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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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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겐은슈우와 먼 친척뻘 되는 사람이다혈연치고는 거의 남이라고 슈우는 말했지만닮은 면모가 있다.

 

 신겐은 멋쩍게 눈을 돌린 채그런 점도 두 사람은 꼭 닮았다가볍게 입술을 핥았다.

 

 그게오랜만인데많이 여위었네요정님 같다……

 

 가는 눈초리나 목소리 같은 것도 둘은 똑같이 생겼고사실은 자매라고 말했더라면나는 그것을 믿었을 것이다.

 심장이 쿵쾅쿵쾅 울렸다.

 최근의 나는꽤 나쁜 일만 해왔다어느 것도 슈우에게는 말할 수 없다.

 

 문득 뇌리에 지나간 것은 그날의 슈우다.

 

 또 맞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하지만터무니없이 안 좋은 예감이 든다.

 

 내가 모든 것을 말하고모든 것을 내던질 것이라고 말하면슈우는 기꺼이 모든 것을 수습할 것이다슈우에게는 그만한 힘이 있다모조리 엉망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모두 편리하게 고쳐 쓸 수 있다.

 

 --그때나는 황금의 쇠사슬로 묶인다.

 

 그것은매우 무서운 일이다내가 차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자신겐이 웃으며 말했다.

 

 아아케이라면 없으니까 안심해도 돼.”

 

 ……정말?”

 

 케이라면 집에서 쉬고 있어그보다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뭣하니 차를 타주겠니?”

 

 ……

 

 나는 경계하며생글생글 웃는 신겐을 노려보았다.

 

 …………어디까지 알고 있어?”

 

 ……질문이 좀 애매한데……쿠로이와와 소타로씨의 사정은 알고 있어쿠로이와의 집을 나온 뒤론 몰라이걸로 어때?”

 

 생각 좀 해도 돼?”

 

 물론좋을 대로.”

 

 실수했다.

 설마신겐이 나올 줄은 몰랐어.

 슈우의 아버지는재벌을 운영하는 자산가이자 정치인입장이 있는 사람이다하지만 그것은어디까지나 아버지의 일로자신과는 관계없다슈우는 그렇게 말했고그렇기 때문에 일반 고등학교를 선택했다.

 

 ……어디까지 정말이지?

 

 지금까지슈우와 나의 관계는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어른 신겐을 꺼내는 이상이야기는 달라진다슈우는 자력으로 문제 해결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나는 더 생각한다.

 신겐은……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슈우한테 맞은 건?

 내가 팔고 있는 건?

 슈우와 잔 건?

 생각하는 것도 끔찍한 키리시마의 건이나 요시카와와 니이미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생각할수록 생각의 덫에 빠질 것 같다.

 나는 경계하고 있다.

 어른을 경계하고 있다.

 어른은 경험이 많아서 귀찮다다들 뭔가 기술을 가지고 있고아이인 내가 모르는 서랍이 많이 있다.

 생각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다소머리를 돌리는 정도로는 안 된다어른은 그 정도로는 성가실 뿐이고아이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도망 다니는 것 정도다.

 

 슈우는 어디까지 진심일까아니어디까지 할 생각일까……

 

 ……신겐지금혼자?”

 

 그렇긴 한데……

 

 ……

 

 사실나는 아키츠키 케이라는 사람을 잘 모른다원래 그녀는 비밀주의자여서자신에 대해 잘 말하지 않는다나도남들보다 조금 더 아는 정도다.

 

 나를 어떻게 할 거야?”

 

 케이한테 데려가고 싶지만그런 느낌은 아닌 것 같아.”

 

 “?”

 

 신겐의 대답은나의 인식과 큰 차이를 느끼게 했고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럼나와 신겐과는 대화의 여지가 있는 걸로괜찮아?”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변함없이신겐은 웃고 있다그리고나는 정말 잘 모르겠다.

 

 (이 사람도대체 뭐하러 온 걸까……)

 

 ……지금의 슈우는추측이지만신겐의 힘을 빌리는 것 정도로는 초조하고하지만 진심으로 힘을 휘두르는 것에는 주저를 느끼고 있다……그렇게 인식하면 되는 것일까.

 내가 어렵게 생각에 잠겨 있는데신겐이 차 뒷좌석 쪽 문을 열었다.

 

 가자조금 드라이브 하자.”

 

 …………

 

 일단이대로 슈우에게 넘겨질 일은 없을 것 같다.

 

 ……초코바있어?”

 

 있어.”

 

 여기서 조급해하지 않아도 버스가 도망치는 건 아니야별로 신겐의 생각을 모르겠지만괜찮아.

 확실한 근거 같은 것은 없지만나는 아직나 자신 안에 힘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다.

 이 권유에 타보기로 했다.

 

 해냈네

 

 슈우를 쏙 빼닮은 신겐이지만뭐랄까이 사람한테는 조금 느슨한 면이 있다나를 차에 태우고신겐은 기뻐 보였다.

