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yandere/24568511

2편 https://arca.live/b/yandere/24631987

3편 https://arca.live/b/yandere/24668236



"자, 그럼 출발하기 전에 점검먼저 해볼까?"


캥!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

이제는 하나의 일상처럼 사냥을 하러 나서기 전, 셋카를 마주보며, 늘 해왔던 것을 시작한다.


"활!"


캉캉!


내 말에, 셋카의 앞발이 내 허리에 메인 활로 향한다.


"화살!"


캉캉!


셋카가 활 옆에 매달은 화살통으로 발을 옮겼다.


"천막!"


캉캉!


"모포!"


캉캉!


"해체칼!"


캉캉!


그렇게, 수많은 장비들을 셋카의 검수와 더불어 철저히 챙긴다.


"좋아, 그러면 다 챙긴건가?"


그 말에, 셋카가 갑자기 고개를 젓기 시작했다.

어, 뭐지? 다 챙긴것 같은데.

셋카의 부정에 다시금 몸에 둘러맨 장비들을 하나 하나 보기 시작했다.

육포....물....칼....다 챙긴거 아닌가?

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셋카를 보자, 셋카가 폭 하고 한숨을 쉬더니 이내 앞발로 자신을 가리켰다.

아아~


"그건 당연히 챙겨야지! 가자 셋카!"


캉!


셋카와 나는, 당차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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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속으로 드는 생각이었다.

사냥을 나선지 서 너 시간정도 지났을까?

점심으로 먹기 위해 챙겨놓은 육포를 씹던 나는, 옆에서 같이 밥을 먹고 있는 셋카를 보았다.


왁, 와구. 쩝쩝...


셋카는, 미리 준비해둔 신선한 고기를 게걸스레 먹어치우고 있었다.


"흐으음...."


이상해, 이상해.

셋카가 오늘따라 이상하다.

평소와 다름없었을 사냥.

오늘도 전처럼, 누가 더 사냥을 잘 할지 내기했다만, 오늘의 결과는 조금 의문스러웠다.

시선을 조금 옮겨, 오전까지의 사냥 결과물을 본다.

다섯마리의 토끼가 죽 늘어진채, 밧줄에 매여있다.

이미 오늘 사냥으로서는 충분한 성과다.

조금 이르지만 집으로 돌아가도 될만큼 이번 사냥은 빠르게 마무리 지어졌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오전 오패라니, 조금 이상하지 않나?

다섯번의 사냥동안, 나는 시위에 채 활을 걸어보지도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토끼가 시야에 들어오는 족족, 셋카가 느닷없이 튀어나가더니, 엄청난 속도로 토끼를 채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보는 나는 마치, 굳이 '내가 안해도 된다' 라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

평소, 말은 안했지만, 이런 사냥 내기 따위, 마음만 먹으면 셋카가 무조건 이길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게 기회를 주듯이, 내가 화살을 쏜 뒤에야 튀어나갔었는데...

갑작스런 녀석의 변화에 나는, 잠시 생각하다 셋카에게 말을 걸었다.


"셋카야."


캉?


셋카를 부르자, 무슨 일이냐며 셋카가 곧장 나를 바라봤다.

맑게 빛나는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셋카도 나와 시선을 맞춘다.


"혹시 무슨 일 있니?"


내 물음에, 셋카는 잠시 생각하듯 살짝 귀를 내리고는 시선을 피했다.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는 것일까.

대답을 회피하는 셋카를 나는, 잠시 바라보다, 다시 육포를 입에 넣었다.

그래, 언젠가는 말해주겠지.

지금은, 그냥 넘어가주자.


"혹시라도, 말할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야 된다~"


캉캉!


내 말에 셋카가 맑은 소리로 답했다.


"아이고, 우리 셋카 덕에, 오늘은 집에서 쉬어야 겠네. 가자! 셋카야."


카응~ 캉캉캉!


집에 가는게 그리도 신날까?

전에는, 더 놀고 싶다고 눈에 드러누운 셋카를 질질 끌고가던 생각이 나, 퍽 웃음이 나왔다.


"대신, 오늘은 혼자 씻어야 된다! 치사하게 혼자 재미봤던 벌이야!"


캥?!


셋카의 경악서린 외침을 뒤로하고, 나는 셋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달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쩐지 조금은 어색한 기분이 든다.

언제나 해가 지기 시작할때쯤에야 집에 왔었는데, 이렇게나 집에 빨리온 것은 나로서도 처음이었다.

챙겼던 사냥도구들을 정리하고는, 다시 밖으로 나와,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토끼들을 능숙하게 해체한다.


부욱, 부욱.


살갗을 가르고 가죽을 벗긴다.

처음 사냥을 시작하며, 거북하게만 느껴졌던 것이, 어느새 익숙해진 걸까.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기와 가죽만을 남긴 토끼들을 챙긴 나는, 해체하며 나온 부산물들을 최대한 먼 곳에 버렸다.

