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순이



얀진이


1화:https://arca.live/b/yandere/22125679


플롯따위 필요없다. 그저, 쥬지가 시키는 대로 써나갈 뿐.



***


스트리머는 지옥과 가장 가까운 직업이다.

악플을 볼지 안볼지 정할 수 있는 연예인과는 달리, 실시간으로 욕과 비난을 받게되는 직업이니까.

날마다 3~4시간이 넘는 컨텐츠를 생각해내야 하며, 시청자들의 유입 수를 보며 일희일비 하는게 일상이니까.

그뿐인가. 경쟁자들이 차고 넘치는 탓에, 운동 하면서 몸매 관리도 꾸준히 해야 하고.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도록, 말 하나하나를 조심해서 내뱉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생계로 이어지는 일이니까.


***


"하아.."


평소처럼 방송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날.

나는 난생 처음겪는 일로 인해, 혼란스러운 감정과 마주하고 있었다.


'오늘, 안오셨지..'


그것은 바로, 한 시청자의 부재.

그것도 자신이 방송을 시작했던 날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와줬던 분의 부재다.


'오늘은 많이 바쁘셨던 걸까?'


혹시라도 사정이 있어서 늦는 걸까봐. 오늘은 평소보다 방송을 3시간이나 더 했다.

그가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하지만 그런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와주지 않았으며. 나는 결국, 씁쓸한 감정을 끌어 안은채 방송을 종료하고 말았다.

그의 개근상이, 오늘로 인해 깨져버린 것이다.


'하긴, 여태까지 하루도 안 빼먹고 오는거 자체가, 정말 대단한 일이였어.'


내가 하꼬인 시절부터 함께 해왔던 그는, 언제나 한결 같은 이였다.

매일같이 오겠다 해놓고, 얼마 안지나서 잠수타는 시청자들과는 달리. 그는 매일 오겠다는 약속을 성실히 수행하였고.

언제나 내 편이라 해놓고, 나중에 태세전환 하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그는 내가 구설수에 휘말려도 조용히 나를 응원해줬다.


'으으.. 진짜 왜 안오신 거지..'


그래서일까. 오늘 그가 오지 않았던 이유가, 미칠듯이 신경 쓰였다. 혹시 큰일이라도 난건 아닐지. 그도 다른 시청자들처럼, 내가 질려버린건 아닐지. 오만 생각이 머리속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한 번 연락 해보는게 좋을까?'


전화번호까지는 아니지만, 고정팬에 대한 답례라며 서로 까톡 친추를 해놨었다. 이걸 통해서 물어본다면, 그가 오늘 오지못한 이유도 알아낼 수 있으리라.


"아니야, 안돼. 그럼 왜 안왔냐고 꼽주는거 같잖아..!"


하지만 역시 그만뒀다. 적어도 그 연락을 오늘 해서는 안됐다. 그럼 겨우 하루 빼먹은거 가지고 뭐라하는, 쪼잔한 여자로 보일테니까.


"그래. 오늘은 그냥 푹 쉬고, 내일 오셨을 때 물어보자."


아무리 그래도 이틀 연속은 안 빼먹을 거라 믿었기에, 나는 내일이 오기를 기다리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얀진님의노예: 얀붕님 오늘도 안보이네요?

큐피트의화살: 매니저가 이틀 연속으로 결석이라니, 이거 직무유기 아닌가요!

얀진님의하인: 매일같이 있던 사람이 안보이니까, 뭔가 쓸쓸하당..


시청자분들도 나처럼 당황한거 같았다. 그야, 벌써 방송시간이 3분의 2나 지났는데도. 그가 나타날 기미는 전혀 안보였으니까.


"에이.. 얀붕씨께서도, 뭔가 바쁜 일이 있으신가 보죠."


얀진님의노예: 얀붕님이 못 올 사정이라니, 교통사고라도 당하셨나..?

큐피트의화살: 따로 여자친구가 생기셨을지도 모르죠!

얀진시동걸림: 진짜 그정도 일 아니면, 그분이 안올리가 없음 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나는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나 또한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었으니까.


