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너 실.


시티는 들어오자마자 기분이 언짢은 듯 트레이너에게 말했다.


「...에?」


「왜냐고 묻잖아? 대답해 줘」


「왜냐니... 」


「시티... 화났어?」


「... 딱히? 화나지 않았는데」





조금 보이는 시티의 꼬리는... 쭈뼛 서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화났어.


「저기」


「딱히 뿌리고 오진 않아도 좋은데」


「뭔가... 있잖아」


「ㅁ, 뭔가가... 뭔데?」


「... 」





시치는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시티가 다시 말한다.


「... 혹시, 억지로 뿌리게 한 거야?」


「ㄱ, 그렇지 않아! 」


「그럼 뭐야!? 나랑 같은 향수를 뿌리는 게 싫어졌다는 거야!?」


매서운 속도로 다가온 시티가 트레이너를 벽으로 몰아붙인다.


쾅!


시티가 손을 내밀자, 벽에서 큰 소리가 났다.


「ㅅ, 시티!? 일단 진정...」


「나, 너를.. 」


「꽤나... 」


시티는 뭔가 말하려고 했던 것 같지만, 또다시 다물고 말았다.


「시티...」


「그냥... 향수를 뿌리지 않았을 뿐이잖아... 」


달래듯이, 트레이너가 말한다.


「시끄러워!!! 」


시티가 트레이너에게 소리 지른다.


「내가 어떤 심정으로 너한테 향수를 줬는지 알기나 해!?」






시간은 몇 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처럼 조던이나 파머, 헬리오스와 함께 있을 때의 일이었다.


...단지, 다른 점은, 나의 고민을 들어주는 형태로 모여있던 것이다.






위에서부터 다이타쿠 헬리오스, 메지로 파머, 골드 시티, 토센 조던




조던 「그래서? 오늘은 왜 그래? 우리한테 상담이라니 별일이네」


시티 「그게, 트레이너한테 향수를 줄까 하는데... 」


헬리오스 「에. 그거 완전 쩔지않아!? 짱 좋은데! 」


시티 「... 싫어하진 않을까」


파머 「그럴 리 없잖아! 」


조던 「그야 시티네 트레이너, 가끔 향수 뿌리잖아」


파머 「무조건 좋아할 거야! 」


시티 「그러려나.. 」


조던 「뭐야 뭐야~? 시티, 너답지 않아」


조던이 히죽거리며 내 얼굴을 바라본다.


시티 「바ㅂ... 잠깐! 」





헬리오스 「그래도 있지~」


헬리오스 「트레삐랑 같은 향수를 뿌리는 거, 뭔가 좋지 않아!?」


파머 「그치! 나도 좀 동경한다고 할까~」


조던 「시티네 트레이너, 둔탱이잖아」


조던 「일찌감치 치지 않으면, 다른 애한테 진짜 뻇길수도 있다고?」


시티 「ㅁ... 잠ㄲ... 」


시티 「그런 거... 아니고... 」


헬리오스 「게다가 꽤나 미남이고! 」


파머 「맞아 맞아! 」


시티 「... 」


조던 「실제로 어떻게 생각해? 트레이너를」


시티 「그, 그야... 」




그 순간 나는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조던 「오! 얼굴이 붉은데! 왜 그럴까~?」


시티 「시끄러! 놀리지 말라고! 」


헬리오스 「오? 트레삐를 좋아하는 느낌!?」


시티 「아니라고!!!」


파머 「솔직하지 못하네」


조던 「자, 빨리 갔다 와! 」


시티 「... 정말~!」


그 후 우열곡절 끝에 향수를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 트레이너는 시티가 준 향수를 뿌리고 오지 않았다.


시티는 그 의미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지는 감각을 기억하고 있다.


「어떤 심정..이라니」


「... 미안」


트레이너는 시티에게 사과했다.


트레이너가 보기엔, 어떤 심정으로 이 향수를 줬는지 감도 안 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게, 향수를 받을 때 어떤 말을 들은 것조차 아니다.


시티는 「이거 줄게」라며, 약간 떨리는 손으로 향수를 줬을 뿐이다.


「이, 망할, 둔탱이가... 」


「흐흑, 으으... 」



시티는 트레이너의 가슴에 주먹을 내밀고, 기대며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시티... 」


「저기, 시티 들어줘」


「... 변명 같은 건 듣고 싶지 않아」


「시티를 싫어해서 그런 건 절대 아냐」


「그리고 향수 뿌리는 것도, 딱히 싫진 않아. 오히려 좋아하지」


「... 그럼 왜! 」


「시티가 준 향수, 매일 뿌렸더니... 」


「다 써버렸어」


「...에? 다 썼다고?」


「응」



「휴일이나 외출할 때도 뿌렸으니까, 금방 줄어서... 」


「시티가 준 향수, 꽤 좋아하는 향이었으니까」


「그랬구나... 」




나랑 만날 때 말고도 뿌리고 있었구나, 라며 시티는 조금 기뻐져버렸다.



