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 

살짝 리워크함



루아


타니스

빈센트


세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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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표정이 왜 그래?"


지금 본인은 이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는지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려버린다.


"......"


너무나 충격적이라 무슨 말을 해야할지 조차 아득해져버려서 그저 침묵만을 이어버린다.


그럴만도 한 것이, 아무리 이 곳이 마법이 존재하는 세상이라 해도 이런 일을 직접 마딱드리면 당황스러웠다.


생각해보아라, 지금까지 자신이 보고 인지하고 생각한 것이 전부다 부정당한 느낌을.


자신이 그렇게 보아왔고 그렇게 생각해 왔으며 그렇기에 믿어왔던 모든 사실이 한순간에 거짓으로 바뀌어버린 기분은 말로 설며 할 수 없을 만큼 복잡했다.


"칼로...?"


그녀도 내 표정을 보고 나서야 무언가를 이상함을 느꼈는지 그제서야 미소기가 사라진다.


솔직히 아직도 내 눈을 의심하며 내가 현실을 잘 못 인지하고 있을거란 기대도 해보지만...


"정말..! 무슨 일인데 그렇게 병쪄 있는거야?!"


평소 중성 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소녀답게 변해버린 말투와 목소리가 내가 보는 현실의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빈센트... 너 설마..."


평소 같은 동성으로서 더욱 친근감을 느끼고 편하게 지냈던 남학생인 빈센트는...


"여자야..?"


사실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


"...!!!"


내 말에 무언가 잘 못 되었음을 느낀 빈센트는 그제서야 무언의 경악을 내지른다.


"나.. 나나... 서.. 설마...?"


나 이상으로 당황해버렸는지 황급히 자신의 눈가를 어루 만지더니...


"어어?!!"


평소와는 다르게 허전하다는걸 감지하곤 그제서야 비명을 지르듯 소리친다.


덜컥 ㅡ


열린 락커문에 달린 작은 거울을 통해 스스로를 마주보는데.


"어어?!"


예상한 만큼... 아니면 그 이상으로 심각한 표정으로 경악한다.


"안경이...!"


자신을 진짜 정체를 보호해주던 안경이 사라지자 그녀의 진실이 훤히 드러나게 된다.


"으아아앗...!!"


뒷 늦게나마 급하게 안경을 주어 써도 이미 모든 것이 탄로난 이후였다.


"으..."


그런 사실을 본인도 잘 아는 것인지 결국 스스로 안경을 벗으며 다시 낯선 모습으로 변해버린다.


"봐버렸구나...?"


네, 봐버렸습니다. 그것도 이 눈 똑똑히 새겨질 만큼 충격적이게도요...


"빈센트... 대체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는거야...?"


다시 봐도 입을 열기 힘들정도로 믿기 힘든 광경에 겨우겨우 문장을 짜낸다.


"역시... 으...."


그러자 조금 꺼내기 힘든 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다소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작게 신음한다.


"말하기 힘들면 굳이 말 안해줘도 괜찮아..."


그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정말 궁금하긴하지만 정 원한다면 눈감아주려고 했지만.


"아니... 지금까지 지켜보면서 느낀건데, 어쩌면 칼로에게는 말해줘도 상관 없을 것 같아."


다름 아닌 그녀 스스로가 진실을 털어놓겠다며 나선다.


"일단 말하기 전에 이제부터 들은 내용들은 비밀로 해주겠다고 약속해줘."


그 어느때보다도 엄숙하며 또 간절해보이는 그녀의 분위기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약속한거다? 그럼... 말 할게."


그러면서 빈센트는 기억 속에 젖어들듯 멍하니 허공을 봐라본다.


"보시다싶이 사실 나는 여자야. 그리고... 베니실라 디에산고, 그게 내 진짜 이름이지."


자신을 베니실라 디오카프라 소개하는 빈센... 아니, 베니실라.


"가족 사정 때문에 위조된 신분으로 살고 있어."


그러더니 그녀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무거워진다.


"야시장... 이라고 들어봤어?"


게임을 조금 오래 해봤을 유저라면 모를리 없는 단어


일반 상점과는 달리 매우 희귀한 아이템들을 파는 상점으로 그 하나하나의 가치는 부르는 값이라도 해도 재값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물건들이다.


허나 그만큼 비싸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비밀 상점 같은 개념이라 찾는 것이 매우 드물다.


왕국 내에 골목 어딘가에 출몰하며 랜덤한 시간, 랜덤한 위치에 생성되었기에 작전하고 찾으려하면 오히려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설정상으로는 어둑한 골목길 만큼이나 그 아이템들의 입수 경로의 뒤가 구리다는데...


한 마디로 합법적인 상점은 아니였다.


"응... 그런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사실 우리 가문은 그 야시장의 주인이야. 마냥 더럽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깨끗하다고도 할 수 없는 방법들로 물건을 얻고 그것으로 배를 불려오고 있었어."


"이 안경도... 우리 가문이 구한 물건이지."


생각 이상으로 충격적인 발언이였다.


