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보기


오역 의역 많음

문장 오류 댓글로 제보해주면 감사


----------------------------------------------------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서, 은신처에서 떠나는 미사토를 배웅한다.

 싫어서 가는 게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어 미사토는 떠난다.

 

 “내일도, 와도 될까요...?”

 

 “……”

 

 묻는 미사토를 한번 쳐다보고 토모는 조용히 나를 바라본다.

 맡겨주는 것 같아,

 

 “...좋아. 내일도 와”

 

 “ㄴ, 네...”

 

 사라져가는 듯한 대답을 되받아친 미사토의 입술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받은 사람처럼 떨리고 있었다.

 나는 양동이에 손을 집어넣고, 꺼낸 새우를 미사토에 내민다.

 

 "… 한 마리 가져갈래?"

 

 “--풋!”

 

 나는 진지하게 말했는데, 웃음이 터져버린 미사토 때문에 단숨에 공기가 풀렸다.

 

 “...미카게 선배답습니다. 쏠게요. 배불리 먹고 건강해지세요.”

 

 “그럼, 사양하지 않고.”

 

 내가 양동이 속으로 새우를 되돌려 놓자 미사토는 정말 이상하다는 듯이 웃으며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손가락으로 닦고 있었다.

 

 “내일, 동아리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리죠. 정오쯤 될 것 같아요.”

 

 “동아리...”

 

 검도부. 그 일이 생각나서 나는 옆에 선 토모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토모는 안 가도 돼?”

 

 “...아아, 응. 그건 이미 됐어. 별로 재미도 없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고, 토모는 내 어깨를 끌어당긴다.

 

 “재미가 없다니... 그런 문제야?”

 

 “미카게가 더 중요하잖아.”

 

 “…………”

 

 내가 더 중요해. 면전에서 듣자 부끄러워서 벌컥 뺨에 피가 솟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토모는 히죽 웃었다.

 

 “오, 쑥스러하지 마? 못난 말 해버릴지도 몰라.”

 

 거기에 있는 토모는 언제나의 토모. 표표하고, 좀 홀린 느낌.

 

 “...인터하이는 어떻게 하는 거야?”

 

 “됐잖아, 이제. 같이 있자구. 탐험 도중이고...”

 

 무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두렵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런 형태로 토모가 검도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이유로 하지 말아줘.”

 

 토모는 한쪽 눈썹을 치켜들고 조금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라고 말해도...”

 

 엄지손가락의 배로 입술을 빗대며 생각에 잠기는 기색을 보인 토모는 살짝 시선을 돌려 미사토를 바라보았다.

 미사토가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키츠키와 반드시 부딪힙니다.”

 

 “슈우라면, 내가 설득--”

 

 ““안 돼””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말하며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웃었다.

 이럴 때만 호흡을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어.

 

 “...인터하이 연기랬지?”

 

 토모도 미사토도, 시선은 내 얼굴에 고정되어 있어 어떤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고 주의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 화제로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은 요행. 하지만--

 미사토는 난처한 표정이 됐다.

 

 “인터하이요...”

 

 “...무슨 일 있었어?”

 

 두 사람에게 이변이 느껴지지 않도록 가급적 표정을 지우고 묻는다.

 

 “...아직, 자세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고문도 몹시 당황하는 것 같았습니다. 쿠로이와 선배는 뭐라고 못 들었어요?”

 

 왜 그 대답을 토모에게 묻는 것인가. 그것을 의문스럽게 생각할 사이도 없이--

 

 “...아아, 그건가. 그거라면 듣기론...”

 

 --섬뜩하다.

 대답하면서도, 토모는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뭔지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에서 누군가 죽었다던가 말했던가...”

 

 “에?”

 

 깜짝 놀란 미사토 옆에서 나는 경계의 강도를 높였다.

 

 ...토모에는 강력한 제보자가 붙어있고, 그것은 아마 고문 선생님이다. 지금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기회지만...

 

 “약물 관련해서 여러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듯해. 체포자에 스포츠 특기생이라던가 있었던 것 같아, 여기저기 불똥이 튀어서 손을 댈 수가 없어서...”

 

 토모가 마음속 깊이 들여다보려는 듯 내 눈을 들여다본다.

