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조가 쿠로코를 스킬 아웃 무리로부터 구해낸 날로부터, 다시 몇 주가 흘렀다 


여전히 카미조와 미코토는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하는 풋풋한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학원도시 또한 언제나처럼 평화로웠다


다만 그중 변한 것이 있다면···


쿠로코「다녀왔사와요」


미코토「오늘도 꽤나 많이 늦었네? 곧 방학이라서 그런 거야?」


쿠로코「예에···뭐, 그렇답니다. 그럼 전 샤워를 하러···」


미코토는 의아하다고 생각했다. 최근 들어 자신을 대하는 쿠로코의 상태가 약간 이상하기 때문이랄까


하루에 몇 번이나 하지 말라고 말해도 격렬한 스킨십을 시도해오던 쿠로코였는데, 그 횟수가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거기에 때때로 휴대폰을 보며 히죽거리기까지 하고···


설마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긴 걸까. 아니, 쿠로코에 한해 그럴 리가 없잖아···언제나「남자분은 유치하고 천박하답니다」라고 말하던 아이인데 말이야


미코토는 고개를 붕붕 저었다. 따로 관심이 가는 이슈라도 생겼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


쿠로코「하아···」


샤워실. 쿠로코는 자신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쿠로코「전, 도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예전의 자신이라면 미코토에게 함께 샤워를 할 것을 권유, 알몸의 미코토를 덮치는 것이 정해진 패턴일 것이다


허나 오늘의 쿠로코는 샤워실에서 홀로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도저히 미코토를 권할 기분이 아니었던 것이다


쿠로코「오늘도, 그분을 만나버렸사와요···」


그분, 카미조 토우마


쿠로코는 카미조에게 구해진 날 이후부터, 짬이 날 때마다 그를 호출해 밖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카미조 역시 자신과 있는 시간을 즐거워하는 것 같아, 쿠로코는 그 시간에 만족을 넘어선 기쁨까지 느끼고 있었다 


쿠로코「언제부터···쿠로코는 그 남자분을 유인원이 아닌 그분이라고 부르게 된 걸까요.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사와요···」


쿠로코에게 있어 카미조 토우마라는 남자는 단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철심을 들고 쫓아가 실컷 곤욕을 치르게 해 주고 싶을 정도로 성가신 유인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어느새 유인원이란 호칭이 그분으로 바뀌어, 이제는 만날 때마다 쿠로코에게 따스한 기분을 안기는 특별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쿠로코「참, 곤란한 남자분이셔요」


오늘은, 그와 오락실에 갔었다


이전. 그때의 일에 대한 사례를 명목으로 그와 처음 오락실에 갔을 때, 그가 제시한 게임에서 운 좋게 한 번 이긴 것을 빼면 모조리 패배했었다


하지만 그 후 저지먼트의 순찰 시간마다 몰래 오락실을 방문. 그 덕에 일취월장한 게임 실력을 토대로 기어코 오늘, 예전의 전패 기록을 완벽히 돌려줘 크게 당황해하는 그를 볼 수 있었다


쿠로코「···즐거웠···사와요」


두근. 순간, 심장이 뛰었다


그와 함께 보낸 기억을 떠올리자 다시금 몸에 감돌기 시작하는 기분 좋은 열기. 이것은 쿠로코가 최근 자각한, 정체불명의 새로운 감정이었다


쿠로코「무얼까요···이 기분은···」


조용히 가슴 위에 손을 얹는 쿠로코. 그 손에 맥박치는 심장의 박동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너희들, 여자아이를 둘러싸고 부끄럽지도 않은 거냐!』


『시라이, 괜찮아?!』


『레벨 0이라고 해서 네놈들 같은 쓰레기만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빛났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을 구하러 온 카미조. 거의 전라 상태가 되어 있던 자신에게 와이셔츠를 벗어 덮어준 후, 오로지 주먹 하나만으로 스킬 아웃을 척척 쓰러트리던 카미조


그리고


『뭐야. 반한 거잖아?』


쿠로코「핫?!///」


일전 요미카와가 했던 말을 떠올린 쿠로코는, 다시금 그 얼굴이 붉게 물들어갔다


반했다, 라는 것은 요컨대 좋아···한다는 것이로군요. 그렇다면 쿠로코가···그 남자분을···카미조 씨를···좋아해···?


쿠로코「그, 그럴 리가 없사와요! 말도 안 되는 소리랍니다! 쿠로코의, 쿠로코의, 해바라기는 오직 언니만을 바라보고 있사와요···!」


쿵, 쿵. 샤워실 벽에 이마를 찍기 시작한 쿠로코


아무도 없는 샤워실에서 물줄기를 받아가며 벽에 이마를 찍는 소녀의 모습은, 실로 설명하기 난해한 광경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로코「······」


자신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


미코토「샤워, 조금 오래 걸렸네」


쿠로코「그게, 저지먼트의 일로 조금 생각할 것이 있는지라···」


미코토「흐응···」 


미코토와 쿠로코의 방. 쿠로코는 샤워로 인해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며 미코토의 물음에 대충 둘러 답했다


왜냐하면 솔직히 카미조를 만나고 왔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인즉슨, 카미조와 미코토는 서로 연인 사이이기 때문에


쿠로코「에···?」


그리 생각한 순간───따끔───쿠로코의 가슴에 내달리는 자그마한 통증


뭐죠. 이 감각은···


아프···다고요···?


