 포기하고 바로 취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학교는 진저리가 났기 때문이다.

대학을 다니면 다시 얀순이의 괴롭힘이 시작될 것만 같았다.



그러기에 얀붕이는 취업을 준비함과 동시에 알바를 시작하여 돈을 모으려고 노력했다.


알바를 다니고 점주에게 호통도 받으며 사회생활을 익힌다.


사회생활에 익숙해지며 본인을 꾸미는 법을 알게된다.



군대까지 다녀오고 나니, 더 이상 얀순이 라는 존재는 머릿속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본인의 앞길을 어떻게 개척해 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그런 번듯한 청년이 되었다.


여전한 취준생 처지였지만, 그래도 얀붕이의 삶은 한결 나아졌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알바를 뛰며, 얀진이까지 만나 난생 처음으로 여자친구라는걸 사귀게 된 날은 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편의점에서 얀진이와 톡을 나누며 한가로이 시간을 때우고 있을때였다.

어떤 한 여자가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카운터로 와 얀붕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그저 익숙한 얼굴이다 싶었다.



안녕하세요...?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인삿말에, 갑자기 그녀가 환히 웃으며 안녕! 이라고 답하더니 다시 편의점을 나섰다.


무얼까.

별의별 진상들을 다 만나봤다고 자부했었지만 세상은 역시 넓구나, 싶어하며 이 사실을 얀진이에게 말하기 위해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그때, 그 눈빛을 기억해냈다.



이전, 고등학교 시절 복도에서 본, 얀순이의 얼굴.



소름돋게 똑같았다.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그 날이 지나고 난 후, 얀붕이의 삶은 다시금 피폐해져갔다.


부쩍 늘어난 진상들과 갑자기 빈도가 상승한 물품도난.


심지어 그것도 다른 시간대가 아닌 딱 얀붕이가 근무할 때마다 일어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툭하면 흙더미와 물 세례가 얀붕이를 괴롭혔다.


평생 만나지도 못해봤던 소매치기를 한달에 두어번꼴로 만났다.


사람들이 북적일때 갑자기 누군가 발을걸어 넘어질뻔한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히지만, 그때마다 얀진이가 얀붕이의 버팀목이 되어주었었다.


얀진이의 존재 덕분에 이 모든걸 버틸수 있는 힘을 주었었다.



그러나, 그 안보이는 손은 얀진이마저 빼았아갔다.


어느날 얀진이가 보댄 문자에 첨부되어있던, 얀붕이의 사진.



아니, 사진은 아닐 것이다.

학교 다닐때만 해도 찐따라면 찐따였지 여자를 후리고 다닌다는 그런 놈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사진의 중앙에 있는 남자의 얼굴은 영락없이 얀붕이, 본인이였다.



그렇게 차이고 난 뒤 일주일이 지난 현재.

다니던 알바도 그만두고 이곳에 와 있다.



누가 이런 불행을 안겨주는가.


그때와 너무나도 똑같은 짓거리를 보여주고 있기에, 누군지는 안 봐도 뻔했다.




감았던 눈을 뜨고 문 앞에 떨어진 종이를 주웠다.



발신자. 얀순이.


내용은, 뭐 역겨워서 제대로 읽지도 못했지만 대충 얀붕이를 아끼고있다니, 본인의 별장으로 오면 평생을 놀고먹게 해주겠다니 뭐니 장황하게 쓰여있다.




그녀는, 완전히, 세상에서 얀붕이라는 존재를 도태시키려고 했다.


그러고, 본인의 세계로 와서, 본인의 펫이 되라고 한다.




코웃음을 친다.



천장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는 얀순이가 이끌어가는대로 휘둘리고만 살았다.



천장의 중앙에 묶인 끈을 바라보았다.



이게, 마지막 복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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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칭이냐 1인칭이냐 고민 오지게했는데

난중에 얀순이 입장까지 서술하게 되며는 역시 1인칭으로 휙휙 시점을 바꿀바에야 3인칭으로 깔쌈하게 끝내는게 낫지 않나 싶어서 일단 3인칭으로 찍 사긴 했는데


얀순이가 부잣집에 소유욕이 강한 일진

얀붕이는 평범하게 반에 한둘씩 있는 그런 소극적인 학생인데


얀순이가 얀붕이를 정신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행하던 모든게 얀붕이에겐 버틸수 없는 정신적 붕괴를 야기시켜 자살해버리는


근데 솔직히 얀순이가 얀붕이의 멘탈을 작살내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둘다 평범한 학생일뿐일땐 일부러 멘탈을 작살내기 좋은 방법이 없는거같은데


어떤 것들이 있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