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째.]


"흐응 네가 용사?"




- 이름: 에로프(Lv.10.)

- 종족: 엘프(167cm. 48kg.)

- 직업: 궁수(Ranger: Expert Low Rank.) 

- 성격: 새침새침, 고압적,  쿨, 시크, 자존감.

- 성향: 깐프년, 금발은 너무해! 뭘꼬라 봐?

- 성벽: 키스(키스는 좋아하는 사람만.), 가슴(왜 가슴을 쳐다보는 거야? 죽고 싶어?), 입(입으로 뭘 해?), 뒷구멍(미친연놈들. 뒷구멍으로 뭘 어쩌고 어째?), 섹스(내 처녀는 아무에게도 못 주지.) 

 

- 당신에 대한 호감도: 10.

- 당신에 대한 평가: 뭐야 저 녀석 용사 맞아? 

- 좋아하는 것: 활쏘기, 산책, 당신 비웃기, 당신 놀리기.

- 싫어하는 것: 달콤한 음식, 책읽기, 육식, 야한 것, 야한 남자. 

- 성경험: X

 

“약해빠졌네. 역시 인간은 어쩔 수 없나?”

“뭐? 활 잘 쏜다고? 당연하지. 인간 활쟁이하고 비교하지 말라고.”

“넌 운이 좋아. 이 나를 궁수로 영입했으니까.”


[10일째.]

 

"이봐 거기. 조심해. 하여간에 내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 이름: 에로프(Lv.20.)

- 종족: 엘프(167cm. 48kg.)

- 직업: 궁수(Ranger: Expert Middle Rank.) 

- 성격: 새침데기, 약간 고압적, 쿨, 자존감

- 성향: 츤데레 깐프년, 금발은 너무해! 츤츤?

- 성벽: 키스(키스? 연인끼리만 해야하는 거 아니야?), 가슴(흘끔흘끔 내 가슴쳐다보네. 남자들이란.), 입(입은 밥먹을 때나 쓰는 거야), 뒷구멍(정신 나갔네), 섹스(내 처녀를 평생을 약속한 인연에게만 줄 거야.) 

 

- 당신에 대한 호감도: 30.

- 당신에 대한 평가: 뭐야. 왜 자꾸 날 보면서 실실 웃는 거야? 

- 좋아하는 것: 활쏘기, 산책, 당신과 대화하기, 당신 놀리기.

- 싫어하는 것: 달콤한 음식, 책읽기, 육식, 야한 남자, 야한 것. 

- 성경험: X

 

“인간. 그것밖에 못해?”

“됐다, 됐어. 인간에게 내가 뭘 바라겠...... 너 자꾸 내 가슴을 쳐다본다? 죽고 싶어?”

“내 가슴이 매력적인 게 잘못이라고? 미친 거 아니야 진짜?”


[30일째.]


"뭐? 새로 바꾼 장비의 노출이 너무 심하다고? 너 보라고 바꾼 거 아니거든?"



- 이름: 에로프(Lv.40.)

- 종족: 엘프(167cm. 48kg.)

- 직업: 궁수(Ranger: Expert High Rank.) 

- 성격: 새침데기, 조금 부끄러움, 츤츤

- 성향: 노출 높은 깐프! 금발은 너무하지 않아! 

- 성벽: 키스(키스는 좋아하는 사람끼리 해야지. 응, 그래.) 가슴(저 녀석 내 가슴 너무 쳐다보는 거 아니야?), 입(입을 누가 그런 짓에 써?), 뒷구멍(뒷구멍은 무슨 하!), 섹스(결혼하기 전까지는 절대 하면 안 돼.) 

 

- 당신에 대한 호감도: 50.

- 당신에 대한 평가: 날 보고 웃는 거야? 짜증나!

- 좋아하는 것: 활쏘기, 당신과 대화하기, 당신 이야기 듣기. 

