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철주야 정의를 구현하는 바지의 제왕. 가끔 감사의 답례를 받기도 한다.
“제 마음이에요.”
“허허 뭘 이런 걸 다 주시고….”
그날 받은 건 고구마 세 상자였다. 바지의 제왕은 식비가 굳었다며 고구마들을 삶기 시작했다.
삶은 고구마를 먹으며 한때의 평온을 만끽하던 그에게 첩보가 들어 왔다!
-xx교에 불온한 기류 감지.
코코아톡을 읽는 바지의 제왕은 부들부들 떨며 즉시 준비를 하였다.
“출동이다!”
잽싸게 달려간 곳은 신전. 시각은 오후 5시가 가까워지는 때. 기도하려는 사람들로 이미 신전은 북적거렸다. 신자로 변장한 바지의 제왕은 입구에서 양탄자 하나 받아들고 사람들 틈에 섞였다. 성지가 있는 방향으로 양탄자를 깔고 그 위에 엎드려 기도를 드리는 순간….
‘흐어어억!’
아랫배에 느껴지는 압박감이 바지의 제왕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안돼. 참아야 한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나.
-뽀옹
다행히도 큰 소리는 아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바지의 제왕은 잠시 엎드린 채로 곁눈질을 하는데 하필 그 순간.
“어이쿠!”
옆에 지나가던 신자가 비틀거리다가 다리를 밟고 말았다. 발목이 꺾이려는 고통에 몸은 통제력을 상실했다.
-푸쉬시시…
본격적으로 가스가 퍼지면서 주변 사람들은 술렁였다. 신전의 마스터가 연단에 올라 수군거림을 진정하려고 했다. 한편 바지의 제왕의 다리를 밟은 자는 일어서려 발바닥에 힘을 주었고…사태는 급격히 악화하였다.
-푸작! 뿌자자잦잦!
신도들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엄습해 오는 가스에 의식을 잃었다. 숙성된 냄새는 순식간에 신전 안을 뒤덮어 대량살상 병기의 화끈한 실적을 과시했다.
“대체 어떤 불경스러운 작자가…!”
신자들의 앞에 서서 기도를 진행하던 신전 마스터가 외쳤다.
“…신성한 기도의 장에서…!”
이미 그의 말을 들을 만큼 정신을 보전한 신도는 없다.
“빵구를…뀌고 지랄…!”
마침내 신전 마스터의 입이 영원히 닫히고 신전 안은 초토화되어 적막만이 흘렀다. 바지의 제왕은 5분 정도 눈치를 살피다가 양탄자를 말아 챙기고 출구를 향해 뛰었다. 보는 자도 듣는 자도, 숨 쉬는 자도 없다!
*오늘의 교훈: 빵구는 미리 집에서 뀌고 나옵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