큐피트의화살: 아무튼, 보고싶네용. 얀진님이랑 얀붕님 사이좋게 대화 나누는거. 정말 보기 좋았는뎅..

얀진님의노예: 좀 그렇긴 하죠. 두분이서 대화 나누기 시작하면, 끼어들 자리가 사라지는 기분 ㅋㅋㅋㅋㅋㅋㅋㅋ

얀진님의하인: 연인끼리 서로 안부 묻는, 그런 분위기죠 ㅋㅋㅋㅋㅋㅋ


"다들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저랑 얀붕씨는 절대 그런 관계가 아니라구요..!"


큐피트의화살: 얼굴 빨개지신거 봐. 요 부끄럼 쟁이~♥️

얀진님의노예: 나는 이 결혼 반댈세. 여왕님은 우리의 것이여..


"글쎄, 그런거 아니라니까요! 자꾸 놀리시면, 저화낼 거예요!"


그렇게 시청자분들과 티격태격 하는 동안. 또 방종 시간이 다가와 버렸다. 안들어온걸 알면서도 괜히 시청자 목록을 둘러보는 나. 정말 미련하기 그지 없었다.


"모두 얀바.. 내일 또 뵐게요."


결국 그는, 이틀 연속으로 무단 결석을 했다.


'진짜 무슨 일 있는거 아니야?'


사고? 연애? 어느쪽을 생각해도, 가슴이 미칠듯이 괴로웠다. 내가 얀붕씨를 이리도 신경쓰고 있었다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었나보다.


'잃고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 다더니, 지금 내 꼴이 딱 그거네..'


요즘같이 시청자들의 변덕이 심한 시대에, 얀붕님 같은 고정팬은 보석처럼 귀한 존재였다. 매번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오지 않게 되는건, 이미 수 없이 겪어왔다. 거기에 상처도 많이 받았었고.


그래서일까, 나는 그가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늘 안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떠나지 않는다고, 속으로 믿고 있었으니까.


"얀붕씨..."


다음 날.


그는 3일째가 되는 날에도 와주지 않았다.

이제는 바빠서 그럴거라는 자기위로도 통하지 않는다.

그저 내게서 떠난게 아닐까, 불안한 마음만이 생겨날 뿐이였다.


결국 시청자들에게 컨디션이 안좋아 빠르게 방종하겠다고 전한 뒤, 나는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얀진님: 얀붕씨, 최근에 많이 바쁘신가요? 요즘 방송에 안오시길래, 걱정되는 마음에 메시지 남겨봐요..


그로부터 답장이 오는건, 메시지를 보낸지 약 2시간 정도가 지나서였다.


나: 아, 죄송해요. 친구가 최근들어 방송을 시작했는데, 제가 그걸 도와주기로 해서요.

얀진님: 네? 얀붕씨께서 방송을요?


의외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가 방송을 시작하다니. 만일 그런거라면 최선을 다해서 돕고싶었다. 그가 성장하면 성장 할수록, 나와 합방도 진행할 수 있게 될테니까.


나: 네. 정확히는 제가 아닌, 제 친구가 하는걸 옆에서 거드는 형식이지만요.

얀진님: 실례가 안된다면, 그분의 닉네임을 여쭤봐도 될까요?

나: 얀얀붕순이에요. 시작한지 얼마 안된, 공포게임을 주로 하는 스트리머인데. 시청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요.


곧바로 검색 해보니, 두 남녀가 있는 다시보기 영상이 있었다. 나는 처음보는 얀붕씨의 외모에 잠시 홀렸다가, 오른쪽에 함께 있는 여성을 찌푸리는 얼굴로 바라봤다.


'이 여자가, 얀붕씨께서 말씀하신 친구분인가..'


스트리머계에서 상위권으로 뽑히는 자신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외모였다. 그리고 그런 여성이 얀붕씨와 가깝게 붙어있는 모습을 보니, 완화됐던 불안감이 다시 되살아났다.


'설마 그에게, 이런 이성친구가 있을 줄이야..'


