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보기


오역 의역 많음

문장 오류 댓글로 제보해주면 감사


------------------------------












 완만하게—시곗바늘이 움직이고 있다.

 갑작스러운 가슴 두근거림, 이명, 발한, 어지러움, 메스꺼움. 갑자기 몸이 아픈 나는, 후카야마의 집 2층에 있는 객실로 옮겨져, 싱글 사이즈 침대에 누웠다.

 

 나는 마음이 편치 않다.

 

 몸도 마음도 피곤해서 금방 잘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나는 침착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몸살은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떠났다. 지금은 침대에 누워있다. 에어컨도 잘 되고, 환경은 카나메의 은신처보다 훨씬 좋다. 그런데, 나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어.

 1시간 정도, 침대에서 구르며 지내고, 나는……

 

 ……여기서 도망치자.

 

 그런 결론에 도달했다.

 토모의 방에 있을 때와는 다르다. 확고한 결의와 편견으로, 나는 후카야마의 집에서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거의 동시에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나고, 객실 문이 천천히 열려서, 심장이 멎을 뻔했다.

 

 “……!”

 

 황급히 나는 침대와 벽 사이의 좁은 틈으로 몸을 숨겼다.

 조용히 문이 열리고, 얼굴을 내민 것은 후카야마다.

 

 “저, 저기……”

 

 나는 마음이 편치 않다.

 

 여기에는 『어머니』가 있다.

 

 침대와 벽 사이의 좁은 틈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나를 보며, 후카야마는 가볍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나 무서워요?”

 

 “…………”

 

 나는 잠자코 후카야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어머니가, 거북해요? 아니면……”

 

 후카야마가 뭔가 말하고 있다.

 지그시, 발끝이 움직여 방 안으로 들어오려 해서, 순간 시선을 창문 쪽으로 돌리자, 후카야마는 맞은 듯 떨며, 그 자리에 우뚝 섰다.

 

 “미, 미안해요. 저, 저,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가, 가르쳐주세요.”

 

 “……”

 

 후카야마가 뭔가 말하고 있다.

 앞으로 한 걸음만 더 방에 들어오면, 창문으로 뛰어내리려고 했는데, 어떡하지? 밖에 비가 오고 여기는 2층이야. 별로 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침대 그늘에 가려진 나와, 내내 서 있는 후카야마는 충분히 서로를 바라보았다고 생각한다.

 

 후카야마는 들어오지 않는다. 억지로 들어올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러자, 왠지 나는, 왜 도망쳐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잠시후--

 

 “……저기, 후카야마. 나, 왜 숨어있어?”

 

 “…………”

 

 몹시 피곤한 듯 후카야마는 큰 한숨을 내쉬며, 입가에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들어가도 될까요?”

 

 “후카야마 집이잖아. 괜찮아.”

 

 영문을 몰라 그렇게 대답하자, 후카야마는 표정을 찡그리며 웃었다.

 

 

◇◇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걸터앉은 후카야마에게 무릎베개를 받았다.

 어느 쪽이 먼저랄 것 없이, 이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고, 후카야마도 나를 거절하지 않고 오히려 기쁜 듯이 무릎을 빌려주었다.

 

 후카야마는 좋은 냄새가 난다. 그녀는 온몸이 부드럽고, 나는 몸에서 힘이 빠지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방에는 저밖에 들어올 수 없으니까 안심하세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후카야마는 다시 한숨을 내쉬며, 내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후카야마는 매우 조심스럽고,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눈동자에는 강한 긴장의 빛이 떠 있다.

 

 “…………상당히, 침착해졌어……”

 

 새삼스럽게 말하면, 거기서 후카야마는 서서히 긴장을 풀었다. 헤헷, 하고 눈꼬리를 내리고, 어긋난 안경을 검지로 밀어 올리는 평소의 몸짓을 해 보였다.

 

 “……지난 4일간, 어디에 계셨어요? 모두, 걱정하고 있어요.”

 

 “응, 됐어……”

 

 토모로부터 설명을 들었다고 했고, 내가 후카야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었다.

