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앵제국 해군기지인 요코스카항에는 조선인 출신 지휘관이 존재한다


조선어 이름은 김얀붕, 식민지출신중 군인으로서 최고로 높게 성공한 케이스가 바로 그였다

 

물론 그에게 항모나 전함같은 주력이라 할 수 있는 함선소녀는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식민지 출신 조선인을 함대의 지휘관 자리를 주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였다


얀붕이가 사관학교의 수석을 단 한번도 놓치치 않았을 정도로 뛰어난 인재였다는 것과 당시 식민지인들의 분노를 달래기 위한 정책이 진행중이였기에 그 일환으로 얀붕이에게 지휘관 자리를 맡긴것이다


그렇게 지휘관 자리에 오른 얀붕이였지만, 당연히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같은 해군 장성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은 이미 익숙해진 일이였지만, 직속 부하들인 함선소녀들까지 조선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퍼져있을 줄을 예상치 못했다


그녀들은 표면적으로는 업무에 대한 것과 지휘관의 지휘능력에 대해 반감을 삼았지만, 실제로는 얀붕이가 조선인이라는 것 자체에 반감의 근원이 깊숙히 자리잡고 있었다


처음에는 몇몇 함선소녀들이 함대에 배치 받은지 얼마 안된 초임지휘관인 얀붕이를 곤경에 빠트리기 위해서 호감이 있는 척 은근슬쩍 유혹하려했던 일도 있었다


유혹에 넘어가 손을 댄다면 그것을 빌미삼아 상부에 일러바쳐서 그를 쫒아내려 한 것이다


어차피 조선인이라 별로 상부에서도 좋아하지 않을테니 손쉽게 군에서 쫒아낼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정작 얀붕이는 함선소녀들의 유혹에도 돌부처마냥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함선소녀들은 대부분이 굉장한 미인이다, 내색하지는 않아도 그녀들은 스스로에게 나름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함선소녀들은 오히려 여자로서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분노하며 전략을 바꾸었다


함대의 부족한 재정문제를 빌미삼아 얀붕이의 무능함으로 몰고가려고 한 것이다


부족한 예산과 보급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것이 얀붕이의 잘못인 것 마냥 떠넘긴 것이였다


분명 함선소녀들의 보여온 행동들은 매우 무례한 것이였지만, 얀붕이는 그런 함선소녀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그녀들은 병기로 태어났지만 그 육신과 정신은 그저 인간 소녀일 뿐이다,   


그 운명을 얀붕이는 동정했고 자신의 손이 닿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사람으로서의 권리와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얀붕이 지혜를 짜내여 놀라운 속도로 함대의 재정 상황을 빠르게 호전시켜 가기 시작하였다


군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온갖 기발한 방법으로 예산을 마련하기 시작한 얀붕이, 


군납비리를 때려잡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여윳돈을 조금씩 불려나갔다  


얼마후 함선소녀들은 눈에 띄게 개선된 식사와 주거공간에 대해 그저 입을 꾹 다물 수 밖에 없었다


한때 특식이라고 아주 가끔씩만 나왔던 귀한 음식들이 뷔페식으로 매일매일 아침마다 나오고, 침구류도 마치 서양의 공주님들이나 쓸법한 고급스러운 것들로 바뀌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남는 예산으로 아예 돈까지 쥐어주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라고 외출까지 내보내주었다


내부의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개선을 하려하는 얀붕이, 어차피 그렇게 많은 수도 아니니 지휘관은 정기적으로 함선소녀들과 상담시간을 가지고자 했다


처음에는 뭘 이런 귀찮은 짓을 하느냐며 비아냥 거렸지만, 은연중에 슬쩍 흘린 요구사항들이 빠르게 반영되는 것을 보고 점점 평가가 바뀌었다


지휘관의 함선소녀들에 대한 헌신은 정말 눈에 보일정도로 진심이였고, 어느덧 함선소녀들 내부에서도 사실 지휘관이 조선인이라는 것만 빼면 제법 괜찮은 사람이 아니냐라는 말이 슬쩍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일련의 예로 함선소녀들은 지휘관과의 상담시간을 겉으로는 짜증난다, 귀찮다 하면서도 정작 그 시간을 남에게 내어주는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적어도 지휘관에 대한 편견이 적은 함선소녀들은 이제 어느정도 느낄 수 있었다


