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우는 버림 받았다.

불량품, 그저 우연히 태어난 것.

그 어미는 뱃속에서 태어난 새끼를 그렇게 취급했다.

머지않아 어미가 떠났다.

어미에게 인정조차 받지 못한 그 가여운 여우는, 광대하고도 잔혹한 숲속에 홀로 내버려졌다.

무섭다.

눈도 뜨지 못한 그 어린 여우가 처음으로 느낀 감정은 무섭다는 감정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솜처럼 흰 여우의 등을 쓸고 지나갔다.

고독하다.

외롭다.

낑낑거리며 어미를 부르지만, 떠난 어미는 돌아오지 않았다.

배가 고프다.

여우는 힘이 없어 파들거리는 발로 겨우 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에 쓰러지며 끝을 고한다.

아, 졸려.

눈이 감긴다.

여우는 지독하리 추웠던 숲이 포근해짐을 느꼈다.

의식이 떠나가고, 고요함이 찾아온다.

죽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깊이 잠드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품으며 여우는 완전히 눈을 감는다.

하지만, 그 순간에 하나의 인연이 다가왔다.

희미한 시야 속에서 누군가가 다가온다.

실이 보인다.

끊어지지 않는 실.

그것이 천천히 날아와 여우의 가슴에 닿아 이어진다.






------------------






숨을 참는다.

손에 쥔 활을 들고, 조심스레 시위를 당겼다.


즈즈즉..


곡선을 그리며 휘는 활이 제 모습을 찾기 위해 비명을 지른다.

소리를 들은걸까.

눈을 파헤치던 놈의 귀가 쫑긋 거리더니, 내쪽을 바라본다.

커다란 눈망울과 귀.

산토끼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지금!


쐐액!


놈이 채 반응할 시간도 없이, 시위를 놓자 파공성을 그리며 화살이 쏘아진다.


파악!


하지만, 조금 급했던 걸까.

쏘아진 화살이 놈의 바로 앞에 꽂혔고, 놀라듯 펄쩍 뛰어오른 토끼가 곧장 설원을 질주하며 달려나갔다.

제길, 놓쳤다.

그런 아쉬움에 혀를 차는 사이.


뺘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눈과 같이 하얀 물체가 도망가던 토끼의 목을 챘다.

아, 이런.

한숨을 푹 내쉬는 사이, 이겼다는 듯 녀석이 의기양양한 걸음으로 총총거리며 돌아온다.

그러고는 내 앞에 토끼를 내려놓은채 앞발을 올린채, 탐스러운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다.

그냥 주지는 않겠다는 표시다.


"그래, 그래. 내가 졌다."


컹! 캥!


"제대로 말하라고?"


캥!


"예, 예. 다섯마리 중 세마리는 위대한 여우 셋카가 잡았습니다. 제가 졌습니다! 됬니?"


콩콩콩콩!


그제서야, 셋카가 앞발을 치웠고 나는 토끼를 묶어 어깨에 걸칠 수 있었다.


"네가 있으니, 내 사냥실력이 점차 녹스는 것 같다 야."


캥 캥 캥!


내가 누군데?

라는 듯한 말투로 우는 셋카가 쓰다듬어 달라는듯, 목을 쭉 빼왔다.

사람처럼 웃어보이는 녀석의 목을 양껏 쓸어주고는 걸음을 옮겼다.


캥캥!


"알았어, 알았어. 집에가면 약속한대로 같이 목욕하자."


잊지 말라는 듯 외치는 외침에 대답해주고는, 셋카와 나는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셋카.

어미에게 버림받은채 죽어가던 새끼여우였던 이 아이는, 어느새 이렇게 훌쩍 커버렸다.

처음 만난 날.

추위에 떨며 죽어가면서도, 나와 눈이 마주친 그 순간, 나는 망설임없이 셋카를 집으로 들였다.

무언가 이어진 느낌.

약하지만 실같은 것이 셋카와 나를 이은 느낌이었다.

인연이겠지.

셋카는 단순히 다른 여우들과 털의 색만 다른 것이 아니었다.

방금 일도 그렇듯, 어느새 셋카는 사냥에 있어서 나를 뛰어넘을 정도로 똑똑하고 영리한 녀석이었다.

저번의 사냥때는, 마치 나를 따라하듯, 숨조차 죽인채 눈 밑에 숨는 것을 보고 사실 셋카는 사람이 아닐까? 하고 착각할 정도였다.

산을 내려오며, 셋카를 본다.

아무리 똑똑해도 아직은 장난기가 가득한 셋카가, 어느새 눈을 뒹굴며 놀고 있었다.


"어이 셋카! 빨리 와! 안 그러면 두고 간다!"


내 장난스런 외침에, 귀를 쫑긋거리며 날 쳐다본 셋카는, 이내 강아지처럼 혀를 빼내고는 곧장 내게로 달려왔다.

.......

잠깐, 저건?

달려오는 셋카의 옆으로 무언가가 달려온다.

위험하다.

셋카는 나만 똑바로 보고 달려오느라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피해!!!!!"


크게 외치며, 곧장 셋카에게로 달려간다.

이대로 가다간 셋카가 크게 다칠지도 모른다.


뀌에에에에엑!


그 것이 괴성을 지른다.

차가운 공기를 몰아내듯 놈의 코와 입에서 김이 터져나온다.

멧돼지.

멧돼지가 셋카를 향해 엄니를 들이댄채 달려들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듣고서야 셋카가 고개를 돌렸다.


"셋카 안돼! 멈추면 안돼!"


내 바램과는 달리, 셋카는 너무 놀라 굳어버린 모양이었다.

눈이 자꾸만 뛰려는 발을 붙잡는다.

억지로라도 끌어당겨 셋카에게로 향한다.

셋카! 셋카!!!!!

딱 한순간.

멧돼지와 나는 거의 동시에 셋카에게 도달했다.

단 한순간이라도 좋다.

더 빨리.

내가 더 빨리!!!!!!!!!!!!!!!


뻐어억!


커다란 소리가 났다.


어.....뭐지?

아주 잠깐이었지만, 하늘을 날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몸이 제멋대로 튀어오른채, 이내 다시 땅으로 떨어진다.

아프다.

아니, 단순히 아픈 수준이 아니다.

엄청난 충격에 순식간에 의식이 떠나기 시작했다.

마치 배가 뚫려버린듯한 고통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셋카, 셋카는...

셋카는 어떻게 된거지.

의식의 끄트머리를 억지로 붙잡고 찾는다.

셋카야....

셋카야!....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자, 겨우 보인다.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이다.

의식이 끊겼다.








----------------------------------




진짜 미안, 내일 일가야 돼서 여기까지 밖에 못쓰겠음.

꼭 써옴, 진짜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