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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5501121



낙화유수 落花流水


흐르는 물에 떨어지는 꽃이라는 뜻. 지는 꽃과 흐르는 물이라는 뜻으로, 가는 봄의 경치를 나타내거나 힘과 세력이 약해져 보잘것없이 쇠퇴해간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




좋은 쇼핑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루돌프에게 준 선물은 매우 기뻤는지 조금 전부터 윤기 있는 꼬리는 계속해서 상하로 움직이고 있고, 귀도 기분이 좋은 듯 때때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데이트로서는 뼈아픈 실패를 해 버린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쇼핑하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써버렸다.

사실 어젯밤에 황급히 영화표를 예매했는데, 시각은 이미 18시 직전.

예매했던 영화는 시작되기는커녕 이미 끝난 참이다.

합류한 것이 평소보다 조금 늦었다고는 해도 지금부터 영화를, 이라고 말하기에도 미묘한 시각.


그런 연유로 예정을 하나 실행하지 못한 채, 오늘의 마지막 장소로 이동한다.


학생이 줄어든 쇼핑몰을 나와 곧장 인근 건물로.

루돌프는 그 사이에도 즐거운 듯이 이따금 선물을 만지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는데, 끝까지.


「...음? 트레이너 군, 돌아가는 길은 저쪽 아닌가?」


「아니야, 여기 맞아」


핫, 하고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인가.

루돌프가 건물 앞에 멈춰 서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뭐냐...그, 여긴 호텔 아닌가?」


「맞는데? 자, 가자」


「엣, 트레이너 씨? 잠깐, 기다려, 정말!?」


이상하다.

뭘 그렇게 당황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얼굴을 붉히며, 루나가 삐져나온 루돌프가 종종걸음으로 따라온다.

아무리 황제라도 격식을 갖춘 호텔에서는 과연 긴장을 하는 건가.

때때로 회견 같은 걸 한다고 해도, 대부분이 호텔 등이 아닌 학원 관계 시설이나 레이스장 등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원정 시 호텔에 숙박하는 일은 의외로 거의 없고, 원정처의 호텔도 기본적으로는 학원이 수배하므로 그다지 고급스러운 호텔에 숙박할 만한 일이 없다.


도어맨이 문을 열어준다.

긴장으로 움직임이 어색한 루돌프를 동반하고 엔트런스에 발을 들어서면, 눈부신 세계.

샹들리에는 오렌지색의 잔잔한 빛을 반사해 반짝이고 내부 인테리어도 불편함이 없이 잘 정리되어 있다.

격식이란 무엇인가를 재현한 듯한 분위기에 먹힐 듯하면서도 발을 내디디니, 미리 연락을 해둔 덕분인지 직원이 유도를 해준다.

배웅을 받으며 안쪽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니 몸에서 부유감이 느껴진다.



「저, 저기 트레이너 군...」


「응?」



어딘가 넋이 나간 것처럼 보이던 루돌프가 작심한 듯 입을 연다.



「진심...인 건가?」



응? 무슨 소리일까.

아, 저번의 「데이트」에서는 평상복 차림에, 산책이나 트레이닝 용품점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그런 건가.


그때는 심하게 꾸중을 들었지만, 역시 두 번째가 되면 나도 학습을 한다.

그리고 에스코트라는 단어.

데이트에 적응을 할만한 일은 없었고, 그녀가 보기에도 실수가 있을 것이다.

이게 진심인건가? 라는 말을 들으면 다소 풀이 죽기도 하지만, 그러나 자신이 없는 태도로 에스코트를 하면 받는 쪽도 불안해질 것이다.


그러니 나는 가슴을 펴고 말한다.


「당연하지」 라고.




엘리베이터가 가벼운 소리를 내며 목적층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문이 열리고, 그곳은 천상의 전망이었다.

통유리로 된 이른바 천공의 레스토랑.

어둡게 조정된 조명은 아름다운 야경을 즐길 수 있도록 충분히 계산된 것.

온화한 불빛과, 괜찮은 취향의 BGM이 이 자리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호텔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는지, 기다리고 있던 직원에게 예약명을 말하니 허리를 굽혀 인사한다.


「기다렸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에? 에?」


아직도 곤혹스러운 기색의 루돌프를 유도하면서 안내된 곳은, 전망이 좋은 개인실.

야경을 즐기기에는 조금 빠른가 고민했지만 다행히 아직 초봄이라 그런지 이미 바깥 풍경은 온통 어두워졌다.


드넓게 펼쳐진 빌딩들은 지상에서 올려다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우리를 반긴다.

