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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5521092






「...회장님?」


불현듯 옆에서 말을 걸어와 정신을 차렸다.

수중의 자료는 아까부터 전혀 변화가 없고, 완전히 넋을 놓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시간은 15시.

일을 시작한 게 13시였음을 생각하면 자신이 얼마나 멍하게 있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대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목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


그날부터 며칠 후에

트레이너 군이 사라졌다고 들었다.


아키카와 이사장은 수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사표가 제출된 그 다음날 아침에, 홀연히.

옷이나 분쇄기에 갈린 서류, 생활용품이 트레이너 기숙사의 쓰레기장에 아무런 예고 없이 쌓여 있는 것을 본 기숙사 직원이 수상히 여겨 학원에 보고를 실시했는데, 한 트레이너가 기숙사에서 없어졌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하야카와 씨의 부름을 받아 트레이너 군의 방에 발을 들여놓은 내가 본 것은, 텅 빈 방이었다.


사물부터 가구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사라진 빈방

방의 모양을 바꾸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아마도 내가 있던 흔적을 지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고


신변 정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방의 남아 있던 것은, 오래 사용한 티가 나는 가방이 하나

그리고, 트레이너 배지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날의 결단은 실수였을까

나는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일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나는 틀렸다.

어쩔 수 없이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무서웠다.


내 꿈 따위에 어울리는 것으로, 심신이 깎이고, 점점 점점 여위어가는 트레이너 너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

이대로라면 분명 트레이너 군은 망가져 버린다.


언론도, 팬도, 트레이너 군이 이룬 업적을 기리지 않았다.

동기 트레이너들이나 동료들에게조차 소외되고 있었다.

단지 계약했을 뿐으로, 무패의 삼관 우마무스메의 트레이너가 되었다고 비판했다.



――――네 탓이다.



그리고 나는 그 비판을 막는 일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망가져 버리기 전에, 라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그리고 내린 결단은, 어쩔 수 없이 어리석었다.



――――네 탓이다.



「...회장님. 회장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에어 그루브가 걱정하며 말을 건넸다.

안다는 듯이 말하지 마라.

그런 말이, 목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듯 밖으로 나오려 한다.


이건, 안 되겠다.


일이 여기까지 이르렀으니 더욱, 나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신경 써야 한다.

그때 내가 저항할 수 있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옆에 있을 수 있었을까

지금도 그 양지에 있을 수 있었을까


말을 삼키니, 마치 위산을 삼킨 것처럼 목이 아프다.

창밖으로 눈을 돌리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푸르스름하던 나무들은 완전히 모습을 바꾸고, 잎을 떨어뜨리며, 추워하고 있었다.



「...혼자, 있게 해줄 수 있겠나」


쥐어짜낸 목소리는 심하게 일그러져 떨리고 있었다.


「...네」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서류를 안고 에어 그루브가 학생회실에서 나갔다.

그녀에게는 부담을 줘서 미안할 뿐이다.






꿈을, 꾸고 있었다.

달콤하고 따뜻한, 아주 멋진 꿈을


이 꿈이 계속될 줄 알았다.

이 따뜻한 세상을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을 망가뜨린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그날로부터 시간이 조금 흘렀다.

트레이너 군의 행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네가, 다 망가뜨린 거야.



시끄러워, 알고 있어


따뜻한 꿈도, 서투른 미소도, 서로의 꿈도, 모든 것을.

지금까지 다른 우마무스메의 꿈을 깨부수고 왔으니.


「...달려야지」


일어서려고 하지만, 몸이 거부하는 것처럼 무겁다.


「재팬컵,인가」


무슨 말을 새삼스럽게 하겠는가.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내 이기심 때문에 모든 것을 망쳤다.

최저다.


하지만 이겨야 한다.





짓밟아 버린, 모든 것을 위해서.





창밖에는 멀리 먹구름이 보인다.

멀리서 울리는 천둥소리가, 공기를 진동시키고 있었다.




나는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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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IF는 끝.

뭔가 뒷내용이 더 있을거 같았는데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