이래서는 시청자분들이 말했던 대로, 연애 탓에 안오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천천히 다가오는 위기감을 맛보며, 그에게 답장했다.


얀진님: 우와.. 정말이네요. 그보다, 얀붕씨의 얼굴 처음 봤어요. 이렇게 생기셨구나..

나: 생각했던 것보다, 되게 평범하게 생겼죠?

얀진님: 아니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생기셨는데요?


진심이였다. 각진 근육부터 해서, 귀여운 나머지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싶어지는 듯한 미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그에게 가지고 있던 감정은, 단순히 의지하는게 아닌. 그 이상의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걸.

나: 빈말이라도 감사해요.

얀진님: 빈말이 아닌데.. 아무튼, 방송하시는거 응원하고 있을게요. 대신 시간 날때는, 제 방송도 와주기. 아시겠죠?

나: ㅎㅎ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쉬는 날에는 찾아뵙도록 할게요.


연락해뒀으니, 그도 얼마 안지나 내 곁으로 돌아와줄 것이다. 그렇게 믿고 평소처럼 방송을 해나갔다. 그랬는데.


그는 2주가 넘도록, 내게 와주지 않았다.


***


"여긴가.."


얀붕이는 택시를 타고 50분 가까이 이동했다. 그는 계좌이체를 통해서 받아둔 돈으로 요금을 계산하였고, 눈 앞에 있는 아담한 저택을 보며 생각했다.


'부담 돼..'


그렇다. 아까의 후원도 그렇고, 택시 요금도 그렇고. 개개인에게 거금이 되는 금액을 손 쉽게 사용하는 여자. 얀붕이는 그런 여자한테 초대받은 것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띵동~


그가 심호흡을 몇 번 하고는 초인종을 눌렀다. 안쪽에서 네~라며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그 목소리의 주인이 곧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얀붕씨, 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혹시 갑자기 합방하자고 해서, 기분 나쁘지는 않으셨나요?"


얀붕이의 손을 잡은 얀진이가, 그리 물었다. 혹시라도 그가 불편해 했을까봐, 많이 불안해 하는 눈치였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보다 얀진님 같은 분이랑 합방이라니. 저 같은게 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에이~ 안될게 뭐 있어요! 자, 어서 들어오세요. 지금 시청자분들 다, 얀붕씨를 기다리고 계셔요."


얀붕이가 그녀의 손에 이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 늘 방송에서 봤던 것처럼, 깔끔하고 아담한 방이였다. 덤으로 방 안에는 코가 홀려버릴 듯한, 매혹적인 향기가 만연하고 있었다.


"여러분, 드디어 얀붕씨가 도착했어요!"

"모두 안녕하세요. 얀붕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얀진님의노예: 다른 사람이면 듣보잡이라면서 엄청 깠을텐데. 채팅방에 매일같이 계시던 광팬 분이라 깔 수가 없네요 ㅋㅋㅋㅋㅋㅋ

얀진님의하인: 그니까요 ㅋㅋㅋㅋ 심지어 잘생기기까지? 저건 ㄹㅇ 기만러다..

얀진아웃: 얀붕님 오랜만이에요! 지금까지 뭐하다 왔어요!

얀진사랑해: 씨발, 니가 뭔데 얀진이랑 합방하냐고.


-얀진사랑해님께서 추방 당하셨습니다.-


"하하.. 다들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맨날 채팅으로만 대화 나누다가 이렇게 뵙게되니, 기분이 묘하네요.."

"불편해 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저희 모두, 가족같은 관계잖아요. 그쵸?


얀진이가 얀붕이의 손을 잡으며 얼굴을 가까이 했다. 스트리머계의 여왕이라 불리는 만큼, 그녀의 외모는 신화에 나오는 여신처럼 아리따웠다.


큐피트의화살: 오올~ 두 사람 분위기 모야모야.

