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표지



시리즈 일람: https://arca.live/b/yandere/49586533


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5692685


암야지력

어두운 밤에 날아오는 조약돌이라는 뜻으로 

갑작스러운 습격이나 막을 수 없는 습격 또는, 전혀 짐작할 수 없는 것을 뜻함





「......먹었다고? 그 포장된걸? 스스로?」


나와 마찬가지로 명문의 계보이며, 또 그토록 감정의 억제에 능했을 아그네스 타키온의 귀와 꼬리가 그녀답지 않게 거의 수직으로 세워져 있다.

그녀로서도 완전히 예상 밖인 것 같다.

조금 전까지의 위험한 공기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놀란 표정 그대로 경직된 아그네스 타키온이 기름칠을 하지 않은 로봇 같은 어색한 거동으로 조심스레 테이오에게 물었다.


트레이너 군이 무심코 자백제를 먹어버렸다는 것만은 테이오의 발언으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정보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저기, 그리고

그 소매 속은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 거야

에에잇, 정보량이 너무 많아


「아마도...문을 조금 열고 들여다봤을 뿐이지만, 보여준 포장이랑 같은 것이 떨어져 있었으니까......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멍청함 그 자체인 상황이다.

어찌 되었든 약 쟁탈전 끝에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꼬였다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중요한 약은 트레이너 군이 먹어 버린 것 같다.

하지만 표정은 진지 그 자체.

둘이서 이마에서 땀을 줄줄 흘리며 얼굴을 맞대고 있다.


자백제를 둘러싼 이 일련의 소동에는 분명 불가해한 점이 많았다.

느닷없는 교내 방송. 자백제의 제공. 묶여 방치된 메이쇼 도토. 어색한 트레이너 군으로부터의 답장.


아니, 틀려

궁금한 점은 많지만, 지금은 거기에 주목해서는 안 된다.


「......포장?」


무심코 앵무새처럼 되물으니, 아그네스 타키온이 이쪽을 보지도 않고 대답한다.


「......자백제의 포장이네」


반쯤 예상은 했지만, 정보가 쓸데없이 여기저기 숨겨져 있다.

이 녀석, 약을 들고 돌아다닌다고 해놓고서 트레이너 군의 방에 두고 있었던 건가?


아니, 그보다 더 큰 문제가 하나.

어째서 아그네스 타키온이 트레이너 군의 방에 자백제를 둔 걸까

경우에 따라서는 권력을 휘두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아니, 권력 같은 느릿한 걸 휘두르는 것 보다 먼저 이 다리가 무심코 튀어 나갈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일도 지금은 사소한 일이다.

질투심보다 우선할 일이 있다.


「왜 그런 게 트레이너 군의 방에 있는지...일이 끝나면 추궁하겠다. 각오해 두도록. ......그래서?」


「흐음......? 나를 따라잡을 수는 있는 건가? 맥없이 쓰러져 있던 트레이너 군을 보람차게 간병까지 한 우마무스메라고, 나는?」


흥, 하고 콧김을 내뿜으며 가슴을 펴 보이는 아그네스 타키온.


「무극...그래, 그거다. 그게 궁금했어. 무슨 소리지?」


간병? 트레이너 군의 오늘 아침 모습이 이상했던 것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꽃가루 알레르기라고 우기는 이상 더 캐물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역시 몸이 나빴다는 것이겠지.


감기?


......아아, 왜 그 가능성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거지!


어젯밤 그렇게 비에 젖었으니 당연히 몸이 차가워졌을 텐데

아까도 지적받은 바와 같이, 또 마음이 들떠 버렸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각하조고, 매우 깊이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각하조고: 지금에 그 자리를 잘 돌아다보고 살펴보라는 뜻으로, 가깝고 친할수록 더욱 조심해야 함을 이르는 말)


과연, 확실히 하나하나의 의미를 생각하면 불가해한 사항뿐이었다.

