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눈팅만 주구장창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소녀전선이 팬픽 소재로 인기가 꽤 있는 반면 캐릭터 이해도가 쬐깐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얀데레 팬픽에 쓰일 수 있는 대략적인 소재 및 캐릭터성에 대해 함 써보려고 함.




1. 소전 세계관의 특징

일단 소전에 나오는 여캐들은 카리나랑 헬리안 같은 몇몇 인여캐를 제외하고 전부 전술인형인데, 플롯아머로 떡칠하고 있어서 애초에 뒤질 일이 없는 에알소대를 제외하면 데이터서버가 날라가지 않는이상 백업 기능으로 무한 부활하는게 가능함. 따라서 전술인형들은 자기들이 전장에서 뒤지든 말든 대부분의 경우 관심을 두지 않고(심지어 XM3과 같은 일부 인형은 닥돌 후 자폭을 주 전투방식으로 사용함) 소전으로 후회물 스타일의 얀데레 팬픽을 쓰려면 인형들보다는 지휘관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는 게 정답임.


그리고 또 중요한게 서약 시스템인데, 소전 유저들은 크게 자기 최애캐한테만 반지를 줘서 정실로 삼는 초혼충이랑 반지를 여러명한테 줘서 동시에 서약하는 중혼충으로 나뉨. 전자의 경우 인형들이 정실의 자리에 들기 위해서 물밑에서 암투를 벌인다거나 단독으로 서약한 인형이 타이틀 방어를 위해 폭주하는 소재를 쓸 수 있갰고, 후자의 경우 서약한 인형들간의 캣파이트가 주된 소재가 될거임. 아니면 서약할 때 사용했던 반지가 소체 파손 등의 이유로 분실되면서 서약이 파기될거란 생각에 멘탈이 아작나는 걸 묘사할 수도 있을거고.


마지막으로, (얀데레물 한정으로) 인형들과 지휘관 사이의 관계는 위의 서약과 관련된 게 아니라면 철저히 인형 쪽의 오해 or 망상으로 이뤄져있어야 함. 지휘관 입장에선 서약을 맺지 않은, 때로는 서약을 맺은 인형조차도 그닥 진지하지 않은 관계로 여기는 반면 인형들은 자기가 지휘관과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망상할 수 있음. 당연히 수십년간 사회생활을 해온 인간과는 달리 인형들은 해봤자 출고돼서 입사한지 5~6년밖에 안된데다가 지휘관을 만난 기간은 더 짧기 때문에 특별한 관계 그없임.


2. 팬픽에서 기피해야 하는 인형들

일단 소전에 나오는 인형들 중엔 죽었다 깨어나도 얀데레 속성과는 맞지 않는 애들이 몇몇 존재함. 혹시나 외모에 속아서 얀데레물 작성하려다 캐릭터성 붕괴하지 않게 딱 다섯명만 콕 집어서 설명하겠음.


PK(피케) : 전형적인 쿨뷰티 타입으로 획득대사부터 자기한테 다가오지 말라고 하는데다가 스킨쉽도 거부하고, 서약 이후에도 '니 능력만큼은 ㅇㅈ한다' 이런식이라 얀데레와는 상극임. 얀데레도 데레가 있어야 뭘 하든말든하지 얜 그냥 지휘관에 대한 사적인 호감이 거의 없음.


AN-94(안구사/구사) : 기본적으로 일리 일편단심이라 지휘관은 뒷전인데다가 전투할때 제외하곤 완전 순둥순둥+협조성 높은 타입이라 다른 인형들 제치고 정실자리 얻으려고 집착하는거 자체가 캐릭터성에 전혀 맞지 않음.


G11(띤간/잠탱) : 스토리나 대사집에서 지휘관과의 깊은 관계를 보여준다기보다는 걍 쳐자기만 하는데다가, 성격이 매우 게을러서 얀데레의 필수조건인 부지런함을 충족하지 못해서 문제임. 심지어 얘는 서약대사에서도 빨리 끝내고 자러 가고싶다고 할 정도.


VSK-94(브스크) : 지휘관에 대한 호감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결정적으로 얘 성취향이 페도필리아임. 물론 쇼타지휘관을 주인공으로 할거라면 상관없지만, 그러면 얀데레물보다는 걍 오네쇼타물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루이스 - 얘는 지휘관한테 호감이 있긴 한데, 문제는 극심한 얼빠+금사빠라서 지휘관에 대한 호감이 얀데레급의 사랑으로 이어지지 않음. 얀데레물에 써먹을 캐릭터론 비추.




3. 팬픽에서 기용하기 좋은 인형들

엠포랑 흥국이, 사오, 일리는 너무 당연해서 제외하고, 얀데레챈에 올라온 팬픽 볼때는 잘 안나오지만 캐릭터성만큼은 확실한 인형들로 열명 꼽아봄.


Mk23(참피) : 심한 질투, 망상병(소꿉친구), 납치, 가스라이팅

일단 공식 설정상 지휘관한테 뭐만 하면 저여자 누구냐고 추궁할 정도로 질투가 매우 심하고, 독점욕도 강한 편임. 거기에 JK 컨셉 스킨까지 생긴 바람에 2차창작에선 주로 자기가 지휘관의 소꿉친구라고 망상하곤 제멋대로 흑화, 지휘관을 납치감금하는 역할로 자주 나옴.


