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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음악이 끝난다>





2037년 10월 20일.

경기도 파주시 제2 작전구역.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애국가 3절이 절로 나올 정도로 드높은 까만 하늘이 달밤을 장식하고 있다.

게다가 구름도 다소 낀 날씨여서 달빛은 보이지도 않는다. 작전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인력거, 여기는 알거지. 30 마이크 후, 로미오 폭스 온다고 알림.』

“수신 양호.”

“그 이상한 노래는 뭐지?”


하지만 우리는 몇십 분 전, 구름이 한창 끼고 있을 때를 노려 순식간에 작전을 마쳤다.


“주, 아니지. 이 천한 것이 교주님의 노래를 방해하다니!”

퍽!


내게 질문한 녀석은 잿빛 머리를 한 소녀에게 빠르게 한 대 맞은 모양인지 벌써 고운 뺨에 붉은 자국이 남게 되었다.


“성은~”

“네, 교주님!”


한반도 정세가 전쟁통에, 21세기 삼국시대에, 아무리 개판인 상태라지만, 제네바 협약을 무시하면 안 되는 건 만국 공통이다.

그러니 나는 그녀를 멈추기로 하였다.


“한 대 더 때렸다간, 네가 한 대 맞을 줄 알아.”

“아, 안 때릴게요…….”


도대체 어디서부터 틀어진 걸까? 어째서 내 신세가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내가 심리 상담사 자격증(아동, 청소년)을 가진 공대생이라서? 공대생인데 복수전공으로 체대를 전공한 대학생이라서?

이런 형태로 일이 전개될 예정이었다면, 대한 연합국이라는 국명으로 바뀐 한국에 오는 짓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여간 나는 이 망할 놈의 애국심이 너무 투철해서 문제다.


“이봐, 인간.”

“누구보고 하는 말이야?”


덕분에 지금 나는 이렇게 적진의 핵심으로 몰래 들어가 몬스터를 통제하는 위저드를 구속하는 무모한 현장에만 나가게 되었다.

그것도 결함품이라 불리는 소녀 두 명과 함께 말이다.


“교주인지 뭔지 하는 너희 대장한테 말을 건 거다.”

“교주~ 300m 반경까진 한 마리도 빠짐없이 몬스터를”

탕!!

“크르륵........크륵.......”


나중에 소개해도 되겠지만, 먼저 내가 통솔 중인 두 명의 소녀부터 소개하겠다.

위저드를 상대 중인 잿빛 머리를 한 북유럽 출신 소녀의 이름은 도성은이다.

나이는 만으로 15살. 키는 156cm에 체중은 49kg이다.

아르고스에서 수료한 과정은 레인보우 어트렉션. 특화 능력은 대상 포박 및 문초인데, 고문은 물론 암살도 가능하다.

(* 문초 : 취조의 순화어라고 함.)


“처리했어. 이걸로 진짜 마지막.”

“어머나, 땅딸보답게 가서 몬스터한테 짓밟혀져서 납작하게 죽은 줄 알았는데 아쉽다.”

“우와~ 위저드가 휘두른 지팡이에 맞아서 뚝배기 쪼개질 줄 알았는데 용케도 살아있네?”


다음으로, 지금 내게 다가오는 중인 남유럽 출신의 흑발 소녀의 이름은 도성아라고 한다.

나이는 생일이 지났으니 만으로 16살. 키는 146cm에 체중은 40kg이다.

아르고스에서 수료한 과정은 레인보우 플라워. 특화 능력은 신체 가속인데, 다음에 볼 기회가 있을 것이니 여기까지 해두겠다. 왜냐하면, 지금 상황 안 말렸다간 또 싸울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동~작~그~만~~ 다들 그쯤 해두고. 성은이는 저 위저드 문초 좀 해줘. 성아는…….”

“뭐하면 돼?”


나는 주변을 둘러본 뒤, 아무런 소리가 안 난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신호탄 터트릴 준비 해둬. 그리고 성은이가 상대 중인 저 위저드가 허튼수작 부리면”

“죽여?”

“아니, 죽이지는 말고. 팔이랑 다리 정도만 잘라.”

“알았어!”


내 부하이기도 하고, 가족이기도 한 소녀들이 각자의 일에 착수했다.

나는 아군의 무전을 들으며, 저 위저드가 몬스터를 내려보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알거지, 여기는 유명세. 전방에 적 및 장애물 없음을 확인.』

『유명세, 여기는 알거지. 산밑의 안전을 확보. 천천히 약진하며 속도 올리겠다고 알림.』

『수신 양호.』


30분 남았다는 교신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상태인데 벌써 산밑에 도착하다니,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봐, 인간!! 내 팔과 다리를 자르겠다니, 그건 제네바 협약 위반 아닌가?”


