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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5667466



겁방용전 怯防勇戦 겁으로 막고 용기로 싸운다.


방어에 전념할 때는 겁이 많아 보일 정도로 주의 깊게, 싸울 때는 용기를 갖고 두려워하지 말고 싸우라는 말.





「아그네스 타키오오오온!! 그! 약을! 내놓으세요!!」


이거 참,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나를 쫓아오는 무리를 뒤에 거느리며 나는 땅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에어 그루브 군을 뿌리친 것은 좋지만, 역시 너무 눈에 띄었나 보군.


그리고 연막을 사용한 것도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 때문에 성대하게 눈에 띄어 학생들에게 붙잡힐 처지가 되어 버렸다.


다행히 너나 할 것 없이 이미 잔뜩 뛰어다녀 벌써 숨이 차오르고 있다.

거기에다 몸싸움이 잦아 이들의 교복도 너덜너덜하다.


적당히 소모되어 있는 덕분에 에어 그루브를 뿌리치는 것 외에는 제대로 뛰지 않았던 나로서는 떨쳐내기도 쉬웠다.


그렇다고 해도 인원이 인원이다.

뿌리쳐도 바로 다음 추격자가 붙는다.

이 다리 하나만으로 뿌리치는 것은 약간의 노력이 든다.


연막만으로는 불안하다고 생각해 여기저기에 쌓아 둔 트랩을 십분 활용하면서 전력으로 도망친다.


음향, 연막, 투망, 슬라임, 최루…뭐, 별의별 생각나는 온갖 괴롭힘의 여러 가지를 구사해 보았지만, 벌써 일정 수가 뚫리다니 무서운 이야기군.

조금 전에도 슬라임의 점액에 범벅이 됐으면서도 귀신과 같은 형상으로 쫓아온 우마무스메을 겨우 탈락시킨 터.

내가 일으킨 소동이긴 하지만, 나 참 여기까지만 할까?


……아니, 계속해야겠지.

분명, 나라도.


향하는 목적지는 트레이너 기숙사.

슬슬 일어날 트레이너의 눈을 확인하며 컨디션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회를 통해 기숙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숨기면서 앞서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슬슬 심볼리 루돌프 회장이나, 토카이 테이오 군에게는 목적이 들통났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숙사 앞에서 한판 붙어야 할 가능성마저 있다.

섣불리 소모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다음의 트랩은…...아아, 조금 양심에 찔리지만 어쩔 수 없다.

슬그머니, 설치되어 있던 끈을 달리던 기세 그대로 잡고 뽑아낸다.


휙, 몸을 반전시키면서 제동을 건다.

사아악, 포장된 지면을 편자로 깎으면서

이런 터무니 없는 움직임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트레이너 덕분일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다리에 부담을 주지 않을 생각만 했었는데.


정말로, 고마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은데 말이지?


자, 이번 트랩은 조금 악랄하다고?

백의를 휘날리며, 뒤쫓아오는 그녀들을 향해 손을 높이


「자, 가라! 나의 모르모트 군들!」


케이지에 담아둔 대량의 모르모트 군이 풀려난다.

갑자기 풀려난 모르모트 군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하며, 슬금슬금 케이지에서 나가 이들의 진로를 막는다.


뿌이뿌이

뀨이뀨이


아기자기한 울음소리를 내며 호기심 가는 대로, 본능대로 새로운 여정을 떠나려는 모르모트 군들.

그러나 동물원의 체험 코너를 족히 능가할 정도의 수를 풀어내니 그 울음소리는 좀 시끄러울 정도다.


저쪽으로 어슬렁어슬렁, 이쪽으로 어슬렁거리며 제대로 된 목표도 없이 풀린 모르모트들이 흩어지려고 한다.

삼삼오오, 각자 한 마리씩 어디론가 가려는 개체나, 왠지 나란히 줄을 서며 어디론가 걸어가는 개체, 그대로 풀을 뜯기 시작하는 개체 등 바리에이션이 다양하다.

케이지 밖에 풀어준 적이 거의 없었다고 할까, 연구실 밖으로 방사하러 다닐 기회도 없었기에 이렇게 성대하게 탈주해 가는 모습은 어딘가 신선하다.


섣불리 풀어놓으면 돌아올 리가 없으니 당연하긴 하지만.

그건 그렇고 정말 긴장감이 떨어지는 모습이군.

훈훈한 모습이야

마치 침대에서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자고있는 모르모트 군과 꼭 닮지 않았는가?