9A-91(구아) - 광역계

얀데레챈에서 소전 팬픽 정주행했을때 좀 놀란게, 의외로 구아 팬픽이 거의 없다는 거였음. 일단 이쪽은 오피셜로 얀데레 판정이 난데다가 착정이면 착정, 폭행이면 폭행, 감금이면 감금, 최면이면 최면 등등 몰루아카 시로코마냥 사랑 독차지하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닥치는대로 하는 캐릭터성으로 해석돼서 얀데레 캐릭으로 써먹기에 가장 용이함.


Five-seveN(파세)/FAL(팔) - 애증, 삼각관계, 캣파이트

이 둘은 무조건 세트로 봐야하는게, 스토리에서 항상 세트로 묶이는 악우 사이인데다가 지휘관한테 잘 보이려고 서로 겐세이를 막 놓아댐. 따라서 이 둘중 한쪽을 지휘관이랑 엮으면 필연적으로 다른쪽도 따라와서 삼각관계가 되고, 둘이 사이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복잡한 애증관계로 진화하는 걸 묘사 가능함.


썬더 - 자살

썬더의 자살 이미지는 목을 매단 짤을 일러레가 올리면서 시작된거라 스토리랑은 하등 상관없긴 하지만, 현 시점에선 썬더의 아이덴티티 그 자체가 된 상황임. 다만 썬더는 이상성욕 창관에서 온갖 폭력을 당하면서 근무했던 것 때문에 엥간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엔 면역인데다가 멘탈도 아주 강함. 따라서 썬더의 자살을 얀데레 팬픽에서 써먹으려면 멘탈이 박살나게 되는 원인을 잘 묘사하거나 자살을 결심했을 때의 내면묘사를 고급지게 해줘야함.


M950A(캘리코) - 멘헤라, 외강내유

사실 썬더가 2차창작에서 보여주는 유리멘탈스러운 모습은 다 단짝인 캘리코 쪽이 갖고있음. 자존감이 낮은데다가 멘탈이 쉽게 깨지는 편이고, 거기에 자기가 지휘관한테 버려질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을 항상 품고 있어서 멘헤라나 네거티브 얀데레로 써먹기 딱임.


OTs-14(그로자) - 여왕님, 알파걸

그로자가 알파걸 캐릭이 된건 외모가 끝장나는 것도 있지만 소전1이랑 소전2 사이 시점에서 지휘관이 좆빠지게 구를때 잘먹고 잘살고 있었다는 설정 때문이기도 함. 그래서 얀붕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소재 중 하나인 데릴사위 or 기둥서방에 완벽하게 부합하는데다가, 기존 팬픽에서 허구한날 나와서 준 공식이 된 강력한 성욕까지 그야말로 얀데레챈 최적화 인형임.


PPK(피피케) - 여왕님, 공수교대

엠포, 그로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여왕님 속성의 캐릭인데다가, 지휘관을 허구한날 유혹해대고 극렬 사디스트라서 SM플레이까지 가능함. 근데 그런 캐릭이 사실 강하게 나가면 마조가 되는 속성까지 있네? 남주랑 여주의 공수관계가 역전되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강추함.


DP-12(디피/디필리) - 마망, 가스라이팅

설정상 타인을 케어해주는 걸 좋아하는 마망 속성의 인형이지만, 그 이면에는 상대를 교묘히 가스라이팅해서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들고 그 느낌을 즐기는 취향이 숨겨져있음. 의붓딸 인형인 KSVK의 성격이 중2병 쪽으로 뒤틀리게 된 것도 전적으로 디필리의 책임인데, 만약 지휘관을 혼자서는 아무고토 못하는 의존증에 걸리게 만들고 싶다면 디필리가 적격임.


UMP9(움뀨) - 연쇄가족마

움뀨는 의외로 소전 2차창작에서 얀데레 역할로 굉장히 자주 등장함. 주로 가족의 유지가 가장 중요하고 그 외의 문제는 떨거지에 불과하다는 일명 '연쇄가족마' 이미지가 쓰이는데,이게 폭주하면 지휘관 이외의 다른 모든 존재들, 심지어 언니인 사오를 제외한 다른 두 404 멤버들까지 진정한 가족이 아니니까 담가버려도 상관없다는 살벌한 논리로 이어짐. 픽시브 같은데 둘러보면 가끔 이 연쇄가족마를 소재로 한 띵작 만화들 올라와있는거 보이니까 거기서 영감을 얻는걸 추천함


에이전트(요원) - 극도의 엘리트주의

에이전트는 철혈포획 출시 이후에 공식적으로 그리폰에 편임된 케이스라 사정이 좀 다른데, 지휘관을 매우 충실히 섬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이 속해있던 철혈과 그걸 넘어선 존재인 지휘관만이 섬길 가치가 있고 그 외의 존재는 다 쓰레기라는 뒤틀린 엘리트주의가 존재함. 따라서 에이전트가 폭주하는 팬픽에선 그리폰 인형들이 지휘관의 발목만 잡는다고 생각하게 되는 쪽으로 스토리를 전개해야 함.


뭐 대충 이정도면 소전 관련해서 얀데레 팬픽 작성할때 너무 많이 우려먹은 방식은 피하면서도 캐붕도 막을 수 있게 가이드라인으로 쓸수 있지 않을까 함 ㅇㅇ 앞으로도 더 많은 양질의 소전 팬픽이 나올수 있을거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