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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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따윈 정말 싫어하니까!”

 

 어느 휴일의 일이었다.

 집에서 아무렇게나 지내다가, 갑자기 소꿉친구인 스카 코하루에게 동네 공원으로 불려갔던 나는,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그런 말을 들은 것이다.

 

 “에, 뭘 갑자기…”

 

 당황하는 나를 흘긋 보기만 하고 무시하며, 코하루는 연달아 엉뚱한 욕설을 퍼부어 왔다.

 

 “히데를 싫어한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예전부터 쭈욱- 정말 싫었어! 같이 있어도 전혀 즐겁지도 않았고, 기쁘지도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는 더 이상 말을 걸지 말아줘! 앞으로도 히데와 함께 지낸다는 것은 절대 싫으니까!”

 

 어지간히 울분이 고여 있었는지, 얼굴은 새빨갛고 어투도 마구 거칠었다. 눈도 촉촉해.

 평소의 코하루라면 부끄러워하는 건가? 하고 가볍게 받아들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녀의 갑작스런 고백에 내 머리는 하얗게 변해 버렸고, 그런 생각을 할 여유는 전혀 없었다.

 

 “하, 하고 싶은 말은 이것뿐이니까! 그럼 이만!”

 

 “앗…”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만족했는지 코하루는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해, 순식간에 떠나간다.

 약속장소에 와서 얼굴을 마주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한 노도의 전개에, 미처 따라가지 못했다.

 

 알게 된 것이라고 한다면, 나는 소꿉친구에게 오랫동안 미움을 받아왔고, 게다가 사실상의 절연 선언을 당했다는 것뿐.

 

 “코하루…”

 

 내가 하는 말 따위는, 듣기 싫다는 것인가.

 망연자실하며, 혼자 남겨진 나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는 것이었다.

 

 

◇◇

 

 

 “---그렇군요, 사정은 알았습니다. 아무래도, 히데군에게 폐를 끼친 것 같아요.”

 

 그로부터 한 시간쯤 지난 후, 나는 어느 찻집에 와 있었다.

 아직 점심 전이라 그런지 손님도 적고, 지금은 이렇게 가게 안쪽의 되도록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지만, 이곳에 오기 전에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도저히 수지가 안 맞다.

 기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아니, 폐를 끼쳤다고나 할까… 관계돼버렸다고나 할까… 왠지 나, 눈치도 못 채고 코하루에게 미움받을 만한 일을 한 것 같으니까, 나쁜 것은 오히려 내 쪽인 것 같고…”

 

 “아뇨, 그렇지 않아요. 무슨 사정이 있었더라도, 호출하고 일방적으로 싫다고 말하고 돌아가다니… 행동에 악의밖에 없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눈앞에 앉은 여자아이가 나에게 고개를 숙인다.

 지금까지의 대화의 흐름으로 알 수 있겠지만, 나는 이 찻집에 혼자 온 게 아니다.

 코하루의 일로 고민하다가, 어찌할 바 모르던 차에, 우연히 공원에 들른 듯한 그녀가 말을 걸어와 그 흐름대로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그만둬. 히요리는 전혀 나쁘지 않으니까…”

 

 그리고 사정을 다 얘기해버렸지만, 솔직히 참을 수 없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황급히 달래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든다.

 

 “아니에요, 사과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윽고 보여준 그 얼굴은---소꿉친구인 코하루와 아주 비슷했다.

 

 “이것은 집안의 불미스러운 일이니까요… 정밀이지, 언니는…”

 

 스카 히요리-코하루의 쌍둥이 여동생인 그녀는 크게 한숨을 쉬며 푸념했다.

 

 “…역시 내가 잘못했나.”

 

 그걸 보고 나는 그만 그런 말을 하고 말았다.

 눈앞에 있는 아이가 코하루가 아니라는 것은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코하루와 같은 얼굴, 같은 목소리를 그녀는 하고 있으니까.

