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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붑, 에부붑."


"굳이 그런 소리를 내야겠니?"


"히힝, 재밌잖아~"


젖은 셋카의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며 주고 받는 말이었다.

목욕이 끝나면 언제나 하는 일이었지만, 사람이 된 셋카와 씻는 것은 처음이었던지라, 셋카로서도 나로서도 나름 신선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아쉽다...아빠! 이 참에 욕조도 더 크게! 더 크~게 만들자!"


"다음에~ 자, 뒤 돌아봐. 꼬리 말려야지."


양 팔을 최대한 크게 벌리며 말하는 셋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자, 약간은 아쉬운 표정을 짓는 셋카가 순순히 등을 보인다.

셋카가 사람으로 변하며, 둘이 들어가기에는 욕탕이 너무 비좁아 졌기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아쉽기는 했지만, 결국 오늘은 따로 씻을수 밖에 없었던, 나와 셋카.

그렇다고 해봐야, 사람이 된지 만 하루도 되지 않은 얘가 어찌 혼자 씻을수 있겠는가.

결국 먼저 씻고 난 내가 씻겨주는 것으로, 마무리 되긴 했다만, 어쨋든 셋카는 같이 욕조에 들어가야지만 그 성미가 풀리는 듯 보였다.

뭇내 자꾸만 머리에 맴도는지, 욕조, 욕조 노래를 부르는 셋카의 모습에, 절로 튀어나오는 웃음을 뒤로하고 물을 잔뜩 먹어, 축 늘어져있는 꼬리들을 본다.


"후우..."


이제는 다섯 개로구나.

곧 들이닥칠 자신과의 싸움을 준비한다.

셋카의 풍성하고 윤기있는 꼬리를 만들기 위해서, 내가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그리 적지 않았다.

네 개를 전부 완벽히 말리는데 걸리는 시간만 한 시간.

그런데 이제는 다섯 개다.


"아빠, 힘들지? 그냥 내가 말릴테니까 수건 주..."


"무슨 소리!"


배려하는 건, 고맙지만 이건 오롯이 나의 시간이란다.

아무리 관리하는데 오래걸린다 해서, 이 신성한 행위가 귀찮거나 힘든 일이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 알았어. 아빠..."


내 이글거리는 눈을 보며, 셋카가 내밀었던 손을 천천히 거둔다.

좋아, 이제 슬슬 시작하자.

물기를 머금은 꼬리를 강하지 않은 힘으로 천천히 닦아낸다.


"으읏..."


말은 그렇게 했으면서도, 이 녀석...

천천히, 꼬리를 쓸어내리길 몇 분.

곧장 반응이 온다.

여우의 모습일 때도, 내가 한참 꼬리를 말리고 있던 참이면 꾸벅 꾸벅 졸던 녀석이었다.

지금도 닦아내고 있는 꼬리를 제외한 남은 네 개의, 꼬리가 내 앞에서 천천히 살랑거린다.

그렇게나 기분이 좋은걸까.

나름의 뿌듯함을 느끼며, 얼마나 닦아냈을까.


분투 끝에 꼬리 하나만 남겨놓은 상태에서, 셋카를 보니 역시나 졸고 있다.

목욕하면서 노곤해진 탓인지, 떨어지는 고개를 억지로 치켜올리지만, 다시 꾸벅거리며 졸기 시작하는 셋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졸리면, 자."


"으에? 아, 아냐! 아빠, 힘들텐데 내가 왜 자? 안 자!"


붉어진 얼굴로 아니라며, 귀를 파닥거리는 것이 뭇내 귀여워, 이마를 잔뜩 헝클어준다.


"침은 닦고 말하렴."


"브에?! 나 침 흘렸어? 쓰읍!"


입을 팔로 닦아내는 셋카.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홍당무처럼 붉어진 셋카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이래서 마을 아저씨들이 딸이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운거구나.

아빠가 최고라며, 앵겨붙는 딸을 보면 없던 힘도 솟아난다나.


확실히 지금 셋카를 보는 나로서는 그 아저씨들의 말이 백번공감이 간다.

아저씨들의 말이 맞아요.

역시 딸이 최고입니다.


'사춘기라는 유통기한이 있지만...' 이라고 씁쓸한 표정을 짓는 아저씨들은 기억에서 살포시 지워내자.


"하나 남았으니까, 다시 뒤돌아."


"에? 벌써 하나 밖에 안 남았어? 이제, 아빠 쉬어! 하나정도는 내가..."


"어허, 셋카는 이 아빠의 유일하고도 가장 행복한 순간을 뺏을 셈이니?"


"에에..."


어림도 없지.

결국, 투철한 장인 정신으로, 새로 생긴 다섯번째 꼬리마저 완벽한 상태로 만들고 나서야, 셋카는 내 손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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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가 참 절묘하다.

잠에 취한 눈을 간질이는, 햇살을 보며 드는 생각이었다.

쳐놓은 커튼의 틈새를 뚫고 정확히 눈만을 비추는 햇살.

덕분에, 나는 언제나 해가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눈을 뜰 수 있었다.


총총총총...


사뿐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오늘도 그건가.

이제는 듣는 것 만으로도 눈을 다시 감는다.

셋카는 알까?

이미 깨어도 한참 전에 깨어있지만, 굳이 깨워주기를 바래서, 자는 척하는 이 아비의 욕심을 용서하렴.

