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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모, 나쁜 말은 안 해. 그러는 것만은 그만둬”
“시끄러워. 당신이 한 짓은 절대로 용서 안 해”
“그래도 돼. 되니까, 내 얘기 좀 들어……”
“들을 귀 없어. 봐, 당신이 한 일은 사회적으로 봐도 범죄잖아. 그런 놈의 말을, 내가 왜 들어야 하는 거야”
“그러니까 잠깐만, 그건 그럴 생각이 아니었어. 아니었다고……”
토모는, 일찍이 아버지라고 불렀던 남자의 목 위쪽을 바라보았다.
“모르겠어?”
설령, 유우키가 악마의 자식이었다고 해도, 체격이 뒤떨어지는 상대를 일방적으로 제압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시간도 돌아오지 않는다. 변명은 모두 비열했다.
◇◇
쿠로이와 히데오는 딸을 사랑했고, 그 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다. 예스러운 남자였고, 이혼하기 전까지는 부엌일은 쌀 씻는 법 정도밖에 모르는 남자였다. 아내가 사랑의 도피나 다름없이 남자와 나가버려, 집안일 전반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딸을 생각하면 침착해졌다.
◇◇
미카게 소타로는 꽤 붙임성 좋은 남자였다.
아들을 감싸고, 많은 반 친구들을 때려눕힌 토모에 관해서는 온 힘을 다해 옹호해 주었다. 그가 아들에 대한 폭행을 용서하는 대신, 토모에 대한 관용을 제의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토모는 범죄자가 되었을 것이다.
히데오의 일 사정상, 이사를 거듭해서인지, 딸 토모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선을 긋는 아이였다.
성격은 밝지만, 그것은 표면상이다. 알게 된 친구는 많았지만, 전학 간 이후, 연락이 온 친구는 없다. 토모쪽에서도 연락을 취하려 하지 않았다.
아버지로서의 히데오는,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대로, 딸은 누구와도 마음을 터놓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렇다면, 그것은 업이다. 히데오도 그렇게 살아왔다. 학생 때는 면학과 스포츠에 힘썼고, 취직한 뒤로는 일만 남았다. 아내와는 상사의 소개로 만났다.
딸도 그렇게 살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학생 때는 면학과 스포츠에 힘쓰고, 취직해 때가 되면 주위의 권유에 따라 결혼한다.
재미없지만, 그걸로 됐다. 사랑도 우정도, 언젠가 빛이 바랜다.
좋든 나쁘든, 인과는 돈다.
그것이, 쿠로이와 히데오라는 남자의 철학이었다.
그래서, 딸이 한 소년을 위해 사건을 일으켰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그런 사람이 아닌 줄 알았다.
자기가 그러하듯이.
단 한 사람을 위해, 자신을 내던질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키울 생각도 없었다.
◇◇
“그러니까, 엄마가 떠난 거야”
◇◇
그것은 그렇고
발걸음이 수상한 미나가와 유키나는, 그 후 버스를 타고 집이라 생각되는 독채로 돌아갔다.
뭐, 그렇겠지.
그녀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낮이라고는 해도 외출하고 있는 것이 비정상이다. 오후 7시가 넘어, 귀가한 유키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대음량의 노성이였다.
“유키나! 너, 어딜 싸돌아다니는 거야!!”
잠시 떨어진 곳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던 토모의 귀에까지 들려오는 무시무시한 고함이었다.
뭐, 그렇겠지.
토모가 부모라면, 똑같이 유키나를 호통쳤을 것이다. 유키나는 체격이 좋은 중년 남자에게 팔을 잡혀, 집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아차……빗나갔나……)
쓴웃음을 짓는 토모였지만, 그 반면으로 확신했다.
유키나는, 확실히 유우키와 함께였다.
그렇다면, 그 자리에 남은 카츠라기 토우코는 유우키와 만나고 있는 것일까.
전화번호는 교환하지 않았다.
좋든 나쁘든, 토모는 친숙해지는 것을 싫어한다. 카츠라기 토우코와의 사이에는 어떠한 우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은 빗나갔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유우키에게 연결되는 선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고, 토모는 유키나의 집이 시야에 담기는 커피숍에 진을 쳤다.
토모의 상상이 확실하다면, 유키나는 반드시 움직인다. 반드시 유우키의 곁으로 향한다. 어떤 어려움을 겪든, 무조건 유우키와 합류한다. 근거 없는 확신 같은 게 있었다.
◇◇
오후 10시가 넘어, 유키나에게 움직임은 없다.
