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저를 혼자 여기에 두고 가셨나요? '


비가 질척 질척 내리던 날.

아무도 나를 찾아주지 않았던 날.

그렇게 비로인해 차가워진 땅에 나의 온기라도 나눠주고 죽자고 마음을 먹었던 날.


" ...하아.. 찾았다. "


언제나 혼자 있기를 원했던 나의 옆으로 끈덕지게 따라붙던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자칭 오라버니란 자가 지붕에 구멍이 숭숭 뚫린 헤진 창고의 문을 벌컥 열고는 숨을 헐떡이며 들어와 말하는게 보였다.


바보같아. 저게 뭐람.. 말 그대로 물에 젖은 개꼴이잖아. 거기다.. 거기다.. 그의 모습은.


" 치사한 것들이 말이야. 숨겨놓을 것이면 제대로 숨겨놓지. 기다렸지.. 미아? "
" 너는 언제나 멍청한 꼴이네. "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아이들과 큰 싸움이라도 한 듯 어디 한 곳 성한 곳이 없다.

그가 자랑하던 금발의 머리는 빛을 잃었으며 오른쪽 볼은 퍼렁게 멍이들어있고 옷은 땅에서 굴렀는데다가 비까지 맞아 꾀죄죄한 모습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나에게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 너는 이라니. 오라버니라니까. 내가 우리 고아원에서 네 오빠라고 한거니까! "

" 지켜주지도 못했잖아. "


나의 물음에 그는 나의 몸을 묶은 줄을 풀다가 멈췄고 잠시간의 침묵 후 8살이란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진중한 목소리로 내게 답을 해온다.


" ...미안해. "


그런 그의 모습에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워 그를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니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나의 줄을 말 없이 풀었다.

그러자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올리며 내게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일어서서는 나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 하지만 절대 너를 끝까지 혼자두지는 않아. 지금처럼 마지막에는 네게 손을 내밀꺼야. "


그렇게 말하는 그의 말이 너무 따스하고 또 따스하여 나도 모르게 그의 손을 맞잡았고 그는 그런 나의 손을 힘 있게 꽉 쥐더니 일으켜세워주며 말했다.


" 미아, 너는 내 여동생이야. 피가 섞이지 않았더라도 너는 누가 뭐래도 내 여동생이야. 아무리 어머니와 아버지가 너와 나를 버렸다고 하더라도. 너는 내 여동생이야. "


유망한 귀족가의 아버지는 이미 결혼을 하여 오라버니인 얀델 아르덴을 얻었고, 그런 와중에 바람이 나 나의 어머니를 만나 나를 낳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가문도 워낙 큰 가문이라 아버지의 가문에 얀델 아르덴을 버리라하였고 그와 함께 나도 당연히 버려졌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우리를 낳은 적이 없던 것으로 하고 자신들의 인생을 살아가게 되었지.

어찌보면 모두 그 발정난 아버지란 작자 때문인것이지만 얀델 아르덴의 입장으로써는 나도 무척이나 증오스러울 것이다.

내가 태어남으로 인해 그도 버려진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는 고아원에서 혼자있는 나의 옆으로 항상 먼저다가와주었고 따돌림 당하는 나의 편에 홀로 서서 끝까지 나의 편으로 있어주었다.


그리고.. 이런 날에까지. 그는 나를 찾으러와주었다.


" 분명 선생님이 한 번만 더 허락없이 나가면 쫒아낼꺼라 했잖아. "


나의 물음에 얀델 아르덴은 자신의 겉옷을 벗어 나의 머리에 씌워주듯 하고는 자신은 반나체상태로 있어보이더니 씩 웃어보였다.


" 나만 쫒겨나면 정말 다행이지. 너라도 남아있다면 괜찮아. 왜냐면 나는 남자니까 혼자서도 버텨낼 수 있다고! "


진심으로 말하는 것임이 그의 눈빛에서부터 느껴진다. 행동으로부터 느껴져. 그의 목소리의 따스함으로부터 느껴져..!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나 답답하고 짜증나고 슬퍼서 소리쳤다


" 바보인거야?! "

" 엥? "

" 멍청이인거야? 아니면 그냥 병신인거야?! "

" 왜, 왜 울어 미아..! 내가 뭐 말 잘못했어? 아...으.. 미안해.. "


그런 상황에서조차 내게 사과를 하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 그가 너무나 안쓰럽고 바보같아 와락 그를 안아버리고는 오열하는 수 밖에 없었다.