스텝을 밟듯이 총총거리는 발걸음이 멈춘다.

이제 곧, 뛰어오른다.

오늘도 완벽한 연기를 위해, 코를 살짝 고는 척 하고 있는 사이, 훌쩍 하며 바람을 타는 소리가 들린다.

왔다!

이제 셋카가 덮치면...


퍼억!


"아빠! 일어나!"


"푸허어어업!"


생각보다 육중한 무게가 하반신을 강타하며, 나도 모르게 괴상한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에?! 아, 아빠! 괜찮아?!"


예상못한 충격에 정신이 아찔하다.

그러고 보니, 사람이 되었었지...!

여우 때는 감당가능한 무게일지는 몰라도, 지금 셋카는 엄연히 사람의 몸.

무게에서부터 아득한 차이가 나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나의 패착이다...!

묵직한 무게로 찍어눌린탓에, 부들거리는 나를 보며 셋카가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아, 아빠! 정신좀 차려봐! 아빠!"


"흐...후후후후...괜찮다. 아빠는 괜찮아."


걱정하는 셋카에게 그저 조용히 엄지를 치켜 올려주었다.

그러니, 잠깐만 혼자 있게 해줄래?

셋카를 조용히 식탁으로 보낸, 나는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기 위해 한참동안 허리를 두들겼다.












"셋카, 여기에 앉으렴."


"에? 하지만 언제나 여기서 먹었는데?"


"이제, 여기에 앉으면 돼."


사람이니까.

바닥에 앉아있는 셋카의 옆구리를 들어 훌쩍 들어올린 내가, 식탁에 앉히자 셋카가 귀를 쫑긋거리며 말을 걸었다.


"그냥, 전처럼 먹으면 안돼? 아직 손 쓰는게 불편한데..."


"이제는 사람이니까, 사람처럼 먹는 것을 연습해보자."


그렇게 말하며, 접시를 두 개 놓았다.

그다지, 요리에 소질이 없어서 늘상 비슷한 음식들이지만, 오늘따라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토끼의 뒷다리를 셋카와 내 접시에 하나씩 놓는다.


"흠, 흠...이거, 아빠가 먹던 거지?"


"셋카도 먹었던 거야. 굽냐, 안 굽냐의 차이지만은."


"헤에..."


그렇게 말하며, 구운 고기에 코를 킁킁 거리는 셋카에게 식기를 건넸다.


"이게 숟가락, 이게 포크야."


어색하게 잡고 있는, 셋카의 자세를 조금 고쳐주고는, 곁들여 먹기 위해 으깨놓은 감자를 숟가락으로 뜨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손은 이렇게 쓰는거야. 이러면 감자를 뜰 수 있어."


"끄응, 어려워..."


무언가를 집는 행위 자체를 해본적이 없으니, 당연하게도 쉽지는 않았다.


숟가락을 제대로 집는데만 한참이 걸렸고, 감자를 뜨려하다가 놓쳐버려 어느새 식탁은 이리 저리 튄 감자들로 범벅이었다.

하지만, 셋카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 또한 셋카가 제대로 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줄 수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미 오후가 되었음에도 아직도 식탁에서 씨름을 하던 우리는, 드디어 셋카의 손에 자리를 잡은 숟가락을 바라보며, 환히 웃고 있었다.


"이렇게 쥐는거 맞지? 아빠 봤어?"


"물론이지. 그래도 셋카가 빨리 배워서 금방 끝났네."


감자를 떠내고도 흔들리지 않는, 셋카의 숟가락을 보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셋카는 환히 웃으며, 그 감자를 입으로 집어넣었다.

아, 다 식어서 그다지 맛 없을텐데.

감자는 물론, 고기도 다 식은지 오래다.

처음 먹는 사람의 식사인만큼, 최대한 나쁜 기억은 남기고 싶지 않았던지라, '다시 데워줄테니 기다려.' 라고 말하려는데.


"맛있어!"


셋카가, 접시를 가져가기도 전에, 숟가락으로 감자를 입에 쓸어담기 시작했다.


달그락, 달그락.


"맛있어! 맛있어!"


와구 와구.


입 안 가득 감자가 들어간다.

쉴틈 없이 오물거리던 셋카가, 감자를 전부 해치우고는 이번에는 고기를 양손에 잡은채 호쾌하게 입으로 뜯어냈다.


"이것도 맛있어!"


참, 맛있게 먹는다.

눈을 반짝거리며, 게걸스레 먹어치우는 셋카를 보니, 괜시리 나도 식욕이 도는 느낌이었다.

질리도록 먹어서, 분명 맛을 알고 있는데도, 이렇게 맛있게 먹으면...


"그럼 나도 먹어볼까!"


결국 참지 못하고, 셋카처럼 거칠게 고기를 뜯어낸다.

분명 맛은 여태처럼 똑같다.

하지만, 식욕이 이를 보정하는 것인지, 분명 식었음에도 맛있게 느껴지는 착각이 들었다.


"맛있어! 맛있어!"


"맛있다! 진짜 맛있다!"


식탁에서 '맛있어'가 연발한다.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두 걸신 덕에, 식탁은 지저분하다 못해 더러워진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저 이 순간 하나하나가 소중해서, 이 장면 하나하나가 너무 행복해서, 멈추지 않는다.


정말 최고의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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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카의 총총 스텝은, 말딸의 테이오 스텝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