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이요?”

 

그의 얼굴에 당황이 피어올랐다.

 

축하해요대공가에서 온 혼담에요.”

 

주말이 지나 복귀하자마자 들린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그는 적잖게 당황한 듯했다.

 

왜 그러시죠?”

 

...”

 

귀족과의 혼인그 후 신분상승이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는 모든 뭍 남성들의 꿈이었다.

 

아무리 여자 같이 굴어도 그 또한 아직 그맘때 소년그냥 귀족도 아닌 12지파의 실질적 수장인 대공에게서 온 혼담에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건만 그의 표정에는 난처함이 떠오르고 있었다.

 

... 그러면 호위기사역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푸흣!”

 

왜 웃으시는 건가요?”

 

정말이지 이 남자는...

 

미안해요비웃은 건 아니에요그냥 참 당신다운 걱정이다 해서요.”

 

저 다운...? 죄송합니다이해가 잘 안 되서.

 

아무것도 아니에요그보다 그 문제는 걱정 마세요혼담이라고 해서 바로 혼인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가요?”

 

그는 눈을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생각해보면 그는 고아원에서 그의 재능을 알아본 사제에 의해 성기사단 견습생으로 발탁되었었지 학교는커녕 기본 교육을 받지도 못한 그가 이런 걸 알 리가 없었다

 

혼담은 일단 약혼으로 시작되기에 결혼까지는 한 3년은 걸릴 거 에요혼인 후에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전까지는 계속 제 호위기사역으로 계시면 되요.”

 

... !”

 

이제야 그의 표정에 있던 난처한 기색이 사라졌다.

 

뭐 다만 당신은 신분이 신분이다 보니 아마도 약혼 후에는 주말에 대공가에서 지내야 하긴 하겠다만... 여기서 가까우니 문제는 없겠지요.”

 

그녀는 시계를 쳐다본 뒤 말했다. “사실은 곧 대공가의 사람들과 만나기로 했어요.” “?”

 

역시 대공가행동력하나는 대단하네요.”

 

 

 

 

 

 

 

 

 

 

 

 

자신의 의견도 없이 혼담이 잡힌 것도 짜증나건만 그 상대가 그 남자라니.

 

신전 성녀의 응접실 한쪽에 앉아있던 그녀는 표정을 구겼다.

 

대공이신 어머니의 명령이었음으로 자신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가문을 위해서도 차기 대공이 될 그녀의 입장에서도 이 혼인은 이득이 매우 많았다교도국의 지도자인 성녀와 좋은 관계를 가지는 것도 그랬고 그 또한 나라 전체에 명성 높은 인물이었다분명 그와 자신이 혼인하면 가문의 권세는 더욱 올라가겠지.

 

하지만 그녀는 그가 결코 마음에 들지 않았다.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팔라딘이라는 위치에 오른 소년그런 높은 위치에 남자가 있다는 것부터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그동안의 경험으로 지휘 높은 어린 남자들은 대부분 자기가 뭐라도 되는 듯한 허영심에 가득 차있었다.

 

그 뿐인가원래라면 팔라딘으로써 성녀의 호위기사가 되는 것은 자신의 직속 기사단에서 나와야할 일이었다그걸 위해서 열심히 훈련시켰고 준비했건만 갑자기 튀어나와 그 자리를 채가다니.

 

생각할수록 괘씸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한참 그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떠올리며 생각에 빠져있던 그때 문이 열리며 성녀가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성녀님.”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성녀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비록 그에게 팔라딘위를 주고 자신의 호위로 새운 성녀가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그녀 또한 교도국의 신민이자 충실한 신자성녀에게 악의는 없을뿐더러 그녀에게 존경을 담아 공손히 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별로 기다리지도 않았습니다.”

 

한참 그녀와 성녀가 하하 호호 웃으며 말을 나누던 중 대공가에서 나온 그녀의 가신들 중 한명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조심히 입을 열었다.

 

저기 그는 어디에...?”

 

아 죄송합니다곧 올 겁니다.”

 

...? 자신을 이 만큼 기다리게 한 것도 모자라 아직도 안와?

