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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5442054


삼흔삼욕 (三釁三浴, 향을 피워 그 연기를 세 번 쐬고 세 번 씻음, 제환공이 관중을 맞이하러 갈 때 한 행동)




사각사각, 하고 자료에 주석이나 생각난 점을 오로지 써 내려간다.

값싼 볼펜이 싸면서도 매끄럽게 지면을 미끄러져 잉크를 문질러 가는 소리가 그저 자신의 방에 울린다.

또 들려오는 소리라고 하면 초침이 시간을 새기는 소리.

그리고 가끔, 으아악! 하고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정도.

아마도 오프인 날에 외출을 하려했는데 현관에 담당 우마무스메라도 서 있었을 것이다.

새의 지저귀는 소리 같은 것이다.


서류 작업을 하는 옆에서 커피가 쪼로록 소리를 내며 천천히 추출되고 있다.


오늘은 참으로 평화롭다.

오후부터는 외출 예정이지만 오전 중에는 모처럼의 완전 오프.

완전 오프이니만큼 우마무스메의 간섭도 없고, 언제 혹독한 업무 명령이 떨어질까 겁먹을 필요도 없다.

이것은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슬슬 적당한 때인가,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머그잔에 따른다.

방 안에는 은은한 커피향이 퍼지며 행복도를 높여준다.


맨해튼 카페가 너무 많이 샀다며 나눠준 원두를 그녀의 추천 커피밀에 갈아놓은 것이다.


입을 대니 쓴맛과 신맛의 절묘한 균형이 혀를 즐겁게 한다.

역시 맛있다.

기본적으로 커피는 쓴맛이고 잠만 깨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지만, 맨해튼 카페의 열띤 항의와 강의로 커피의 좋고 나쁨을 다소나마 알게 되었기 때문에 자기 방에서는 캔커피를 별로 마시지 않게 됐다.


덕분에 오프날 아침은 매번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도록 시행착오를 거치는 처지가 됐지만 이건 이것대로 즐겁다.


...그래도 맨해튼 카페가 이따금 마음이 내킬 때 뽑아주는 커피가 더 맑아 보이지만, 역시 적당히 커피 메이커에게만 맡기기 때문일까.

그녀는 바리스타처럼 주전자에서 따르며 추출을 하기 때문에 역시 커피 메이커에서는 그 맛이 나지 않는 것일 거다.


이따금 아침에 찾아오는 루돌프에게도 맛있는 커피를 먹여주고 싶지만 테이오는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맨날 벌꿀 음료만 마시는 것 같던데


다음에 맨해튼 카페를 마나면 요령이라도 물어보고 싶지만 자주 마주치지 못한다. 그리고 대개 루돌프가 가까이 있어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기에 기회를 잡고 싶다.


향기로운 커피를 즐기고 있으니 점점 사무일이 귀찮아져 갔다.

트레이너 업무 중에서도 귀찮기 짝이 없는 단순한 미디어 대응 서류만 남아 있어 슬슬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휴일에 하기에는 좀 떨떠름하다.

대체로 귀찮은 안건에 대해서는 다 정리하고 다음은 트윙클하고 비교적 안면이 있는 부분만 남아 있다.


...확실히 트윙클은 여전히 정보가 빠르다.

토카이 테이오와의 계약에 대해 자세히 인터뷰하고 싶다고, 평소의 그 얼간이 기자가 몇 통이나 메일을 보내왔다.


아직 테이오를 미디어 앞으로 끌어낼 생각은 없지만 방치해 두면 그 기자는 돌격해 올 것 같아, 잠시 시간을 내서 답변을 보냈다.


트윙클지 자체는 호의적인 스탠스이긴 하지만 그 얼간이 기자는 들은 이야기를 확대해석하고 개인의 망상까지 특대로 적어 우스꽝스럽게 써대는 나쁜 버릇이 있다.

들은 이야기로는 꼬리지느러미도 등지느러미도 붙어, 최종적으로 제트 엔진인가 무엇인가를 탑재한 것 같은 기세로 큰 이야기가 되어 결착되는 일이 많이 있다.


게다가 정작 얼간이 기자, 오토나시 기자에게는 전혀 악의가 없다.


우마무스메나 레이스에 관한 지식이 굉장하고 트레이닝의 내용부터 다음에 출주를 예정하고 있는 레이스의 거리는 커녕 타이밍까지 꿰뚫어 오는 등, 정말로 방심할 수 없는 기자다.

다음 주 중으로 테이오에게는 예상되는 질문과 지장이 없는 답변을 확실히 지도해 두지 않으면 안된다.


저 망상이 대단한 기자에게 걸리면 황제 2세니, 온 우마무스메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니 하는 어처구니 없는 기사가 실릴 수도 있는 것이다.