항공 장애등이라는 시시한 이름의 붉은 램프조차도, 마치 보석처럼 보인다.


「와아...」


루돌프가 눈에 비치는 절경에 나이에 걸맞게 감탄을 내뱉었다.

비틀비틀, 빨려 들어가듯이 창가로.


의외로 이런 부분은 아직 순진하달까.

평소에 보이지 않는 솔직한 반응을 보니 데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즐거워 보이는 등에 다가간다.


「개인실이니까 변장은 풀어도 괜찮아」


일부러 개인실을 예약한 것은 당연히 루돌프가 변장을 하고 올 것을 예상한 것이었다.

그녀는 유명인이다. 적어도 식사를 할 때에는 그러한 번거로움으로부터 해방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개인실을 예약했다.


「아아, 그렇네...후우. 그다지 본격적인 변장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좀 답답했어」


그렇게 말하며 돌아보는 루돌프의 모습은, 야경을 등진 탓인지 여느 때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정말이지 너라는 사람은, 이렇게 사람을 놀라게 해줄 줄이야」


「저번에 실컷 잔소리를 들었으니까. 이번에는 조금 마음에 들었으려나」


만족한 표정의 루돌프와 함께 호텔에서 나온다.

보기와 다르게 몹시 많은 양을 먹는 것은 이미 알고 있어 비교적 양이 많은 코스 요리로 주문했지만,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양이 아닌 것을 알고 있어, 조금 무리한 부탁을 통해 내 쪽의 양을 미리 줄여 어떻게든 따라갈 수 있었다.


식사량은 많았지만 루돌프와 같은 대식가 입장에서는 만족할 만한 양이 제공된 것 같다.

지금도 조금 뺨을 붉게 물들이고 있고, 식사를 충분히 즐겼다는 걸까.

당연하게도 술은 마실 수 없으니, 스파클링 포도주스로 건배를 한 건 옥의 티지만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 고마워」


「별말씀을」


조금 전까지 굽어보던 야경 속을 천천히 걸으며 기지개를 쭉 편다.

두둑 뚝 하고 가볍게 뼈가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나도 긴장하고 있었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자각한다.


어찌 되었든 오늘 데이트는 이것으로 끝.

시간을 확인하니, 여유롭게 걸으면 통금 시간에 맞출 수 있는 정도의 시간.



「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되네. 통금시간까지는 충분하니 소화도 할 겸 산책이라도 할까」


「음, 그렇게 하자. 너와 천천히 걸어가는 것도 또 즐거운 일이니까」


「평소와 별로 다른 모습으로 대해주지 못해서 미안한데」






오늘은 정말 즐거웠다.

마음에 걸려 하는 트레이너 군의 부담감을 이용해 데이트를 제안한 것은 스스로도 어떨까라고는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트레이너 군도 때때로 웃는 얼굴을 보여 줄 정도로 의미 있는 데이트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번과의 낙차가 너무 커 머리가 잘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건 나도 에스코트 받는 쪽으로서 정진이 필요하게 될 것 샅다.


식사를 마치고 심장 박동도 상당히 가라앉았지만, 오늘 트레이너 군은 뭐라고 해야 할까.

멋진 어른,이라는 느낌이었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역시 당황해 버렸지만.


그건 당연히 착각하고 말 거야.

고가의 선물을 받고 고양되어 있는데 호텔이라고 하면, 이상한 쪽으로 기대해 버려도 이상하지는 않다고 생각해.

그런 점이 트레이너 군답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똑바로 레스토랑에 데리고 간다고, 정말로 그렇게 말해달라고 트레이너 군.


...만약 트레이너 군이 일반적인 기업에 취직했더라면, 이와 같은 데이트를 했을까.

뜻하지 않은 답답한 생각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친다.


하지만, 오늘은 그 트레이너 군을 사치스럽게도 독차지할 수 있었다.

그런 만약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데이트는 이것으로 끝나 버렸다.

나머지는 기숙사로 돌아가고, 다음날 아침부터 다시 트레이닝의 날들이 시작된다.


둘이서 나란히 걷는다, 라는 것은 언제나의 일이었지만 데이트에서 귀가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긴장이 되어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무심코 입을 열면, 아직 돌아가기 싫다는 등의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올 것 같아.


평소와 별로 다른 모습으로 대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트레이너의 말이 들렸다.

이 사람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이렇게까지 에스코트를 해주니 새삼 불만이 있을 리 없다.