"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거야?! 오빠.. 오빠!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하는거야?! 히끅. 으흡. 으아아아..으아아앙!! "

" ...미아.. "


그 날 오라버니는 내가 울음을 그칠 떄 까지 말 없이 나의 등을 계속해서 토닥여주었다.

한 없이 따스한 그 손으로. 자애로운 미소와 함께 나의 등에 닿은 손을 통해 나의 상처를 치유해주었다.


그리고 함꼐 고아원에 돌아간 오라버니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나를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늦었다며 모든 죄를 뒤집어 써 주어버렸다.


그 이후로는 나는 오라버니의 등만을 바라보았고 오라버니에게 나의 모든 것을 걸기로 하였다.

그러다 내가 마법에 대한 재능을 알게 된 8 살이 되던 날. 나는 그 사실을 알리러 거리에서 구두를 닦고있던 오라버니에게 가장 먼저 달려갔다.


저 멀리서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에게 호객행위를 하던 오라버니는 나를 바라보자 호객행위를 멈추더니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고 나는 그런 오라버니에게 벅찬마음을 안고 천천히 걸어갔다.


나는 아름다운 드레스와 같은 원피스를 입고있는 반면 오라버니는 헤지고 헤진 옷에 구두약에 더러워진 검은 손을 지닌 채 내게 다가와 주었다.


그리고 나의 재능에 대해 말하며 내 손에서 작은 얼음꽃을 만들어 올리자 감동에 겨웠는지 눈물 한 방울을 흘리며 다행이다라는 말만 내뱉던 오라버니의 모습이 나의 마음과 눈에 각인이 된다.


그리고 나를 안아주려던 오라버니는 자신의 더러운 손과 옷을 확인하더니 이내 멋쩍은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자신의 손을 가리듯 뒷짐을 져 보였다.


왜.. 나를 안아주지 않아요? 가장 기뻐해야할 것은 오라버니잖아요.

내가 이런 재능이 있던 것에 대해 가장 기쁜 것은 오라버니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가장 기쁜 것인데. 오라버니는 무엇이 그리 걱정이 되시어 쓸쓸한 표정을 지어보이시는건가요?


" 우리 미아. 이런 재능이 있었다니.. 우리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좋은 가문에서 완벽한 교육을 받아 아카데미에 입학했을텐데. "


나는 그말에 한 순간 나의 모든 감정이 불이 꺼지듯 정전이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나의 재능이 당신을 슬프게 한 것인가요? 내가 당신의 얼굴에서부터 쓸쓸함을 보이게 해버린 것인가요?


" ...무슨 소리세요. 오라버니. 저는 아버지라는 사람을 원망하지 않아요. 그 사람 덕에 오라버니를 만나게 되었는걸요. 그러니 그런말씀 다시는 꺼내지 마셔요. 그리고 제 옷은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오라버니가 이런 날에 저를 안아주지 못 하는 것이 제게는 더욱 큰 상처가 됩니다. "


그런 나의 말에 그는 진심으로 기쁜듯이 미소를 지어보이며 나를 안아보였다.


" 정말 고마워. 너가 내 여동생이라 난 정말 기뻐. "


그렇게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이 말하는 오라버니의 손은 나의 옷에 닿지 않고 있었다.

끝까지 나에게 져주면서도 나를 위해서 행동해줘.

그런 오라버니의 모습에 나는 점차 약에 빠져들어가는 사람들처럼 오라버니에게서 점차 더더욱 빠져나갈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 미아. 나 결심했어. "


그리고 나에게서 조금 멀어지는 그의 모습에 아쉬음을 속으로 표하던 나는 오라버니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 무엇을 결심하신건가요? "

" 나 너를 아카데미에 꼭 보내줄꺼야. 부모가 없어도 내가 있잖아. 내가 너를 꼭 아카데미에 보내서 너만큼은 행복하게 해줄꺼야 "


그렇게 말하는 오라버니의 눈빛은 진심이었고 그런 오라버니의 모습에 나는 살풋 미소를 지어보였다.

