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들어감


1. 화려하게 치장하지 말 것

어차피 본인만 만족스럽지 사족이 덕지덕지 붙으면 글 보기가 난삽해짐


'어느덧 나무에 달린 단풍에 피가 돌듯 불그스름한 빛이 감돌았다.' X

'어느덧 단풍이 붉게 물드는 가을이 찾아왔다.'


어차피 독자는 글을 이미지로 바꿔서 상상하기 때문에

꼭 세부 묘사해야 하는 장면이 아니면 담백하게 표현해도 됨.

그래서 2번으로 이어지는 데


2. 세부 묘사는 꼭 필요한 장면에 넣을 것.

간혹 글 보다 보면 '분량을 늘리려고' 중요치 않은 

장면에서 세부 묘사를 하는 게 종종 보이는데

가령,


"얀붕이는 얀순이와 함께 밥을 먹었다. 마치 식탁에 겨울이 찾아온 듯

차갑게 가라앉은 그 적막함 가운데, 얀붕이는 밥숟갈을 입에 넣고

턱 근육을 움직여 쌀 알갱이들을 부수면서 얀순이의 눈치를 살폈다." X


"얀순이와의 식사 자리는 매우 불편했다. 그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그는 얀순이의 눈치나 살펴야 했다." O


만약 얀붕이의 감정을 묘사하고 싶다면 저 장면에서 심층적으로 들어가

감정을 묘사해도 되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감정은 '보편적으로 수긍할만함'을 

유지해야 된다.

  

3. 감정을 묘사하고 싶으면 '보편성'을 유지하고, 아니면 '핍진성'을 유지하라

보편성? 핍진성? 뭔 소리야 ㅅㅂ 할 수도 있는데 존나 간단함


보편성: 니가 보고 있는 소설 속 얀붕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데

'그래, 누구든 저 상황에선 저렇게 느낄 만 하지' 라고 설득이 되어야 됨.


핍진성: 핍진성 자체는 영화나 글에서 장면의 '그럴듯함'을 의미한다.  

소설 속에서 얀붕이가 도저히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전에 설명이 되어 있어서, '그럴 만도 하군', '그럴 수도 있겠군'

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함.


4. 골격을 구성해라

단타 느낌의 써줘면 '소재'로 쇼부치면 되는데,

만약 소설을 쓰고 싶다면 골격 위에 살을 붙이는 게 옳다.

순간 떠오르는 영감으로 무턱대고 글을 쓰는 건, 마치

설계도도 없이, 골조도 안 만들고 어떤 영감을 받아서

바로 벽돌부터 쌓고 시멘트 바르는 거랑 똑같은 거임.

물론 처음엔 글이 얼추 써질 수 있음. 그런데 그런 글 중에

10화 까지 가면 대단한 거고, 이후부터는 실타래 엉키듯

글이 매우 난잡해 질 거임.


5. 어려운 단어는 최대한 자제할 것.

노벨피아 같은 사이트에서 글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글을 통해 뭔가를 배우고 싶은 목적일까? 글을 읽다가 자연스럽게

'오, 이 단어 눈에 들어오네' 하면서 알게 될 수는 있을 것임.

그런데, 작가가 마치 자기는 너무 잘나서 독자들을 가르치듯

표현하고, '현학(어렵고 복잡하게)적으로 쓰면 읽으면서

피로감이 굉장히 커짐. 피로감 높은 글은 뭔가를 배울 목적이

있어야 지만 참고 읽지, 재미로 보려는 소설이 그런 식이면

금방 놓아 버릴 걸? 예시 한 번 보여줄까?


'얀순이의 교조주의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는 응당 사람이

개론할 수 있는 반론의 여지 마저 차단하고 있었다.'


읽으면서도 좆같지? 교조주의적이다(뭔가를 권위적으로 가르치려는 태도)

개론하다(자기 의견을 풀어서 설명하다) 이런 식의 표현이 

소설에 쓰이면 얼마나 읽기 어렵겠어?


6. 대사를 입으로 직접 말했을 때 어색하면 그냥 지워.

현대극은 물론, 시대극도 비슷해


"여보게 주인장, 여기 장작 불에 뜨끈하게 구운 돼지와

차게 보관한 맥주 한 잔 내어오게."


글로 읽으면 아무 느낌 없지? 그런데 누군가 이런 말을

실제로 한다고 생각해봐. 자기가 쓴 글의 대사를 입으로 읊어봐.

분명 어색한 감이 있음


"주인장, 여기 돼지 고기랑 맥주 한 잔 주쇼."

라고 표현하고 부연 설명으로 '장작불에 구워진 따끈한 돼지 바베큐와

차게 보관한 맥주가 그의 상에 놓였다' 라고 묘사하는 식으로 표현하면 됨.

등장인물이 대사를 말하는데, 그걸 실제로 입으로 말했을 때 어색하다면

결코 좋은 표현이 아님.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친절하게 써라. 그리고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라.

만약 풍경이나 상황,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싶으면 하라. 그러나,

그것이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최대한 담백하게 표현하라.


이 글이 여기서든, 노벨피아에서든

글을 쓰려고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