 

그녀의 머릿속에서 짜증이 피어올랐다

 

보나마나 차기 대공녀인 자신과의 혼감 라고 하니까 어떤 옷을 입을까 어떻게 해야 더 잘 보일까 하며 고민하느라 성녀님을 먼저 보낸 것이겠지.

 

그에게 잘 해주는 일은 고사하고 칭한 한 번 해주는 일 없으리라.

 

그녀는 굳게 다짐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때 문이 열리며 어색한 표정의 그가 들어왔다.

 

...?”

 

전혀 꾸미지 않은 얼굴에 옷 또한 항상 입는 성기사단 팔라딘 제복.

 

당연히 그가 화려한 옷과 보석 등으로 꾸미고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예상이 크게 빗나가자 그녀는 적잖이 당황했다.

 

뭐야엄청 고민하더니 그냥 평소처럼 제복입고 온 건가요?”

 

성녀 또한 의아했는지 그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이런 자리가 처음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그냥 입고 있던 옷 그대로 왔습니다.... 혹시 제복을 입으면 안 됐나요?”

 

그는 보기 드문 난처한 표정으로 약간 당황하며 말했다그러다 그의 시선은 곧 그녀에게 향했다.

 

그 눈빛에 담긴 의미는 누가 봐도 저분도 제복인데... 라는 의미였다.

 

뭐 자신이야 성기사단 단장이고 여자니 이런 자리에 제복을 입고와도 문제될 것은 없었다하지만 그는 남자지 않은가?

 

그녀는 살짝 맥 빠진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아닙니다워낙 아름답고 잘생기셔서 옷이야 상관없군요.”

 

그녀의 뒤에 있던 가신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빠르게 말했다.

 

난처한 눈빛으로 있던 그는 이제야 안심한 듯이 긴장하며 참고 있던 숨을 내쉬며 표정을 풀었다.

 

저 남자에게 저런 면도 있군나름 저런 그의 모습은 꽤나 귀여웠...

 

-

 

공녀님?”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그녀에게 가신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지금 그를 귀엽다고 생각한 건가드디어 내가 미친 건가?

 

그녀는 혼란스러워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일단 아시겠지만 그래도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니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이분은 12지파 중 유디아 지파 대공가의 장녀이자 차기 대공 프렐....”

 

그냥 대공녀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가신의 말을 끊고 그녀가 말했다.

 

... 하하 그럼 일단 두 분끼리 시간 보내시게 저희는 잠시 나가있죠.”

 

순간 싸해진 분위기에 성녀가 어색하게 웃으며 가신들에게 말했다.

 

가신들도 그녀의 말이 좋다고 생각했는지 어색하게 웃으며 방을 나갔다.

 

공녀님무조건 성사시키셔야합니다!’

 

나가기 직전 입모양으로 자신에게 뭐라 하는 늙은 가신을 보며 그녀는 혀를 찼다.

 

저기...”

 

어느새 둘만 남은 공간어색한 분위기가 감돌던 중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

 

“...?”

 

차가운 그보다는 뭔가 상당히 거만한 목소리.

 

그녀는 잔뜩 귀찮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명령하듯이 말했다

 

너 한태 이름은 허락 안한다그냥 공녀님이라고 불러.”

 

“...?”

 

적잖게 당황한 듯한 눈빛의 그를 보며 그녀가 이어 말했다.

 

너랑 나랑은 기본 신분부터가 다르다성녀님이 왜 너 같은 사내를 팔라딘으로 임명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애초부터 그 자리는 네게 아니었어.”

 

이제는 그냥 대놓고 무시하는 말투그녀는 이런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듯이 혼란스러워하는 그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

 

어머니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이 너랑 혼인하기는 하는데 절대로 내가 너를 좋아하는 일은 없을 거니까 기대조차하지 마라그리고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 것 같은데 건방지게 굴 생각하지 말고 얌전히 복종하는 게 좋을 거다.”

 

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당황해하는 그를 두고 그대로 뒤돌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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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쓰고있는데도 아직도 1화다야. 일단 원작 1화 다 끝내고 다시 돌아옴. 그리고 이거 이름 어카냐. 내가 지어야할지 원작가님한태 물어봐야할지 아님 없이 가야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