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제게 있어 세계는 병실 한 칸이 전부였습니다


몸이 병약한 탓에 1년의 대부분을 입원 생활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다만 집은 유복한 덕에 어떻게든 지금까지 생명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 갔다면 중학교 3학년쯤···일까요


매일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은 무기질의 새하얀 병실 천장뿐, 찾아오는 사람도 부모님과 집안사람을 제외하면 극히 드물었습니다


그야말로 무미건조한 삶. 한때 동경했던 바깥 세계도 이제는 희미한 신기루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책과 TV, 인터넷을 보며 눈을 반짝반짝 빛내던 시절은 이미 지나간 지 오래란 거겠지요


주기적으로 계속되는 발작, 계속된 치료에도 불구하고 차도가 보이지 않는 증세. 이 모든 건 저로부터 서서히 삶의 의지를 앗아가기에 충분했습니다. 죽지 못해 산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말이죠


그렇게 실의에 빠져 지내던 어느 날


「아, 안녕···?」


저는 「그 사람」과 만났습니다


부모님에게 이끌려 쭈뼛쭈뼛 병실 안으로 들어선 그. 고교 2학년의 그는 외모부터 시작해 모든 게 평범해 보이는 남자였습니다


아무래도 부모님께선 이런 저를 두고 보시지 못하고 대화 상대라도 되어줄 아르바이트를 구한 모양이었습니다. 면접까지 봐가면서 말이에요. 시급이 평균에 비해 상당히 높아 지원자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뽑힌 게 그 사람···솔직히 처음부터 그를 완전히 신용했던 건 아닙니다. 아니, 한껏 경계하고 있었다 해도 무방했죠. 비슷한 연령대의 남자와 교제하는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렇다고 할까,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저와 달랐습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색한 기류만이 흐를 때도 그는 제게 대화를 시도하는 걸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따금 말을 더듬어 가면서까지 말이죠


무시로 일관해도, 「어차피 돈 때문이잖아요?」라는 저의 가시 돋친 말을 들어도 기분 나쁜 내색 한 번 하지 않는 그 사람. 그는 방과 후 저녁 내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일방적으로, 또 열정적으로 가르쳐줬습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흑백으로 변해버린 제 세계에 다시 색이 되돌아오기 시작한 것은


여자가 남자에게 반한다───꼭 그것은 용사가 괴물로부터 공주를 구하는 것 같은 극적인 시나리오가 있어야 성립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병실에 홀로 있던 소녀에게 주어진 처음의 소소한 대화, 그건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바라보게 만들기 충분한 요소였습니다


그렇기에 무호칭이 「당신」이 되고 또 그것이 「오빠」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필사적으로 제 기분을 북돋우려 하는 그의 노력에 응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리하여 그───아니, 오빠를 알게 된 지 어느덧 1년, 어느새 오빠가 빨리 와주길 바라는 제가 있었습니다


물론 대화량은 아직도 오빠가 압도적입니다. 전 오빠의 말에 「응」, 「그렇네」와 같이 짧은 대답만 하는 게 거의 전부였습니다


그런데도 오빠는 무척 따뜻한 미소를 띠고 있어서···그걸 보는 저도 무심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자아내게 만들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면 내일도 저런 오빠의 얼굴을 볼 수 있어, 무심코 그리 생각하게 만드는 미소였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올해는 이 병원에 들어온 후 가장 의욕적으로 치료에 임했던 해였습니다. 언젠가부터 희미하게 품은, 오빠와 함께하는 평화로운 일상, 그 구상은 제가 치료의 고통도 참아가며 힘낼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기적은 일어났습니다. 지금까지 전혀 차도를 보이지 않던 증세가 조금이나마 완화된 것이었습니다. 큰 변화는 없었지만 종이에 쓰인 수치는 분명히 개선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전부 오빠 덕이야. 오빠가 곁에서 지켜봐 주고, 응원해 줬기에 난 이까지 올 수 있었어


오빠를 향한 호의를 자각하고 나서부터 부끄러워진 탓에 말 수는 더욱 줄었지만 그것도 오늘까지. 고백하자, 내 마음을 전하는 거야


그러니까───「소, 소개할게. 지난주부터 사귀게 된 여, 여자친구야///」


「아, 안녕하세요···? 그쪽 얘기는 선배한테서 많이 들었어요」


「······네?」


계속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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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떠오른 소재용 프롤로그만 써봤습니다

얀갤 그대로 폐쇄된 줄로만 알았는데 다시 보니 기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