요즘 들어 주변 남자아이들은 이런 나의 미소만 봐도 얼굴이 붉어지고 제대로 말 조차 하지 못하는데 오라버니는 그런 나의 미소를 봄에도 불구하고 작게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었다.


" 오라버니. 저는 그저 오라버니가 제 옆에 계셔주기만 해도 좋아요. "


하지만 나의 말에도 오라버니는 특유의 겸연쩍은 미소를 지어보였고 그 다음 날.

오라버니는 목숨을 내놓으며 일을한다는 용병의 일을 시작했다.

고작. 10살의 소년이 용병들의 짐을 들어주거나 몬스터들의 시체더미를 정리하는 일을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격렬하게 반대했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위험하다고. 부디 그러지 말아달라고. 차라리 같이 일하자고. 나도 일하겠으니 그러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오라버니는 이번만큼은 절대 고집을 꺾을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나에게.. 져주지 않았다.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나요? 나는 오라버니만 있으면 된다고했잖아요. 당신은 무엇을 위해 지금 제 소중한 마음을 바라봐주지 않으시는건가요?

그런 오라버니의 모습에 나의 감정은 점차 곪아갔고 점차 원망스러워가기 시작할 때 쯤. 오라버니가 하나의 종이를 내게 들고와서는 말했다.


" ...미아. 가자. 아카데미로. 돈은 걱정마. 내가 정말 열심히 모았거든? 그러니까 너는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네 가능성의 길을 걸어! 그리고.. "


나의 앞에서 아카데미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며 마치 자신이 아카데미에 가듯 기대감에 부푼 모습으로 내게 설명을 하는 그의 모습에 잘게 떨던 나의 슬픈 꽃잎은 작게 떨어져 수면에 둥둥 떠다니고 만다.


나를 2년동안 방치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8년이라는 시간동안 아카데미에 보내려한다고?

물론, 그가 왜 나를 그렇게하려고 하는지는 안다. 그저 나의 이런 뒷골목의 어두침침함을 머금은게 아닌 도시를 빛추는 태양과도 같은 화려함과 따스함을 머금길 바라는거겠지.


" 가줄게요. "
" 잘 생각했어! 미아. 앞으로 돈은 걱정마. 내가 계속해서.. "


기쁜듯 말하는 그의 모습에 나의 눈빛은 점차 더 침체되어간다.

아득한 수렁에 빠지듯 나의 감정은 점점 더 알 수 없는 미지의 곳으로 사라져가는 것만 같아.


그렇게 나는 아카데미에 가게되었고, 아카데미로 떠나는 날. 텔레포트를 하는 곳에서 나는 오라버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 제가 필요한 것은 돈과 지위, 그리고 학식이 아니었어요. "
" ...어? "


그런 나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는 그가 너무나 야속해 지그시 바라보고는 말 없이 뒤돌아보지조차 않고 그대로 아카데미를 향하는 텔레포트 석에 손을 대었다.


그렇게.. 지금 6년이 지났다. 

나는 이 아카데미에서 알아주는 수재가 되었으며 현재는 나를 가르치려는 것을 아카데미의 교사들 조차 어려워한다.

차대 궁정 마법사는 나라는 말까지 돌 정도이며 나의 미색에 뭇 남성들은 나의 눈길 한 번에도 가슴을 설레어한다.

하지만... 별 볼일 없어. 내가 이렇게 독하게 공부한 것은 그런 것들을 위한게 아니야.

그 누구도 나의 차가워진 마음과 얼어붙은 심장을 다시 뛰게해주지 않아.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또는 몇 개월에 한 번씩 학교에 찾아오는 오라버니만이 나의 심장을 잠시나마 뛰게해준다. 그런 그의 겉의 모습은 건장한 남성으로 변하여 나의 마음을 설레게했으나 가장 설레게 만든 것은 그때와 변함없는 따스한 눈과 나를 먼저생각하는 마음.