「그래서 있지」


「가게에 가서 찾아봤는데, 시티가 준 건 못 찾겠다는 거야」


「가게.. 라니 향수 파는 데에?」


「응」


「... 혼자서 들어가는 거, 진짜 부끄러웠다니까?」


「그건 모르겠고... 」


눈물을 닦으며 트레이너에게 말한 시티는,


터무니없는 일을 생각해 버렸다.




「... 아」


그 향수는 아마... 모델 일을 하고 있을 때...


「아아아아!!!!! 」


....생각났어



「깜짝이야 ... 갑자기 소리 지르고 왜 그래」


「ㄱ, 그게」


「... 응?」


「내가 준 향수 있지」


「아직... 파는 게 아니었어」


「...에?」


「그, 시제품이라는 거야... 」


「일하고 있을 때 우연히 받은 거야」


「나도 까먹고 있었고, 트레이너한테도 말한 거 같진... 않아」


「그렇구나... 」


「... 미안」




시티가 약간 미안한 듯 고개를 숙인다.


「아냐, 내가 더 미안하지. 다 썼다고 말할 걸 그랬어」


「트레이너는... 잘못 없어」


「내 멋대로 착각했을 뿐이니까」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도.. 향수 안 뿌렸다고 시티가 이렇게 화낼 줄이야」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나 싶어서... 」


「ㅇ, 아무것도 아냐!!! 」


「정말, 우연히, 일하면서 받은 걸 트레이너한테 준 것뿐이니까!!! 」




그저 시제품을 트레이너에게 줬을 뿐인데,


줄 때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얼마나 상담을 받았는지,


...절대로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요컨대 내 착각이라는 것이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잠시 후, 트레이너가 말한다.


「저기, 시티 괜찮으면... 」


「?」


「나랑 같이 향수, 사러 가줄래?」


「괜찮다면... 시티랑 커플 향수를 사고 싶은데」


「같이 가주면... 좋겠어」


「... ! ! !」


생각지도 못한 말에 시티의 심장이 두근거린다.


「담당이랑 커플 향수 사러 가는 건... 역시 이상하려나?」


「ㅇ, 이상하지 않아! 평범하다고 생각해!」




시티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는 듯 트레이너를 긍정해 줬다.


「... 나 때문에 시티가 울기도 했고」


「그 사과도 겸해서, 시티가 가고 싶은데 있으면 같이 가줄게」


「~///」


그 말을 듣고, 시티의 얼굴이 다시 붉어진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시티지만, 고개를 들고


「나, 울지 않았으니까!! 」


라고 변명했다.




「아니 그건 좀... 」


「뭐?」


시티가 빤히, 트레이너를 노려본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


트레이너는 그리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하아~... 」


「그래, 향수 사러 가는 거 같이 가줄게」


「정말? 고마워, 시티」


「그래서, 말인데... 」


시티는 약간 머뭇거리며 웅얼거리는 모습이었다.


「... 왜 그래? 시티」


「... 나도, 있지」


「가고 싶은 데가, 있어」




후일, 나는 트레이너와 함께 향수를 사러 갔다.


물론 나는 변장했다.


트레이너에게 가게에서 바로 사서 뿌린 향수의 향기가 난다.


그리고, 나에게도... 같은 향기가 난다.


「향 좋네」


「... 」


「시티가 골라줘서 다행이야. 고마워」


「그래?」




그 말을 듣고, 부끄러워서 또 얼굴이 붉어진다.


이후로, 맛있는 스위츠를 먹을 수 있는 가게에 가기로 했다.


...내가 가자고 했던 가게다.


까놓고, 여기 아니면 안 돼! 라는건 아니었어.


다만, 어떻게든 트레이너랑 같이 나갈 이유를 갖고 싶었을 뿐이야.


스위츠 가게에 가고 싶다,라는 정말 평범한 여자아이 같은 선택.




(좀 더 고급스러운 가게가 좋았으려나)


(ㄱ, 그래도, 너무 세련된 가게면 반대로 트레이너가 신경을 쓰게 되려나?)


(그래도, 트레이너라면...)


(... 아 - 진짜!!!)


걸으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전혀, 나답지 않잖아.




그저, 내 입꼬리는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트레이너랑 같이 걷고 있을 뿐인데.


「... 왜 그래? 시티 기분 좋아 보이네」


「뭐? 아무렇지도 않은데! 」


「그래... 」


트레이너가 눈에 띄게 풀이 죽었다.


「그렇게 풀 죽지 않아도! 」


「기분이 좋은지 안 좋은지 말하자면, 좋은 쪽이니까! 」


「뭐야 그게! 」


트레이너와 얼굴을 맞대며, 웃는다.


트레이너와 그런 대화를 하며,


이래선 마치 데이트 같다고 생각하고


또 입꼬리가 올라가 버리는 골드 시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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