얀진님의노예: ㄹㅇ 배알 꼴린다 ㅋㅋㅋㅋㅋㅋㅋ

얀진님의심장: 아 ㅋㅋㅋㅋㅋ 얀붕님 저도 주소좀 줘봐요. 찾아가게 ㅋㅋㅋㅋㅋㅋ

발핥고싶다: 얀진님 최근에 계속 우울한 모습 보이다가, 얀붕님 오니까 안색이 확 변함 ㅋㅋㅋㅋㅋㅋㅋ


"잠깐,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얀진이 붉어진 얼굴을 양손으로 가렸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사내를 힐끔힐끔 쳐다 보는데, 그 모습이 얀붕이에게는 무척이나 귀엽게 느껴졌다. 그래서 살짝, 장난을 쳐보기로 했다.


"하하.. 저도 얀진님께서, 이렇게 납치까지 하실줄은 몰랐어요. 앞으로 방송 자주 안오면, 아주 큰일나겠는데요?"


얀진님의노예: ㄹㅇ 부럽다.. 나도 한동안 잠수타면 얀진님이 납치 해줄려나.

얀진님의하인: ㅋㅋㅋㅋㅋㅋㅋ 어림 없지! 2주 지나고나면 얀진님의 노예라는 분이, 저희 방에 계셨었나요? 거리실 듯.

얀진님의노예: 에라이 나쁜놈앜ㅋㅋㅋㅋㅋㅋㅋ

큐피트의화살: 두 분 너무 잘 어울려요오~ 나는 이 결혼 찬성일세!


얀진이 부끄러워 하는 어조로 말했다.


"역시 마음에 담아두고 계셨구나? 정말 미안해요. 남의 방송가서 그러는거, 되게 예의없는 짓인데.."

"아뇨.. 방송이야 언제든지 할 수 있는거지만, 얀진님의 만날 기회는 아예 없을지도 모르는 거니까요. 저는 오히려, 이 만남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얀붕이의 말에 얀진이가 감동받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그녀는 자신의 양볼을 손으로 문질렀고. 얼마 안지나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였다.


"가, 감사해요.."


그리고 그 모습을 목격한 시청자들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한다.


얀진님의노예: 이 분위기 뭐지.. 혹시 그린라이트?

호두자몽: 안돼요! 우리 얀붕님께는 이미 붕순이라는 임자가 있다구요!

큐피트의화살: 골키퍼 있다고, 골 안들어가는 것도 아니죠. ㅎㅎ 얀진님 파이팅!


두 사람은 채팅을 보며, 어쩔줄 몰라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얀붕이와 얀진이의 모습을 보며. 잘 어울린다. 우결각 잡혔냐는 등. 둘을 이어주려는 말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얀진님내사랑: 아니, 얀진님한테 꼬리치지 말라고 개새2끼야!

-얀진님내사랑 님께서 추방 당하셨습니다.-


큐피트의화살: 반동분자는 매니저가 처리했으니, 안심하라구!


물론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러는 족족 매니저가 전부 추방시켜 버렸다. 얀붕은 저래도 되나 의문을 가졌지만, 얀진이 태클을 걸지 않았기에 얌전히 있기로 했다.


그러던 그때.


띵동~


초인종 소리가 울려퍼졌다. 얀진은 오시기 전에 먹을걸 시켜놨다고 말하며, 현관문쪽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음식들을 가져온 그녀는.


"얀붕씨, 술 괜찮으세요?"

"네."


사내에게 양해를 구한 뒤, 각종 맥주와 소주. 그리고 콜라를 가지고 왔다.


"처음부터 고진감래로 갈게요!"

"네..?"


얀붕이의 당황하는 반응을, 얀진은 애써 무시했다. 그러고는 맥주잔에다가 능숙한 솜씨로 3가지 음료를 붓는데. 그걸 본 얀붕이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져 갔다.


"처음부터 너무 세게 가시는거 아닌가요? 이거 되게 빨리 취할텐데.."

"2주동안 안오신 벌이라 치죠. 자, 벌주 대령이오~"


얀진님의노예: 아 ㅋㅋㅋㅋㅋㅋ 2주간 간 단련좀 하다올게요. 얀진님 저 절대 찾지마세요. 절대요!