하지만 그렇기에.. 아직도 배신감이 나의 마음에 응어리져 남아있고 그렇기에...! 나는 더욱 그를 매몰차게 대했다.


" 자 미아. 요즘 아카데미 생활은 어때? 괴롭히는 녀석있어? "

" 오라버니의 모습이나 좀 생각하고 말하세요. 제대로 씻기는 하시는건가요? 옷은 맨날 똑같은 옷에.. 그리고 아카데미에 있는 자들이 오라버니보다는 강할꺼랍니다 ? 지금 몇 급의 용병이라고 하셨죠? "

" 하..하하. 이게 좀 후져보여도 최고로 편한 옷이라구? 그리고..킁..킁.. 냄새는 안나는데. 분명 열심히 씻었는데? 그리고 B급이라고! 이제 어디가서 맞고다니지 않는다~ 이 말이지! "


나의 차갑고 배려없는 독설에도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미소를 지어보이며 답을 해준다.

그런 그의 모습에 나는 더욱 약이올라 다음에 찾아올 때마다 더한 독설을 그에게 뱉어냈다.


" 창피하답니다. 여기에서 제 오라버니라고 하지말아주세요. 제 학우들이 오라버니와 제가 동급이라고 생각하면 어쩌실려 그러세요? 아.. 어차피 오라버니는 저 없이 편하게 사시니 그런 것을 신경쓰지도 않으시겠군요. "


하지만 그 때의 오라버니는 씁쓸한 듯이 웃어보이며 답을 하지 않은 채 내게 손인사와 함께 천천히 물러난다.

그리고.. 그는 이번 해에는 오지 않고 있었다.


..나를 버린 것일까? 아니야. 오라버니는 나를 절대 버릴리 없어. 마지막에는 반드시 다시 내 손을 잡으러 와주시겠다고 했는걸.


나의 앞에서 강의를 하는 교사의 말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창 밖의 풍경만을 바라본다.

거기를 보고 있으면 또 순진한 강아지와 같은 얼굴로 웃으며 걸어오는 오라버니가 보일까 싶어 조금 더 그 곳을 응시해본다.


하지만 오라버니는 그 날도 오지 않았고, 주말이 된 날이었다.


" 미아 칼리쉬. 네 가족이 왔다. "


기숙사의 사감으로부터 들은 말은 나의 얼어붙은 심장을 작게 녹여 다시금 맥박을 뛰게 했고 그제서야 차가운 피가 아닌 따스한 피가 나의 몸을 휘도는듯 했다.


하지만 나는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을 애써 티내며 천천히 오라버니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걸어가니 거기에는 스무살이 된 오라버니가 전보다 더욱 매력적이게 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 아, 미아. 왔구나. "


어색한 미소만을 제게 보내시는건가요?


" 네. 작년에는 오지 않더니. 무슨 바람이 불어 이번에는 오신건가요? "


나도 모르게 그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말아. 어쩔 수 없는걸. 그만큼 오라버니가 보고싶었었는걸. 


" 하하.. 미안미안. 작년에는 좀 여러의미로 바빳거든. "


뭘 했길래 바쁘셨던거죠? 무엇이 당신이 저를 잊게할 만큼 일을하게 한건가요?


" 왜요? 여자라도 생기신건가요? "

" 그럴리가.. 그럴 여유는 없지. 그래도 좀 한 번은 웃어주라. 어떻게 6년간 한 번도 안 웃어주냐. "

" 웃을 일이 없잖아요. "

" 뭐, 그래. 그래도 이번에는 좋은 소식이라고. "


또 나에게 어렷을 적과 같은 기대감에 찬 아이가 자신의 동생에게 무용담을 하려는 듯한 모습에 속으로 작은 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나의 겉은 아직 그에게 미소를 지어보이지 못하고 있었고 그는 그런나의 표정에 멋쩍게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천천히 다가와 나의 손에 종이 한 장을 쥐어준다.


