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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종-뱀파이어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언제 나타났는지는 알지 못합니다하지만 그들뱀파이어의 출현은 인류에게는 절대적인 위협으로 다가왔죠몇몇 사람들은 두 종족의 화합을 외쳤지만 두 종족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같은 민족끼리도 싸우는 존재들이 종족이 다른 상대와 평화롭게 지낸다는 것은 너무 터무니없었지요결국 인류와 뱀파이어의 전쟁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지속되었던 전쟁은 어느 순간 시작된 인류 자멸로 끝이 났습니다내부의 의견차이로 인한 분열로 인해 두 종족의 운명을 건 전쟁은 뱀파이어의 승리로 끝이 나게되었죠.

 

그리고 그 후 세계는 뱀파이어들은 지배하는 입장이 되어 세계를 차지했습니다그리고 인류는 자연스레 그들의 지배를 받는 피지배자의 입장에 놓이게 되었고요

 

 

 

 

 

과거 인류와의 전쟁에서 뱀파이어를 이끌었던 열두 가문.

고위 뱀파이어들 중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이 열 두 가문은 위대한 12가문이라고 불리며 최고위 귀족으로써 뱀파이어들의 지도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얀순이는 이 12가문 중 한 집안의 장녀로 태어난 고위 뱀파이어였지요.

 

일반 뱀파이어보다도 강한 고위 뱀파이어 중에서도 특히 얀순이는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우월하고 강력한 능력으로 주목받으며 자랐습니다주변은 그녀를 천재라고 부르게 되며 기대를 아끼지 않았지요.

 

 

 

******

 

 

 

오늘 부모님이 어린 인간을 데려오셨습니다

 

저보다 조금 더 어려보이는 인간 남자아이노예의 증표인 쇠 목줄을 찬 아이는 잔뜩 겁먹은 눈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사실 제법 놀랐습니다고위 귀족일수록 인간특히 노예 계급의 인간들을 혐오하기 마련이기에 위대한 가문의 가주이신 아버님이 저렇게 어린 인간 노예를 사오 실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런 제 표정을 읽으셨는지 아버지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머님의 지인 분이 선물로 준 노예라고 하셨는데 거절하기도 힘든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이 받아왔다고요.

 

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처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그냥 인간도 아닌 노예가 있는 건 위대한 12가문의 이름을 먹칠하는 것이라고 하시면서요,

 

인간 꼬마는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본인이 어떻게 될지 아는 걸까요?

 

말 나온 김에 바로 해결하는 것이 좋겠군.”

 

부모님은 그렇게 말한 후 시계를 쳐다봤습니다아무래도 바로 나가실 모습이었죠.

 

평소라면 저도 부모님의 결정에 순종했겠지만 왠지 그 소년의 눈을 본 순간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강한 충동을 느꼈습니다.

 

아버지!”

 

왜 그러니?”

 

처음 듣는 딸의 다급한 외침에 두 분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습니다.

 

... 저 노예제게 주시면 안 될까요?!”

 

 제 입에서 나온 말에 아버지와 어머니 둘 다 깜짝 놀라신 표정으로 저는 보셨습니다저 또한 제 입에서 나온 말에 놀랐는데 두 분이 놀라시는 건 당연했지요.

 

안 된다.”

 

두 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셨습니다차기가주인 딸이 천한 인간 노예를 가진다니올곧은 고위 귀족이신 두 분의 시선으로는 용납하기 힘들었을 것이 분명했거든요

 

저 또한 가문의 장녀로써 두 분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하지만 그날의 저는 무언가에 홀린 것이 분명했지요

 

너 진심이니?”

 

.”

 

오래전부터 전통적으로 고위 뱀파이어는 어릴 때정식으로 교육과정에 들어가기 부모에게 원하는 것 하나를 요청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세계를 다스리게 될 고위 뱀파이어로써 처음으로 자신의 소유라는 것을 얻는 것이기에 신중히 선택해야 했고 부모들 또한 정말 불가능한 것이 아닌 이상 들어주는 것이 전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저는 그것으로 저 노예를 제게 달라고 했습니다.

 

원래라면 예전에 골랐어야 했지만 원하는 것이 없었던 저는 지금까지 그것을 고르지 못했었지요.

 

일반적으로 유명한 장인이 만든 무기나 가치 높은 고서혹은 아름다운 보석을 원하는 것이 보통이었기에 의미 있는 자신의 첫 소유로 가치 없는 천한 인간노예를 달라는 부탁은 저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든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 없을 일이었습니다

 

두 분은 한참을 조용히 고민하셨습니다천한 인간 노예를 집안에 드린다는 것이 결코 내키지 않는 듯했지만 고위 귀족으로써 한 번 한 말을 어길 수는 없기에 결국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두 분의 시선에 겁먹은 듯이 움츠려드는 소년의 손을 잡고 재빨리 제 방으로 들어가자 당황한 듯이 안절부절 못하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혹시라도 두 분이 마음을 바꾸실까봐 서둘러 들어오긴 했다만 막상 그를 보게 되니 어색함이 방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끙끙거리다 결국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습니다

 

“...저기 안녕?”