- 싫어하는 것: 달콤한 음식, 책읽기, 육식, 당신을 제외한 야한 남자, 조금 야한 것. 

- 성경험: 가슴(1회)

 

“너 변태야? 자꾸 왜 그렇게 쳐다봐?”

"옷을 이렇게 입은 내가 잘못한 거라고? 하. 인간 너 진짜 미쳤구나."

"보자보자 하니까 진짜. 너 오늘 가만 안 둬. 응? 뭐야. 돌멩이에 걸려 넘어졌...... 잠깐 왜 이쪽으로 넘어져?"

"야! 인간! 너 내, 내 가슴을 만졌어?! 넘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는 실수라고? 웃기지 마!"


[60일째.]


"흥, 날 좋아한다고?"

 



- 이름: 에로프(Lv.60.)

- 종족: 엘프(167cm. 48kg.)

- 직업: 궁수(Ranger: Master Low Rank.) 

- 성격: 새침데기, 부끄러움, 츤츤, 조금 순진

- 성향: 엘프는 츤데레 처녀, 츤양이, 차가운 도시여자지만 내 남자에게는 따듯할지도?

- 성벽: 키스(키스 내가 인간이랑?), 가슴(저 녀석이 가슴을 만졌을 때 기분이 이상했는데), 입(입? 뭐? 누가 입으로 해?), 뒷구멍(말 할 가치도 없네), 섹스(사랑하는 연인끼리 해야하는 신성한 의식이야. 인간 따위와 할 수 없지.) 

 

- 당신에 대한 호감도: 70.

- 당신에 대한 평가: 그만! 그만 좀 고백해! 대체 몇 번째야. 그만 츤츤대라는 건 또 뭐야. 짜증나 진짜.

- 좋아하는 것: 당신과 대화하기, 당신 이야기 듣기, 당신과 식사하기, 당신과 스킨쉽 하기.

- 싫어하는 것: 달콤한 음식, 육식, 당신이 무시하는 것, 당신이 신경 안 쓰는 것.

- 성겅험: 키스(1회), 가슴(1회).

 

“너 은근히 내 엉덩이 계속 쳐다본다……?”

“야, 너 또 다른 여자 훔쳐보는 거야? 발정난 거 아니야? 뭐? 인간 남자는 24시간 발정기라고? 뭐 그딴 종족이 다 있어. 완전 오크잖아.”

“자, 잠깐! 너 또 가까이 다가 오지마! 뭐? 발정기 때문에 힘들다고? 나보고 뭐 어쩌라는 거야! 내가 대체 무슨 상관이……이…… 너무 가까이 다가왔잖아! 저리, 아, 아아.”

"아, 아아! 이, 이인간이랑 키스, 키스해 버렸어. 어떡해! 엘프의 키스는 신성한 거랑 말이야 이 새끼야!" 


[90일째.]

 

"뭐? 키스도 한 사이니까 책임지고 싶다고? 우, 웃기지마! 누가 너, 너 따위랑……."




- 이름: 에로프(Lv.75.)

- 종족: 엘프(167cm. 48kg.)

- 직업: 궁수(Ranger: Master High Rank.) 

- 성격: 부끄럼쟁이, 새침꾸러기, 용사바라기, 츤츤부끄

- 성향: 에로한 깐프! 당신만을 위핸 금발백마, 츤양이는 귀여워.

- 성벽: 키스(뭐야 뭐야. 이런 게 키스야? 인간이랑 키스 좋으면 안되는데.) 가슴(바보, 가슴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입(입? 내가 왜 네 물건을 입으로…… 진짜 그 물건 자르는 수가 있어!) 뒷구멍(안 돼!), 섹스(섹스만큼은 하면 안 돼 절대로. 인간의 아이 따위 낳을 수 없는 걸.) 

 

- 당신에 대한 호감도: 90.

- 당신에 대한 평가: 바보, 바보바보! 맨날 딴 여자만 보고 짜증나 정말!