 

 “내가 코하루에게, 뭔가 잘못한 것 같아. 그게 아니면, 분명 그런 일…”

 

 그런 나에게 건네진 것은, 히요리의 상냥한 말과, 그녀의 작은 손이었다.

 테이블 위에서 쥐어져 있던 내 주먹에, 히요리의 흰 손가락 끝이 부드럽게 겹친다.

 그걸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힌 것은 역시 내가 약한 인간이기 때문일까.

 

 “……고마워. 나는…”

 

 “히데군이 언니를 좋아했던 거 알아요. 하지만 아마 언니는…”

 

 거기서부터는, 말하지 않았으면 했다.

 알고 있다. 알고 있는 거다.

 하지만…… 인정한다면, 누군가에게 듣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응… 알고 있어. 나는 분명 차여버린 거라고.”

 

 정확히는 차인 것이 아니라,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미움을 받고 있었다고 발각된 것이지만, 비슷한 것일 거다.

 먼저 들었다는 것은, 코하루는 의외로 내 마음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

 좋아한다는 말을 듣기 전에 선수를 쳐서 싫다고 하여, 애초에 고백 자체를 안 시켜줬지만 말이야.

 

 “히데군…”

 

 “아하하… 좀 힘들지도… 정말, 좋아했었는데…”

 

 단순히 듣고 싶지도 않았다는 것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나를 싫어했는지를 여실히 알려주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슬퍼진다.

 나의 일방적인 연정은 허공에 떠올라 산산조각이 났다.

 

 “으, 우으으…”

 

 울고 싶지도 않았고, 울 생각도 없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물이 어린다.

 여자애의, 그것도 좋아했던 사람의 여동생 앞에서 울어버리다니… 나는 어디까지 한심한 것일까.

 

 “괜찮아요, 울어도… 제가 곁에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히요리는 상냥한 말을 건네준다.

 떠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두 손으로 내 손을 감싸고, 꽉 잡아주었다.

 따뜻하다.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체온이 마치 히요리의 마음에 닿는 것 같아서, 점점 눈물이 쏟아진다.

 

 “히요, 리…”

 

 “저는 언제까지나 히데군을 떠나지 않아요. 절대 언니처럼 싫다고 말하지도 않아요. 저는 계속 당신 곁에 있을 테니까요…”

 

 히요리도 울고 있었다.

 커다란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것은 분명, 나를 위한 눈물이고… 나를 위해 울어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으, 우으으…”

 

 그리고 한동안, 우리는 서로 울면서, 그래도 손만은 놓지 않았다.

 

 

◇◇

 

 

 “이걸로 정말 잘 될까…”

 

 그날 밤, 나는 방 침대 위에서 베개를 안고 조그맣게 웅크리고 있었다.

 괜찮다고 생각해도, 불안의 씨앗은 역시 끝이 없다.

 소꿉친구인 히데에게 마음과는 정반대의 말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사실은 너무 좋아하는데… 역시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나…”

 

 “꼭 잘 될 거야”라는 말을 믿고 했지만, 그때의 히데,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걸.

 

 “『히데군은 츤데레를 좋아하니까, 그렇게 하면 괜찮아요』라니, 정말일까…”

 

 몸을 뒹굴뒹굴 굴리고, 나는 다시 몸을 작게 웅크려간다.

 확실히 나는 솔직하지 못하다. 면전에 고백할 용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본심과는 정반대의 말을 전하고 진의를 밝힌다는 작전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생각되었지만… 실제로 해보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

 솔직히 후회되고, 좀 더 용기를 내볼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좋아해 왔다고, 제대로 말하자.”

 

 히데와 사귈 수 있게 된다고 해도, 그 전에 제대로 고백을 다시 하자.

 그렇지 않으면 분명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

 그런 말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리셋하고,

 그리고 다시 사귀는 거야. 그게 분명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그건 그렇고 늦네…”

 

 그 아이는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

 진의를 밝힌다곤 해도, 너무 오래 걸리진 않으려나.