겉보기에는 여타 다른 중앵의 지휘관들처럼 함선소녀를 대하는 태도가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 숨겨진 따뜻함과 자상함은 결코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였다 


지휘관은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말수가 없어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매우 정이 넘치는 사람이였다


하지만 지휘관을 인정하지 않으려 애쓰는 파벌의 함선소녀들도 여전히 있었다


마치 아이가 때를 쓰는 것 마냥, 무작정 이유도 없이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것이였다


지휘관을 싫어하면서도 막상 정확히 무엇이 그리 싫은것인지는 자신들도 모른다


사실 자의건 타의건 간에 지휘관은 여자들이 득실거리는 폐쇄된 공간에서 사실상 유일한 남자였고, 


그것이 호감이건 혐오이건간에 지휘관에 대한 함선소녀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넘쳐날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녀들은 지휘관에 대한 관심을 솔직하지 못하게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관계가 지속되어가던 중, 결국 불화의 씨앗이 던져지고 말았다


예산이 두둑히 모인 얀붕이는 자체적으로 함대의 전력을 증강시키기 위해, 미완성 설계도를 구하여 자체적으로 함선소녀들을 탄생시키는 계획을 실행한 것이였다 

 

함선소녀들은 겉으로는 조선인 따위가 일본인 지휘관들조차 하지 못한 대업을 성공할 리가 없다고 비웃었지만 


한편 속으로는 만약 정말로 계획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어 계획함들이 태어나게 된다면 지휘관의 모든 관심이 그녀들에게로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거기다가 꼭 계획함들이 아니더라도 최근 들어오는 신병들은 지휘관이 조선인인 것에 그닥 반감을 느끼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분위기를 못 읽는 것인지, 은근슬쩍 지휘관에 대한 호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대로 가면 지휘관의 관심은 계획함과 신병들에게만 집중되고 자신들은 찬밥신세가 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몇달뒤, 지휘관은 보란듯이 2명의 계획함 함선소녀들을 탄생시켰다 


두 함선소녀에게는 각각 아즈마와 이부키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조선인인 얀붕이를 껄끄럽게 생각했던 상부조차 이번에는 직접 찾아와 노고를 치하할 정도로 대단한 업적이였다


그리고 얀붕이의 관심은 어느덧 자신이 탄생시킨 함선소녀들에게 많이 집중되었다


막 탄생한 소녀들인만큼 많은 케어가 필요한것이 당연한 것이였지만 함선소녀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품었던 불안감이 현실화 된 것이였다


함선소녀들은 영악하게도 새롭게 태어난 계획함들에게 질투심을 내비치거나 텃세를 부리는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행동이 지휘관의 관심만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대신에 그녀들에게 친한척 접근하며 지휘관을 싫어하게 만들도록 이간질했다


거기에다가 너희들은 대단한 스팩의 계획함인데 하필이면 조선인 따위에게 만들어져 흠이 되어버렸다며 정말 교묘하게 지휘관에 대한 혐오감을 조금씩 불어넣었다


군대는 폐쇄적인 공간이였고, 워낙에 주변인과 좋던 싫던 밀접한 관계를 가져야 하는 만큼, 두명의 계획함 함선소녀들은 그녀들에게 휩쓸려 어느덧 그들과 함께 지휘관을 배척하기 시작했다


신병들도 선배들의 분위기에 휩쓸리며 자기도 모르게 지휘관을 혐오하는 분위기에 조금씩 물들어갔다


거기다가 설상가상으로 조선인 독립단체가 중앵과의 본격적인 충돌에 들어서며, 중앵측에 많은 사상자가 나오는 일이 발생했다 


국수주의와 민족주의의 물결은 이미 중앵을 완전히 잠식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그 분노의 화살이 조선인인 지휘관에게 돌아갔다 


사람이란것이 워낙에 간사한 것인지, 지휘관이 자기네들을 위해 애썼던 사실까지 잊고 어느덧 다같이 분위기에 동화되어, 한때 잊고 있었던 조선인이라는 것에 대한 반감이 되살아 난 것이였다