하지만 여운에 잠기는 것도 잠시일 뿐이다. 저 건방진 위저드가 또 내 신경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봐요, 지랄 맞은 몬스터와 다르게 외모도 곱상하고 말도 할 줄 아는 위저드 아가씨.”


나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성은이가 포박한 위저드에게 다가갔다.


“제네바 협약은 이 지구에 사는 인간이라는 종족을 대상으로 하는 협약이지만, 너희 루시에트라는 종족은 인간이 아니야. 옛날 옛적에 운석 타고 시베리아 지하에 처박혀서 꿀만 빨았던 새끼들이 뭐? 제네바 협약?”


나는 성아에게 놈의 오른쪽 다리를 자르라는 눈길을 줬다. 그러자 성아는 눈 깜짝할 세에 위저드의 오른쪽 다리를 깔끔하게 잘라냈다.


“어…….”

“그렇게 인간 대접받고 싶어? 15억 명에 달하는 인간들을 모조리 학살하고, 실험하고, 잔인하게 죽인 주제에?”

“내, 내 다리!! 내 다리!!”


녀석의 태도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봐줄 필요가 없을듯하다.


“성은아, 문초는 내가 할 테니까 지원군 오고 있는지 내려다 봐줄 수 있어?”

“네~ 교주님.”


성은이에게 명령을 내린 뒤, 강제로 왼발잡이가 된 위저드를 바라봤다.

아무런 고통도 없이, 깔끔하게 잘려나간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보던 위저드는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인지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로써 나는 문초할 이유도 없어졌다.


『인력거, 인력거. 여기는 알거지, 알거지. 로미오 폭스 왔다고 알림. 델타 로미오에게 위스키 도수 낮추라고 알림.』

“수신 양호.”


아무래도 다리 잘린 녀석은 본부에서 문초하기로 정해야겠다.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애들에게 맡기기에는 다소 위험한 부분도 있으니 말이다.


“이야~ 싹 쓸어버렸네.”

“도성은, 도성아. 철수한다.”

“네~” “교주랑 같이 집에 간다~”


나까지 포함해서 고작 3명이 전부이기에 대열이라 할 것도 없지만, 우리는 각자 담당한 구역을 경계하며 하산하기 시작했다.

지금쯤 다리 잘린 위저드를 본 지원군은 우리가 싹 쓸어버린 곳에 진지를 구축하기 위해 온 터라, 우리가 여기에 계속 있다가는 경계 근무에 끌려갈 수도 있으니 얼른 자리에서 벗어나는 게 덜 귀찮고 좋다.


“와, 얘네들 진짜 신출귀몰하네요.”

“무슨 임꺽정 홍길동처럼 여기 떴다가 저기 떴다가”

“같은 편이어서 다행이지, 적 중에 저런 새끼 하나라도 있다간 끝장 아닙니까?”


하여간 위장 군복 입은 녀석 중에 정신머리 똑바로 박힌 녀석 찾기가 힘들다.

방금 들은 대화처럼 언제나 우리를 괴물 취급하기 때문에 이쯤 가면 나도 괴로울 지경이다.

까놓고 말해서, 나도 좋아서 이 일을 하는 게 아닌데 말이지.


“저기, 교주.”

“왜?”

“오늘은 같이 씻을 수 있지?”


순간 발을 헛디딜 뻔했다. 성아의 헛소리 덕분에 하마터면 도로변까지 데굴데굴 굴러서 갈 뻔했다.


“여탕이라는 글자와 계집녀라는 한자는 일부러 있는 게 아니란다, 제발.”

“끙……. 그럼 기지로 돌아가면 저 망할 년이랑 같이 씻어야겠네.”

“당연한 것 좀 묻지 말렴.”


성아는 “네~” 라는 퉁명스러운 대답을 마지막으로 나와 거리를 살며시 벌렸다.


“교주님, 입산로 앞에 페이지R 소속의 차량이 보입니다!”

“집에 가자~!”

“집이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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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닌시절에 라이트노벨 공모전 내보려고 190페이지정도 작성해둔 소설이 있는데

그 소설을 기반으로 한 외전을 써봄


1화부터 캐릭색깔 나타날 예정이니, 프롤로그의 얀데레성은 취향에 따라서겠지만 많이 묻어나있질 않을 수 있음


참고로 기존에 연재 중인 라이트노벨이 있어서(이건 문피아임)

이 작품의 연재 시작 시기는 기존 연재 중인 라이트노벨이 완결나는 대로 조아라에서 시작할듯함


그러니 핑까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