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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남자: "여보세요."
현우: "누구시죠?"
의문의 남자: "지현우 씨 맞는가요?"
현우: "예."
의문의 남자: "김태환 군에 대해서 잘 아시지요?"
현우: "예.... 근데 누구신지?"
의문의 남자: "아, 저는 김태환 군과 잘 알고 지내는 희얀대 교수 정교범이라고 합니다."
현우: "아.... 예. 태환이에게 무슨 일이 있나요?"
교범: " 그 태환 군이 최근에 몸이 안 좋아서 쓰러졌었거든요."
현우: "정말요?"
교범: "태환 군이 공부나 과제를 며칠씩 밤새워서 너무 열심히 한 바람에 과로를 한 것 같습니다."
현우: "아... 태환이가 어느 순간부터 미친 듯이 공부를 하긴 했었죠."
교범: “혹시 언제인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현우: “아마 고 3부터였을 거에요.”
현우: “원래도 잘하던 놈이었는데 고 3되더니 갑자기 미친듯이 하더니 고 3에 고학점을 받고는 희얀대에 갔죠.”
교범: “감사합니다. 이 친구가 말이 통 없어서 그랬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우: “아, 아닙니다. 태환이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걸요.”
현우: “그러고 보니 교수님. 의심쩍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
교범: “뭔가요?”
현우: “제가 한 번 고백하는 걸 도와달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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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원이 무슨 일을 겪었을까?
낸들 알 방법은 없다.
잠을 안 잔지 3일째.
수업은 대충 듣고 과제만 체크해서 왔다.
일요일 하루 종일을 조사해보았지만.....
결국에는 진얀고 출신 학생을 찾아야 한다.
진얀고를 찾아가봐야하나?
그건 내일 해보도록 하자.
과대표에게도 물어보고 알아두겠다고 했지만...
정녕 이렇게 기다리는 게 다인가.
침대에 널브러져서 머리를 굴려본다.
서가원.
대한민국 최대 기업 중 하나인 서얀 그룹.
늦둥이 막내딸이기도 하고, 가족이 언론에 노출을 잘 안 시켜서 그런지 인터넷에도 정보가 별로 없다.
내 생각이 맞다면...
머리를 제대로 활용하기 시작한 건 1년도 안 되었을 텐데.
추정되는 사건 발생 시점은 가연이가 1학년 2학기.
집에서만 사는 애가 방학 때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온 뉴스를 다 찾아보았는데 서얀 그룹 관련 사고는 없었다.
공장 사고도,
교통 사고도,
그 어떤 인명 피해도 없었으며.
경영난이나,
그 흔한 대기업 비리 찌라시도 없었다.
방학 때는 절대로 일이 있었을 리가 없다.
회사 내 이권에서도 이미 한참 밀려난 그녀는 파벌 싸움에서도 제외 대상이었을 것이다.
작년 가을부터 겨울.
진얀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야 한다.
‘띠링.’
다 포기하고 눈이 감겨갈 때쯤이었다.
내 인생을 한 번 더 바꿀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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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범: “그런 일이 있었군요.”
현우: “별거 아닌 일일 수도 있는데, 태환이에게 필요하다면 말씀드려야지요.”
교범: “감사합니다, 현우 학생.”
현우: “예, 또 연락 주십시오.”
‘툭.’
난 음성 변조 프로그램을 껏어.
신 선생님께 주변 인물도 같이 들어보길 잘 한 것 같네.
김태환과 친하면서 좀 착하고 순하다는 사람.
지현우.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이 사람이면 김태환이 도움이 필요하다 하며 구슬리며 간단하게 속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해서 연락 1순위로 뒀었는데...
먹.혔.네.
선생님.
선생님은 뭐라도 찾으셨을까요?
아무 단서도 안 남겨뒀어요.
이것만은 뚫기 힘들 거에요.
제게 일어난 일은 그 누구도 몰라요.
제게 일어난 일이니 뭐 기사라도 나거나,
큰일이랑 엮여있을 거라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그 일은 조용하고 고요하게 지나갔어요.
그 누고도 몰랐지요.
제가 이렇게 될 줄을.
결국에는 진얀고 졸업생들을 찾고 있겠죠.
한 번 해보세요.
선생님은 사람들과 친해지셨겠지만....
저는 사람들을 제 밑에 뒀어요.
감히 저에 대해 알지 못하도록.