" ...이게 뭔가요? "

" 250금화. 알베드 은행에 네 이름으로 맡겨놨어. "
" ...그러니까 이게 뭔가요. "
" 남은 네 학비와 네 생활비. 이제 더 이상 다른 녀석들에게 기죽.. "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종이를 꾸깃하게 쥐어버리고만다.

내가 원한 것은 이런게 아니라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이런게 아니라고!


" 미아..? "


몸이 잘게 떨린다. 차가웠던 심장이 뜨거워지는걸 넘어 분노란 감정이 생겨 과부화 된 마력엔진마냥 팽팽도는 기분이 들어버린다.


" 오라버니. 고작 이런 것을 가지고 지금 제게 기뻐하라는건가요? "

" 아니. 나는 그저.. 미아 네가 다른 생도들에 비해 유복하지 않으니까.. "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당신의 옆이였어. 이런 곳에 보내놓고 지금까지마저 내가 이렇게 대하는 이유를 몰라...?


" 오라버니는 정말.. 제가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전혀 모르시는건가요...? "


그런 나의 말에 오라버니는 나를 바라보더니 혼난 강아지처럼 눈이 슬퍼져간다.


" ..솔직히 모르겠어. 나는 그저 미아를 누구에게도 무시받지 않게. 부모따위 없어도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게 해주고.. 싶.. "

" 이미 사랑받지 못한다고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저는 당신에게 제대로 사랑받고 있는건가요? 당신의 사랑이란 증거는 고작 이 종이에 적힌 250금화인건가요? 그게 당신이.. 나의 오라버니란 사람이..! "


나의 차분했던 어조는 점차 활화산에서 뿜어지려는 용암처럼 격앙되어갔고 그런 나의 모습에 오라버니의 눈은 점차 더욱 슬퍼져간다.

그리고 이내 모든 것을 포기한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특유의 겸연쩍은 미소를 내게 지어보인다.


" 아아, 이거. 그래. 우리 여동생의 마음을 이 오라버니가 너무 몰라줘버렸구만. 이거이거. 나이를 잘못 먹은게 틀림이 없다고. "

" .... 뭔가요? 그 어색한 반응은? "

" 아니. 그게... "


나의 말에 그는 천천히 한숨을 내쉬더니 금화가 적인 종이가 쥐어진 손을 조심스레 양손으로 잡고는 펴준다.


" 그 돈. 이상한 짓해서 번 것도 아니고. 정당한 댓가로 받은거야. 너무 걱정하지마. 그리고 나는 내 여동생 미아를 항상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해. 우리 미아가 한창 많은 감정을 느낄 때 옆에 없어서 또 미안하고. 오빠가 부족해서 미안해. "


당신은 부족하지않아. 당신은 내게 전혀 부족한 사람이 아니야. 당신은 내게서 없어선 안될 사람이야. 그런데 ..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을 지어보이는거야? 화가 나. 2년 뒤면 당신의 옆에 설 수 있는거야? 아직 2년이나 더 기다려야하는거야? 이제.. 이제 나에게 이쯤 됬으니 그만하고 나와서 함께 있어달라고 하면 안되는거야?


뭐야.. 여자라도 있는거야?


나는 그런 오라버니의 손을 거칠게 털어낸 뒤 오라버니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고 그런 나의 모습에 오라버니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나는 그런 오라버니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은 채 오라버니의 주변을 맴돌다 하나의 달라진 점을 발견했다.


" 처음으로 맡아보는 냄새에요. "
" 어? "

" ....수컷의 냄새는 아니네요. 암컷인가요? "


오라버니의 체취가 아닌 다른 이의 체취가 아릿하게 나의 후각을 파고들어온다.

내가 오라버니의 체취를 기억 못할리 없어. 아무리 6년간 떨어져있더라도 그 날을 제외한 모든 날은 오라버니의 품안에서 잠들었었으니까. 오라버니의 체취를 내가 혼동할리는 없어.


" 무슨.. "

" 여자군요. 아항.. 그래서 작년에도 안오시고.. 이번에는 여자를 하나 후리셔서 돈이라도 들고오셨나보죠? "


질투. 추악한 질투가 나의 가슴속에서 지펴져온다. 

