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얀붕이는 갑자기 친한 척하면

벨파스트가 기분 나쁘게 느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벨파스트가 메이드라는 것을 생각해서,

청소를 도와달라 부탁했다.


얀붕이는 벨파스트의 입장에서는

짬 처리 당하는 거라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도 자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지휘관이 갑작스레

"야. 너 고민 있지? 상담해 줄께. 말해봐."

아는 척하는 것이 더 기분 나쁠 거라 생각했다.

일단은 조금이라도 친해지려고 했다.


.


.


.


벨파스트는 의아스러웠다.


그냥 청소를 시키려면 전부 자기에게 맡기면 될 텐데,

얀붕이는 "도와달라."라고 말했다.


그래서 벨파스트

"전부 제가 해도 괜찮습니다."

라고 했지만


얀붕이가 한 대답은

"에이, 내 개인물품도 많은데 너한테만 시키긴 미안하지."

였다.


그렇게 벨파스트는 그 대답에 '배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얀붕이와 지휘관 실을 청소했다.


벨파스트는 "메이드"답게,

시어머니가 와서 꼬투리 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깨끗이 청소해냈다.


얀붕이도 옆에서 도우긴 했지만,

책상 위에 그냥 널부러저 있는 문서들과

자기가 가져온 책만 책장에 잘 꽂아둔 정도.


그래도, 얀붕이의 이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나빴을지도 모르겠다.


그 동안 벨파스트는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면서 

얀붕이만을 생각했다.


만약 다음이 있다면,

만약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철저히 봉사하리라.


무너져버린 메이드로서의 자존심이 다시 세워지면서,

벨파스트는 속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벨파스트는 이 기쁨을

메이드로서 봉사에서 오는 만족감을

얀붕이와 함께 있어서 행복한 것이라 생각해버렸다.


"주인님과 함께하는 시간 = 행복"

이 되어버리는 벨파스트였다.



청소가 끝나자, 얀붕이는

"고마워. 이만 돌아가도 좋아."

라고 말하지만,


벨파스트는 얀붕이와 만난 기회,

얀붕이와 함께하는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주인님? 평소 저녁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엉? 그냥 대충 사서 때우는데?"

갑작스러운 질문에 얀붕이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럼, 제가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에이, 괜찮아. 내가 식당에 가면 너희들이 불편할 거 같아."


"그러면, 만들어서 가져오겠습니다."

"주인님이 오시고, 식당은 상당히 개선되었습니다."

"이런 혜택을 주인님이 못받으시면 안됩니다."


"어.. 어.. 고마워?"

얀붕이는 벨파스트의 말에 설득? 당했다.


그렇게 벨파스트는 지휘관 실을 나와서 주방으로 향했다.



.


.


.




"탁" "탁" "탁" "탁"


식당에는 은발에 빨간 브릿지를 한 미인이 눈살을 찌푸리고,

한 손은 얼굴을 받치고,

나머지 한 손은 식탁 위에 올려두고,

한 손가락으로 책상을 치며 앉아있었다.


바로 프린츠 오이겐

프린츠 오이겐은 기분이 나빠보인다.

그것도 상당히 


프린츠 오이겐은 벨파스트가

지휘관 실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상당히 불쾌했다.


아마도 이 함대에서 얀붕이랑 가장 많이, 오랜 시간

접촉한 것은 프린츠 오이겐일것이다.


이는 프린츠 오이겐이 1군 복귀라는 야망에서 시작된 것이었지만,

이 야망은 어느 순간 바뀌었다.


프린츠 오이겐에게 1군 복귀는 상관없어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단순히 얀붕이와 함께 있고 싶었다.


프린츠 오이겐은 1군 복귀를 위해서,

얀붕이가 오기 전부터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오는 대부분의 지휘관이었기에,

이 노력은 전부 물거품이 되곤 했었다.


특히, 얀붕이가 오기 전의 지휘관은 더욱 심했다.


무능한 주제에, 요구하는 것도 많고,

함선 소녀들이 자기를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추잡한 욕망이 눈에 훤히 보이지만,

그래도, 행동하지 않았다.


모두가 불쾌감은 느끼고 있었지만,

실제로 뭔가를 하지 않으니, 별수 없었다.


그때 프린츠 오이겐은 티 안 나게,

전 지휘관을 유혹했다.


그리고 전 지휘관의 모습은 물고기와 같았다.

바다속 물고기들은 미끼를 보고

그 미끼를 콱! 물어버리고, 죽는다.


전 지휘관은 프린츠 오이겐이 던진 미끼를 확 물어버렸고,

성추행범으로 몰려, 사회적으로 죽어버렸다.


이렇게 전 지휘관이 떠나고, 얀붕이가 왔다.

얀붕이는 다른 지휘관보다는 괜찮았지만,

"열정"이라는 게 결여되었다.


프린츠 오이겐 입장에선 맘에 안 드는 것은 똑같았고,

그래서 전 지휘관과 비슷하게 유혹했다.