- 좋아하는 것: 당신과 대화하기, 당신 이야기 듣기, 당신과 식사하기, 당신과 스킨쉽 하기, 당신과 야한 짓하기,

- 싫어하는 것: 육식, 당신이 무시하는 것, 당신이 다른 여자랑 대화하는 것, 당신이 집에 없는 것, 당신이 다른 동료들과 즐겁게 떠드는 것.

- 성경험: 키스(12회) 가슴(8회), 귀(2회)

 

“……하아, ……하아, ……하아. 바, 바깥이야. 너 정말 발정난 짐승이야?"

“우쭐하지마 네 고백 그냥 어쩔 수 없이 받아준 거 뿐이니까 이 내가 인간 따위와 사겨주는 걸 가문의 영광…… 흐읍?! 읍?!”

……읍, ……우으웁, ……푸하! 하아, 하아. 너어어어, 갑자기 혀를 넣다니 무슨 생각이야 도대체? 뭐? 어른의 키스? 인간들은 이런식으로 키스 하는 구나. 좀 야하네." 

“자자잠깐! 또 키스 하고 싶다고? 너 너무 멋대로 구는 거 아니야? 더 이상은 안도…… 우흐웁?! 가, 갑자, 우읍?! 너무, 으웁! 쯥! 쭙! 쯔웁!”

"쿨록, 쿨록! 숨막혀 죽는 줄 알았잖아! 아. 딥키스라는 거 내가 처음이라 잘 몰랐다고? 흐, 흐응. 어쩔 수 없지. 내가 조금 봐주지 뭐."


[100일째]


"하아, 하아, 너 갑자기 침대로 날 밀어 넣다니 제, 제정신이야?"




- 이름: 에로프(Lv.80.)

- 종족: 엘프(167cm. 48kg.)

- 직업: 궁수(Ranger: Master High Rank.) 

- 성격: 부끄럼쟁이, 사랑앓이, 데레데레, 용사바라기.

- 성향: 엘프는 당신을 사랑해! 당신만의 엘프가 될 게! 츤양이는 오늘도 야옹하고 운다.

- 성벽: 키스(하아, 하아 키스 왜 이렇게 좋은 건데 정말.) 가슴(네가 만져주니까 가슴 너무 기분 좋아. 짜증나.), 입(입? 내가 왜 네 물건을 입으로…… 아무리 연인 사이라고 해도 입으로는 조금. 아으! 알았어 알았다고! 딱 한 번 해줄테니까 다음부터는 안 된다?) 뒷구멍(안 돼! 안 돼! 안 돼! 더럽단 말이야!), 섹스(내가 용사랑 아이만들기? 겨, 결혼하지도 않았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아, 저항을 못하겠어!) 

 

- 당신에 대한 호감도: 100.

- 당신에 대한 평가: 용사 바보.

- 좋아하는 것: 당신과 함께하는 모든 것.

- 싫어하는 것: 당신과 함께하지 못하는 모든 것. 동료들과 나 빼고 즐겁게 대화하는 것. 망할 공주.

- 성경험: 키스(125회) 가슴(52회), 귀(21회), 입(1회), 섹스(1회) 

 

“……하아, ……하악, ……안돼, 안되는데 …… 이런 짓 하면 안되는 꺗, 가, 가…… 너, 너너너 손을 어디에?!”

“변태변태변태! 이 짐승아!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거기는 함부로 만지면 안된다고!”

“자자자자잠깐! 바지는 또 왜 벗어! 뭐? 입으로 해달라고? 으으. 딱 한 번 만이다? 더 이상은 안도…… 우흐웁?! 가, 갑자, 우읍?! 너무, 커어! 으웁! 쯥! 쭙! 쯔웁!”

“콜록! 콜록! 콜록! 으에 비려……! 이게 무슨 맛이야 대체! 크, 이 나쁜 새끼야! 입에 다 싸면 어떻게?! 뭐? 내가 너무 매력적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흐, 흥! 그렇게 말해봐야 소용없거든!"