"내가 모습을 감춘 이유도 신분을 위장하기 위한 것... 속이 검은 가문이다보니 밖에선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겨야 하는 것이 우리 가문의 원칙이야."


"만약... 이 사실을 들키게 된다면 처분... 그러니 너가 내 정체를 세상에 공개하게 된다면 나는 아버님에 의해 폐기 될 거야..."


그저 평범한 가문인줄 알았는데... 상상이상으로 위험한 가문에 속해 있었다.


그러고보니 디에산고 라는 이름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 가문과 연관된 사람이 직접적인 등장하진 않았지만 게임 내에서 짧지만 한번 언급 되기도 한다.


잔혹하기로 유명하며 무언가 비밀을 감추고 있다는 가문.


빈센트... 아니 베니실라가 사실은 악명으로 자자한 가문이라니...


솔직히 평소 행실을 보면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야 평민이라는 이유로 곱지 못한 시선을 주는 다른 학생들과는 다르게 그는 유일하게 내게 호의적인 사람이였기에.


한편으론 이상함도 느껴지지만 그녀가 싫어진 것은 아니였다.


"어때? 이런 내가 미워졌어...?"


불안감을 머금은 그녀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내게 질문을 짜내지만


"전혀?"


나는 오히려 즉답으로 그녀를 안심시킨다.


"뭐...?"


그러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과 더불으로 한편으론 희망적인 감정을 담은체 나를 봐라본다.


"나는 디에산고 가문인데? 뒷 세계를 주름 잡는 야시장의 관리하는 가문이라고...?"


그녀에게 있어선 예상 못한 전개인지 오히려 자신을 왜 미워하지 않냐고 따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상관 없는데? 너의 가문이 어떻든 너는 너니까. 내게 호의적이였던 몇 안돼는 너가 좋은데?"


그녀가 어떠하든 나한테는 별로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그것이 내 본심이였다.


평소 행실이 착하고 밝아서 정말로 인물 좋은 사람이


사실 평판이 좋지 못한 가문에 속해 있다고 한들


그 이유 하나만으론 비난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해당 사람도 사실은 속이 검다는 증거가 나오면 모를까.


딱히 그런것도 없다면 가벼운 의심만 돋을 뿐, 그 사람을 여전히 신뢰하겠지.


지금의 나도 그랬다.


약간의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그녀에 대한 생각이 딱히 변하지는 않았다.


물론 성별이 달라진건 충격적이지만...


아카데미 내에서 절친한 친구라는 사실은 다름이 없었기에 가문이 어떻든 그냥 그렇구나 하며 넘길 수 있는 수준이였다.


"나는... 나..?"


그러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가 했던 말을 잠시 되새기더니.


"빈센 ㅡ 아니 베니실라? 갑자기 왜 우는거야?!"


갑자기 서글픈 눈시울과 함께 눈물을 떨궈버린다.


"내가 했던 말이 상처라도 된거야...?"


혹시 그녀에게 이상한 말을 한 것인가 싶어 내심 걱정하기도 했지만


"아니... 오히려 그 반대야..."


천천히 고개를 저어주며 동시에 내 손을 감싸 안는다.


"사실... 나는 아버지에게 실패작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유년 시절을 보냈거든..."


"아버지는 내가 장남이였으면 좋았을 거라면서..."


"여자는 가문을 다스리기 부적합하다면서."


"나를 부정해왔는데..."


너무나 슬프고 동시에 기쁜 것인지 울먹이면서도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나는 말이지..."


그리곤 자신이 지니고 있던 모든 과거를 내게 털어놓았다.


자신은 어렸을 때 부터 칭찬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부정적으로 살아왔다는 모든 이야기들을 내게 해주었다.


매정한 가족들에게 받지 못했던 사랑과 가문의 눈속임 탓에 받아온 차별과 부당함


자신은 정직했으나 


평소 봐오던 겉모습과는 다르게 상상이상으로 끔찍했던 과거를 전부 듣게 되었다. 


귀족이라 하기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암울한 사연들...


"......."


그녀의 이야기를 전부 듣자 씁쓸한 마음에 눈섭을 찌푸리게 된다.


"그래서 울면서도 한편으론 웃고 있는 거였어...!"


"내 진실을 알고도 나를 긍정해주는건..."


"너가 처음이니까...!"


"다름 아닌 가족에게도 받을 수 없는 격려를 받은 것이 너무 기뻐서...!"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웃으며 내게 감사한다.


"정말로 고마워. 칼로...! 역시 너에게 내 모든 것을 털어놓은건 잘 못된 선택이 아니였어...!!"


그리곤...


"...?!"


갑작스레 내게 몸을 밀착시킨다.


그녀의 몸이 가까이 닿자 지금껏 맡을 수 없었던 여성적인 향수 냄새가 코 끝을 간지럽힌다.


"으응...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너무 당혹스러운 나머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떠오르지 않아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단어를 나열한다.


어느센가 로맨스 드라마 같은 분위기에 조금은 쑥쓰러워진다.


마치 포옹을 하듯 붙어 있기도 하고...