자기의 오른쪽 가슴에 점을 살짝 보이면,

대부분의 남자는 미친 듯 발정했다.


얀붕이도 똑같겠지?

생각했지만,

얀붕이의 반응은 달랐다.


노골적으로 처다보는 사람,

신사답게 눈을 피하는 사람,

당황하는 사람

다양한 반응과는 달랐다.


'무관심'

응? 하던지 말던지


이런 무관심이 오히려 프린츠 오이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지휘관은 혹시 게이.......인가?'

부터 시작해서,

'지휘관, 얀붕이란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다.'

조금씩 켜져만 갔다.


얀붕이가 무관심으로 프린츠 오이겐과의 거리를 유지할수록,

프린츠 오이겐의 호기심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프린츠 오이겐은

얀붕이가 벨파스트를 아가리질로 거진 죽여버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까지 프린츠 오이겐이 본 얀붕이는

솔직하게, 그럴 깜냥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랐다.


프린츠 오이겐은 사실 지휘관이라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있었다.

프린츠 오이겐이 만난 지금까지의 지휘관들은

함선 소녀들을 멋대로 동정하거나, 

병기로 취급해 무시하거나,

예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상냥했다.


어찌됐든,

그녀들을 좋던 싫던간에,

'특별대우'를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얀붕이는 달랐다.

얀붕이가 화를 낸 이유를 생각해보자,

얀붕이가

'함선소녀와 인간을 그렇게 구별하고 있지 않다.'

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얀붕이라는 사람의 호기심이

"이 사람에게 특별한 여자가 되고 싶다"

바뀐것이다.



그리고 곧 얀붕이가 전역한다는 사실에

조금 급해져 있는 상황에서

자기보다 벨파스트가 갑자기 앞서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아직 지휘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는데

왜? 벨파스트만?


프린츠 오이겐이 얀붕이와

가까워지기 위해서 노력을 안한 것도 아니였다.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향수도 뿌려보고,

은근슬쩍 손이나 몸을 얀붕이에게 닿는듯 스킨쉽도 해보고,

얀붕이가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지휘관 실을 지나가면서

항상 아침 인사도 해봤다.


하지만, 얀붕이와의 거리는 좁히지않아서,

괜히 짜증이났다.


'왜?'

'그년은 명령을 어긴 모질이 년인데?'

'왜 그년인 거야?'


프린츠 오이겐은 '벨파스트'라는 변수에

식당에 앉아서 짜증을 내고 있고 있던 것이다.


근데 때 마침,

벨파스트가 가벼운 발걸음에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식당으로 들어왔다.


"어라? 별 의미 없는 메이드 대의 메이드 장 아니야?"

프린츠 오이겐은 벨파스트를 보고 비꼬았다.


이에 벨파스트는 여유롭게 미소지으면서 치마를 살짝 들어 올리며,

"어머, 프린츠 오이겐? 안녕하신가요?"

"오랜만이라 담화라도 나누고 싶지만,"

"저는 주인님의 저녁을 차려야 해서 바쁘기에"

"다음을 기약하죠."


그리고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면서 벨파스트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프린츠 오이겐의 눈썹은 더욱 구겨졌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함선 소녀들이 시끄러워졌다.


지휘관에게 제일 미움받는 함선이 있다면?

No.1 벨파스트!

라고 답하는 함선소녀가 많을것이다.


그런데 그런 벨파스트가 

지휘관 실에 들어간 것부터 시작해서

갑자기 지휘관을 위해서 저녁까지 차린다?

조용한 함대를 시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한 이벤트였다.


.


.


.



주방에 들어선 벨파스트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혹시나 주인님이 대식가면 어쩌지?'

그것도 잠시,

'버리더라도, 배불리 드실 수 있도록 2인분을 준비하자.'


그렇게 요리를 끝낸 벨파스트는 2인분을 들고,

지휘관 실로 돌아간다.


얀붕이에게 무슨 음식을 좋아하냐 물었을 때,

얀붕이는 조금 고민하다가

"면류?" "면류라면 대부분 좋아해."

라고 대답한 것을 참고해


벨파스트는 이탈리아식의 요리를 준비했다.

파스타와 얇은 고르곤졸라 피자를 테이블위에 올려두었다.

그래도 딱 봐도 양이 많았다.


얀붕이는 

"오, 파스타는 진짜 오랜만이네."

"잘 먹겠습니다."

하면서 테이블에 앉는다.


그리고 벨파스트는

"맛있게 드셔주시면 좋겠습니다."

대답하고 서 있었다.


얀붕이는

"?"

벨파스트를 쳐다본다.


벨파스트는

"?, 뭔가 맘에 안 드시는 거라도?"


"?, 같이 먹는 거 아니야?"


"??, 메이드가 어찌 감히 주인님과 같이 식사를..."


"에이. 요즘 현대사회에 그런 게 어디 있어?"

"양도 2인분 같은데, 빨리 와서 앉아 먹어."