여기까지 이르러서 의기양양한 얼굴을 할 생각은 없지만, 그 『점』마다 존재하던 불가해함에는 의미가 있었다는 것일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겨우 선으로 연결되다니, 이제야 충분히 납득이 되는 것 같다.


겨우 선으로서 연결된 그것이 나타내고 있는 것은, 양동의 가능성.

트레이너 군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접촉시키려 하지 않은 것은, 즉――


「잠깐만! 지금은 시간이 없잖아!? 타키온 선배, 효과 시간은!?」


허둥대며 테이오가 끼어든다.

분명 테이오의 말대로 지금은 아그네스 타키온의 행패를 규탄해봤자 별 의미가 없다.


「......아아, 확실히 그렇지. 아그네스 타키온, 상황은」


「아아, 그래 약의 효과 시간은...바이탈 사인이랑 수면 시 호흡의 각성을 보면...」


단말기를 꺼내 부스럭부스럭하고 뭔가 계산을 시작한다.

화면에 표시된 덧은 수면계 그래프


「......어떻게 바이탈 사인과 호흡을 감시하고 있는 거지」


「시끄럽군. 지금은 어떻든 상관없지 않나」


상관없지 않아.

나의 트레이너 군이 감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을 수 없다.

거기에다 수법을 가르쳐줄 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가르침을 청하는 것도 뭔가 화가 난다. 굉장히 떨떠름하다.


「회장, 쉿」


아그네스 타키온의 단말기를 들여다보며 검지를 입가에 세우는 테이오.


「므......」


안돼. 꽤 흥분해 버린 것 같아.


...아니 근데 신경이 쓰이지 않는 건가? 바이탈 사인과 호흡인데?

특히 호흡은 아마도이지만 높은 안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심신을 쉬게 하는데 이만큼 효능이 높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일어나자마자 잠이 덜 깬 채로 먹었다, 라고 가정하면, 대강...…」


톡톡, 화면을 탭해서 숫자를 계산해 나가는 아그네스 타키온.


어플리케이션을 바쁘게 전환하면서, 계산기와 메모장에 나열되어 가는 숫자만을 쫓아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세계다.

이럴 때 문외한이 참견하면 대부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러쿵저러쿵 말하고 싶은 마음도 매우 강하긴 하지만, 지금의 최우선 사항은 자백제의 효과 시간이 구체적으로 어떤가 하는 문제.


살랑살랑하고 머리 위에서 흔들리는 안테나 같은 곱슬머리를 한껏 잡아당기고 싶은 충동을 어떻게든 억누르고, 때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비로소 얼굴을 들었다.


「......전후 1~2분의 오차는 있겠지만......그 약의 경우 예상되는 효과시간은 대략 17시 19분에서 29분 사이라네. 지금 몇…시……」


과연, 19분부터 29분까지인가.

아까 아그네스 타키온 자신이 말했던 대로 각성 시간은 어디까지나 바이탈 사인 등의 정보로부터의 추정.

그렇다면 실제로 일어나 몸을 일으키고 약을 먹기 전까지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음은 틀림없다.

각성하는 순간에 약을 복용했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고, 지금까지의 경험상 자고 있던 것을 메시지나 전화로 깨워 버린 경우에도, 혹은 합숙 중의 아침에 깨우러 갔을 때도 제대로 움직이기까지의 시간이 약간이나마 존재했었다.

완고하게 동침은 거절하고 있어 정확한 시간은 불분명하지만, 자고 일어난 뒤에 보낸 메시지를 읽고 답변이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 정도의 차이는 예상해야 할 것이다.


그게 대략 1분에서 2분 정도.

앞뒤로 다소 잘라버려야 하는 시간이 생기는 것은 매우 아쉽지만, 적어도 효과 시간의 중앙 6분 정도는 트레이너 군의 방에 실례하면 속내를 알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꿈같은 보너스 타임이군.


그럼 지금 시간이 몇 시였지.

허둥지둥하던 덕분에 시간을 파악하지 못한 3명이 각자 손목시계나 휴대단말기의 시간표시에 시선을 떨어뜨린다.