 

 “…………쿠로이와씨에게, 연락할래요?”

 

 “아니…… 이제 됐어.”

 

 “네.”

 

 후카야마는 상냥하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꺼낸 스마트폰을 다시 침대 머리맡에 놓았다.

 

 “이마의 부상은……”

 

 “토우코를 감싸줬어.”

 

 토우코의 이름이 나오자, 순간, 후카야마의 눈썹이 꿈틀꿈틀 움직인 것 같았다.

 거기에, 약간의 위화감을 느끼며, 나는 후카야마와 시선을 맞췄다.

 

 “……토우코가 싫어?”

 

 토우코가 말하길, 나와 후카야마는 어울려서,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에 관한 문답을 피하듯, 후카야마는 시선을 돌렸다.

 

 “……별로, 저는 아무래도 생각 안 합니다. 그냥……”

 

 “그냥?”

 

 토우코와의 사이에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후카야마는 단언했다. 딱 잘라 말했다.

 

 “그녀는, 나쁜 여자예요.”

 

 착한 아이 후카야마가 말한다면 분명 그럴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나는, 허무맹랑하게 그 후의 흐름을 말하게 되었다.

 

 토모의 도움을 받아 상가건물의 한 방에 숨어있었던 것.

 

 “……쿠로이와씨와, 섹스했나요?”

 

 “……”

 

 후카야마가 나를 보는 눈은 상냥했지만, 그것이 겉치레뿐인 것은 금방 알았기 때문에, 나는 웃고 애매하게 속였다.

 

 “했죠?”

 

 그런 속임수를 놓치지 않고, 후카야마는 내 머리를 빗고 있던 손가락 끝에 힘을 주었다.

 

 “……쿠로이와씨는, 근육질이죠? 미카게군에게는 맞지 않을 것 같은데, 어땠어요? 좋았어요? 몇 번 정도 했어요? 그 사람, 처녀였죠? 미카게군은…………”

 

 거기까지 말하고, 후카야마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고개를 흔들었다.

 

 “……죄송합니다. 지금 건 잊어주세요……”

 

 “……”

 

 나는 입을 다물었다.

 후카야마는, 내가 누구와 『그런 관계』에 있는지 매우 신경 쓰고 있다. 매우 화났다. 불합리하게 생각하는 걸 잘 알았어.

 

 “……당신 아버지도, 당신을 찾고 있어요. 사카모토 선생님도요. 어떻게 할래요?”

 

 “그건……”

 

 내가 여기서 아무리 고집부려도, 아버지나 학교의 감독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래도 나에게 한번 묻는 것은 후카야마다운 배려다.

 그것이 몸에 배어남과 동시에 나는 몹시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이러쿵저러쿵 나는 아직 어린애야. 자기 일 하나도 만족스럽게 결정할 수 없다.

 

 “당신 아버지는,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셨어요.”

 

 “……나한텐 할 말 없어.”

 

 “그래도, 한 번은 만나야 해요.”

 

 착한 아이인 후카야마다운, 우등생의 주장이다. 곧고, 언제든지 그것이 내 마음에 거슬린다.

 

 “싫어.”

 

 내가 고집스럽게 말하자, 마주본 후카야마의 눈동자 흔들린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무사하다는 것은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대신 얘기할게요. 괜찮죠?”

 

 법적으로 내가 아버지의 자식인 이상, 나는 어딘가에서 아버지와 대화해야 한다.

 머릿속은 흐물흐물했다.

 토모가 나를 찾아내기 위해 후카야마뿐만 아니라 카오루와 슈우, 아빠에 이르기까지 꽤 광범위하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어디까지 얘기했는지는 모르겠어.

 숨겨두고 싶은 비밀이 너무 많다.

 내키는 대로 몸을 팔아, 카오루나 토우코에게서 큰돈을 뜯어낸 것. 예기치 못하게 키리시마 사오리의 죽음에 휘말린 것.

 카나메와의 경위 전부.