지독하게 다른 곳에서 계속 얻어맞은 나조차 저 얼간이 기자의 손에 걸리면 「충의의 천재 트레이너」로 변모한다.


제트엔진은 커녕 대기권에서 튀어나오는 듯한 글쓰기에 속이 쓰릴 정도다. 차라리 장식품이라고 쓰여지는 게 나았다.


...다른 곳은 뭐, 기본적으로는 루돌프에 대한 인터뷰 취재나 출연 의뢰, 다음 레이스 예정 등에 관한 질문이 대부분이다.

간혹, 왠지 트레이너 특집 같은 골치 아픈 기획을 말해 오는 패거리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러한 안건은 신참이나 베테랑이 대상이므로 비교적 거절하는 케이스가 많다.

이제 신참이라고 자칭하기에는 미묘한 커리어가 되어 버렸고, 베테랑을 자칭할 수 있을 정도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거절하기 쉬운 것은 다행일까.


흐음.


오후부터는 루돌프와의 외출이다.

에스코트를 해라, 라고 듣기는 했다.

보통 심볼리 루돌프라고 하는 미녀와의 데이트를 에스코트 한다고 들으면 날아오를 법도 하지만, 내가 그러한 세련된 일을 잘 못하는 걸 알고서 말한 것이니까 확실히 벌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꽤 전에, 처음으로 둘이서 「데이트」라고 하는 명목으로 외출했을 때는 정말 대단한 꾸지람을 듣는 처지가 되었다.


재충전을 위해 외출했으니까. 산책과 노래방을 가면 어떨까 하고 평소처럼 편안한 차림으로 약속장소로 향했지만, 그곳에 있었던 것은 무서울 정도로 꾸민 루돌프.

당시는 아직 루나라고 불렀을 때라 아직 어린 것이 눈에 띌 때였지만, 화장을 얇게 하고 세련된 코디에 몸을 감싼 그녀는 역시, 젊어도 훌륭한 레이디였다.

그리고 그 요구도 훌륭한 레이디였다.


그 시점에서 대충 불쾌한 예감이 들었다고나 할까, 재충전이라고 강변에서 산책과 노래방에 내보내기에는 분명히 루나의 옷차림은 어울리지 않았다.

확실히, 데이트라는 말을 듣긴 했다.

무슨 농담이라 생각해 가볍게 흘리고 당일을 맞이했더니, 빈틈없는 모습의 심볼리 루돌프가 나와 흰눈을 부라리게 되어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최고의 멋진 스폿과 동료가 얘기했던 것 같은 장소를 둘러보려고 비상착륙을 시도하였으나. 보기 좋게 간파당하여 얼마 동안 토라져 있던 것이다.


그런 실수는 이제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녀가 데이트라고 말했으니, 아마도 정말로 데이트를 하려고 할 것이다.


......


안 돼. 빨리 옷을 골라놔야 돼.

요즘, 옷을 사라 갈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셔츠는 찢어지거나 세탁물이 홀연히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외출복을 구입하는 일이 극히 줄어들었다.


옷장을 여니, 매달려 있는 것은 작업복.

업무용으로 만든 슈트나, 트레이닝 시에 입는 것 같은 것들 뿐.

구석진 곳에 평소에는 입지 않던 재킷 같은 게 쳐박혀 있긴 하지만, 과연. 

...살은 찌지 않았다. 아직 입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 때나 신인 시절에는 복장에도 신경을 썼던 것 같기도 하지만, 점점 작업복으로 생활하게 되어 지금은 장보기 정도라면 보통 그대로 외출해 버린다.

때문에 소위 멋을 내는 옷들이 구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아니아니, 그전에―――









어슬렁 어슬렁


자신의 방 안에서 나는 우리에 갇힌 곰처럼 정처 없이 좌우로 헤매고 있었다.

침대 위에 펼쳐놓은 사복을 앞에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있지만 도무지 결정될 것 같지 않다.


실수했다, 라고 무심코 얼굴을 찌푸려 버린다.

다음 주의 오프로 했으면 아직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럴 수도 없는 사연도 있었다.

첫째, 시간을 여유있게 한다는 것은 적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테이오는 물론이고, 그 자리에 있던 타마모 크로스, 그리고 주변에서 귀를 곤두세우고 있던 우마무스메들에게서 정보가 새어 나갈 것이다.

그것은 순식간에 학원 내부에 퍼져, 방해가 들어 올 확률이 높아진다.

지금 현재도 소문은 확산되고 있겠지만, 오프인 우마무스메가 많은 일요일은 외출 일정을 미리 잡는 경우가 많다.

훔쳐보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사전에 세웠던 일정을 바꿔 우리를 찾아다닐 만큼 많은 노력을 들일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또, 방해할 것 같은 자들도 마찬가지다.