겨울의 산짐승들은 숲의 먹이가 줄어 훨씬 사납고 집요하기 때문에, 괜히 흔적을 남겼다간, 집까지 찾아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피가 묻어 더러워진 손을 아직 완전히 얼지 않은 개울물에 씻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뭘 할까?

씻기에는 아직 일러도 너무 이른 시간.

이번 사냥에서는 딱히 피곤했던 일도 없어, 잠도 오지 않는다.

의자에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봤다.

....이렇게나 무료했던가.

천성이 사냥꾼이었던 나로써는, 이런 이른 휴식은 잘 맞지 않는듯, 나는 생각보다 깊이 찾아오는 공허함 속에서 그저 창가를 통해 밖을 바라본다.


캉!


"아, 셋카."


상념을 깨우는 앙칼진 소리가 들린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셋카가 마치 자신을 보라는 듯, 뒷발로만 굳건히 선채 날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짐짓 웃기면서도 진지해 보이자, 나도 모르게 시선을 완전히 뺏겨버렸다.


"풉...큼큼, 뭐하려고?"


캉캉! 쿄오옹!


내 말에, 셋카가 잘 보라는 듯이, 앞 발 하나를 자신의 가슴께에 대고는, 다른 앞 발은 앞으로 쭉 뻗는다.

그리고는 무언가 날아갈때 나는 소리를 내고는, 이내 저 멀리로 달려가서 화들짝 놀란 척을 하더니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쓰러진다.

아아, 이거.


"셋카야. 그거 지금 내 흉내내는 거니?"


캉캉!


"푸흣....하하하! 그렇네! 아하하하!"


제법 그럴듯 하다.

두발로 선채 앞발을 내밀고 있던 것은, 분명 활 시위를 당기는 내 모습을 흉내낸 것이었다.

심심해 보이는, 나를 위해 재롱을 부리는 셋카가 짐짓 기특해 보여, 녀석의 머리를 잔뜩 쓰다듬었다.


헥헥헥!


"고맙다, 셋카야. 좋아! 그럼 간만에 청소나 해볼까?"


의욕없이 그저 앉아만 있는 것은 역시, 셋카가 보기에도 나답지 않다.

그렇다면, 여태껏 미뤄왔던 청소를 하면 될 일이지.

나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이내, 켜켜히 쌓인 먼지와의 대 전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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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 지친다..."


땅거미가 내려앉을 동안, 집을 말끔히 청소해진 대가로, 완전히 녹초가 되버린 몸을 욕조에 담근다.


"우아아아.......이거지 이거지."


피로에 찌든 몸을 따듯하게 데워놨던 목욕물에 담그면 늘상처럼 절로 그 소리가 나와버리게 된다.

...조금은 아저씨 같으려나?

문득, 뺨에 느껴지는 덥수룩한 수염들을 긁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래보여도 아직 파릇한 총각인데...

다만, 시기를 놓쳐 가정을 만들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나는, 맑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슬슬, 올 때가 됬는데.

이 순간만큼은 죽어도 말을 듣지 않는 그 녀석.

내 생각이 끝나자 마자, 눈 앞에 하얀 물체가 멋지게 도약하더니 한 순간, 시간이 느려지는 것처럼 천천히 물로 떨어진다.

그게 온다.

왔다!


첨벙!


"푸화아아앗!"


콩콩콩콩!


언제나 최악의 다이빙으로 내 온 얼굴에 물을 뿌린 셋카가 내 앞에서 웃고 있다.


"우에엑! 코에 물 다 들어갔네! 셋카! 오늘은 혼자 씻으라고 했잖아!"


캥~


내 말에, 안 들린다는 듯 개헤엄으로 욕조를 누비는 셋카.

그 뻔뻔한 모습을 보며, 나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호오~ 그리 뻔뻔하게 나오겠다 이거지? 좋아, 이차전 시작이다!!!!!!"


코, 코옹!


막 헤엄치느라 막을 수 없어 당황하는 셋카의 얼굴에 멋들어지게 물이 적중한다.


캑캑캑!


"하하! 어떠냐!"


카아아앙!


내 호기로운 웃음에 반하듯, 셋카가 곧장 욕조의 끝을 잡고 내게서 뒤돌기 시작했다.

설마, 또 다시 반칙이냐!

저번에 봤던 셋카의 반칙성 발장구가 다시금 무시무시한 물보라가 되어, 내 얼굴을 사정없이 휘갈긴다.


푸촤차차차차착!


"푸케헵! 우아악! 크헙! 크헙! 무, 물이 계속!"


다시금 물튀기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물과 물을 뿌리는 잔혹한 싸움이 끝나고 다시 욕조의 물을 절반으로 만드는데 성공한 나와 셋카는, 어쩐지 더욱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갔다.


