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만나 소꿉친구로 연을 이어가던 얀붕이와 얀순이


고등학교 때 얀순이의 고백으로 사귀게 된 얀붕이는 대학교 수업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더니 칼을 들고 서 있는 얀순이를 마주하게된다


" 얀순아? 왜 그런 위험한거 들고 서있어? "


" 얀붕아... 나 이제 못 참겠어... 너가 다른 암캐들이랑 얘기하는 것도 보기싫고 

암캐년들을 보는 네 모습도 보기 싫고, 다른 암캐년들이 너를 보는 것도 싫어...

나도 너 어쩔 수 없는건 아는데... 이러다 다른 새끼들한테 홀리는게 아닐까 

밤에 잠도 안와, 너무 힘들어 나... 그냥 나 너랑 평생 같이 있고만 싶어... 

우리 단 둘이 천국에서 평생 행복하게 살자, 응? 제발... "


라며 한발자국 두발자국 얀붕이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얀순이. 그녀의 눈에는 

한치의 생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얀붕이도 사실 얀순이랑 같이 천국에 가고 싶을 정도로 사랑했다. 하지만


" 안돼 "


얀붕이는 단호하듯이 말했다


" ㅇ, 왜... 어째서? 역시 나같은거랑은 같이 가기 싫은거야? 왜? 다른년들한테 벌써 

홀린거야? 누구야? 누가... 어떤 새끼가 내 얀붕이한테 세뇌건거야? 말해줘... 

지금 말해주면 당장 그년들을 찢ㅇ "


" 그런게 아니야, 얀순아 "


침통한 얀순이에게 말하는 얀붕이


얀순이는 웃기지말라고 소리치려 했지만 얀붕이의 두 눈은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던 그 날과 똑같았다


얀순이는 왜? 라는 눈빛을 얀붕이에게 보냈더니 얀붕이는 얀순이 뒤에 

슬며시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귀에 대고 말을 시작한다.


" 우리 아직 어머니 아버지 있으시잖아.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떠나는 것만큼 

큰 죄는 없어. 우리가 이렇게 먼저 가버리면 불효죄로 지옥에 떨어질꺼야. 

만약 천국에 간다해도 우리 생각하며 평생을 눈물흘리실 그분들을 상상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


그 말을 듣고 얀순이는 큰 고민에 빠진다


사실 얀순이는 그 쓰레기같은 부모들을 떠올리기도 싫을정도로 혐오했다

하지만 얀붕이의 부모님은 우리 사랑을 응원해주시고 복돋아 주시고, 

무엇보다 얀붕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은인이기에 그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차마 상상하기도 싫었다


무엇보다도 지옥에 간다면 자기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인생을 살게한다는데 

얀순이에게 가장 싫은 '얀붕이와 떨어지기' 를 지옥에서 평생 그러고 산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찔했다


" ... 알겠어. 그럼 너희 부모님이 천국 갈 때 까지 열심히 효도할게... 

그러면 천국 갈 수 있는거지? "


" 후후~ " 


얀붕이는 환한 웃음으로 답했다


.


.


.


30년 후 


그렇게 그 둘은 얀붕이의 부모님에게 평생의 효를 다했다

각자 돈을 모아서 옆동네의 아파트에 집을 얻어주고, 가끔씩 찾아뵈어 음식도 

갖다주고, 여행도 다녀오시라며 항공표도 끊어주는 등 가실 때까지 좋은 추억만 

남기려고 최선을 다했고, 부모는 웃으며 천국으로 떠났다


.


.


.


1년이 지나고 산책을 하며 그때의 말을 꺼냈다


" 여보... 이제 우리 천국으로 갈 수 있는거지? 지금 기술이 발전해서 안락사도 

할 수 있대... 내가 미리 잡아 놨으니까 빨리 가자... 응? "


" 음... "


" 안돼~ "


웃으며 답하는 얀붕이 였지만 얀순이의 표정은 점차 어두워졌다


" 왜... 또 안됀다는거야...? 당신이 그 때 약속했잖아... 우리 이제 천국 갈 수 있는거잖아..!