확실한 효과를 전망할 수 있는 시간도 짧으니, 효과 시간이 시작되기 전까지 「설득」해 두 사람에게는 인수를 받을 수밖에 없겠지.

자, 그럼 앞으로 어느 정도의 유예가――


그리고 농담처럼 피잉,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귀와 꼬리가 세워지고 삼인각색으로 굳어졌다.




현재 시각 17시 18분




만약 아그네스 타키온의 계산의 결과가 맞다면 자백제를 먹고 효과가 발휘되는, 이 지상에서 가장 귀중한 10분이 이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바보 같은. 너무 빨라


「흐응......일분 일초의 선택이 결과를 가를 수도 있다. 바로 그런 상황이란 말인가. ......그럼, 그런 것으로 괜찮겠지?」


빙글하고 돌아본 아그네스 타키온이 드물게, 실로 태평한 미소를 지었다.


「어떤가――」


그리고 그 쓸데없이 헐렁한 소매에서, 형광색을 내뿜는 시험관과 앰플이 흘러내린다.


......아


이 우마무스메(여자)


현재 시간을 보고 경직된 뇌가 몸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을 순간적으로 꺼렸다.

늦게 뻗은 손은 그것들을 잡지 못하고――


「쨍그랑」하고

메마른 소리가 울려 퍼지고


푸슈욱, 하고 증기와 같은 소리와 함께 폭발적으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 호흡을 멈춘다.


「...큭!?」


「꺄―――! 뭐야 이거 뭐야 이...콜록콜록! 눈이이이이이이이!?」


아그네스 타키온 바로 옆에 있던 테이오가 직격탄을 맞은 것 같다.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구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멀어지는 신발소리도



놓치지 않는다.



가득한 연기가 눈에 들어오면 테이오처럼 무력화된다.

아마도 최루 효과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데굴데굴 뭔가가 굴러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아 테이오가 힘들어하고 있는 것 같다.

쓸데없는 위험은 회피 하는 그녀의 작품이니 양파 정도의 수준이겠지만 아프기는 아플 것이다.

반사적이긴 했지만, 눈을 감고 호흡을 멈춘 건 요행이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흰 연기 때문에 앞을 제대로 불 수 없지만, 몇 년째 이 기숙사에 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내 기억력은 현재 위치만 알고 있으면 눈을 감고 있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기능해준다.

한 번 본 상대의 얼굴은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도 과장은 아니니까.

오늘의 실수는 지독했지만, 여기서 더 이상 실수를 거듭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발소리의 방향, 그리고 자신의 기억을 의지해 바닥을 걷어찼다.

용서해라 테이오. 바라건대 그냥 영원히 탈락해도 상관없다.











그렇게 많이 사용한 연막이 1세트뿐이라고는 하지만, 수중에 남아 있어 도움이 되었군.

연기가 폭발하자마자 후방으로 도약. 즉 기숙사 방향으로 뛰쳐나감으로써 감쪽같이 도망친 나는 한눈팔지 않고 그대로 기숙사 현관으로 돌입했다.

동시에 엄청난 비명이 터져 나온 것 같기도 하지만 아아, 딱하군 이라고 조금 생각할 뿐.


복도를 힘껏 밟고, 달린다.

어쩌면 전력으로 달릴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 로퍼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제대로 편자까지 장착한 내 다리는, 깔끔하게 카펫 밑에 깔린 바닥을 찬다.

탁, 탁하고 경질의 희미한 소리를 내며 날아가듯이 앞으로.

해봤자 푹신푹신한 탄력이 있는 카펫 정도, 그것도 인간의 시선에서 「탄력이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중마장에서도 여유롭게 달릴 수 있을 만큼의 다리를 갖춘 나에게 있어서는 이 다리를 막을 수 있는 물건은 없다.


자.

그렇게 소란을 피운 덕분에, 비상 상황에 겁을 먹고 피난하는 트레이너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언뜻 보이는 현관 옆 식당에서는 아직도 김을 내뿜는 컵이 남겨져 있고, 공습경보라도 울렸나 싶은 정도로 처참한 모양이다.