"뭐? 이제 주, 준비가 끝? 잠깐 왜 이렇게 커? 18cm? 그게 뭐야 내 몸에 들어 올 수 있는 거야?" 

"사랑한다는 말 좀 그만해 알았으니까! 할게 한다고! 으으. 너 용사. 내 처녀 가져가고 바람피면 너 죽고 나 사는 거야. 그러니까 용사? 알아서 처신 잘해 이 짐승아!”


happy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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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째.]

 

텅 빈 집안.


“저, 용사……?”


오늘도 용사는 없다.

방안은 고요한 적막함만이 감돈다.

나는 흘끔 방안을 살펴보다가 고개를 떨군다.


“오늘도 없구나, 용사…….”


언제부터였을까?

용사가 바깥으로 나돌기 시작한 것은.

옛날에 그렇게 좋아한고,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용사였지만 왜 이렇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다.

 

뜨겁게 몸을 섞었던 것도 옛말이 되어버렸다.

짐승처럼 나를 원해왔던 용사였는데.

나를 하루 종일 헐떡이게 만들면서 밤잠을 못 이루게 만들었건만 요즘은 감감무소식일 뿐. 


“용사…….”


덜컥.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용사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용사, 왔구나! 어딜 갔다 왔어?”

“…….”

“그, 어젯밤에 뭘 하다 이제 온 거야?”

“…….”


용사는 침묵했다.

어색한 분위기가 우리를 감싸 앉았다.

나는 살짝 용사의 눈치를 보다가 이내 굳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용사도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눈치 없이 캐묻지 말자. 일단 용사가 배고플 테니까 간단한 아침이라도 차려줘야지.

응응. 그래, 나는 훌륭한 엘프 현모양처니까.

 

“용사? 배, 배고프지? 내가 스프라도 끓려줄테니까 일단 자리에 앉…….”

“우리 헤어지자.”


쭈뻣쭈뻣 어색하게 읊조리는 나를 향해 용사가 서슬 퍼런 일침을 가했다.

어 뭐라고?

너 지금 뭐라고 했어?

헤어져? 너랑 내가?


“갑자기 무슨 말이야. 용사. 헤어지자니?”

“몇 년간 사궜잖아. 이제 질렸어.”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인데.

질려?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용사.

용사는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계속 사랑고백을 해왔다.

내가 싫다고 거절해도, 귀찮다고 그만하라고 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고백하며 백년가약을 약속한 게 용사였다.

네가 먼저 고백해 놓고, 날 행복하게 만들어준다고 해놓고, 뭐? 이제 와서 질렸어?

나를 사랑한다며? 그 누구보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잖아.


정말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다.


“요, 용사. 농담이 너무 심하잖아. 질리다니? 아, 아하하. 농담하는 거지?”

“내 말이 농담으로 들려?”


용사는 어이가 없는 듯 비웃는다.

그의 눈동자에는 경멸과 조소가 어려있었다.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왜?


“야. 정신 차려. 진심으로 질렸다고 너.”


날카로운 용사의 말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눈앞이 핑핑 돌고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가슴 언저리부터 서서히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용솟음친다.

 

왜 그래 용사.

너는 이런 성격이 아니었잖아.

 

처음 용사를 봤을 때가 떠오른다.

용사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하고 어리숙한 인간이었다.

 

겁은 많고, 피를 무서워하고, 얼빵한 인간 그 자체.

 

하지만 용사는 상냥했다.

자신의 몸보다는 다른 사람을 더 우선시했다.

불의를 보면 참을 수 없고, 위험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먼저 손을 내밀었다.

 

피투성이가 되도 나를 바라보며 ‘괜찮아? 다치지 않았어?’ 라며 멍청하게 웃던 게 바로 용사였다.

 

그런데 왜? 어째서? 용사가 저런 말을 한단 말인가?

 

용사의 차가운 얼굴이 낯설다.