"아, 아니면 저녁 먹었어?"

그리고 식기조차, 1인분인걸 안 얀붕이는

책상 서랍에서 젓가락을 꺼낸다.


'전역 예정자'인 얀붕이의 걱정 중 하나는

전역 후에도 군대 물이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


저런 꼰대적 마인드를 사회해서 했다간,

"그 지랄로 살거면 군대에서 왜 나왔냐?"

욕 처먹기 쉬울 것이다.


그래서 얀붕이는 벨파스트를 권유했다.

나는 군대 틀딱 아니야!!



"그, 그럼 주인님의 말에 조금 어리광을.."

벨파스트는 메이드로서 이런 행위가 용서되지 않는다 생각했지만,

「메이드」로서보단, 「여자」로서 얀붕이의 옆에 있고 싶다.

라는 욕구에 저버렸다.


그렇게 식사를 하면서 벨파스트는

얀붕이의 일상에 대해 물어보았다.


얀붕이가 평소 일어나는 시간은 언제인지?

얀붕이가 평소 아침을 먹는지 안 먹는지?

얀붕이가 평소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얀붕이가 평소 어떤 냄새를 좋아하는지?


원래라면, 같이 시간을 공유하면서 알아가야 할 것들이지만,

벨파스트는 얀붕이가 전역하기 전에,

얀붕이에게 충분한 봉사를 하고 싶었고,

가능하면, 전역 후에도 봉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

직접적으로 물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얀붕이는 벨파스트를 돌려보냈다.

얀붕이 입장에서는 위태위태해 보이던 벨파스트가

갑자기 생기가 넘치는 것을 보고

"다행이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


.


.


그날 밤, 벨파스트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드러눕는다.

아주 오랜만에 행복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차, 메이드 장이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곤 하지만,

이렇게 나태해지다니


얼굴의 뺨을 가볍게 치면서 자세를 고쳐잡는 벨파스트


그동안 못한 주인님을 향한 봉사 배로 갚으리라.

생각하면서, 거울을 본다.


엇?!


지금의 벨파스트도

남자들이 지나가면서 힐끗 힐끗 처다볼정도로 아름다웠지만,

평소보단 덜 했다.


그동안의 악몽으로 다크서클이 내려왔고,

주인님에게 버려지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서, 제대로 관리를 못 해

머리도 조금 푸석푸석해 보였다.


주인님에게 언제, 어디서 모든 걸 바칠지 모른다.

「아니 바치고 싶다.」


그럴려면 항상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하지만 그동안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에 반성하며,

식사 중에 은연히 물어본 얀붕이의 취향에 맞춰서,

앞으로는 자신을 가꾸겠다 다짐을 하는 벨파스트


그리고 내일 아침은 일찍 일어나야 된다는 생각과

하루빨리 다크서클을 지워야 된다는 생각에

조금 이른 시간 침대에 눕는다.


그날 역시 벨파스트는 꿈을 꿨다.

그런데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얀붕이와 얀붕이와 자기를 닮은 귀여운 아이가

3명이 걷고 웃고 있는 꿈.



그날 밤, 이 꿈과 비슷한 꿈을 꾼 사람도 있었다.

프린츠 오이겐,


벨파스트와 얀붕이가 손을 잡고 걷고 있는걸 지켜보는 꿈.

벨파스트가 꿨다면,

이 꿈은 행복한 꿈이였지만,

프린츠 오이겐의 입장에선 3류 불륜 영화를 보는 듯한 더러운 꿈이였다.


벨파스트는 아주 오랜만에, 행복한 꿈을 꾸었다.

그래서 편하게 잠잘 수 있었다.


프린츠 오이겐은 아주 오랜만에, 악몽에 시달렸다.

그래서 잠을 설쳤다.



.


.


.



"제가 뭐 일찍 일어나겠다고 말이나 했습니까?"

"말 안했지마는... 당연히 일찍 일어나는거지!"

"주먹을 꺼내기전에"

"일찍 일어났으면 좋겠어."


얀붕이의 관사에 알람이 울려퍼진다.


"후.. 씨발."

아 출근하기 싫어.

빨리 전역하고 싶다!!

욕설을 뱉으며 일어나는 얀붕이.


욕실로 들어가 간단히 샤워를 한 뒤,

제복을 입고 현관문을 연다.


'누나가 왜 거기서 나와?'


그 곳에는

벨파스트가 얀붕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벨파스트는 치마를 살짝 올리며, 미소를 짓고

"좋은 아침입니다. 주인님"


"어?? 어. 좋은 아침. 벨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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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드 얀데레보단 소프트한걸 좋아해서,

프린츠 오이겐이랑 벨파스트랑 엎치락 뒤치락하는 걸로 갈듯.


헬레나나 샤른호르스트 도 내용에 집어 넣고 싶었지만,

필력이 딸려서 등장인물 늘어나면 산으로 갈게 뻔해 포기함.


혹시나 신경쓰이는 오타 지적해주면 고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