 막노동계 남자 둘. 니이미의 참상. 유키나가 나를 위해 자전거를 훔친 것.

 어느 것도, 그 사람에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막혔다.

 

 이게 게임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리셋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데, 공교롭게도 이건 게임이 아니다.

 

 “…………카오루……”

 

 막다른 내 선택. 떠오른 것은……

 

 “카오루를 불러줘……”

 

 아주 멀리 가고 싶어. 그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카오루라면……

 

 고개를 들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눈동자를 적신 후카야마와 눈이 마주쳤다.

 

 “…………저는, 안되나요? 신죠씨 대신, 안될까요……?”

 

 후카야마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이 뻗어 나와, 내 손에 포개졌다.

 

 나는……

 

 후카야마는 몸을 접듯이, 무릎 위의 나에게 입술을 맞췄다.

 그 부드러운 키스에.

 나는 다시, 아무 말도 못 하게 된다.

 

 

◇◇

 

 

 항상 그래.

 후카야마와는 주도권 페이스 싸움이 된다.

 입술, 볼, 이마…… 쪼듯이 반복되는 키스가 내 말을 막는다.

 이상해.

 나는 처음이 아니다. 그쪽 방면 경험은 쌓여있을 거야. 그런데도, 후카야마의 처녀 냄새를 떠넘기기만 하는 키스를 거역하지 못하고 있다.

 

 “……응”

 

 나도 모르게 신음해 버린 것은 내 쪽이다.

 역시 후카야마는 좋지 않다. 그녀는 나의 천적이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주제에, 내 존재 전부를 감싸려고 하고 있다.

 도움은 뜻밖의 곳에서 왔다.

 

 후카야마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케케묵은 벨소리는 후카야마답다. 고풍스럽고, 그러면서도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것.

 

 “……”

 

 홍조를 띤 얼굴을 든 후카야마는, 멍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전화를 걸어온 것은--

 

 --카와무라 미사토--

 

 힐끗 훔쳐본 스크린에는, 미사토의 이름이 보였다.

 

 “아, 안 받아?”

 

 방심도 빈틈도 없다. 어느새 반쯤 풀린 셔츠의 단추를 고치며, 나는 흐트러진 옷과 거친 호흡을 가다듬는다.

 

 한편, 스마트폰을 손에 든 후카야마는, 멍한 채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모습.

 충분히 1분은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 사이에도 미사토로부터의 착신은 울려 퍼졌고, 그것은 좀처럼 통화를 받지 않는 후카야마를 몰아세우는 것처럼도 들렸다.

 

 후카야마는 익숙한 동작으로 가볍게 튕기듯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스와이프하고, 동시에 스피커 아이콘을 건드렸다.

 그 순간, 미사토가 외쳤다.

 

 ‘받는 게 늦어! 이 젖소가!!’

 

 순간, 누군지 모를 정도의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이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그 미사토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미카게 선배를 내보내라! 숨겨도 알아. 고지식한 네가 정기 연락을 빼먹을 이유는 그것밖에 없어!’

 

 가벼운 현기증이 나고,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 미사토가…… 이런 난폭한 면이 있는 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러면 마치 카오루나 슈우나 다름없다.

 

 그 미사토의 서슬에, 후카야마가 확 뿜어내기 시작했다.

 

 “미카게군이라면, 제 옆에서 듣고 있을걸요?”

 

 ‘에, 아?’

 

 전화 너머라도, 미사토가 얼굴빛을 파랗게 물들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선배에게 그런 난폭한 말을 해도 돼요? 미카게군, 많이 놀라고 있는데요?”

 

 심술궂은 미소를 지으며, 후카야마는 기쁜 듯이 말했다.

 

 “자, 경합입니다. 이번엔 당하고만 있지 않아요. 진심으로 오세요.”

 

 후카야마 카에데는 변해 있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호랑이였다. 슈우도 저도 모르게 도망치는 아수라의 여자.

 선전포고했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당신에게 미카게군은, 아깝습니다.”

 

 맹렬히 두통이 와서, 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