앞질러 가서 간섭을 하려면 사전 조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애당초 집합장소도 시간도 그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지 않고 약속만 받아낸 것이다.

운이 좋게도, 트레이너군과의 외출은 대부분 만나는 장소도 시간도 항상 똑같다.


고로, 어젯밤에 평상시에는 사용하지 않는 인스턴트 메신저를 이용해 장소와 시간을 지정했다.

이로써, 깊이 파고들어 평상시의 집합 장소와 시간에 잠복하는 무리들은 배제할 수 있다.

통화를 하지 않은 것은 만약 누군가가 내 방 앞에서 귀를 세우고 있거나, 수음기를 악용하는 것에 정보가 새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행선지도 트레이너 군에게 맡겼다.

에스코트 받는 것에 대해서 동경이 있던 것은 확실하지만, 우리와는 나이도 종족도 다른 트레이너군의 선택이라면 다소는 우마무스메들의 추측을 피할 수 있지 않겠냐는 목적도 있었다.


게다가 어젯밤에는 예비 휴대 단말을 이용해, 발신처가 표시되는 블러프를 뿌렸다.

다소 잘 아는 우마무스메에게 걸리면 IP를 마스킹하여 알아본다.

그래서 일부러 투고용 계정 위장, IP 스푸핑까지 해서 여러 겹으로 위장을 펼치면서, 블러프를 뿌리고 연료를 부었다.

자신의 단말기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우마터나 학원 내 네트워크 등에서 동향을 감시한 결과, 문제 없이 블러프가 침투한 것 같고, SNS를 이용한 정보 수집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너트렸다고 생각한다.


주의에 주의를 기울여, 위장을 위해 통화하는 것처럼 가장하고 실내에서 블러프를 말하는 등, 단기간에 실시할 수 있는 대책은 닥치는 대로 실행했다.


문제는 트레이너 군 쪽에서 무심코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을까, 하는 점.

트레이너 군은 원래 말수가 적고, 오늘 오전 중은 자기 방에서 뭔가 사무 일을 할 예정이다.

어젯밤의 환영회가 걸림돌이지만 아무리 우마무스메라고 해도 술자리에 끼어들기는 쉽지 않다.

가게 앞까지 마중을 나간 내가 말하는 것으로 대부분 알겠지만, 미성년자는 가게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사전에 트레이너 군의 단말이나 의복 등에 도청기를 설치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어젯밤에 데리러 갔을 때 트레이너 군은 낮에 입고 있던 옷과는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가방도 업무용의 것이 아니고 작은 것으로 바뀌어 있었기에 물리적인 간섭에 대해서는 휴대 단말을 제외하고는 배제되고 있다.


솔직히 스스로도 과하다고 생각한다.


지나치다는 건 알지만 오늘은 데이트를 하는 거다.

가능한 한 쓸데없는 방해꾼은 배제하는 것은 우마무스메로서의 의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에는 미행 등의, 정말로 원시적인 수단에서의 포착을 피할 뿐.

나와 트레이너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는 자들은 최악에는 실력으로 배제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아니, 기다려라. 심볼리 루돌프」


의복, 완전히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실력행사는 최종수단으로――아니, 이게 아니다. 옷이다, 옷.

데이트에 입고 갈 옷을 어떡하지.


침대 위에 펼쳐놓은 형형색색의 의상.

잡지의 취재 등으로 프로가 코디한 의상을 착용해 촬영에 임하는 일이 있고, 촬영 종료후에 그대로 증정되는 일이 많아 나의 의상 선별 라인 업은 별로 사지도 않는 것에 비해 상당히 충실하다.


그렇기에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평소에는 든든한 조언을 해주는 마루젠스키는 정말 도움이 안 된다.

이렇게 말하면 친구에 대해서 실례인 것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센스가 묘하게 낡았다.


학생회의 동료에게…라고도 생각했지만, 에어 그루브에 듣자니 지나치게 성실한 그녀는 생각을 하다가 위통을 앓을 것이고, 브라이언에 이르러서는 귀찮다는 듯 가까운 것을 집어 들고 밀어붙인다.

히시 아마존과 후지 키세키는 각각 독특한 감성을 가지고 있어 나의 취미와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해 온다.


...이런, 설마 옷을 고르는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시달릴 줄이야.


그러나 이렇게 우왕좌왕하며 생각하고 있는 시간 또한 사랑스러웠다.

트레이너 군은, 기뻐해 줄까.


이건 어떠지, 하고 주운 원피스를 몸에 대고 모습을 들여다 본다.

거울 저편에 있던 나는 곤란한 듯 하면서도 꽤 즐거운 듯이 뺨을 느슨하게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