2층의 한 방에 불이 켜져 있고, 아마도, 그곳이 유키나의 방일 것이다. 그렇게 눈독을 들이며, 토모는 오로지 그때만을 기다렸다.
◇◇
“……아, 선생님? 나야. 쿠로이와 토모”
‘오오, 쿠로이와인가. 사카모토 선생님께 다 들었어. 지금, 무슨 일이야?’
“음……모르는 편이 좋지 않을까?”
‘아아, 응, 글쎄……음……선생님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아하하, 아직 편들어주는 거야?”
‘응, 맞아. 아직 우리 편이야.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쿠로이와도 나에게 연락한 거지?’
“어떨까……그냥 여러 가지 신세를 졌고, 마지막은 선생님한테 막을 내릴까 해……”
‘저기, 쿠로이와. 선생님, 지금부터 엄청 바보 같은 소리 한다?’
“아아, 응. 뭐야?”
‘미카게, 납치해서 도망가’
“……”
‘선생님, 딸은 없으니까, 쿠로이와의 아버지의 마음은 모르겠어. 하지만, 미카게의 아버지의 마음이라면 조금은 알아’
“……진심?”
‘선생님, 아직 어린 아들이 있다고 한 적이 있지?’
“……”
‘뭐, 미카게처럼 미형으로 귀엽진 않지만? 나랑 똑같이 생겼고, 너무 귀여워’
“……”
‘만약……그런 귀여운 아들이, 나를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상상한다면 말야……견딜 수 없어……’
◇◇
그로부터 잠시 후, 통화를 마친 토모는, 스마트폰을 청바지의 뒷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거의 동시에, 유키나의 방의 불이 꺼졌다.
(역시 움직이나)
그렇게 생각하고, 허리를 든 토모였지만, 거기서 이변을 느끼고 움직임을 멈췄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자리에 앉아, 유키나의 집 주위를 유심히 살핀다.
“……?”
유키나의 집과 거리를 사이에 둔 장소에서, 유키나의 방으로 생각되는 한 방을 올려다보며, 2인조 남자가 스마트폰으로 통화하고 있다.
(뭐야, 저놈들……)
지금까지도, 비슷한 분위기를 느낀 적은 몇 번 있었다. 여러 아수라장을 극복함으로써 익힌 직감과도 같다. 그것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위험한 징후.
최근의 사정이나 인간관계를 감안할 때, 미나가와 유키나는, 노림 받는 이유에 군색함이 없다.
토모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유키나의 방 창문이 옆으로 열렸다.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11시가 넘었다.
창문으로 얼굴을 내민 유키나는 커다란 스포츠백을 어깨에 걸치고, 오른손에 신발을 들고 있었다.
“……”
어느새 2인조 남자의 모습은 사라져 있다. 하지만, 버티는 듯한 불안감을 느낀다.
가까이 있어.
남자들도, 유키나가 몰래 집에서 빠져나가는 걸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손을 떼고 기다리고 있다.
미나가와 유키나가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다.
설령 키리시마 사오리의 전철을 밟게 된다고 해도, 토모는 아무렇지도 않다. 오히려 기분 좋을 것이다.
토모는, 아주 잠시만 생각했다.
예상이 확실하다면, 유키나는 반드시 유우키의 곁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남자들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
지뢰 안건이다.
초조해진 토모는 머리를 휘저었다.
별로 하고 싶지 않다. 토모는 여자이고, 준비가 다 된 남자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다. 이제 중학생 때랑은 다르다. 상대도 중학생이 아니다. 유우키 때와 마찬가지로, 둘뿐이라고 한정할 수도 없다.
미나가와 유키나는, 외통수에 몰려있었다.
정산을 하고 커피숍을 나서자, 밤의 어둠 속에서, 두리번거리며 앞뒤를 살피는 유키나의 뒷모습이 보였다.
토모는 근처 자판기에서 주스를 사는 시늉을 하며 주위를 살핀다.
좁은 골목에서 예의 2인조 남자들이 나타나, 유키나가 걸어간 쪽을 가리켰다.
거의 동시에, 맞은편 오솔길에서 나타난 세 남자가 합류해 유키나의 뒤를 따라간다.
토모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우키의 거처는 알고 싶지만, 저울질을 해도, 유키나를 돕는 일은 터무니없다.
유키나는, 여기서 리타이어다.
토모는 장의 흐름이나 기세 같은 것을 중시하는 타입이다.
그런 게 없을 때는, 뭘 해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역으로 돌아가자.
유우키를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누군가가, 또 다른 『흐름』을 가져온다.
이건 아니다. 그런 『흐름』이다.
그리고 이 사고방식은, 쿠로이와 히데오의 철학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