다소 거슬리게 들릴 지 몰라도 마치 사람이 홀연히 사라진 폐허 같군.

소란을 피운 내가 해도 좋을 말은 아니겠지만.


......벌써 일어났다고는 해도 트레이너 군은 아직 정상 상태가 아니다.

감기로 몸이 아픈 중에도 먹일 생각이 없던 자백제까지 스스로 먹어버린 점은 실로 우러러볼 만한 모르모트 근성이라고 경탄할 수밖에 없지만, 지금은 그저 그 담당 두 사람에게 엉망으로 휘둘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정말이지.

이렇게 걱정시켜서 어쩌자는 걸까, 저 모르모트 군은.



으음, 어찌 된 일인가

안타깝게도 기숙사의 입구에서 트레이너 군의 방은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다.

식당, 세탁실, 여러 기타 생활 관련 설비를 넘으면 곧 바로 위치해 있다.

트레이너들의 주거 중 출입구에 가까운 위치.

출근의 엑세스가 가깝고 편해서 좋지 않나 라고 과거에 태평하게 코멘트했을 때, 벌레를 씹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는 의문이 들었지만, 확실히 이렇게 보니 방위력에 문제가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게다가 1층이다.

누군가 마음먹고 창문을 부수거나 하면 프리 엑세스다.

문을 차 부수는 것보다는 피해가 덜할 것이다.


적어도 1층에 미팅룸 같은 걸로 배치하고 맨 안쪽 계단에서 올라간 후부터 방을 배치했다면 좋았겠지만, 트레이너 기숙사의 방은 높은 대우를 반영하듯 몹시 넓고 천장고도 상당하다.

기숙사라기보다는 대부분의 아파트와 같은 구조.

그 덕에 편리성과 층고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어 지금의 구조로 자리 잡았다는데 누구의 의견이었을까.


흠...

가능하면 10분만 더 시간을 벌고 싶은데

얼마나 더 벌 수 있을까나?


그 폭발로 황제가 짧게 신음했을 뿐이었던 게 다소 걱정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가까이서 연기 폭발을 맞고 그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그건 그냥 괴물이다.


「놓칠까 보냐!」


......정정하지


전혀 주저 없이 연막을 뚫고 튀어나온 우마무스메 모양의 괴물인지 뭔지가 맹추격해 오는 이상 이건 어려울지도 모르겠어.

한번 뒤통수를 맞았으니 다음은 곧바로 대응해 올 테고

이러니 터무니없을 정도로 우수한 황제 폐하는 곤란해.


소지품은...…실내에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만 남아 버렸군.

역시 나라도 이런 좁은 공간에서 음향탄 같은 것을 사용하면 자폭하게 된다.

서로 목적지가 일치해버린 탓에, 행동 불능으로 만든다는 게 매우 허들이 높다.

어디까지나 포박에서 벗어나는 것을 전제로 도구를 선택해버려 일이 여기까지 이르러서는 효과가 미미하다.

후각을 공격하고, 시각을 공격한다면

도망치는 것만은 할 수 있다.

하지만 트레이너 군과 접촉시키지 않는다는 목적을 달성하기엔 미약하다.


남은 방법은 이제 이 몸 하나로 막는  밖에 없지만, 우리가 진심으로 싸우면 기숙사에 피해가 갈테고......

아무리 나라도 트레이너 군의 거주지에 피해를 내는 건 조금 꺼려지니 말야


어쩔 수 없군. 행동 불능으로 몰아넣는 건 조금 어려운 일이니 트레이너 군의 컨디션을 보면서 적절히 대처해 나갈 수 밖에 없겠어.


아무리 트레이너를 익애하고 있는 학생회장이라고는 해도 단둘이 있는 것도 아니니 엄청난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트레이너 군의 방 앞으로.

열쇠를 꺼내고...


「...아」


아뿔싸. 테이오 군에게 열쇠를 맡겨버렸다.