그 일을 알고 있을 사람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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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여자: [너가 나를 찾는 사람이니?]
톡이 왔다.
모르는 번호.
태환: [누구신가요?”]
의문의 여자: [어머, 기공과 과대가 연락 안 주더니?]
태환: [혹시 진얀고 졸업생이신가요?]
원정: [그래. 진얀고를 작년에 졸업한 강원정이라고 해.]
원정: [그래서 내게는 무슨 볼일이지?]
태환: [혹시 서가연이라는 학생아세요?]
원정: [서가연? 아. 알지. 잘 알지.]
태환: [정말요?]
원정: [근데 내가 처음 대화하는 너에게 뭘 말해주는 건 그렇지 않나?]
태환: [아... 그게..]
원정: [내일 밥이나 사.]
태환: [예?]
원정: [내일 한 7시 쯤 정문 앞에서 보자.]
태환: [예.]
얼떨결에 대답을 보내고는 휴대폰의 전원을 껐다.
내일은 해답을 얻겠지.
나는 오랜만에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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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환: “안녕하세요.”
원정: “반가워. 김태환 맞지?”
태환: “네.”
원정: “우리 나이도 같은데 말 편하게 하는게 좋지 않을까?”
태환: “네...어.”
원정: “그래서 뭘 먹으러 갈까?”
태환: “당신이 고르세요. 전 학교 앞에 뭐있는지 몰라요.”
원정: “예의가 없는 걸. 여자가 같이 밥 먹자고 하면 조사했어야지.”
태환: “미안해요. 요즘 잠을 못 자서요. 어제 톡이 끝나고 바로 잠들어버렸어요.”
원정: “편하게 말하라니까. 흠.. 그럼 비싸도 뭐라 하지 마라. 따라와.”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여자라.
내게 오래된 존재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여자가 내게 답을 줄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더 이상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온종일 멍하게 지냈다.
아무 생각 없이 수업을 듣고.
아무 생각 없이 과제를 하고.
젠장.
도착한 식당은 호프집이었다.
원정: “치킨 어때?”
태환: “알아서 시키세요.”
원정: “너무 쌀쌀한 거 아냐?”
태환: “죄송해요. 삼 일째 잠을 못 자다가 어제 겨우 좀 자고 지금도 상태가 안 좋아서요.”
원정: “어쩌다가 그러셨대. 여기 후라이드랑 양념 한 마리씩이요!”
원정: “술 마셔?”
태환: “아뇨, 괜찮습니다. 오늘도 일이 많아서.”
원정: “쳇. 맥주도 한 병이요.”
즐거워 보인다.
뭐가 그렇게 즐거울까.
원정: “그래서 서가원 그 친구에게는 무슨 볼일이야?”
태환: “어... 걔에게 뭔 일이 있었습니까?”
원정: “일?”
태환: “네. 추정되는 시점은 작년 2학기입니다만....”
원정: “음... 대충 생각나는 게 있어.”
태환: “정말요?”
드디어.
원정: “근데 그전에 내게 설명을 먼저 해줘.”
태환: “아.. 일이 해결되었다는 감정이 앞섰네요.”
원정: “어서 말해봐. 왜 알아내려는 거야? 흥미롭네.”
점원: “맥주랑 치킨 나왔습니다.”
점원이 먹을 것을 책상 위에 내려놓는다.
원정: “맛있겠네.”
그녀는 다리를 하나 집어들며 말햇다.
그리고 난 그저 입을 열었다.
태환: “이유를 말해주기는 힘들어요. 단지... 난 걔를 과외해주고 있고 그걸 알아야 일을 계속할 수 있어요.”
원정: “돈 없어?”
태환: “예?”
원정: “뭔 과외 하나 때문에 밤을 새워. 그것도 대학교 1학년이. 우리 희얀대 공립이잖아.”
원정: “명실상부 이 반도 최고인데, 장학금도 많고 애초에 학비도 싸고. 뭐 일있어? 주식?”
태환: “그냥 일 하는 거 좋아합니다.”
원정: “변태네. 그렇게 일에 미쳐 살다니.”
태환: “큭.”
원정: “그럼 치킨 값을 해야지.”
태환: “이야기해 주시는 겁니까?”
원정: “이건 너에게 꽤 가치가 커 보이네.”
원정: “조금만 해줄 거야. 오늘은 치킨 값 정도?”