확실히 남이 본다면 오그라들어서 참아 눈을 못뜰 정도로 부끄러운 광경이였다.


"으읏?!"


그리고 그런 상황을 이제서야 깨달은 것인지 베니실라는 얼굴을 잔뜩 붉히더니 내게서 급하게 떨어진다.


어느센가 눈물도 멈춰있었다.


"아.. 그... 미안...! 내가 너무 흥분했나봐..!!"


사람이 진솔한 감정을 털어내고 난후, 찾아오는 부끄러움에 머쓱해하는 것 처럼 지금의 베니실라도 마찬가지였다.


"으으..."


방금 전의 보였던 자신의 행실을 떠올랐는지 뺨의 열기는 더욱 부어올랐으며, 그 열기에 흘렀던 슬픔도 감춰진다.


"...."


"......"


그 후 찾아오는 가볍지만 동시에 중압감이 시려있는 정적이 탈의실을 덮쳐온다.


"빈센... 아니 이제는 베니실라로 불러야 할까?"


침묵을 깨고 먼저 말을 꺼내자 그녀는 주섬주섬 다시 안경을 쓰고 내게 익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둘 끼리 있을 때는 그래도 괜찮지만... 일단 지금은 빈센트라 불러줘."


"그래? 그럼 빈센트. 여기에 계속 있는 것도 그러니 이제 그만 나가는게 어때?"


상당히 어색해진 분위기에 못 이겨 퇴실을 제안하자 그녀도 쭈뼛쭈볏 고개를 끄덕인다.


"그... 그러자..."


빈센트와 내가 같이 있을 때는 마침 자기 방에 온것 마냥 편안했는데...


오늘따라 그와... ㅡ 그녀와의 시간이 이렇게나 부담스럽게 느껴지는건 처음이였다.


그래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 전과 다를 바 없는 관계로 돌아가겠지.


절 친한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관계


'그래. 분명 그럴거야.'


속으로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문 손잡이를 잡는데.


"그나저나 칼로."


문을 열기 전, 빈센트는 마지막으로 할 말이라도 있는듯 갑자기 내 옷깃을 잡아 당긴다.


"왜?"


어째서인지 그녀는 다시 안경을 벗었으며 뺨에는 아까와 같이 홍조로 붉게 물들여져 있었다.


"빈센트...?"


그 순간 무언가 피부로 느껴지게 불길한 기운...


어째서인지 익숙한 분위기에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몸이 전율한다.


그 뭐랄까...


빈센트에게서 '그녀들'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져 왔다.


"무슨 일이야...?"


마른 침을 삼키며 제발 아니라고 마음 속으로 간절히 기도해보지만...


"너의 눈에는... 내가 예뻐 보여?"


이런 불길한 예감은 왜 항상 적중하는 것인지 속이 뻔한 질문을 내게 던져온다.


"그... 그건 왜?"


최대한 모르는척 그냥 넘기고 싶었지만...


"그야 아까 너 입으로 분명 내가 좋다고 했잖아."


기어이 내게 시련을 전달하는 빈센트.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땅을 치고 후회 할 정도였다.


"아니... 그건 단순히 단어 선택이 잘 못되어서 그렇지, 나 순수하게 친구로서 ㅡ"


꽈악 ㅡ


급히 변명을 해보려고하지만 손목에서 느껴지는 강한 압력에 입이 틀어막아진다.


"그 말에 대한 책임... 지어줄거지?"


"......"


솔직히 이정도면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니 그러니까, 나는 ㅡ"


흐지부지해도 좋으니까 어떻게든 상황을 회피하려고 한다.


꽈악 ㅡㅡ!!


"....!!!"


허나 그런 어설픈 바램은 오히려 해를 불러왔고,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다시 한번 격통이 느껴진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뼈에 이상이 갈 정도 위험한 수준이였다...


"자신이 한번 뱉은 말, 책임 져 주는거 맞지?"


빈센트의 눈은 어느센가 어둡고 탁하게 물들여져 있었고 그 속에는 텅 비어버린 미련이 보이게 되었다.


하아.. 진짜...


이젠 질리다 못해 머리가 어떻게 되버릴 정도로 익숙한 전개에 한탄하게 되고


속으론 후회 섞인 깊은 숨을 내쉬게 된다.


"왜 대답이 없어...?"


그리고 이 와중에도 그녀는 선택지 없는 선택을 점점 강요해온다.


"....."


무슨 대답을 해도... 결국 그 끝은 어떻게 될지 어렴풋이 느껴지는 상황이였지만 최후의 발악으로 대답을 묵인했으나.


"무언은 말 없는 긍정인거지?"


"그럼 책임져 주는걸로 알고 있을게?"


시간은 그녀의 편이였기에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으음...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알았어..."


"괜찮아! 모르더라도 머지 않아 내가 알려줄거니까!"


"......"


아무래도 꼬여도 단단히 꼬여버린듯 했다...







미안 오버워치 골드 찍느라 늦어버렸다.


이제 몇개 떠오른 단편들 좀 쓰고 다시 이거 쓸듯

요즘들어 소설이 잘 안써져서 조금 그렇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