「에에이 답답하긴!」


나를 쫓아 돌진해 온 황제가 그 기세 그대로 몸을 멋지게 비틀었고, 정말로 아름다운 발차기를 힘차게 날려왔다.


나도 모르게 자세를 취한다.

달리던 속도 그대로 내질러지는 발차기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너무 도발한 탓인지, 가감이 전혀 없다.

자업자득이지만 이건 직격탄을 맞으면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게 꽂힌 건, 내가 아니라 내 바로 뒤에 있던 선량한 일반 현관문이었다.


빠직, 하고

좋은 소리를 내며 ㄱ자로 꺾여 실내로 힘차게 날아간다.

경첩이 무참히 뜯겨 나가고, 부부였던 경첩이 독신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유난히 슬로우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무참히 가운데가 꺾여 허공을 날아가는 선량한 문짝 군은, 그대로 거실의 미닫이문을 휩쓸고 파멸적인 소리와 함께 실제로 파멸을 일으키며 실내를 뛰어다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트레이너 군이 애용하는 소파에 멋지게 꽂혀, 현관을 지키고 있다 갑자기 주어진 운동에너지에 의해 엄청나게 뛰어다니며 파괴의 한계를 다한 현관문 군을 받아들인, 아량이 깊은 소파 군과 함께 맥없이 쓰러졌다.


이 위치에서 거실의 참상은 부분적으로나마 엿보이는 정도지만, 포학의 끝을 보였을 것이라는 것만은 매우 잘 알고 있다.


현관 옆에서 정성껏 키우던 화분도 말려들었는지 끔찍한 모습으로 나뒹굴고 있고, 문 모서리가 긁힌 흔적이 복도 벽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기분이 매우 좋은 육아 중인 곰이라도 지나간 건가?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본다.

만약 트레이너 군이 침실에서 나와 거실에 있었더라면 틀림없이 과실치사가 되었을 정도의 사건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현관문이라는 것은 상당한 질량을 가진 것인데 그게 저렇게 날아다니는 모습은 일종의 비현실적이고, 더 말하자면 저 질량이 부딪혔는데 관통되지 않는 트레이너 기숙사 벽의 강도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을까 하는 흥미가 끝이 없다.


...그런데 흠, 생각보다 훨씬 야만적이지 않은가, 황제 폐하?


연구실의 문 정도라면 몰라도 타인의 집에서 이렇게까지 주저 없이 파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역시 황제의 소업인가...


황제라기보다는 폭군의 종류지만 말이야


「사실 루돌프는 성질이 사나운 부분이 있다」 라고 예전에 트레이너 군한테 들은 적이 있긴 했는데...그런데 왜 문을 박살 낸 거지?

방 곳곳에 이미 수선이 아니라 리모델링을 요하는 수준의 파멸이 초래되었는데... 너 정말 트레이너 군의 애마가 맞는 건가?

만약 내 착각이라면, 괜히 소란을 피워 버린 게 되지만.

혹시 자네 트레이너의 애마를 자칭하고 있을 뿐인 위험한 녀석은 아니겠지?


문의 파괴에 이르게 된 경위에는 내 소행이 다분히 영향을 미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건 단순한 해결 방법을 선택해 나선 학생회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네.

부탁이니까 내 탓만은 하지 말라고?


...라고 할까 자네, 여벌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나도 모르게 아연실색하고 있는 그 한순간의 틈을 타, 심볼리 루돌프 회장은 신발을 벗어 던지고 쭉 실내로 파고든다.

황급히 뒤를 쫓아가 회장에 이어서 침실로 들어간다.


「트레이너 군, 무사한가!?」

「좋은 아침, 트레이너 군」


불쑥, 학생회장 각하의 옆에서 얼굴을 내미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멍하니 있던 트레이너가 느린 동작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아아, 안색은 많이 개선된 것 같군. 잘됐어.

이 정도면 다소 움직일 수 있겠어.


이제 감기약 같은 걸 제대로 챙겨 먹게 하고 이 폭군이 엉망진창 행동하지 않도록 감시해야지. 무심코 데리고 가버리거나 하는 건 절대로 피하고 싶다.