대체 왜 우리가 중앵인이 아닌 조선인 따위를 지휘관으로 모셔야 하는가,


예전부터 품어왔던 의문이 꿈틀거리며 기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지휘관에 대한 함선소녀들의 명령불복종과 반감은 끝없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사실 어쩌면 함선소녀들에게 지휘관이란 이솝우화의 신 포도와도 같았다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손에 닿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먹지도 못하는 신것이라고 비웃으며 자기위안을 하는 것이다


속으로는 그 포도알이 탐스러워 보여 침을 꼴깍 삼키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본심이 무엇이건간에 함선소녀들은 지휘관을 혐오하면서도 정작 지휘관이 자신들을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 안일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941년 12월, 끊임없이 팽창해가며 아시아를 집어삼키려 하는 중앵제국은 유니온 함대에 전면적인 기습공격을 가하며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이 아슬아슬한 관계의 종말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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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2월 트럭섬 공습, 중앵의 중태평양 상실,


1944년 6월 필리핀 해 해전, 연합함대 항모 기동부대 괴멸,


1944년 10월 레이테 만 해전, 연합함대 주력 붕괴,


1945년 2월 이오지마 전투, 중앵 본토 오키나와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 함락됨


전쟁은 끝없이 중앵에 암울한 소식만을 전해주었다


이미 중앵의 수도는 유니온의 폭격으로 불바다가 되어버렸고, 이제 유니온은 중앵 본토 상륙을 계획하고 있었다


얀붕이가 지휘하는 함대는 지금까지 많은 전과를 세우면서도 1척의 손상도 없이 지금껏 전쟁을 견뎌왔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부에서는 더더욱 무리한 작전을 요구했고, 급기야 이런 어이없는 작전까지 하달한 것이다


결호작전, 간결히 말하자면 카미카제 특공대와 함께 잔존한 함선소녀들까지 반 자살돌격을 시키겠다는 것이였다


유니온의 힘을 조금이라도 빼놓아서 중앵 본토에 상륙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주저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이였다


그리하면 유니온이 협상테이블에 나올 것이라는 안이하고 어리석은 기대를 걸면서 말이다


당연히 함선소녀들은 크게 동요했다, 싸우라는 명령은 얼마던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것은 그냥 가서 개죽음 당하라는 소리였다


작전도 무엇도 아니다, 그저 총알받이일뿐, 어떤 의미도 영광도 없었다


그렇게 함대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흐르고, 어느덧 작전의 개시일이 점점 다가왔다


작전을 위해 출항하기 전날 늦은 밤, 얀붕이를 찾아온 함선소녀가 있었다


윤기나는 검은 머리, 새침한 인상과 더불에 길게 자란 뿔이 인상적인 소녀, 


그의 2개의 수뢰전대중 하나의 기함을 맡고 있는 소녀인 노시로였다


지휘관인 얀붕이에게 가장 큰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함선소녀, 그녀가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싫어했는지는 그도 잘 모른다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냉막한 인상의 그녀였지만, 오늘은 어쩐지 눈가가 살짝 빨갛고, 약간이나마 부어있었다


지휘관은 속으로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였으니까


그녀도 알고 있엇던 것이다, 곧 자신과 함선소녀들은 개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가 찾아온 이유는 다름아닌 지휘관에게 원망과 비아냥을 쏟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리해도 그가 자신을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지휘관이 원망스러워요, 전쟁기간 내내, 상부의 명령은 잘 듣지도 않았던 주제에.............. 


이런 정말 말도 안되는 작전은 잘도 듣는군요, 하긴 당신입장에서도 속이 후련하겠죠?


말도 안듣는데다가 조선인이라고 무시하던 건방진년들을 한방에 수장시킬 수 있게 되었으니까"


지휘관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도 자신의 대답을 들으려고 한 말은 아니니까


"전쟁이 유니온의 승리로 끝나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죠? 


중앵이 무너지면 당신네 나라는 독립을 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래도 전.............."


무언가 말하다 말고 입을 다무는 노시로,


"아니예요 됐어요................ 나는 이런 인간이 그동안 뭐가 좋다고.............."   


