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른 일 없이 평범했던 어느 날

그날은 오랜만의 외출이었다.


"하필 이때 키보드가 고장나냐.."


꽤 오랫동안 써왔던 키보드를 갑작스레 보내고

할 일도, 친구도 없던 나는 자연스럽게 pc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얀챈pc방에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꽤나 예쁜 카운터 알바생의 인사를 받고 구석의 자리에 앉은 후

나는 간단하게 음료수를 시키고 컴퓨터를 킨다. 



"여기 음료수 나왔습니다~"


음료수를 받아들며 알바생과 눈을 마주쳤는데

장발을 하고 있는 여자 알바생의 눈은 

너무나도 검은색이었다.


마치 너무 오래보면 빨려 들어갈것만 같이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라고 묻기에 나는 놀라며 


"아니, 아니에요 하하.."


고개를 돌려 집에서부터 써온 선글라스를 벗는데

문득 생각이 든다.

원래 카운터 알바생이 가져다 주는데 

왜 다른사람이 왔을까 

그리고


"저 사람 원래부터 여기서 일했었나?"




"아.. 화장실.."


음료수를 너무 많이 먹은 탓일까, 화장실이 가고싶어진 

나는 담배도 필겸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카운터를 흘깃 쳐다보니 

아까의 알바생은 온데 간데 없고 텅 비어있었다.


알바생도 화장실을 간것이라 생각한 나는 큰 생각없이

바깥으로 나와 담배를 피는데 건물 구석 쓰레기 봉투들 

사이에 무언가 빨간 봉투가 보인다


"요즘 종량제 봉투는 빨간색도 파나.."


담배를 피고 화장실을 들렀다 자리에 앉으니

조금 있던 사람들이 모두 집에 갔는지 사람이 아예 없다.


"다 간건가? 괜히 으스스하네"


괜스레 무서움을 느낀 나는 옷을 챙겨입고 집으로 향한다.


"아.. 벌써 밤이구나.."


게임을 하는데 열중하다 보니, 벌써 밤인것도 몰랐다.

핸드폰 시계를 보니 사람들이 다 집에 갈만한 시간 대였다.


집까지는 꽤 거리가 있는 편이어서 운동삼아 천천히 걸어가는데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들어서자, 뒤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지나가는 사람이겠거니, 생각하는데 얼마를 걸어가도

발소리가 사라지질 않는다.


'무섭게 어디까지 오는거야... 좀 가라..'


점점 무서워진 나는 점점 빠르게 가다 

종국엔 미친듯이 달리고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헉...헉... 언제까지 따라오는거야..!!"


집에 거의 다왔는데,  내 뒤의 발소리는

그칠줄을 모르고 따라온다


"다왔다..!"


집 현관에 들어온 나는 엘레베이터를 기다릴새도 없이

계단으로 달려 올라가 집으로 들어간다


집에 들어와 문에 기대 숨을 미친듯이 내뱉고 들이쉬는 걸

반복하며 바깥의 소리를 듣는데, 


딱히 별소린 들리지 않고 숨소리 하나만 들린다.


"뭐지.. 중간부터 안따라온건가? 괜히 오해했나보네"



"하..." 하며 한숨을 쉬는데 


그 순간


"하아..."

"흐읍...!"

분명 내 숨소리만 들렸었는데,

또 다른 숨소리가 들린다.


"설마.. 설마.."


나는 천천히 일어나며 문의 중앙 렌즈에 눈을 가까이 한다


그리고 내가본건




"뭐야 아무것도 안보이잖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색 뿐 이었다.


"분명 들렸었는데... 내가 진짜 미친건가.."


긴장이 풀렸는지 졸음이 몰려온다.





얼마나 잤을까, 배가 무언가 눌리는것만 같아 눈을 천천히 뜨자


그곳엔


"일어났어..?"


"조금 더 자도 되는데..헤헤"


내 배위에 앉아 나를 무언가로 묶고 있는 

아까 pc방에서 음료수를 가져다준 그녀가 앉아있었다.


흐억, 당황하며 숨을 들이키려 했지만 입에는 재갈이 물려있었고

 몸 또한 팔, 다리가 묶여있어  그녀가 묶는걸 보고만 있어야 했다



"너무 움직이면 아프니까.. 조금만 가만히 있어.."


"거의 다 했으니까..."


그녀는 나를 다 묶고 나선 

나를 업고 그녀의 차에 태웠다.


어디로 가는걸까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라고 생각하며 두려워 하는 찰나


"있잖아.."


그녀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pc방에서 카운터에서 알바하던년 

인사를 왜 받아준거야?"


"난 너만을 보고있었는데, 왜 왜 나보다 먼저

그년의 인사를 받아줄 수 있는거야? 한동안 지켜보면서 참아왔는데...

 이젠 안되겠어..."


"우리 얀붕이 이제 같이 살자? 둘이서 행복하게.. 헤헤"


이 사람이 무슨 소릴 하는걸까 

난 이사람을 처음보는데 미친사람인걸까 너무나도 두렵다.


"맞다, 그년은 내가 깔끔히 포장해서 버렸는데 

 얀붕이도 봤지?"


그녀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문득 담배를 피다 본

빨간 종량제 봉투가 생각이 났다.


몸에 소름이 끼친다

저 말이 사실일까 

아니라 부정하고 싶었지만 내 머릿속엔 이미 카운터 알바생이

끔찍하게 죽은 모습만이 떠오른다


흐읍...흐읍...

더 이상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얀붕이가 뛰는 모습도 너무 귀엽더라..."


역시 날 따라온건 그녀였을까..


"그리고 얀붕이는 그 갈색 눈동자가 가장 예뻐!"


순간, 다시 한번 몸에 수많은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이

소름이 돋는다.


그녀에게 음료수를 받을땐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는데,

내 눈동자 색을 언제 본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를 바라보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누날 그렇게 보면.. 누나도 좀 창피한데.."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그녀의 눈동자 색이 너무나도 검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정도로


설마 

내가 집에들어가 바깥을 봤을때

아무것도 보이지않았던게 아니라

실은..



"사랑해.. 얀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