"흐에, 흐에엑...진짜 죽겠다."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 셋카의 몸도 말려준 뒤 침대에 날듯이 드러눕자 곧장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고요가 찾아온다.


....


..

..

.

내일은, 나도 좀 힘내서 잡아볼까.

문득 오늘의 사냥이 떠오르자, 괜히 주먹을 불끈 쥐게 되었다.

명색이 사냥꾼인데, 지고만 있을 수는 없지.

셋카가 사냥감을 찾는것보다 더 빨리 찾는다면, 내게도 기회는 있을 것이다.

수면에 빠져가면서도 그렇게 생각하던 차였다.


총총총총.


사뿐거리는 스텝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셋카?

혹시 내가 자고 있을까 싶어, 한층 더 조심스럽게 느껴지는 그 발소리는 점차 내가 있는 침실로 점차 가까워져오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잠은 혼자서도 잘 자던 아이였는데, 무엇이 불안한건지, 셋카가 찾아왔다.

......

자는 척 눈을 감았다.

조금은 치사할 행동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깨어있으면 이 아이가 오늘 보였던 이상행동들을 영영 나에게 숨길것 만 같아서였다.

미안해 셋카.

그렇게 속으로 되뇌이는 사이, 셋카가 조심스레 침대 위로 올라왔다.


사박, 사박.


이불을 밟으며 나는 소리도 크게만 들리는지, 셋카는 굉장히 느리게 다가왔다.

아침처럼 날 깨울듯이 뛰대던 장난스러움이 아닌, 그저 언제 왔는지도 모를만큼 조용히, 내 옆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새액.....새액...


뺨에 셋카의 숨결이 닿았다.

내가 자는지 아닌지 떠보는 걸까?

시선이 느껴진다.

열심히 자는 척을 해보지만, 셋카는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가....간지러워.

셋카의 숨결도 그렇지만, 그 주둥이에 달린 털들이 뺨을 미친듯이 간지럽히고 있었다.

참자, 참자, 참자!

씰룩거리는 입가를 초인적인 힘으로 참아내며, 필사적으로 자는 척을 유지한다.


.....끼잉.


한계까지 몰리며 터져나오려던 웃음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셋카에게서 나왔다기엔 너무나도 힘없는 소리.

마치 우는듯이, 낑낑거리는 셋카의 목소리는 처음 듣는 것이었다.

왜 그러는걸까.

순간 걱정이 앞선다.

어디가 아픈걸까?

아니면 뭔가가 무서운 걸까?

무섭다는 듯이, 새어나온 셋카의 그 주눅드는 목소리는 듣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철렁할 지경이었다.

더는 안되겠다.


"....셋카. 무슨 일 있니?"


캉?!


참다 못한 내가 눈을 뜨며 묻자, 셋카는 자는게 아니었냐는 듯이 화들짝 놀라, 침대 아래로 내려가려했다.

하지만, 내가 더 빨랐는지, 셋카의 앞발을 살짝 그러쥔 채, 나는 셋카에게 다시 말했다.


"셋카야, 괜찮아. 아빠 괜찮아."


아, 걱정되는 거구나.

눈을 보니 알 수 있었다.

셋카가 오늘 보였던 그 행동.

그것은 셋카가 나를 걱정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아마, 멧돼지를 만난 그 후부터 겠지.

셋카는 쓰러졌었던 나를 본 후로, 이리도 불안에 떠는 것이었다.

가여운 것.


끼이잉...


"그래, 셋카야. 그래 그래...아빠 괜찮아. 괜찮아."


내 말에, 셋카는 화등잔만해진 눈으로 멀뚱멀뚱 나를 보더니, 이내 천천히 내 품으로 들어와 아까처럼의 소리를 내뱉는다.

불안한듯, 잘게 떠는 그 몸을 쓸어내리며, 나는 셋카의 옆에 누워 아이가 잠들때까지 머리를 쓸어줬다.

셋카야, 미안해.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해.

셋카의 숨이 점차 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저 내가 옆에만 있어도 안심이 되는지, 잠에 든 셋카의 얼굴은 한결 편해진 표정이었다.

미안해, 미안해....

이미 잠든 셋카지만 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스윽, 스윽.


미안해.

셋카.

셋카를 처음 만난 날, 셋카와 나를 이어주는 실 같은 것이 보였다.

아주 예쁘고 아름다운 붉은 실.

지금도, 가끔이지만 나는 그 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실은......














끊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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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엔딩으로 끝낼거니까 걱정 마라.

물론, 얀챈에 썻던 것 중에서 해피 엔딩으로 끝낸게 한 편밖에 없지만, 아무튼 해피 엔딩일 거임.

내가 미쳤다고 갑자기 노선 틀어버리지 않는 한.


근데 플롯 짜놓은걸로 대충 보니까, 이거 대충 15편 20편 될거 같은데, 안 지루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