아... 머리가 확실히 굳었다.
이런 이상한 여자 한 명에게 끌려다니다니.
어떤 일인지 확실히 알아내서 서가원 그 년 콧대를 꺽어버려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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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원: “선생님, 제법인데.”
시끄러운 호프집.
선생님을 따라 들어와봤어.
스토커냐고?
아니 그냥... 그냥 보였는 걸?
여자나 만나고 있길래.
저 녀석이 벌써 알아낸 줄 알았지.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저 녀석은 여자에게 깨지고는 워커홀릭이 되었다고 했지.
그럼 저 여자는.... 우리 학교 선배겠네!
얼굴을 못 봐서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꽤 노력했네.
밥도 사주면서 정보를 모으고.
확실히 내 좋은 유흥거리가 될거야.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모를거라고.
나에 대해.
나도 따라서 호프집에 들어갔어.
자연스럽게 치킨을 시키고는 몰래 들었지.
원정: “가원이 걔 말이야....”
젠장. 웰케 시끄러운거야.
끊겨 들리네.
원정: “그래서.... 걔가... 만났는데....”
내가 겪은 일을 알고 있는건가?
설마.
설마.
아닐거야.
그 누고도 몰라.
몰라야만 해.
알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다고.
젠장.
다들 닥치면 안 될까.
그걸 다른 누군가 안다니?
누구지.
생각해봐.
저 선배가 누군지. 누군지 말이야.
얼굴을 봐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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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환: “정말입니까?”
원정: “맞아.”
태환: “놀랍네요. 근데 누구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원정: “뭐..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의문은 좀 풀렸어?”
태환: “아... 예... 대충”
원정: “그러면 내가 하나 더 알려줄 테니 부탁 하나만 들어줘.”
태환: “예?”
원정: “뭔가 생각은 되는 듯한데 뭘 더 모르겠지?”
태환: “예.”
원정: “내가 그럼 좀 더 알려줄 테니 부탁 들어주는 걸로?”
태환: “음... 예.”
강원정.
희얀대를 다니기는 해서 머리가 그냥 좀 좋은 사람일 줄 알았는데...
협상 능력이 장난 아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골탕먹어 본 적이...
뿌득.
서가원이군.
젠장.
여기서 좀 잃더라고.
그 싸가지의 콧대만은 꺽어버려야지.
원정: “나랑 술 마셔줘.”
태환: “예?”
원정: “좀 해결된 거면 오늘 좀 마셔도 좋잖아? 몇 잔만 마시자고. 여기 맥주 1병 더요!”
그렇게 난 그녀의 시답잖은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맥주를 들이 마셨다.
한 잔.
두 잔.
피곤해서 그런가.
몸은 조금씩 무거워져 갔다.
하지만..
듣고 자야해.
쓰러지더라도...
원정: “어이. 김태환씨?”
흐릿하게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어.
태환: “어..어?”
원정: “저기 모자 눌러 쓰고 닭만 먹는 사람. 수상하지 않아?”
태환: “예?”
원정: “누.구.랑. 닮지 않았어? 너의 그 부잣집 과.외.학.생 말이야. 서.가.원.”
그 어떤 카페인보다도 효과적인 잠깨기였다.
서가원 이름 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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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저리 오래하는거야.
눈치를 보아하니...
아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
그 일은 알 리가 없다고.
‘드르륵.’
한창 술을 들이마셔 대던 선생님은 자리를 박차 일어났어.
가는 건가.
젠장. 도청기라도 들고 왔어....
선생님이 내게로...
내게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어!
태환: “서가원!!”
태환: “너가 여기 왜 있어!”
푹 눌러쓰고 있던 모자를 벗기더니 소리쳤어.
내 앞에서 화를 내던 선생님 뒤로 여자의 얼굴이 보였어.
저 년은...
저 년이 왜 저기 있어.
재는 우리 반의 강원정이잖아.
저 씨발년.
태환: “야!”
술에 취한 선생님은 내게 다시 소리쳤어.
태환: “왜 여.....”
‘풀썩.’
이 새끼 뭐야.
애는 왜 갑자기 쓰러지는거야?
원정: “이봐 가원아?”
원정: “내가 뭘 어디까지 이야기했을까? 선생님이나 잘 챙겨.”
그 씨발년은 내게 씨익 웃으며 자리를 떠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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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라이벌 두둥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