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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5962193


낙화낭자 落花狼藉

이리저리 어지럽게 흩어져 있음. 또는 여자가 능욕당할 때의 형용





「무슨 일이지, 아그네스 타키온」


「이런이런, 어라? 학생회장이란 사람이 여유를 많이 잃었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히죽히죽, 초승달처럼 미소짓는 아그네스 타키온이 루돌프의 앞에서 도발하듯 웃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는데」


상대하는 루돌프도 드물게 얼굴이 상당히 구겨진 채로 적대심을 드러내고 있다.


「바쁜 학생회장님께 피로회복과 기억력에 좋은 보충제 처방이 필요한가보군? 말했잖나, 그냥 회진이야. 약을 투여한 사람으로서 책임지고 경과를 관찰하지 않으면 적절한 처방은 할 수 없다네?」


큭큭, 하고 목을 울리며 부채질 하는 아그네스 타키온.

그녀가 도발할 때마다 루돌프의 기분이 점점 나빠진다.

경외감이 느껴지면서도, 정면으로 이렇게 건들여진 경험이 적은 루돌프의 의외의 약점을 본 듯한 기분이다.


「몸은 회복됐다고 본인이 말했다만?」


「어라? 그런가, 트레이너 군?」


아그네스 타키온의 탁한 눈동자가 이쪽을 향함과 동시에 루돌프의 목이 힘차게 이쪽을 돌아보았다.


루돌프의 기분에 따라 표정이 굳어있다.

언젠가처럼 동공이 열려있고, 레이스 직전 같은 이상한 분위기마저 풍기는데 그런 시선을 받아도 솔직히 곤란하다.


「덕분에 열은 내렸어, 아그네스 타키온」


열은 내렸다. 이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루돌프의 눈이 무서워 거짓을 말한 것은 아니다.

사실만을 말하고 있다.


「흠......과연, 과연. 그렇다면 다행인데. 하지만 자네, 아직 피로가 덜 풀렸지?」


어느 정도 회복되긴 했지만 피로는 가시지 않았다.

확실히 아그네스 타키온의 말이 맞다.

정신적인 피로도 있지만 열이 나면서 상당히 체력을 소모했고 평소보다 몸이 무겁다.

그렇게 열이 났는데도 몸이 무겁기만 하고 끝난 게 놀랍긴 하지만.


그런 내 속마음을 읽었는지 아그네스 타키온이 웃는다.

조금 전의 비웃음과는 약간은 종류가 다른 웃음.


「큭큭큭......딱 맞췄군? 그래서 오늘은 영양 드링크를 가져왔으니. 고맙게 마시게」


휙하고 아래에서 호를 그리듯 흔들린 긴 소매 속에서 무언가가 날아온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었을 때, 탁 소리를 내며 루돌프의 손이 그것을 잡았다.


마치 제품을 선전하는 듯한 자세로 잡아, 반짝하고 햇빛을 반사하는 그 작은 병이 몹시 아름다워 보였다.


「이런 수상한 것을 트레이너 군보고 먹으라고?」


언짢음 그 자체를 형상화한 듯한 가시 돋친 말이 루돌프에게서 나오는 것을 정말 신선한 마음으로 들으면서, 아름답게 작은 병 안에서 흔들리는 액체에 눈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요즘 이런 일이 종종 있는데, 나는 현실 도피를 잘하는 걸지도 모른다.


루돌프의 기분은 과거에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

어제 상당히 심하게 다퉜을지도 모른다.

좌우로 크게 꼬리를 휘둘러 가끔 내 허벅지나 엉덩이에 직격하고 찰싹, 찰싹 아주 좋은 소리를 낸다.


이게 많이 아프다.


좀 봐줄 수 없냐고 눈으로 호소해도 정작 본인이 꼬리의 행방을 모르고 있다.

옛날부터 그랬지만, 기분이 나빠도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휘둘러진 꼬리에 피해를 보는 것이다.

아프긴 하지만 다칠 정도는 아니다.


지금은 대체로 허벅지 부분에 해당하지만, 그녀의 키가 조금 더 작을 때는 무릎 뒤쪽을 보기 좋게 맞고 무너져 내린 적이 있었다.

지금도 TV 프로그램 같은 곳의 특집에서 웃음거리가 되는 사건이지만, 레이스 후 인터뷰 도중 기분이 상한 루돌프의 꼬리로 인해 내 무릎 뒤가 깔끔하게 뚫려 내가 화면 밖으로 사라지는 진기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그걸 생각하면 표적이 허벅지가 된 만큼 그냥 조금 아픈 정도여서 체념하게 된다.


「의외로군. 게다가 선물을 금지하다니 이거 참 너무한거 아닌가?」


「약으로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려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 행위이고?」


「이런이런, 그런 물건에라도 의지하고 싶은 것이 지금 트레센 학원의, 아니 우마무스메의 현재 상황일텐데? 우마무스메의 행복 실현을 위해 매진하는 학생회장답지 않군」


.........아니,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테이오를 어떻게든 달래고 트레이닝을 시킨 동안에 벌꿀 드링크 트럭까지 뛰었고, 루돌프가 좋아하는 크레이프를 구입해 헌상하기까지는 좋았다.