 그만큼 화가 났다는 걸지도… 불안해서 연락하려고, 스마트폰에 손을 뻗는데, 다음 순간 창문 너머 방에 불이 켜졌다.

 

 “아, 히데 돌아왔구나…”

 

 그것을 알아차린 나는 순간 고개를 숙여, 들키지 않도록 맞은편 방으로 시선을 보낸다.

 거기에는 소꿉친구인 히데의 방이 있다. 돌아왔다는 건 그 아이의 설명도 끝났다는 거지.

 그럼, 연락해주지… 내심 왠지 모르게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면, 뭔가 위화감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라…? 히데, 혼자가 아니야…?”

 

 히데의 방에 보이는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가 아니다.

 그보다 머리 반 낮은 정도의 약간 작은 그림자가 분명히 있었다.

 히데의 어머니인가? 순간 그렇게 생각했는데…

 

 “에…?”

 

 다음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것은---히데의 방에 있는 나 자신이었다.

 

 “히요, 리…?”

 

 아니, 아니야. 나와 똑같은 얼굴인데, 내가 아니야.

 저것은 여동생인 히요리다. 그래, 틀림없어.

 머리로 생각하기보다 먼저 몸이 그렇게 인정한 것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다.

 태어날 때부터 쭉 함께했던 여동생인걸.

 내가 모를 리가 없어.

 

 근데 어째서? 아니, 같이 있는 건 알아.

 그야, 저 아이가 말했는걸.

 히데군과의 사이를 주선해주겠다고.

 

 그런데, 왜 히데의 방에 있어?

 아직 할 말이 있는 건가? 그럴 거---

 

 “에…!?”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혼란스러워하는 나.

 하지만, 다음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그동안의 놀라움을 모두 날려버릴 정도의 압도적인 충격이었다.

 

 “거짓말…”

 

 히데와 그 아이가 서로 껴안고 있었던 것이다.

 방의 중심에서 서로를 왠지 껴안고 있었다.

 

 “뭐…”

 

 뭐가 뭔지 모르겠어.

 뭐 하는 거야.

 왜, 네가.

 히데와.

 그런.

 

 “…………”

 

 점점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혼란스러워하는 나.

 그런 나에게, 그 아이가 아주 잠깐 시선을 보내온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읏……!”

 

 그 눈은 너무 차가워서.

 마치 언니인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히요리…!”

 

 바로 스마트폰을 들고, 저 아이의 번호를 누른다.

 귀에 대고 그 아이의 반응을 기다리지만, 곧 들려오는 음성사서함을 알리는 소리.

 

 스마트폰, 끄고 있구나.

 그것은 즉, 계획범죄.

 그 아이는, 어쩌면, 처음부터, 나를--

 

 “아앗!”

 

 아주 조금만 눈을 뗀 순간, 히데의 방에서 불이 꺼진다.

 그걸 보고, 나는 미쳐버릴 것 같아진다.

 

 “웃기지, 마…!”

 

 쿵, 하고 창문에 부딪힌 나는 히데의 방을 응시했다.

 그야말로 눈은 핏발이 서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런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볼 수가 없다.

 

 “웃기지마웃기지마웃기지마웃기지마웃기지마웃기지마웃기지마웃기지마웃기지마웃기지마아!”

 

 쌓이는 건 그저 분노.

 나는 그저 저주의 마음을 쏟아낼 뿐이다.

 

 “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돌려줘어!”

 

 여동생에게 소꿉친구를 빼앗겼다는 분노가 내 온몸을 지배한다.

 

 “웃기지 마! 돌려줘!”

 

 거기에 이제 자매로서의 정은 없다.

 그날부터 여동생은 나의 적이 되었다.

 

 되찾는다. 무조건.

 

 싫다고 말해버렸다,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소꿉친구를.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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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