내 다리를 어떻게든 해결해 버리는 뛰어난 트레이너를 잃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세계의 손실이다. 그런 세계는 용서받지 못――


「...우와. 둘다 가까이 오지 말아줄래?」


유감이네. 멸망하지 않으면 안되겠어, 세계.










「...에?」


잠에서 깨고,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 성대하게 늦잠을 잤음을 알리고 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는 거의 세로 직선으로 변해가는 중.

어느새 해질녘이었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감기에 걸렸던 건가

멍하니 움직이지 않는 머리로 일단 침대 옆에 놓인 알약을 정리해 위로 흘려 넣는다.


아아, 이건 아그네스 타키온이 준비해 둔 건가, 하고 약을 먹은 뒤에야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아그네스 타키온이 와 있었던가?

약품류에 관해서는 그녀를 의지하는 것이 가끔 몸이 묘한 색으로 발광하는 이상한 부작용이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정답일 것이다.

오늘 아침 약을 먹을 때도 이상한 부작용이 없기를 반쯤 기도하면서 먹었다.

왠지 상비약을 사 올 때마다 잃어버리고, 나도 물건 관리가 꽤 허술한 것 같다.


그 아그네스 타키온이 설마 부진을 눈치채고 일부러 간병을 와줄 줄은 몰랐는데, 또 수업을 포기한 것일까 그 괴짜는.


하지만 간병받았을 때, 묘한 안정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나도 모르게 어리광을 부릴 정도로.


그리고 그건 환각이 아니었을까 하고 지금도 의심하고 있다.

환각으로 아그네스 타키온을 봤다면 내 정신은 상당한 위험한 부분까지 와 버렸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방금 약을 먹었었고, 분명 평소 사용하지 않는 트레이에 일부러 약포지를 깔고 약을 놓아둘 정도로 자신에게 여유가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게다가 약포지 같은 게 방에 구비되어 있을 리도 없다.

기억이 애매한 자신이 했다고는 볼 수 없기에, 진짜로 간병해 주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갈증이 느껴져서 본 적이 없는 물병...이라고 할까 이건 그냥 플라스크 아닌가...을 집어 들고 잔에 붓고 마신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지근해진 경구보수액은 매우 맛이 없었지만, 몸이 수분과 염분을 요구했는지 잘 스며드는 것 같았다.


한숨 돌리고 나니 이제야 조금 머리가 돌기 시작한다.

아그네스 타키온에게 약을 받아서 조금 증상이 진정되고 몸을 쉴 수 있었던 것은 감사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잠을 잔 것 같았다.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킨 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창밖은 평소와 다름없는 풍경.

그러나 그것을 채색하는 색채만큼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색을 띠고 있었다.


어쨌든 일단 컨디션을 조절해야지.

약은 방금 먹었고, 일단 체온이라도 재어 두자.




...상당히 피폐해 있었던 걸까


하긴, 최근 몇 년 정도는 제대로 일에서 벗어나 휴가를 낸 기억이 없다.

루돌프의 재충전에 어울리거나 해서 리프레시 자체는 하고 있었지만.

휴가는 전혀 기억에 없다.

그야말로 트레이너로 일하고 난 뒤에 일이 재미있어서 어쩔 수 없이 시작된 것이 이윽고 하는 일이 늘어남에 따라 이게 정상화되어 갔다.


...친정에 돌아가기는커녕, 일 년 내내 뭔가 일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적당한 정도로는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인정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쩌면 내가 일하는 방식이 서툰 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는 큰일이 나기 전에 그냥 감기로 앓고 끝난 것이, 일하는 방식을 자각하는 데 있어서 다행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다지 현명하지 못한 나는 아픔을 동반한 실패라도 하지 않으면 좀처럼 학습할 수 없다.

거기에다 갑자기 쓰러지거나 하면 루돌프나 테이오를 내버려 두게 된다.

둘 다 앞으로의 미래가 있는 우마무스메들이다.