왜? 설마 그 사이에 암캐년이 꼬인거야? 아니지?! 아니라고 해줘.. 응? "


얀순이의 머릿속은 점차 안개가 낀듯이 이성을 잃어갔다


억지로라도 얀붕이를 기절시켜서 안락사 받으러 가려고 가방에서 도구를 꺼내는 순간







" 암캐년이라니, 얘 듣기 안좋게... 그리고 내가 누굴 만나? 

쉴때마다 얀진이랑 놀아줬는데, 그치~? "


" 응!! 우리 아빠는 나쁜 짓 절대 안하거든~ 메~롱~! "


" ...아 " 


그 청량하고도 순수한 목소리를 듣고 얀순이 머릿속의 안개가 한순간에 걷혔다


얀진이


얀붕이와 얀순이가 힘들게 일해가며 부모님께 집을 사드리고 그 날 밤에 단둘이 서로를 껴안으며 생긴 딸


그들의 사랑의 결실 


그 얘를 두고 떠날 수는 없었던 얀붕이는 또 하나 약속을 건다


" 부모님이 그랬던 것 처럼 우리도 부모로서의 책임은 져야지. 우리 딸이 

올곧게 사회로 나갈 수 있게... 그때 까지만 소매 걷고 열심히 일하자. 

이런 귀여운 우리 딸... 이 얘를 놓고 가면 분명 지옥갈껄~? "


" 그치만... "


" 그리고 우리 딸... 요즘 좋아하는 남자얘가 있다던데? 이름이... 얀돌이? 맞아 얀진아? "


" 응! 맞아!! 좋아하게 된건 음~  피구하다가 넘어져서 무릎까졌을 때 가방에서 

반창고 꺼내줘서 조심히 붙여주던 모습이 너무 멋졌어! 그리고 !#$!%... " 


뭐가 그리 신났는지 얀돌이라는 아이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계속 얘기하는 얀진이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 둘이 서로 잘되면 좋겠다~ ' 라고 맞장구 치는 얀붕이


그 광경을 보며 얀순이는 과거의 자신을 떠올린다


.


.


.


회사에서 짤리고 사업이 망하면서 매일 술만 퍼마시며 도박에 빠진 자기 아버지 


그 아버지에게 질려 집에 거의 돌아온 적이 없다시피 불륜에 빠진 자기 어머니


그 둘 사이에 자란 얀순이의 세상에선 얀순이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도 없었고 얀순이가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얀순이의 세상에 얀붕이라는 아이가 처음 발을 들이고 얀순이는 얀붕이와 여러 만남을 가지며 관심을 쏟게 된다


그 이유는





' 우리 딸처럼... 별 시덥잖은 이유였지... '


그래서인지 딸이 자기 어릴 적처럼 보이는 얀순이는 딸에게 좋은 엄마로 남아주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 알았어 여보. 그럼 우리 딸, 남부럽지 않은 부부가 되게 팔 뻗고 나서야겠네~! 

이리와 얀진아! 우리 딸 머리 예쁘게 자르러가고 옷 쇼핑도 하자~! " 


.


.


.


20년 후 


얀진이는 그 뒤로 얀돌이와 여러 만남을 가지며 깊은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둘은 아이를 가지며 영원의 약속을 식장에서 갖게되고


그것을 병동에서 본 얀붕이와 얀순이는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 어이구... 우리 손자... 재롱부리는거 봐요, 여보... " 


" 보고있어~ 하하... 눈이 침침하네... 이것 참... "



그 둘은 손자가 다섯 살이 되어 재롱잔치에서 노래부르는 걸 보고 있었다


하지만 눈에 노안이 너무 심해져 본다기 보단 듣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영상이 끝나고...