......뭐, 이대로는 모르모트 군들이 행방불명 되거나 할 가능성이 높고, 야생성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을 내버려 두었다가는 딱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에? 뭐야 이 기니피그!? 어라, 뭔가 등에......아니 약병!?」


발을 묶는 걸 보다 확실하게 하며, 거기에 불쌍한 모르모트 군을 만들지 않기 위해 고안했다.


「핫핫하! 글쎄 어느 모르모트 군이 행운이 여신이려나?」


「잠깐......거짓말. 기니피그를 잡아야 해!! 어느 하나에 당첨이 있을지도 몰라!」


황급히 모르모트 군들을 모으려는 우마무스메들

앗핫하, 멋지게 걸려들어 준 것 같아 다행이다.


뭐, 그 모르모트 군들은 그저 정예 양동 모르모트 부대이기 때문에 당첨 같은 건 들어 있지 않지만 말이야.

도망칠 만큼 기골이 있는 아이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확실히 잡아서 케이지에 되돌려 주게나, 자네들.


휙, 발길을 돌려 뭔가 소리를 지르고 있는 우마무스메들을 뒤로 하고 다시 가속하려다, 퍼뜩 「그것」을 알아차렸다.

 

「안녕! 드디어 찾았네?」


어디서 본 듯한 유성

팔짝팔짝 즐겁게 흔들리는 포니테일

남들이 좋아하는 미소


아아, 여기서 도전해오는 건가


「어라, 토카이 테이오 군.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우연이군」


정말로 트레이너군의 애마는 귀찮은 것 밖에 없구만.

도대체, 무슨 교육을 하고 있는 건가?











조금 전 모르모트 군들이 훌륭히 역할을 수행해준 덕분인지 추격의 손길이 뚝 그쳤다.

기숙사 앞까지 다다르면 한숨 돌릴 수 있다.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 것 같은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다.

이렇게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 안고 있던 문제가 해소된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역시, 정신이 육체에 미치는 영향이......아니,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세계가 붉게 물들어 가려는 시간.

시간은 꽤 많이 벌었던 것 같고, 태양의 위치는 이미 상당히 기울어져 있다.


문득, 예감했다.


슬슬 트레이너도 일어났을 때가 되었겠지

이 바보 같은 소동도 이제 그만둘까


인이어의 통화 버튼을 눌러, 여기까지 힘써 준 협력자에게 말을 건다.


「디지털 군, 도움은 여기까지다. 보수는 추후 지불할 테니 철수에 들어가 주게. 아무쪼록 조심하도록」


추후 지불을 하든 뭐든, 같은 방이라 추궁에서 벗어날 수 없을 테지만.

그래도 나 같은 놈의 흉계에 협력해 주는 걸 좋아하는 유별난 그녀에게는 사례의 뜻이라도 표해 두고 싶은 기분이었다.


『녜헷! 알겠습니다! ......행운을』


「고맙군. 그럼 나중에」


통신을 끊고, 인이어를 분리하며 땅에 내던져 짓밟아 파괴한다.

증거는 물리적으로 인멸하는 것이 제일이다.

동화에서도, 유리 구두를 누군가가 분쇄해 버렸다면 신데렐라가 들킬 일도 없었을 테니까.


팔짱을 낀다.


다시 한번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직 발이 빠른 봄의 햇살은 조금 더 고도를 떨어뜨린 것 같았다.

......후우, 하고 가늘게 숨을 내쉰다.

실로. 실로 긴 하루였다.

왜 내가 이렇게 피곤한 처지에 처해야 했을까

이것도 저 사랑스러운 모르모트 군 때문임이 틀림없다.

당장이라도 랩으로 돌아가 연구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원하지 않던 배역이라고는 해도, 도중까지 하던 일을 도중에 내팽개치는 것은 긍지에 반한다.

앗하하! 정말 귀찮은 역할을 스스로 떠맡아버렸구나


뒤를 돌아본다.


기숙사에서 쭉 뻗은 학원 건물로 가는 길.

무미건조한 그 길 저편.

가능하면 보고 싶지 않았던 그것이, 똑바로 이쪽을 목표로 걸어오고 있다.

눈동자에서 마치 불꽃이라도 피어오르는 듯, 그 보랏빛은 매우 험악한 빛을 띠고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역시 여기서 부딪쳐 왔는가.

하지만, 조금 늦은 것 같군.

거참, 정말이지. 학생회장이란 자가 이 무슨 추태인가?


이런 상태인 너에게는 트레이너 군의 간병 따위는 맡길 수 없어, 안타깝게도 말이야.

자, 마지막 일은 방해자 배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을 만큼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