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yandere/24568511



아빠?

누워있는 아빠를 본다.

한순간이지만 어지러웠다.

나를 보고서는 안심한듯 눈을 감는 아빠의 모습이 천천히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잠에 드는 것이 아니다.

무섭다.

하얀 설원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이 아빠의 몸에서 나오고 있다.

아빠....

아빠....!

미친듯이 아빠에게 달려갔다.

아빠?

아빠 일어나...

언제나 그랬듯, 일어났었다.

코로 얼굴을 부빌때마다, 간지럽다며 웃으면서 일어났었다.

일어나지 않는다.

앞발로 밀어도, 뺨이 축축해질 정도로 핥아도 아빠는 그대로였다.

거짓말 하지마....

아빠, 일어나!

귀가 아플정도로 짖었다.

하지만 아빠는 표정 하나 없이 그저 눈을 감고 있었다.

.........아빠.


아빠!!!!!!!!!!!!!!!!





푸르르....뀌익...뀌익...



............................

.................................

.........................너.

너 때문이야.

뒤를 쳐다보았다.

뒤룩 뒤룩 굴리는 그 역겨운 눈을 마주보았다.

아빠를 친것도 모자라, 나에게 까지 엄니를 드러내는 이 벌레가....

이 오물 때문에, 아빠가!

너....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너 같은건...!!!!!!!!!!!!!!!!!



죽어 버려어어!!!!!!!!!!!!!!!!!!!!!!!!!!!!!!!!!!!!!!!!!!!!!!!!!!!!!!!!!!!!!!!!!!!!!!!!!!!!!!!!!!!!!!!!!!


화륵!


뀌에에에에이익?!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화롯불처럼 몸 속 깊은곳에서 끓어나오는 이상한 기운이 내 몸 밖으로 튀어나와, 푸른 불꽃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본능 같은 것이었을까?

나는, 그 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꼬리의 끝을 멧돼지로 향하자 불이 쏘아진다.

그러자 날아가는 불은, 이내 그대로 멧돼지에게 명중한채, 이내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꿰에에에에에에에에엑!??!?!?!?!?



엄청난 비명과 함께 멧돼지가 눈을 구른다.

몸에 붙은 불을 끄려는듯 온 몸을 파묻으며 난동을 부렸다.

하지만 불은 꺼질 생각은 커녕 오히려 돼지의 속을 파먹으며 더욱 그 덩치를 불려나갔다.

그래, 타라.

활활 타라!!!!!

타서 잿더미가 되버려라!!!!!!

나의 생각이 의지가 되어 불을 키운다.


께이익....껙....


불쾌하게 타는 냄새가 잦아들때쯤, 멧돼지의 숨도 끊어진다.

끝이다.

멧돼지가 불타죽는 사이, 나는 다시금 아빠의 곁으로 가, 아빠의 얼굴에 코를 대었다.

혹시라도 싶어 끙끙대며, 아빠를 깨워보지만, 여전히 아빠는 움직이지 않았다.

싫어.

아빠가 떠나는 건 싫어....

제발 떠나지 말아줘 아빠...

제발.....

제발..................

그저 간절한 마음으로, 아빠를 찾았다.














아아....

꼬리에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였을까.

두개가 된 꼬리중의 하나가 서서히 밝아진다.

빛처럼 밝게 타오르는 꼬리.

그 빛은 따뜻하면서도, 알 수 없이 차가운 느낌이었다.

어쩌면 이것을...

나는 그저 본능적으로 그 빛이 나는 꼬리를 아빠의 위에 얹었다.

스며들기 시작했다.

어쩌면....정말 어쩌면....

그 작은 믿음으로 나는 아빠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렸다.
















-------------------------------






"으읍, 쿨럭?!"


정신을 잃었던 것일까?

눈을 뜨자마자 폐를 찌르는 고통에 기침이 절로 터져나왔다.

욱신거리는 몸.

토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이 어지러운 머리.

비명을 지르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보니, 이미 산은 땅거미가 내려앉아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난 어떻게 된거지?

분명 셋카에게 멧돼지가 달려들기에, 그걸 막으려고 달리던 것 까지는 기억이 난다.

설마 치였던 건....가?


"으윽?!"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시 두통이 심해지자, 저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나온다.

셋카는? 셋카는 어떻게 됬지?

그 와중에도 혹시, 멧돼지가 셋카마저 해쳤을까 겁이 났다.

그제서야 황급히 주변을 둘러본다.

셋카는?!


"셋카!...셋카야?"


다행히도 셋카는, 무사한지 바로 앞에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던가.

얼마나 정신이 없는 것인지, 바로 앞에 있으면서도 셋카를 찾고 있었다니.