너무 낯설어.

 

옛날에는 상냥하게 웃어주며 내가 바보처럼 널 싫어하거나 밀어냈을 때도, 괜찮다고, 자신이 더 나를 사랑하겠다고 말했잖아.

지금 용사의 모습과 옛날 용사의 모습에서 오는 괴리감에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나는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리는 몸을 가라앉히고 용사를 바라봤다.

용사 역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잠시 시선이 얽히고설킨다.

 

돌연 용사가 운을 뗐다.

 

“인간은 말이야 엘프랑 다르다고. 하. 지쳤어. 몇 년간 사귀었으면 헤어질 때도 됐잖아.”

“잠깐 기다려봐. 용사 너 분명 나랑 결혼하자고 했잖아. 야, 약혼까지 했으면서…… 봐봐, 이 반지. 우리 약혼반지잖아.”

 

그래, 반지. 반지가 있었지.

나는 주섬주섬 품속에서 반지 하나를 꺼냈다.


처음 용사가 청혼을 할 때 건네준 맹약의 반지다.

너무 아까워서 평소 손가락에 끼지도 못한 채 품속에 넣고 다녔다.

혹여 흠집이라도 날까봐, 혹여 잃어버릴까봐.

노심초사한 마음으로 항상 품속에 넣고 다닌 채 잠자리에 들기 전 용사를 생각하며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용사가 곁에 없는 날에도 이 반지만 있으면 외롭지 않았다.

이 반지가 있는 것만으로 쓸쓸함과 용사의 빈 자리를 매울 수 있었다.

 

그만큼 이 반지는 나에게 있어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용사와 나의 유대와 사랑이 담긴 약혼 반지였으니까.

그러니까 용사 제발.

이 반지를 보고 그때 그 감정을 떠올…….

 

“아. 그 반지?”


용사는 피식 웃더니 품속에서 똑같은 약혼반지를 꺼냈다.


“옛다. 받아라.”

“아?!”


휙.

약혼반지를 던졌다.

나는 멍한 눈빛으로 약혼반지를 받았다.

흐리멍텅한 시선으로 반지를 내려 봤다.

 

용사가 약혼반지를 마치 고철덩어리처럼 취급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이제 필요 없으니까 너 가져라. 보석상에 갖다 팔면 꽤 쏠쏠할 걸?”

“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용사! 이 반지는……! 우리의……!”


내가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울분에 찬 목소리로 외치자 용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 그만 하자. 지겹다 지겨워. 언제까지 말싸움을 해야 돼?”

“너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가 있어!”

“쯧.”


용사는 혀를 찼다.

짜증어린 표정으로 뒷목을 긁적인다.


“좋아, 솔직하게 말할 게.”

“어?”

“나 말이야. 공주랑 결혼하고 싶어.”

“공주랑 결, 결혼?”


용사에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뜬금없이 공주랑 결혼이라니 대체 무슨.


“내가 세상을 구한 용사잖아. 그런데 영지도 없고, 마땅한 직위도 없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아, 아니 용사. 너 분명 네가 다 거절한 거잖아. 그냥 이렇게 평범히 살아도 된다고 네가 그렇게 말했으면서 갑자기 왜?”


용사는 한쪽 귀를 휘휘 저었다.


“그러니까 내가 왜 그랬는지 몰라. 말년에는 좀 편하게 살고 그래야지. 아아. 영지 하나만 있었어도 영주님 소리 듣고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었는데 쩝. 젊었을 때의 나는 생각이 좀 짧았지 뭐야.”


용사는 킥킥 웃는다.

그 웃음은 자조 섞인 웃음이었다.


“나도 이제 말년을 생각해야지. 공주와 결혼하면 부마 소리도 듣고 료얄 패밀리가 되는 거잖아? 운 좋으면 왕도 될 수 있는 거 아니야?”