왜 오라버니에게서 다른 여자의 냄새가 나는거야? 왜? 이해할 수 없어. 나는 오라버니만을 생각하며. 오라버니가 없는 이 지옥같은 곳에서 오라버니와 함께하는 날만을 고대하며 이렇게 버텨가고있는데...!!!!!


" 오라버니. 그냥 그렇게 다른 여자에게 신경을 쓰셔야했다면 굳이 제게 오실 필요 없었는데. 이렇게 애써 큰 돈을 제게 쥐어줄 필요 없었어요. 이 돈으로 그냥 제 눈앞에서 사라져버.. "

" 미아!!!!!!!! "


처음 들어보는 오라버니의 고성. 분노한 표정. 이글거리는 눈빛. 


" ...그래. 사춘기의 여성이니만큼 예민하고 후줄근한 복장을 입고오는 오라버니가 창피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은 .. 이해 할 수 있어. 너가 나를 매몰차게 대해도 나에게 있어서 너는 이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내 사랑스러운 여동생이었고 그런 시기를 옆에 있어주지 못한 내가 정말 미안할 뿐이었어. "

" 아.. 저. 오라버니. "

" 하지만.. 너가 나를 그런식으로 바라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나로써는 그 동안 네가 나에게 했던 말들과 행동들에 대해서.. 진심으로... 진심으로 ..... 그렇게 나를 생각한 것 같다고 생각할 것 같아. "


나는 애써 침착하려 애쓰며 오라버니에게서 한 발자국 다가가려했고 그러자 오라버니는 나에게서 두 발자국을 뒤로 물러났다.

이에 나는 적잖은 감정의 동요가 내 속으로부터 일어났고 그런 나의 반응은 손끝이 떨려오는 것으로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오라버니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쓸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결국 나는 네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를 짓게해주는 오빠가 되지 못하는구나. "


그렇게 말하며 웃는 오라버니의 어조에는 자신감이 사라져있었고 나는 그런 오라버니의 처음보는 모습과 놀란 가슴과 감정을 진정시키려 애쓰느라 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당신만이. 오라버니만이 제 가슴을 뛰게하고 얼굴에 미소를 짓게해주실 분이에요.

왜. 이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일까. 왜. 오라버니를 매도하던 말은 술술 튀어나온 주제에 왜 그 말은 지금 내 입 밖으로 튀어나와주지 않는거야...!


" 미아. 나는 아마 긴 여행을 떠날 것 같아. 물론 네가 생각하는 이상한 것들은 아냐. 새로운 동료 용병과 의뢰를 수주받고 해결하는 것들일 뿐이야. "

" 오...래 걸리시나요? "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고자 애를 쓰지만 전부를 숨기지 못하고 오라버니에게 묻는다.

그런 나의 물음에 오라버니는 나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지어보인다.


" 정확히 답을 못해주겠네. "


그 말과 함께 오라버니는 천천히 몸을 돌려 내게서부터 멀어져간다.

그 동안의 모습과는 다르게 오라버니의 모습이 곧 사라질 것처럼 느껴진다.


" 오, 오라버니. "


나의 부름에 오라버니는 경비병이 문을 연 문 앞에서 뒤돌아 나를 바라본다. 


" ...또 오실꺼죠? 그리고.. 혹시 동료란 분은.. 여성이신가요? "


또 한 번 가슴에서 느껴지는 불안함과 추악한 감정이 마지막까지 고개를 내민다.

그런 나의 물음에 오라버니는 슬픈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것이 퍽이나 애처로워보인다.


" ....아마. 오겠지. 응. 올꺼야. 그리고 여성이기는 해. 너무 걱정마.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더라. "


그 말과 함께 오라버니는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리셨고 나는 나의 손에 쥐어진 종이를 바라보며 눈물어린 목소리로 읊조렸다.


" 나.. 지금 뭐한거지.. 나 .. 지금 도대체 왜이런거야.  "


..

위의 사진은 미아의 모티브야.

다들 잘자.

내 글 재밌게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

이제 다음 편 부터는 령과의 이야기가 시작 될 것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