 

 “...으”

 

 토모의 눈에는 분노나 의심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이 없다. 마냥 걱정되고 마음에 걸리는, 그뿐이야. 그 생각밖에 안 들어.

 

 “…………”

 

 내가 시선을 내리까는 동시에 토모가 재빨리 미사토에게 눈짓을 했다.

 

 “저는 여기서 실례하겠습니다.”

 

 “응, 미안했어.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해. 나도 연락할 거야.”

 

 “--! 네.”

 

 아이컨택. 두 사람 사이에 무슨 합의가 있었다. 토모가 요구하여 미사토가 수용하였다. 생각보다 좋은 콤비.

 

 그리고 미사토가 가버리면 나와 토모는 단둘이 있게 된다.

 에어컨이 잘된 상가건물.

 강화유리문을 경계로 우리는 세계로부터 분리되었다.

 

 “...저기, 뭘 숨기고 있는 거야?”

 

 미사토의 존재는 입을 다물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미사토는 떠나야 했다.

 나와의 재회를 거쳐 토모는 엄청난 속도로 힘을 쏟고 있다. 숨길 수는 없다. 오히려 이야기해 버림으로써, 편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도 있어--

 망설이면서도, 나는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긴 이야기야. 들어줄래...?”

 

 “당연히”

 

 토모는 나를 끌어당겨 머리에 볼을 문지르고 상처를 피해 이마와 눈꺼풀에 몇 번이나 입을 맞췄다.

 

 큰일났다.

 끈적거려도 전혀 싫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나는 엄청난 기세로 토모에 매료되어 있다.

 

 엄한 슈우는 공짜로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 착한 아이인 후카야마는 나쁜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토모는 강하고 상냥하며, 무엇보다도—옳지 않다.

 

 “...읏”

 

 토모에게 요구 되는대로 올려다보듯이 키스를 나눈다. 미사토가 떠난 지 아직 3분도 안 됐어. 옳지 않은 키스. 그리고 나는 당하고만 있을 정도로 얌전하지 않다. 이쪽에서 혀를 집어넣고 토모의 혀를 빨아들인다.

 

 “읏!? ...흣, 우...”

 

 힘을 빼고 키스에 열중한 토모를 벽에 밀어붙인 뒤 무릎을 꿇고 두 다리 사이로 파고든다.

 

 “읏...하아! 잠깐, 기다--”

 

 헐떡이면서도 제지하는 토모의 얼굴을 끌어당겨 키스를 계속한다. 멈출 사람이 없어져 버리면 옳지 않은 우리는 떠내려 갈 뿐이다. 서로 해로울 뿐이야.

 

 “잠, 잠깐, 기다려...!”

 

 몸을 비틀어 도망치려는 토모에서 조금 벗어나면 서로의 입술 사이로 은방울이 실을 당긴다.

 눈을 촉촉하게 하고 뺨을 붉게 물들인 토모는 마치 물에 빠진 사람 같다. 숨을 가쁘게 헐떡인다.

 

 “...아, 아냐, 지금의 키스는, 그럴 생각이 아니라...”

 

 “...그래. 그래서...?”

 

 내가 침이 묻은 입 주위를 혀로 핥으며 눈에 띄게 나쁜 미소를 지어 보이자 토모는 비명을 질렀다.

 

 “이, 인사! 지금 것은 인사 같은 거니까...”

 

 “그럼, 나도 인사로 멈춰줄게.”

 

 내가 떠나자 토모는 허둥지둥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시뻘건 얼굴로 눈물마저 글썽이며 거친 호흡에 오르내리는 가슴을 두 손으로 눌러 무척 괴로워 보인다.

 

 “가슴 아파? 문질러줄까?”

 

 “요, 용서해줘...”

 

 “...그래. 유감”

 

 강하고 착하고 옳지 않은 이기적인 감정. 그게 아마 사랑이라는 것.

 떨리는 무릎을 받치고 간신히 일어서는 토모에겐 조금 전과 같은 여유가 조금도 없다. 손가락 끝으로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닦고 코를 훌쩍거렸다.

 

 “뭐야, 벌써... 약한 거 알잖아...”

 

 울상을 지으며 약한 소리를 하는 토모는 좀 이상하고 훨씬 귀여워 보인다.

 

 보인다.

 사랑이란 이름의, 언노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