“용사…… 왜 그래…… 너 귀족 별로 안 좋아했잖아…… 권력 같은 거 정치놀음 같은 거 싫다면서 이렇게 사는 게 좋다고 항상 말했잖아…… 그런데 왜…….”


언제부터 용사가 이렇게 바뀐 건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용사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걸까.


“아무튼 이제 그만하자. 그럼 이만 가볼게.”

“요, 용사! 그러면 다른 파티원들은! 어떡하고!”

“아아. 걔네들? 아쉽게도 공주마마께서 하렘은 인정 안 해준다니 뭐야? 그래서 뭐 어쩔 수 없지.”


그 말을 끝으로 용사는 말했다.


“싹 다 정리했지.”

“용사……!”


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거칠게 활을 빼들었다.

용사와 함께 모험을 떠났던 시절 애용했던 활.

여행이 끝나고도 한 몸처럼 항상 곁에 뒀다.

우리의 추억이 피와 땀 추억이 담긴 물건이었다.


“이야. 바로 활 꺼내는 것 봐라. 무섭네 무서워.”

“닥쳐!”


활시위에 화살을 얹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용사를 향해 겨냥했다.

 

용사는 흘끔 나를 쳐다보고 웃는다.


“이게 말로만 듣던 데이트 폭력인가? 말이 안 되니까 바로 주먹부터 나가네?”

“닥쳐! 닥쳐! 닥쳐어어어어! 네가 사람 새끼야?! 이 쓰레기야! 내가 말했지 바람피우면 죽여 버리겠다고!”

“아아, 그랬었지 참. 그런데 이상하다? 내가 바람을 폈던가? 당당히 이별을 고하고 공주를 만나러가겠다는 것뿐인데. 거참 이상하네?”

“닥치라고 개쌔끼야!”


용사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요 몇 년간 네 욕을 못 들어봤는데. 오랜만에 듣네?”

“더 해줄까? 이 나쁜 새끼야! 짐승새끼! 벌레만도 못한 새끼!”


용사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웃었다.

무언가 이해할 수 없는 웃음이었다.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는 걸까?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쓰레기! 내, 내 처녀를 따먹어 놓고! 나랑 결혼한다고 말해 놓고! 날 평생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해놓고오!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어! 뭐? 나 따위는 질려? 공주랑 결혼해?! 웃기지마! 웃기자말라고!” 

“하하, 너무 흥분한 거 아니야?”


용사는 별 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별안간 용사는 발걸음을 옮겼다.

한걸음, 한걸음 나에게로 다가온다.

느릿느릿한 발걸음이었다.


“다가오지 마! 쏠 거야! 쏠 거라고!”

“쏴봐.”

“진짜 쏠 거야. 내가 지금 장난하는 거 같아?!”

“쏴보라니까?”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활시위를 꽉 쥔 채 용사를 노려봤다.

이 거리에서 활을 쏜다면 아무리 용사라고 해도 피할 수가 없다.

분명 명중하고 말 것이다.


“쏴, 쏘라니까 그러네?”

“난……. 난…….”


바로 코앞까지 당도한 용사를 바보처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달달 떨리는 손은, 불처럼 뜨겁게 일렁이는 마음은 당장이라도 용사를 쏘아 재끼고 싶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바람 핀 용사 따위, 날 배신한 용사 따위 알 게 뭐야.

죽여버릴 거야. 죽여 버릴 거라고!


그런데 왜, 어째서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걸까.


‘엘프! 괜찮아?! 다친데 없어?’

‘아하하, 뭐야 엘프. 너 귀엽다.’

‘엘, 엘프. 어, 흠. 내가 널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흠흠.’

‘그, 그, 나랑 결혼, 아, 아니야! 아, 미안해. 다음에 제대로 말해줄게.’


용사와의 추억이 산더미처럼 많다.

당장 눈을 감으면 용사와의 기억이 눈앞에 아른거릴 정도였다.

평생의 연인이라고 생각했고 결혼하여 알콩달콩 살고 싶었다.