그런데 셋카의 표정이 제법 이상하다.

엄청 놀랐다는 듯이, 입을 떠억 벌린채 그저 날 보고 있다.


"셋카? 우와악?!"


그것도 잠시, 갑자기 셋카가 날듯이 내 머리로 달려들었다.

갑자기 무슨 짓을?!


캥! 캥! 캥! 캥! 캥캥!!!


"뭐,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 으악 셋카야! 그만 핥아 그만! 우아아악 침 범벅이잖아!?!"


알 수없는 셋카의 애정 공세에 온 얼굴이 침으로 그득해지기 시작한다.

갑자기 얘는 왜 그러는 거야?

그보다, 멧돼지는 어디로 갔지?

도저히 영문을 모를 상황속에서 셋카를 들어 겨우 옆으로 떼어낸다.


콩콩콩콩!


"알았어, 알았어. 괜찮아."


떼어내자마자 불안한지, 내 주변을 정신없이 돌기 시작하는 셋카를 진정시키며, 몸을 일으켰다.

아직 몸은 말이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걸을 수준은 되는지 발에는 힘이 들어온다.



.......




....축축한 느낌이 배에 가득하다.

오랫동안 누워있던 탓에 옷이 젖은 것이라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붉은 것이었다.

피다.

비릿한 향기가 코를 타고 느껴지고 있었다.

혹시 나에게 나온건가 싶어, 배를 만져보지만 상처가 만져지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이 피는 어디서 나온거지?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누워있었던 자리에는 나에게서 나왔다기에는 믿기지 않을 수준의 피가 번져있었다.

도대체....


"읏?!"


찌릿한 느낌.

흐릿하던 기억의 일부가 편린처럼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확실하지 않았던 기억.

그것은 분명 멧돼지에게서 부딪히던 순간이다.

땅에 곤두박질 치며, 내게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죽음.

확실하게 나는 죽었다.

상식적으로 달려드는 멧돼지에게 치여, 살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면, 어째서 나는 살아있는 거지?

우연히 살았다기에는, 내 주변에 번져있는 많은 양의 피가 그 생각을 부정한다.

그렇다면.....


캥캥!


셋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셋카를 바라보자, 그제서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셋카의 꼬리.

언제부터인가 셋카의 꼬리는 두 개가 되어있었다.







-------------------------------------------------





풍덩!


"우아앗! 셋카! 제발 좀! 목욕할 땐 가만히 있어!"


캥!


목욕통에 뛰어들어 물을 잔뜩 튀기는 셋카에게 소리친다.

하지만 이 녀석, 역시나 듣는 척도 안한다.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평소보다 두배는 더 발광을 하는 셋카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쉰 나는, 다시금 뜨거운 물에 몸을 기댄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요호(妖狐)....라....

셋카는 아무래도 요호인 모양이었다.

요호.

그 중 가장 유명한 대요호(大妖狐)는 사냥꾼들은 물론, 사람이라면 안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요괴였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잡아먹고, 나라를 몇 개는 불태워버린 흉악한 존재.

그것이 불을 뿌릴때 나타나는 아홉개의 꼬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를 자아내게 하였으며, 숨을 내쉬는 것 만으로도 생명은 썩고, 부패가 들끓는다.

그 영향으로, 들이든 숲이든 여우란 여우는 사람들이 싹다 잡아 죽였다고 했었나....

그 생각이 들어 복잡한 표정으로 셋카를 보았다.


콩?


내 표정을 읽은 것일까.

한창 물장구를 치던 셋카가 무슨 일 있어? 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셋카는....그래 그냥 셋카야.

그저 내게는 영리하고 귀여운 여우일 뿐, 셋카는 구전에서나 듣던 사악한 요호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지.


"아무 일도 없다 요녀석아."


촤악!


캑캑캑! 키야앙!


기습적으로 손에 물을 떠, 셋카의 얼굴에 뿌리자, 셋카가 기침을 몇번 하더니 이내 화난 표정으로 등을 돌려 토실한 엉덩이를 보였다.

삐졌다는 건가.

어이가 없어 웃음이 절로 나오려는데.


푸촤차자자자작!


"우와아아앗! 뒷발 공격은 반칙이다!"


캥캥~


갑자기 엄청난 기세로 뒷발을 튀기며 물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그 공세에 반격하기 위해, 나도 왕창 물을 셋카에게 뿌려댔고, 결국 우리의 전투는 목욕물의 절반이 사라질 때까지 반복되었다.






-------------------------------------------------





일하고 와서 쓰려니 피곤해서 그런가, 여전히 분량이 빈곤하네....

자고 일어나서 한 편 더 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