얀진님의하인: 그렇게. 아무도 그를 찾지않게 되었다고..

큐피트의화살: 어머머, 얀진님 완전 대담해요!! 그렇죠. 원하는 남자가 있을 땐, 홧김에 저지르게 만들어야죠!


"그런거 아니거든요!"


얀진이 씩씩 거리면서 내민 잔을 얀붕이가 받았다. 그는 침을 한 번 꼴깍 삼킨 뒤, 내용물을 세차게 들이켰다. 쓴맛, 청량한 맛, 단맛이 공존하는. 아니, 그냥 마지막에는 단맛이 그 모든걸 감싸주는 행복한 맛이였다. 목은 많이 따가웠지만.


"와~! 얀붕님 나이스 원샷!"


얀진이 그 모습을 보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얀붕은 이정도야 거뜬 하다는 듯이, 빈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자, 안주도 드세요. 아앙~"

"스, 스스로 먹을게요!"

"지금 제 성의를 무시하는 건가요? 저 팔 아픈데.."


얀진님의노예: 아.. 진짜 더는 못 보겠다. 왜 나는 얀붕님으로 못 태어났을까.

얀진님의하인: 동굴가서 쑥과 마늘 100일 동안 드세요. 그럼 될지도?

얀붕님의노예: 지금 주문하는 중.

큐피트의화살: 얀붕님 뭐해요! 어서 드셔야죠!! 여자가 음식을 내밀었는데 거절한다? 심지어 그 여자가 얀진님인데!? 이거이거 안되겠구만..


[큐피트의화살 님께서 달풍선 50개를 후원!]

미션: 얀진님이 얀붕님께 음식 먹여주기. 1회당 달풍 50개씩.


"어머, 큐피트의 화살님! 50개 후원 감사합니다~! 역시 우리 회장님!"


얀진이가 들고있던 고기를 내리곤, 상추에 마늘 쌈장 김치 등을 넣어 다시 한 번 내민다.


"얀붕씨 들으셨죠? 이건 미션이에요 미션. 수익금은 5:5로 나눠드릴테니까, 어서 드셔요!"

"아, 알겠습니다.."


얀진이 눈을 번쩍이며 요구하자, 얀붕이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가 싸놓은 쌈을 한 입에 집어 넣었고, 다 먹은 뒤에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얀진님께서 싸주셔서 그런지, 평소 먹던 것보다 배로 맛있네요."

"그, 그런가요!"


얀진이 그의 미소를 쳐다볼 엄두가 안나, 시선을 살짝 돌리며 대답했다. 얀붕은 그런 그녀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이를 바라보던 회장님께서는, 모니터 너머에서 환히 웃고 계셨다.


큐피트의화살: 두 분 진짜, 너~무 보기 좋아요.


[큐피트의화살 님께서 달풍선 300개를 후원!]

미션: 얀붕님께서 얀진님께 직접 먹여드릴 때마다, 달풍선 200개씩.


"꺄아아아! 회장님. 너무 속 보이는거 아니예요?"

큐피트의화살: ㅎㅎ 좋으시면서. 저는 다 알아요오~


얀진은 일부러 대답을 아꼈다. 회장이 말한대로, 그녀의 미션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으니까.

일부 시청자들은 얀붕씨만 너무 편애하는게 아니냐고 발악을 해댔지만, 그래도 상관 없었다. 그녀에게는 언제 갈아탈지 모르는 시청자들보다, 얀붕씨의 존재가 훨씬 귀하고 소중했으니까.


"자, 얀붕씨도 들으셨죠? 저도 아~ 해주세요. 아~"


얀진이 자신의 입속을 가녀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얀붕은 그녀의 새하얀 치아와, 선홍빛 혀. 그리고 붉은 입술을 보고는 고인 침을 삼켰다. 그러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쌈을 싸기 시작했다.


"쌈장 듬뿍 넣어주세요. 새우젓도!"

"네, 네.."