마지막 말은 지휘관에게 들리지 않았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지휘관실을 떠나가는 노시로, 


그 순간, 계속 침묵하고 있던 지휘관이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라 노시로, 너는 결코 죽지 않을것이다, 


너 뿐만이 아니라 모두들 함께 살아서 종전을 맞이할 것이다"


"하, 마음만이라도 아주 고맙네요"


살아서 돌아간다고? 유니온이 가진 전력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그가 이런 얼토당토 안되는 소리를 해대니 어이가 없었다


신경질적으로 대답하고 노시로는 문을 쾅 소리가 나게 세게 닫는다


그리고 문밖으로 들려오는 희미하게 들려오는 흐느끼는 소리,


지휘관은 그런 그녀의 마지막 뒷모습을 눈에 새기며 그저 단단히 닫힌 문을 바라만 볼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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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일, 함선소녀들의 분위기는 당연히 초상집이였다


수평선을 도배할 정도로 우글거리는 유니온의 함대와 전면전을 펼쳐야 한다,


말이 전투지 그냥 개죽음일 뿐이다, 갓난아기의 손을 비트는 것 보다 쉬운 싸움이다


몇몇 함선소녀들은 이미 채념했고, 어떤 소녀들은 해군본부와 지휘관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나마 동료들과 함께이니 외로운 죽음은 아니라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그렇게 죽음의 출항을 시작한 함선소녀들, 얄굳게도 폭풍우까지 치고 있다


삼일에 걸쳐 작전지역에 도착한 함선소녀들은 긴장된 가운데, 색적을 하며 최후의 일전을 준비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야 할 유니온의 함대가 나타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함을 느껴 함재기로 정찰까지 보내보았지만, 근방에는 유니온의 함대는 커녕, 어선하나 보이지 않았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 함선소녀들, 급기야 해역의 좌표까지 다시 확인해 보지만 정확히 맞는 곳이였다


지휘관이 있는 본부에 수신을 해 보았지만 대답이 전혀 없다, 


결국 작전지에서 이틀을 더 기다린 끝에 간신히 다시 연결된 무전, 놀랍게도 무전을 보낸것은 지휘관이 아니였다


그는 다른 상급부대의 지휘관이였다, 그리고 더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다음 말이였다


유니온과의 전투는 이미 종료되었다는것, 


또한 그녀들의 지휘관이 거짓 좌표를 함선소녀들에게 알려주어 의도적으로 전투를 회피하게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현재 지휘관은 명령불복종에 의해, 헌병에게 체포되어 해군본부로 끌려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였다


함선소녀들은 모항에 귀환할 때까지 무거운 침묵을 지키며 혼란스러워했다, 


죽음을 피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자신들이 평소에 그렇게나 깔보고 경멸했던 지휘관이 스스로를 희생하여 모두를 구했다는 것에 말이다


모항에 도착한 함선소녀들은 즉시 지휘관실로 달려가 보았지만 당연히 그곳은 텅 비어있을 뿐이였다


무언가 부서지거나 망가진 것조차 보이지 않는다, 


지휘관은 자신을 잡으러 온 헌병들에게 일체의 반항없이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적막한 지휘관실은 그제야 그녀들에게 현실을 알려주었다


이것으로 지휘관과 그녀들간의 인연은 끊어졌다고 말이다


망연자실해하는 함선소녀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녀들은 영원히 지휘관가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뒤 알게 된 또하나의 소식,


그 내용은 지휘관이 이등병으로 강등당해 오키나와 전선에 보내졌다는 것,


육상전에는 문외한 그녀들이라도 대충이나마 알 수 있었다


유니온에게 완전히 포위당한 그 섬은 보나마나 지옥의 전장이 될 것을 말이다 


함선소녀들은 상부에 끊임없이 연락을 보내어 지휘관을 사면에 달라고 간청했지만, 


그가 조선인이라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전시에 항명죄를 지은 범죄자를 풀어달라는 것은 정말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였다 


그녀들이 그렇게나 밥먹듯이 저질렀던 항명죄는 사실 즉결처분에 준하는 중죄였다


그제서야 함선소녀들은 지휘관이 평소에 얼마나 그녀들에게 많은 것을 양보했는지 깨닫았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듯 지휘관에게 저질러왔던 수많은 잘못들이 하나둘씩 떠오르며 그녀들의 목을 죄어오기 시작했다


멸망해가는 조국,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험들, 


하지만 그러한 와중에도 지휘관이 있었기에 그녀들은 전쟁의 참화에서 어느정도 몸을 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텅 비어버린 지휘관의 빈 자리가 그렇게나 두려울 수 없었다 