아이는 둘. 아들 하나, 딸 하나.

아들은 용사를 닮았으면 좋겠고 딸은 나를 닮았으면 좋겠다.

애들의 이름까지 생각해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열심히 계획해두었다.

그런데, 그런데,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요, 용사…….”

“에이 뭐야, 시시해.”


용사는 싱거운 표정으로 나에게서 활을 뺏어갔다.

그리고 방 옆으로 툭, 하고 던져 놓았다.

활이 저 멀리 떨어졌다.


“활도 못 쓸 거 왜 이렇게 분위기를 잡아?”

“…….”

“아무튼 나는 이만 가 볼게. 너도 뭐 좋은 남자 만나고.”

“……가.”

“엉? 뭐라고?”

“……가지, 마.”


나는 털썩 주저앉았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눈에는 방울방울 물방울이 쏟아져 내렸다.

눈앞이 흐릿흐릿하지만 용사의 뒷모습만큼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용사가, 용사가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만 간다.

 

왜 나에게서 멀어지려고 하는 건데. 제발. 제발.

어떻게 하면 용사를 붙잡을 수 있을까?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흐, 흐윽, 가지마아아아아, 제발 부탁이야…… 흐, 흑…….”


용사를 향해 손을 뻗지만 닿지 않아. 

용사는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한 번 흘겨보고 바깥을 향해 걸어갈 뿐.

점점 그의 뒷모습이 멀어져만 가는 이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평생 내 옆에 있겠다고 굳게 다짐해 놓은 용사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 용사가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갔다.

나는 일렬의 현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현실을 부정했다.


“내, 내가, 다 잘못해써어어어어…… 부탁, 부탁이야…… 내, 가 이렇게, 응? 빌게…… 제발, 제발 가지마아아아아. 흐아아아아앙.”


눈물 밖에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용사를 멈춰 세울 수 있는지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없었다.

그저 추하고 멍청하게 눈물, 콧물을 흘리며 바보처럼 애원할 뿐.

그것만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자존심 따위 벌써 던져 버렸다.

너를 잡을 수만 있으면 자존심 따위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평소의 상냥했던 너로 돌아와 줘 용사.

너는 우는 여자를 보고 떠날 위인이 아니잖아?


“으아, 아아앙,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제발, 이러지마…… 우리 좋았잖아아아아……!”

“와. 콧대 높았던 우리 츤데레 엘프님께서 말이 아니시네 이거 참.”


나는 멍청하게 뚝뚝 눈물을 흘리면서 용사의 옷소매를 붙잡았다.

이렇게까지 추하게 용사를 붙잡을지 꿈에도 몰랐다.


추하다, 추해. 나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남자 따위가 대체 뭐라고 내가 이렇게까지 찌질하게 붙잡아야하지?


과거의 나였다면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

그깟 남자가 뭐라며 콧방귀를 꼈을 텐데. 

그러나 지금의 나는 아니었다.

용사만 붙잡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야, 야. 옷 늘어난다. 쯧. 왜 이렇게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마음 아프게?”

“요, 용사?”


탁!

거칠게 내 손을 뿌리치는 용사는 별안간에 결말을 고한다.


“하 진짜. 마지막으로 말할게.”


조용히 내 귓가에 속삭이는 그의 한마디.


“공주 따먹으러가야 하니까 꺼지라고.”

“……!”

“시팔. 적당히 구질구질하게 굴어야지. 좆같네 진짜.”

“……아, 아!”


쾅!

문이 닫혔다.

용사는 일말의 미련도 없이 나를 버리고 갔다.

 

나를 버리고 공주를 선택했다.


“시, 싫어어어어어! 용사, 용사, 용사아아아아아아아아……!”


발작적으로 외쳤다.

용사가 가버리잖아! 잡아! 잡아 돼!


어? 잠깐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반쯤 일어나다가 털썩 주저앉는다. 

힘이, 힘이 안 들어.