 

“....”

 

잔뜩 경계하며 자신을 쳐다보는 그의 모습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신과 아무런 관련 없는 저 소년을 데려왔을까어떻게 해야 지도 잘 모르겠기에 무턱대고 저 노예를 자신에게 달라한 과거의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후회는 되지 않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저 소년을 볼 때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소유욕이라는 감정이 강하게 느껴졌거든요.

 

저기...”

 

“...히익!”

 

잠시 손을 움직였을 뿐인데 소년은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웅크렸습니다.

 

“...죄송해요잘못했어요!”

 

잔뜩 겁먹은 듯이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거리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해진 옷 사이로 보이는 상처들과 저런 과민반응들

 

비록 얀순이는 어렸지만 매우 똑똑했던 만큼 저 소년이 어떤 일들을 겪어왔을지 예상이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본 저널에 따르면 인간 노예를 향한 학대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그의 모습에 얀순이는 생전 처음으로 안쓰러움이라는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사실 그녀는 모든 면에서 또래보다 뛰어났지만 감정이 어린아이답지 않게 너무 잔혹하고 차가운 성격이라는 평가가 있었습니다그녀 또한 그것을 인정했던 바가 있었지요.

 

하지만 이상하게 눈앞의 소년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처음 느껴보는 여러 감정들에 얀순이는 가만히 신기한 눈으로 눈앞의 소년을 바라봤습니다.

 

“...?”

 

당연히 평소와 같이 폭력이 날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웅크리고 있던 얀붕이는 생각했던 고통은커녕 화내는 소리도 들리지 않자 조심히 고개를 들어 힐끔 얀순이를 쳐다봤습니다.

 

이게 좀 진정이 됐어?”

 

얀순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괜찮아나는 너 안 괴롭혀.”

 

“....”

 

못 믿겠다는 눈으로 자신를 바라보는 얀붕이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아마 과거에 겪은 학대 등으로 자신의 말을 쉽게 믿을 수 없는 걸로 보였거든요.

 

하지만 왠지 그가 저렇게 자신을 보며 두려워하는 모습에 왠지 모를 괴로운 감정이 느껴졌지요.

 

이번에도 역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낯설었어요하지만 그가 두려워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충동적으로 몸이 먼저 움직였지요

 

 

 

 

 

 

 

 

 

얀분이는 전에도 저런 주인을 만난 적이 있었어요.

 

본인은 안 때린다고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며 안심시켜놓고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잔혹하게 그를 때렸었죠.

 

절망을 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었나?

 

으으....!”

 

자신에게로 다가와 손을 뻗는 그녀의 모습에 눈을 질끈 감으며 앞으로 다가올 고통을 대비했어요.

 

됐다.”

 

“...?”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생각과 달리 조심스럽게 손을 조이고 있던 무거운 사슬을 끊어냈어요.

 

이름이 뭐야?” 

 

무겁고 단단한 사슬을 아무렇지도 않게 끊어버린 그녀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말했어요.

 

난 얀순이라고 해.”

 

의아한 표정으로 하지만 아직 경계를 풀지는 않는 표정으로 얀순이를 바라봤어요.

 

그녀가 가지고 있는 뱀파이어 특유의 붉은 눈동자에 움찔했지만 곧 얀붕이는 아까보다는 경계를 푼 듯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어요.

 

“...얀붕

 

 

 

귀엽다...’

 

자신을 힐끔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문득 그가 귀엽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남들이 귀엽다며 보여준 작은 토끼도새들을 볼 때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었는데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저 인간 소년을 보며 드는 이 기분이 아마 귀엽다는 감정이라고 그녀는 확신했어요.

 

잘 부탁해.”

 

그녀는 그가 놀라지 않게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신기하게도 오늘 처음 본 저 인간 소년을 보며 그녀는 처음 느껴보는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어요.

 

사실 처음에는 괜히 그를 데려왔다는 생각이 들었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 따위 사라진지 오래였어요

 

오히려 지금 그를 볼 때마다 흑백이었던 세상이 한 조각씩 색을 얻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죠

 

자신의 첫 번째 소유가 된 그를 보며 그녀는 자신이 살면서 처음으로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식적인 미소가 아닌진짜로 미소 짓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종족도 신분도 완전히 다른 두 소년 소녀의 만남이 각각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도 모른 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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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얀순이랑 노예로 팔린 얀붕이가 보고싶어서 시작해버렸다.... 사실 강한 얀순이한태 보호받는 얀붕이가 보고싶었던 것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