외딴 세상에 홀로 떨어진듯한 두려움이 그녀들을 지배한다  


더 이상 아무도 그녀들을 진심으로 위하고 그녀들을 지키려 하지 않는다


몰락해가는 제국은 그녀들의 자칭 명예로운 죽음을 원할 뿐이다


그 막연한 두려움에 함선소녀들은 어머니를 찾는 어린아이먀냥 지휘관을 흔적을 찾아 해매었다


그러던 도중 간신히 발견하게 된, 지휘관이 마지막으로 그녀들에게 남긴 메세지,


그것을 읽은 함선소녀들을 안도하며, 감사해하며, 슬퍼하며, 자책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그가 남긴 마지막 유지, 그것은 오로지 그녀들을 걱정하며 앞으로 그녀들이 살아남기 위해 취해야 할 방법들에 대해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써놓은 것이였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답답할 정도로 미련하고 또 좋은 사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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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마의 독백)


1945년 8월, 마침내 저희 중앵은 패망했습니다  

  

2발의 원자탄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되고 결국 무조건 항복으로 전쟁을 종결되었지요


극동아시아에 전범회의에서  수많은 중앵의 군인들과 함선소녀들이 전범 혐의로 사형이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저희 요코스카항의 함선소녀들은 결국 전쟁의 끝까지 살아남았습니다


지휘관님이 끌려가시기 전에, 종전까지 유니온 공군으로부터 함대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여러가지 준비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정부인사들이 대거 물갈이를 당한 현 상황, 


중앵을 지배하게 된 유니온은 놀랍게도 저희 요코스카항 출신 함선 소녀들에게 주요 행정업무를 맡기기로 했습니다


비밀리에 알아본 결과, 유니온이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가 두가지 있었습니다,


첫째는 정치에 무관했던 함선소녀들이니 허튼짓을 덜 할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고, 둘째로는 의외로 유니온 군대가 요코스카항의 함선소녀에게 호의적이였기 때문이였습니다


저희 중앵의 군은 제네바 협약를 너무 많이 어겨왔지만 적어도 지휘관님은 우리 요코스카 항의 함선소녀들에게 철저히 제네바 협약을 준수하도록 강요했습니다


유니온 함선소녀들이나 병사 포로를 결코 학대하는 일이 없도록 하였고 최대한 잘 보살펴 주었지요


너무 잘 보살펴 준 나머지, 함선소녀들이 지휘관에게 중앵 지휘관이 아니라 유니온 지휘관이냐고 비아냥 거릴정도로 말이죠,


네 맞아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부끄럽게도 말이죠...............


결과적으로 이런한 지휘관님의 판단은 아주 현명한 판단이였습니다,


워낙 막장으로 포로에 대한 학대와 학살을 서슴치 않았던 중앵의 군대였던 만큼, 오히려 저희 요코스카항의 함선소녀들은 유니온의 큰 호의를 사게 된 것이지요


그러한 포로들의 증언이 있었기에 저희 요코스카 항의 함선소녀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한가지 너무나 두려웠던 것은 사실 제가 해체당할 뻔 했다는 것이였습니다

 

저는 본격적인 대형함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현 중앵에 남아있는 가장 강력한 함선소녀중 하나입니다


분명 유니온의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지켜봐야 할 후환이겠지요


그런 저를 살린것은 다름아닌 저희 요코스카 항의 포로들이였습니다, 


그들의 지휘관님과 더불어 저희를 열렬히 변호했기에 유니온 수뇌부에서 저를 해체하는 대신, 이렇게 행정업무를 맡게 한 것입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새롭게 수립된 신 중앵정부의 수장은 바로 저, 아즈마가 맞게 되었습니다


함선소녀가 국가의 수장을 맡게 된 일은 여태 아이리스 공화국을 제외하면 단 한번도 없던 이례적인 일입니다


저는 지휘관님에게 세번이나 목숨을 빚졌습니다,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는 실패작이였던 저를 지휘관님은 눈여겨보고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셨습니다


스스로를 파멸시켜 가면서까지 저희를 전쟁의 포화로부터 끝끝내 지켜내셨습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당신의 유지가 또 한번 저를 지켜주었습니다


그렇게나 많은 것을 해 주셨는데..................그런데 저는....................