용사를 잡아야하는데, 공주에게 가게 둬서는 안 되는데…….


“아.”


데굴데굴 굴러가는 약혼반지가 눈에 밟혔다.

우리의 약혼반지가 이렇게 쓰레기처럼 굴러다니다니.

용사, 나한테 왜 그러는데 정말.

너무해.

너무하다고.


‘옛다, 받아라.’


미련 없이 던져버린 약혼반지가 처량하게 빛난다.

나는 약혼반지를 두 손으로 꽉 쥐었다.


"흐, 흐으윽, 싫어, 나 이런 거 싫어어어어 용사아아아아."


항상 용사를 생각하며 느꼈던 온기가 느껴지지 않아.

쇳덩어리 반지는 너무나도 차가웠다.

너무 차가워 두 손으로 움켜쥘 수 없었다.

왜 이렇게 차가운 건데 용사.


용사.


용사, 용사.


용사, 용사, 용사. 


"……."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하, 하.”


멍청하게 주저앉아 반지를 움켜쥐고 있었던 나는 이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하하, 하흐하하하! 하, 하하하, 하하!”


얼마나 세게 움켜줬는지 손톱이 살갗을 파고 들어갔다.

핏방울이 손톱을 타고 흘러내렸다.

반지가 붉게, 아주 붉게 물들었다.

 

나는 웃었다.

이 상황이 너무 웃겼어.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 하하하! 하하! 용사! 하! 그래! 으, 하하하하!”


너무 웃겨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아.

자존심이고 뭐고, 애원하고, 부탁하고, 사정해도, 용사는 나를 바라보지 않았어.

상냥했던 용사는 더 이상 없는 거야.

나를 사랑했던 용사 또한 이미 죽었어.


“용사, 용사, 용사! 그래 좋아! 잘 알겠어 용사!”


나는 붉게 물든 반지를 품에 넣은 채 아랫입술을 감쳐 물었다.

아랫입술에서는 새빨간 선혈이 흘러나왔고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쿵쾅 뛰었지만 전혀 괘념치 않았다.

오히려 머리가 뻥 뚫리고 가슴이 시원했다.


"네가 이런씩으로 나온다 그거지? 흐, 하하, 으. 알겠다고 흐하!"

 

용사가 사라져간 방향을 보며 웃었다.

웃고 또 웃었다.

그 웃음이 그칠 때 까지.

계속.


그리고 다음날.


나는 집 밖을 나섰다. 


나의 활과 화살을 꽉 움켜 쥔 채.


용사를 향해. 쭉.



- 이름: 에로프(Lv.85.)

- 종족: 엘프(169cm. 47kg.)

- 직업: 궁수(Ranger: Master High Rank.) 

- 성격: 분노, 첨예, 악성, 흉악, 이기적

- 성향: 정신이상자, 집착성애증후군, 변태, 인격장애

- 성벽: 키스(용사새끼 혀 넣어봐 아주 죽여버릴 거야.) 가슴(가슴? 시발놈), 입(네 고추 잘라버릴 거야.), 뒷구멍(뒷구멍은 무슨. 네 뒷구멍이나 따주마.), 섹스(시발새끼, 개새끼, 날 존나 따먹어 놓고, 개씨발 새끼.) 

 

- 당신에 대한 호감도: ???

- 당신에 대한 평가: 용사, 용사, 용사, 용사, 용사, 용사, 용사…….

- 좋아하는 것: 당신.

- 싫어하는 것: 당신.

- 성경험: 키스(652회), 가슴(402회), 귀(210회), 입(41회), 뒷구멍(21회), 섹스(????).


***


자매품  AAA급 얀데레 공주 마법사  


아 정말 오랜만에 글 쓰니까 좋네요. 

너무 오랫동안 글을 안 써서 한동안은 이곳에 머물러 글 연습 좀 해야겠네요.

다음에는 얀데레 드래곤 아니면 소꿉친구 얀데레 연예인을 들고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