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순이는 아빠를 좋아했다.


"나는 크면 아빠랑 결혼할 거야!"


"나랑 아빠랑 남자구, 여자니까 결혼할 수 있어!"



유치원에 다닐 때도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도


얀순이는 언제나 아빠의 손을 꼭 잡고 다녔다.



아빠가 결혼정보업체에서 새 엄마를 찾아줄까 물어도

얀순이는 늘 거부하곤 했다.


"싫어! 난 아빠랑만 살 거야!"


나중에 보면,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한 아이디가 삭제되어 있곤 했다.




다른 집 어른들은 늘 쑥덕댔다.


"걔가 엄마 없이 자라서, 애아빠가 많이 고생했다나 보더라."


"뭐, 어릴 땐 다 저러니까."





초등학교가 중학교가 되고

중학교가 고등학교가 되어도


얀순이는 늘 그랬다.



고백을 받으면 늘 찼다.


"너네 아빠는 너 좋아하긴 한대?"


라는 비꼬는 말에도


"괜찮아. 우리 아빠는 O형이라, 포용력이 높아. 날 받아줄 거야."


라며, 진심어리게 말하곤 했다.




"난 우리 아빠 사랑해. 우리 아빠는 O형이라서, 엄마처럼 날 버리지 않았어."


언제나 그리 말하며, 남의 고백을 다 차던 얀순이는

대학생이 되어도, 아빠의 팔짱을 끼고 여기저기 다니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아빠의 팔짱을 끼고 카페로 가던 얀순이 앞에


한 아줌마가 나타나 무릎을 꿇었다.



"여보... 내가 미안해... 내가 진짜 미안해... 우리 다시 합치자... 응? 내가 진짜 잘못했으니까, 제발..."


아빠가 순간 당황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을 때

얀순이는 바로 그 아줌마의 몸통을 걷어차며 말했다.


"야. 우리 엄마는 자식새끼 못 키워먹겠다고 편지 써 놓고 나가서 뒤졌거든? 어디서 씨발년이 내 애미 행세야?"




그 날

얀순이의 아빠는

처음으로 얀순이를 혼냈다.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네 엄마야. 그래도 예의는 갖춰야지."


"싫어! 나 대신 아빠 옆에 있으려는 년은 다 내쫓을 거야!"


강경하게 내뱉는 딸 얀순이의 말에

아빠는 한숨을 쉬었다.


"아빠는 O형이니까 괜찮아! O형이면 날 품어줄 수 있잖아!"


"얀순아. 혈액형과 이건 전혀 상관이 없잖니..."


한번 더, 한숨을 쉬는 아빠에게

얀순이는 씩 웃으며 내뱉었다.


"아니, 상관이 있지. 내가 AB형인데."



p.s. 슬럼프 오지게 와서 한동안 쉬다왔는데, 쉬니까 글이 ㄹㅇ 안써짐 ㄷ


소재 제공 및 과거글 모음 : https://arca.live/b/yandere/8328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