제가 지휘관님께 그동안 드린것이라고는 모진말과 상처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단지 조선인이였단 이유 하나만을 가지고 말이죠


한때 저는 제 스스로가 모든게 완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일한 오점은 조선인 지휘관에게서 태어났다는 것, 그것이 저의 유일한 치부라 여겼습니다


그렇기에 지휘관을 항상 원망했습니다, 왜 당신따위가 나를 만든거냐고 말이죠


중앵인 지휘관에게서 태어났다면, 완벽했을것이라고 저는 스스로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답은 지휘관님이 저희의 곁에서 사라지시고 나서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 따위는 애초에 완벽한 것이 전혀 아니였습니다


지휘관님이 없으면 저 따위는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이였습니다


그가 사라지고 난 이후, 저는 이 세상에서 가치를 잃었습니다


그저 망가져 써먹지도 못할 실패작일 뿐입니다


이 실패작을 고쳐서 사용할 수 있는 분은 오직 이 세상에 지휘관님 한 분뿐,   


그러니 부탁드려요 지휘관님, 제발 다시 돌아와주세요


뻔뻔하다고 욕하셔도 좋으니, 경멸하고 꾸짖으셔도 좋으니,


제발 돌아오셔서 망가진 저를 다시 고쳐주세요, 


이 세상에 버려진 저를 다시 사용해주세요


당신이 없는 이 세상은 이미 망가져버린 제게 있어서 그저 지옥일 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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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로의 독백)


지휘관님이 마지막으로 있었다는 오키나와, 저는 용기를 내어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원주민들이 부르기를 철의 폭풍이라고 했던 이곳의 끔찍했던 전투, 분명 이 자리에 지휘관님은 있었을 것입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남아있는 참상들이 저의 심장을 따끔거리게 합니다


화염방사기에 잔뜩 그을린 동굴들, 여전히 남아있는 핏자국들과 환청처럼 들려오는 성난 목소리들,


이런 열악한 곳에서, 이런 잔혹한 곳에서, 지휘관님은 그 최후를 맞이한 것입니다


그의 목숨값으로, 그의 핏값으로 저희 모두를 구한것입니다


과거의 저는 지휘관을 겁쟁이라 여겼습니다


용감한 싸움을 피하고, 비열한 승리만 거머쥘 줄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은연중에 그가 조선인이였다는 것으로 그를 경멸했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용감한 것을 좋아하고, 죽음앞에서 당당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던 저였는데,


막상 상부에서 죽으라고 하니,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저 차가운 바다아래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것이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결국 겁쟁이는 지휘관님이 아니라 저였습니다


죽음이 두려워 지휘관님을 찾아가 아이처럼 투정을 부렸습니다


만약, 만약에 제가 그를 찾아가 그런 투정을 부리지 않았다면, 지휘관님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지 않았까요?


아하하............지휘관님이 보시기에 저의 모습이 얼마나 한심했을까요?


평소에 건방이란 건방은 다 떨어놓은 주제에, 경멸이란 경멸은 다 표출했던 주제에,


위험한 임무를 주었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아이마냥 떼를 썼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지휘관은 그런 저도 살리고자 하셨습니다


이런 저도 부하라면서 끝까지 감싸안아 주셨습니다


두려움에 가득차 떨리는 제 목소리를 결코 무시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 따뜻함에, 그 자애로움에, 저는 너무나 감사하고 죄송스러워 감히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또다시 눈물샘이 고장이 난 듯이 멈추지 않고 자꾸 볼을 타고 내려옵니다


또 그날처럼, 아이처럼 엉엉 우는것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울 자격따위는 저에게 하나도 없는데, 지휘관님이 보신다면 그저 역겹게만 느껴질텐데도,


이렇게라도 한번씩 쏟아내지 않으면 심장의 이 찌릿거림이 너무나 아파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신이 존재해서 정말로 단 한번만이라도 제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휘관님에게 못다한 말들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당신의 헌신에 너무 감사했고 동시에 그런 당신의 호의를 배신해서 너무나 죄송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당신을 경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속 깊숙한 곳에서 당신에 대한 두근거림과 연모를 남몰래 키워나가고 있었다고 말입니다   











좆망겜 복귀기념 소설


다음화는 내일쯤 올리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