그런 것들을 내 사정으로 마음대로 내팽개치는 등의 무책임한 짓은 할 수 없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연령적으로도, 슬슬 체력 저하를 피할 수 없다.

10대 때처럼 체력에 의지해서 내는 터무니없는 출력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는 자신의 몸 관리도 어느 정도 생각해야 할지 모르지만, 일하는 양을 줄인다는 것은 그만큼 질을 높여 보완해야 한다는 것.

개개인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지기 쉬운 베테랑의 수법을 재차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누가 뭐라 말해도 장시간 비를 맞은 채 밖에 있는 것은 삼가야 했다.


문득 휴대 단말기를 집어 들고 화면을 확인한다.

루돌프나 테이오에게서 메시지가 와있을 줄 알았는데 오지 않았다.


이런 시간까지 트레이닝을 내팽개치고 잠들어 있었음에도 오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싶어 메시지 앱을 열어보니 아무래도 읽고 나서 답장까지 한 것 같았다. 


기억에는 남아 있지 않지만 몽롱한 채로 답장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이상한 발언은 하지 않았고, 훈련도 오늘은 중단 의사를 전달ㅎ...아니, 이상하다.


이상하다고 해야 하나 미묘한 부분이긴 하지만, 루돌프의 보고에 의하면 점심시간 직전 무렵부터 아그네스 타키온이 난동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

상세한 것은 추후에 연락한다고는 하지만 오늘 아침 이곳에서 간병하고 있던 인물과 동일 존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소동인 것 같아 위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다행히 이렇게 이런 시간까지 멋지게 계속 잠을 잤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는 영향이 없는 듯했지만, 문제는 그 사건의 뒤처리에 쫓기는 루돌프다.

바로 어제 재충전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다음 날에 또 쓸데없는 피로를 저축하게 되다니.


또 뭔가 리프레시해야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테이오와의 약속도 있다.

역시 반응을 보면 두 사람을 동시에 리프레시하러 데려간다는 것은 현 상황에서는 피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이번에는 흠뻑 젖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자, 체온계가 전자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꺼내 보니 37.5도

잠들기 전의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체온이었던 것에 비하면 훨씬 나아져 있었다.

두통과 나른함은 있지만 옴짝달싹 못 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무래도 머리가 본격적으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흐릿한 듯한, 어딘가 얇은 베일 너머에 있는 듯한 푹신푹신한 위화감이 가시지 않는다.

훈련도 쉬는 날이고, 오늘은 이대로 다시 쉬어버릴까.

그 전에 잠자는 동안 땀을 흘린 것 같으니까, 샤워라도 하고...






콰직. 쿵. 우지끈. 쨍그랑






침대에서 일어나려다 그대로 침대로 돌아갔다.


뭐야 방금의 기세 좋은 소리는. 공습인가? 방이 흔들리던데?


나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고 있자, 방문이 큰 소리를 내며 활짝 열렸다.


「트레이너 군, 무사한가!?」


처음 뛰어 들어온 것은 안색이 바뀐 루돌프.

이어 미끈거리는 움직임으로 아그네스 타키온이 그 옆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좋은 아침, 트레이너 군」


...과연, 방금 전의 공습인가 뭔가가 일어나 도우러 와준 건가.

활짝 열려진 문 너머로 흘끗 들여다보자, 낯익은 건축 자재들이 말도 안 되는 모양으로 변해 있었다.


...


에, 우리 집이 전쟁터가 되어있어?


「우와」


그녀들의 뒤에는 비참한 꼴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낯익은 관엽식물들이 나뒹굴고 있다.

, 또 루돌프한테 받은 선물이...


둘다 그렇게 허둥대고 무슨 일이야?


라고 목소리를 내려 했다.

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문득 내가 감기에 걸린 게 생각나고――


어렴풋이, 정리되지 않은 사고가 순간적으로 말을 잘 내보내지 못했고, 목구멍에서 나온 것은 다른 말이었다.


「둘 다 가까이 오지 말아줄래?」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쿵 하고 심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