「벌꿀로 내 기분이...」라며 투덜거리다가 옷을 갈아입고 돌아올 무렵에는 완전히 기분이 좋아졌고, 지금은 이렇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고 있다.

기분이 너무 많이 좋아진 것도 같지만, 산만한 상태로 있으면 언제 다칠지 몰라 마음이 편치 않다.


물론 테이오의 흥분을 막아준 루돌프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바친 크레이프도 호평을 받았다.


결국 테이오가 떨어지지 않겠다며 떼를 쓰기 시작하자 안아 올린채로 보내게 되었다.

사고라고는 하지만 보긴 봐 버렸으므로, 그나마 속죄하는 것이다. 


덕분에 호기의 시선에 노출되고 기분 좋게 움직이는 테이오의 귀에 찰싹찰싹 뺨을 맞게되었지만, 비교적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마칠 수 있었는데.


그 순간에 찾아온 것이 아그네스 타키온이다.

그리고 이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어제 소동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틀림없다.

여하튼 루돌프, 테이오와 함께 쓰러져 있었던 것을 봤으니까.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왠지 루돌프가 문을 박차고 들어온 것 같다는 정도이다.

사태의 전체에 대해서는 전혀 누구에게서도 설명이 없고, 아마 나중에 붙잡을 예정인 하야카와 씨로부터 해설을 듣게 될 것이다.

아니면 이 대립구조에 웬일인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 같은 테이오나.


「어제 회장이랑 타키온 선배가 부딪혔대. 나는 거기 없었는데」


예상을 보강하듯 안아올린 채로 있는 테이오가 쭈욱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몸을 펴고 귓속말하듯 설명을 해준다.


「그랬구나」


「응. 그래서 같이 자멸했나봐」


「그렇구나......」


설명이 간결한데도 한도가 있다.

그리고 루돌프와 아그네스 타키온의 싸움 같은 무서운 사태가 내가 미처 알지 못한 곳에서 발생하고 있었는데다가 이미 휘말리게 되어 아프게 된 내 위가 비명을 지른다.

이 비명이 단말마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도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이 두 사람이 제대로 부딪히면 심상치 않은 피해가 나타날 것은 알고 있다.

알고 있다고 할까, 테이오의 보충으로 이해했다.

그 방의 참상은 그 여파인가 뭔가다.


더 이상의 피해는 간과할 수 없다.

누가 그랬냐며, 나보다 필시 무서운 녹색의 사람이 슬슬 싱글벙글 웃은 채 화를 낼 것이다.


마음을 다잡는다.

어쩔 수 없어. 할 수 있는 걸 하자.


「루돌프, 아그네스 타키온」


「뭘까?」


「뭐지」


이걸로 안 되면 포기하고 하야카와 씨에게 바통을 건네 진압하자고 결의하면서 입을 연다.


「다음에 각자 시간을 낼 테니까 단둘이 이야기를 들려줘」


일단 싸움을 막으려면 이것밖에 없다.

사실 각자에게 사정을 듣고 싶기도 하고 나를 위해 움직인 거라면 감사도 해야 한다.

결과가 그 참상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렇다면 일단 두 사람을 떼어놓고 얘기를 듣고 나서 생각하면 된다.

일을 그냥 뒤로 미루는 것만은 자신이 있다.

이걸로 안 된다면 그때는 녹색 사람을 끌어내는 수밖에 없다.


「「………」」


그리고 혼신의 수는 헛되지 않은 것 같다.

딱, 하고 서로 다투고 있었을 두 사람이 움직임을 멈추고 말없이 시선을 나눈다.


「「…어쩔 수 없군」」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발 물러섰다.

공격을 멈추자는 것일 것이다.

뭔가 그 한순간에 뒷거래 같은 것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일단 진정될 수 있을 것이다.


「알아줘서 기뻐」


이것으로 일단은 해결, 이라고 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나는-?」


「테이오는 이번 주말에 데이트 가자」


「아싸-!」


「어머? 그 말은, 저도 단둘이서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건가요?」


등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야카와 씨?」


아무래도 이 소동을 알아채고 찾아온 것 같다, 하야카와씨가 볼에 손을 얹고, 싱글싱글 미소 짓고 있었다.


「저기 트레이너 씨. 제 방 냉장고가 술 투성이라셨는데……」








――――당연히 오늘 밤, 처리하는 데 어울려 주실거죠?




봄의 폭풍은, 조금 가차없이 연속해서 찾아오는 것이라고 한다.

하늘을 우러보면 완전히 쓸쓸해진 벚나무들이 새싹을 돋우기 시작했다.


잔잔히 남은 벚꽃잎도 모두 날려버릴 것만 같은 큰 폭풍이 몰아쳤음을 확실히 느끼며 나는 하늘을 우러러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