얀붕은 얀진의 요구대로 쌈을 싸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완성된 쌈을, 그녀의 작은 입속에 넣어줬다.


"저도 얀붕씨가 싸주셔서 그런지, 보쌈이 혼자 먹을 때보다 배로 맛있네요! 자, 건배~!"


그런식으로 미션을 수행한다는 변명 하에. 둘은 서로에게 먹을걸 먹여주며, 친목을 다져갔고. 취기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얀진님의노예: 두사람 다 많이 마셔서 그런지, 얼굴이 새빨갛네..

얀진님남편: 씨1발, 둘 다 적당히 좀 하라고.

-얀진님남편 님께서 추방 당하셨습니다.-

큐피트의화살: 슬슬 분위기도 무르익었겠다.. 진도를 좀 더 나가볼까요?


[큐피트의 화살님께서 달풍선 2000개 후원!]

미션: 얀붕님 볼에다가 뽀뽀하기.


"꺄아! 큐피트의 화살님. 통큰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 남자한테 함부로 그런 짓 하는 여자 아닌거 아시죠?"


얀진이가 옆쪽에 앉아있는 얀붕이를 바라본다. 그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운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런 그를 귀엽다는 듯이 바라본 얀진이가, 얼굴을 붉히며 말을 잇는다.


"하지만.. 얀붕씨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얀붕씨, 혹시 싫으시다면 도중에 거절하셔도 괜찮아요."

"네? 저같은 사람이, 어떻게 얀진씨랑.."

"후훗, 당신이니까 괜찮은 거예요. 그럼 시작 할테니까, 싫으면 손으로 막아주세요."


얀진이의 입술이, 그의 빨갛게 상기된 뺨을 향해 나아간다. 손을 올려야 될까 말아야 될까 고민하던 그는, 채팅창 반응을 보며 올렸던 손을 내리고 말았고.


♥️


그 결과. 그의 뺨에는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입술 모양의 립스틱 자국이 새겨졌다.


얀진님의노예: 아아아악!! 신이시여, 왜 저와 얀붕님을 같은 시대에 태어나게 하셨나이까!!

얀진님의하인: 와.. 진짜 하실줄이야.. 나라면 저때부터 얼굴, 절대로 안 씻는다.

큐피트의화살: 꺄아아아아아♥️ 얀진님 술 들어가니까, 완전 대담해지셨어. 꺼억~ 잘먹었습니당. 립스틱 자국 너무 보기 좋네요!


"얀진님.."


얀붕도 슬슬 깨달았다. 아니, 모를수가 없었다. 얀진이라는 여성이, 자신에게 커다란 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푸흐흐.. 얀붕씨 볼 빨개진 것봐. 되게 귀여우시네요. 참고로 저, 연애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모태솔로예요. 아, 얀붕님이라면 이미 알고 계시겠구나.."


얀진이 얀붕의 볼을 콕콕 찌르다가, 그의 어깨에 기댔다. 그러고는 달콤한 숨결을 내뱉었다.


그때.


띠리링~! 띠리링~!


얀붕의 주머니 속에서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건 상대는 다름아닌, 얀순이였다. 설마, 방금걸 보기라고 한걸까. 문득 얀붕의 심장에 서늘한 감각이 스쳐지나갔다.


"얀순? 아, 붕순님이시구나.."


얀진님의노예: ㄷㄷ 전화 걸려오는 타이밍이 예술인데.. 설마?

모나리자얀진: 아수라장이 펼쳐질 듯한 예감..

큐피트의화살: 후후후.. 라이벌의 등장이네요.


"얀순이가 왜 전화를.. 저 얀진님, 실례라는건 알지만. 잠시 전화좀 받고와도 될까요?"


예의상 물어봤다는 듯, 얀붕의 다리는 이미 일어난 상태였다. 얀진은 그런 그의 모습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그의 팔을 당겨 자신쪽으로 끌어내렸다. 그러고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싫어요. 오늘의 얀붕씨는 저와 합방하는 거니까. 저만 바라봐주세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곧바로 얀붕의 폰을 손에서 앗아갔고.


그대로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