「아니아니, 그렇지 않아. 너와의 데이트라고 생각하면 걷는 것만으로도 특별해」


「낯뜨겁네. 그렇게까지 기뻐해주니 에스코트한 보람이 있어」


쑥스러운 듯 목에 손을 얹고 웃는 트레이너 군.

하루 종일 걸어 다리가 굳어도 이상하지 않을텐데,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문득,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아아, 날씨는 조정하지 못했던 건가... 조금 비를 피했다가 가는게 어떨까」


「저쪽이 안 젖을 것 같네. 가자」






처음에는 조금 작은 빗방울이었지만 잠깐 기다리고 있자니 단번에 내리기 시작했다.

꼭 게릴라성 호우같다.

봄은 날씨가 자주 바뀌지만 그렇다 쳐도 심한 폭우일 것이다.


점포 앞에 붙여진 타프가 세차게 쏟아지는 비로 인해 푸득푸득 소리를 낸다.


「좀처럼 그칠 것 같지 않은데」


「마지막 순간에 당했네, 이것만은 오늘의 트레이너 군도 어쩔 수 없군」


피식, 하고 웃으며 루돌프가 웃는다.

오늘의 나, 라고는 해도 역시 비를 그치게 할 만큼 인간과 멀어지지 않았다.


「역시 어떻게든 할 수 있다면 인간에서 너무 멀어진 거라고 생각해」


서로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에도 빗줄기는 점점 강해져 간다.

세차게 쏟아지는 빗속에서 바짝 붙어서 비를 피한다.


「...이러다 통금 시간이 지나버리겠는걸」


「그러게... 역시 외출로 통금 시간을 어기는 건 세간의 평에 좋지 않고. 잠깐 택시라도 잡아올게. 작은 접이식 우산이 가방에 들어있으니까」


부스럭거리며 가방을 뒤적거리며 아래쪽에서 작은 우산을 꺼낸다.

접었다 펴보니 비교적 방치된 탓인지 약간 걸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우산으로서의 기능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실은 비매품인 팬 굿즈 우산으로 심볼리 루돌프의 이름과 데포르메 된 캐리커처가 일부분에 프린트 되어 있는 우산이기도 하지만 그녀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담당의 굿즈를 애용하며 가지고 다닌다는 것을 본인이 알게 되면 조금 부끄럽기 때문에, 눈치채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다녀올게. 조금만 기다려줘」


어느새 폭포수처럼 요란하게 쏟아지는 빗속으로 한 걸음 내디디니 철퍽, 하고 물을 두드리는 소리가 발밑에서 들린다.

가죽 구두라 유지보수가 번거롭지만 어쩔 수 없다.

뛰기 시작해서 몇 걸음 나아갔을 때, 빗소리에 섞여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려줘」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찰박, 하고

발밑의 웅덩이를 밟는 소리가 나며, 따뜻한 무언가가 부딪치듯 달려들었다.

반사적으로 강하게 껴안았다.


펼쳐진 우산이 흔들린다.


「...! 무슨 일이야?」


툭, 투둑, 굵은 빗방울이 콘크리트 바닥을 두드린다.

작게 튀며, 흩날리고


이윽고 쏴, 하고 세차게 쏟아진다.

마치 우리를 이 작은 지붕 밑에 가두듯이.


「―――――――――――」


엷은 진홍색의 색을 칠한, 고운 입술이 움직였다.

그녀의 가냘픈 목소리를, 빗소리가 감싸며 데려가 버린다.


그러나 다행히도, 내 귀에는 닿았다.


그 뜻을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튀어오르는 미친 듯한 심장 소리.

마치 서로의 소리가 닿아버릴 것 같을 정도.


들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빗소리가 덮어줄까.



새빨갛게 홍조를 띤 뱜



달콤한 숨결



숙여져 있던 긴 속눈썹이 움직였고, 젖은 보라색 눈동자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빨려 들어가 버린다고 생각했다.


살며시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아래에서 뻗어온 루돌프의 두 손이 나의 두 뺨을 감싼다.

마치 끌어당기듯이.


거리가 일그러진 듯

가까워지는 거리


고동이나 호흡조차도 녹아들 것 같은 거리. 


그녀의 발꿈치가 들렸다.









입술이,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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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로 1부가 완결이고 2부가 시작됨.

그 사이에 57화에서 언급된 뭔가 잘못된 결과의 3부작 IF스토리가 있고, 저번의 라디오 번외 같은 인터뷰가 3개 있음.

작가 말로는 안 봐도 본편 이야기에 지장은 없다는 데 보고 싶으면 올리고 아니면 바로 2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