 

◇◇

 

 빙글빙글 로터리를 돌아나를 태운 신겐의 하이브리드카가 달리기 시작했다.

 

 너무 멀리 가고 싶지 않아.”

 

 알았어하지만그럼……

 

 조금 망설이는 내색을 보인 신겐은커다란 놀이공원이 있는 빌딩 입체주차장에 눈독을 들였다.

 탁구나 배팅센터수영장실내코트 등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 빌딩이다분류상으로는 무엇일까……스포츠센터가 되는 것일까잘 모르겠다그 부지 내에 있는 7층짜리 입체주차장으로 향했다.

 

 내가 있던 버스터미널에서 큰길을 사이에 두고 비스듬히 있는 입체주차장으로 들어가고차는 나선형으로 위층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올라간다야간이기 때문에주차 공간은 비어 있다.

 하지만그것들에 상관없이 차는 위로 위로 올라간다.

 

 ……비어 있는데?”

 

 그게위로 가고 싶은 기분이야.”

 

 점점 의미를 알 수 없다내가 백미러 너머로 시선을 보내자신겐은 황급히 눈길을 돌렸다그 뺨은 조금 상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수줍어하나?

 위험한 분위기는 안 난다그리고결국 신겐은 7층짜리 입체주차장 꼭대기 층까지 가서한 대도 주차하지 않은 옥상 공간의가장 안쪽에 다다른 곳에서겨우 차를 주차 시켰다.

 

 시동은 끄지 않고하이브리드카의 조용한 차내에는 에어컨 가동음과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섞여 들린다.

 

 신겐은 대시보드를 열고나에게 큰 초코바를 하나 주었다.

 

 아싸!”

 

 신겐이 가지고 있는 초코바는 특별해서어느 슈퍼에도 팔지 않는다맛도 볼륨도 최고엉겁결에 소리를 지른 나를 보며신겐은 흐뭇하게 웃었다.

 받은 초코바는 투명 필름에 싸여있고제조업체나 제품명은 기재돼 있지 않다.

 

 저기이거 어디서 팔아?”

 

 비밀.”

 

 신겐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차 밖으로 나갔다순간 빗소리가 커지고습한 공기가 차 안으로 들어온다.

 다음 순간신겐은 반대편 문을 통해 내 옆으로 올라탔다.

 

 얘기 좀 할까?”

 

 먹으면서 해도 돼?”

 

 우후후좋아.”

 

 비에 젖은 머리를 뒤로 젖히며신겐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

 

 내가 초코바를 먹는 동안옆에 앉은 신겐은 몇 가지 이야기를 했다.

 

 ……우선나는 모두에게 설교할 생각이 없어다만역시 학생이니까집에는 가는 것이 좋다고는 생각해도의적으로 볼 때어른인 나는 너희를 설득할 의무가 있으니까하지만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초콜릿 최고.

 

 나를슈우에게 넘기지 않아도 돼?”

 

 그 질문에 관해서는신겐은 미간을 찌푸리며 험악한 얼굴을 했다.

 

 나는 아키츠키의 집에서 일하고 있지만케이의 개인적인 하인이 된 건 아니야.”

 

 그래슈우는 심부름꾼이라고 했어.”

 

 신겐은 엉덩이 하나만큼 나에게 다가왔다.

 

 아니야확실히 잡일을 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지만나는 케이의 잔심부름꾼이 아냐.”

 

 그렇구나.”

 

 요즘 입맛이 없어서 곤란했는데초콜릿은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입에 묻었어.”

 

 차 안에 있는 휴지로신겐이 웃으며 입 주위를 닦아 주었다.

 

 ……케이에 관해선 일단 내버려 두자말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돼어쨌든나는 케이의 하인이 아니라는 것만은 이해해.”

 

 알았어.”

 

 신겐의 고집은 아무래도 좋다나는 초코바 공략을 재개했다.

 

 내 명함을 건네줄게마음이 바뀌면 연락해 줘.”

 

 세상이 망가져도 바뀌지 않을 거야나는 그렇게 속으로 대답하고받은 명함을 말없이 뒷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신겐이다시 엉덩이 하나만큼 내게 다가왔다.

 

 ……

 

 뭐야?”

 

 가까워그렇게 생각했지만나는 입 밖에 내지 않고신겐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했다.

 신겐은 얼버무리려 헛기침을 하고내 허리에 손을 둘러 온다.

 

 이래도 나는 성인이고어려운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말해줘뭐든지 상담에 응해줄게.”

 

 ……

 

 가깝다 가까워허물없다내가 비난의 눈길을 보내자신겐은 하기 힘든 듯 눈길을 돌렸다.

 

 으음나는 아무에게나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이 야냐그러니까그게……

 

 뭐야?”

 

 거기서 신겐의 얼굴이 새빨개졌다막무가내로 시선을 돌린 채 중얼거렸다.

 

 ……케이한테서 들었어.”

 

 뭐를?”

 

 그러니까……한 번에 오만 엔이라고…………

 

 ……

 

 나는 들은 말의 의미를 몰라서작게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