" 여보... "


" 으응~? "



얀순이는 바들바들거리는 손으로 주사기를 들며 쌕 쌕 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 우리 이제... 천국... 가서 쉬자... 응? "


" ... "


얀붕이는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얀순이를 바라봤다


긍정의 표시로 안 얀순이가 얀붕이 팔에 주사기를 갖다 대는 순간 



텁-



" 여보...? 이 손은... 뭐야...? "



주사기를 쥔 손을 살포시 쥐었다


하지만 그건 저항의 표시를 뜻하는 듯 했다



" 마지막에는... 흑.. 같이 가자... 응? 흐흑.. 여보... 얀붕아아... "


얀순이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얀붕이가 자기를 거부한다고 생각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워낙 침침한 눈에 눈물까지 끼여 앞이 하나도 안보이게 된 얀순이는 두려움과 절망에 떨기 시작했다


" 나 흑흑.. 평생동안... 당신 말 잘들었어... 힘들때도... 괴로울때도... 흑 포기하고싶을 때도... 

당신 생각하며 버텼단 말야... 제발... 흑 제발... 날 버리지마... 얀붕아... 흑... 흐헝... "


그걸 본 얀붕이는 



' 후후... 이런 널 두고 어디를 가, 이 바보야... '



얀순이와 쥔 손을 꽉 잡으며 나머지 손으로 얀순이를 끌어안았다


" 얀순아... "


" 흐흑.. 여보...? 어디야... 나 당신이 안보여... 허흑.. "


" 눈을 감아봐... 어때? "


" 깜깜해... 깜깜해 얀붕아... 아무것도 안보여서... 나 무서워 흐흑... " 



얀붕이는 희미해져가는 의식사이로 얀순이를 더욱, 더 쎄게 끌어안았다


남은 힘을 마저 쓰듯이



" 얀순아... 이제 보여...? "


" 대체 뭐가 보인ㄷ... 어? 얀붕아...? "



얀순이가 고개를 돌리면 젊었던 시절의 얀붕이가 거기에 있었다



어리둥절하며 얀순이는 저절로 얀붕이에게로 걸어갔다



걸어가? 아... 



" 으이구~ 언제까지 울꺼야~? 크크 "


" 그치만... 흑.. 얀붕이 너가... 안보여서 흑.. 먼저 떠난줄 알고... "


" ... 너에게 고백했던 때 떠올라? "


" 응... 절대 안잊어... "



얀순이의 눈가에 있는 눈물을 닦아



" 난... 평생 너의 곁에만 있을 거야... 이곳에서도 너와 같이 영원히 있을거니까... "


" 응... 흑.. 응응...!! "



그 둘은 한참을 서로 끌어안았다


병동에서는 힘이 없어 그동안 못끌어안았던 몫까지 계속




얀붕이가 힘을 빼고 얀순이와 눈을 마주치며 



" 슬슬 들어갈까? 여기에 오래 서있으니까 힘들다~ "


" 응? 어디로...? "


" 안보여? 저기 밝게 빛나는 문이 있잖아 "



얀붕이의 손짓에 고개를 돌린 얀순이


그 곳에는 문이 정말 밝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여기로 오라는 듯이



" 이 문이... 설마..? " 


" 글쎄~ 그런 것 보다 얼른 들어가자! "



그래, 그 둘에게 이 문이 천국이든 지옥이든 상관없었다


서로 같이 있는 것이 더욱 중요했으니까




손을 잡고 문을 열고 들어간 얀붕이와 얀순이


그들이 떠나고 남은 문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마치 얀순이가 얀붕이에게 수줍게 고백했던 날 밤하늘처럼







그 때 얀붕이가 환하게 지어준 표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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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작이다. 피드백 부탁한다. 




초반에 쓸때는 댕청한 얀순이랑 농락하는 얀붕이물로 갈라 했는데 


왜 이리 된거지


암튼 이 뒤로 


소식 듣고 온 얀진이랑 얀돌이는 서로 꽉 끌어안으며 눈을 감은 부모님을 보고 눈물을 흘림


의사들은 이미 세상을 뜬 그 둘을 서로 떼어놓을려고 했지만 워낙 쎄게 끌어안은 상태여서 어쩔 줄 몰라했는데 


얀진이의 부탁으로 하는 수 없이 관 하나에 둘을 동시에 넣었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