미코토「쿠로코」


쿠로코「···」


미코토「쿠로코」


쿠로코「······」


미코토「쿠로코!」


쿠로코「어, 언닛?!」


미코토가 갑자기 쿠로코의 이름을 외치자 쿠로코는 깜짝 놀라며 미코토를 바라봤다 


미코토「네 휴대폰. 메일 온 것 같은데, 확인해 보지 않아도 괜찮아?」


미코토가 가리킨 곳에 있던 것은, 쿠로코의 휴대폰. 그 휴대폰의 디스플레이는 신착 메일이 도착했단 알림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설마···


쿠로코는 허겁지겁, 휴대폰 앞으로 달려가 자신에게 온 메일을 확인했다 


【시라이. 기숙사에는 잘 돌아갔어?】


쿠로코「쿡······」


또, 멋대로 입가가 히죽거린다


정말. 레벨 4의 강능력자에게 이런 메일을 보내는 것은 이상하다고 누차히 말씀드렸거늘. 구제불능인 남자분이시군요···


쿠로코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카미조에게 보낼 메일을 작성해 갔다


【괜찮사와요. 그나저나 카미조 씨는 또 어딘가의 무뢰배들에게 쫓기는 참이 아닌가요?】


꾹. 카미조에게 답장을 보내는 쿠로코


그러자 곧바로 삐빗, 하는 묘한 알림음과 함께 카미조로부터 새로운 메일이 왔다


【최근의 카미조 씨는 그렇지 않단 말입니다!】


쿠로코「역시···재미있는 분이셔요···」


카미조와 메일을 주고받고 있자, 쿠로코는 방금 전 느꼈던 통증이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단순한 착각일 뿐이었어요···하여튼 이 메일의 답장을 다시 전송하지 않으면···


그렇게 쿠로코가 한참 카미조와의 메일 교환에 몰두하고 있을 때


미코토「헤에~누구야?」


불쑥, 옆에서 끼어들어온 미코토의 머리


쿠로코「어, 어, 어, 언니?!」


미코토「뭐야, 그리 급하게 뒤로 숨길 필요는 없잖아. 최근 마음이 맞는 새로운 친구라도 사귄 거야?」


쿠로코「네, 네에. 그렇답니다. 다, 다른 지부의 요원인데 꽤나 대화가 잘 통해서 말이어요···」


미코토「에에~난 또 쿠로코에게 남자친구라도 생긴 줄 알았는데」


쿠로코「나, 나, 나, 남자친굿?!」


말이 꼬였다. 그와 함께 시간 또한 멈췄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쿠로코와 그 쿠로코를 의심쩍다는 듯 탐정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미코토. 허나 미코토는 곧 크게 기지개를 펴며 말을 이어나갔다


미코토「그래도 말이야. 요즘 들어 약간 서운하달까···」


쿠로코「서운···하다니요···?」


미코토「조금. 정말 조금뿐이지만 말이야···요즘 쿠로코. 잘 안겨오지도 않고···」


쿠로코「그, 그러신 건가요오···! 드디어 언니를 향한 쿠로코의 사랑이 빛을 보는 거로군요···!」


와락. 쿠로코가 한껏 기쁜 표정을 지으며 미코토에게 달려들었다. 어디까지나 평상시처럼, 말이다


미코토「잠깐! 조, 조금뿐이라 했지! 그리고 나, 내일 그 녀석과 데이트 약속이 있기 때문에 빨리 자야 한다고!」


다만 그것도 미코토의 그 말을 듣기 전까지. 쿠로코는 미코토에게 달려들기 직전의 어정쩡한 자세로 굳어져 버린 상태였다


쿠로코「네···?」


미코토「말 그대로야. 그 녀석과 데이트···쿠로코?」


쿠로코「오, 오호호···데, 데이트라니 이 쿠로코. 반드시 그 유인원 자식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어요! 언니의 정조는 반드시 이 쿠로코가 지키겠사와요!」


미코토「혹여나 말하는 건데 내일 데이트···방해하기라도 하면 아무리 쿠로코라도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파직, 미코토의 머리에서 섬광이 튄다


그에 쿠로코는 그 섬광을 아랑곳하지도 않고「언니의 벌이라면 무엇이든지이이이!」라고 외치며 뛰쳐들었고 그 뒤는 언제나의 수순처럼 쿠로코가 미코토의 전격에 익어버리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하지만 쿠로코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미코토가 그 녀석과 데이트, 라고 말한 순간 자신의 가슴에 내달린 통증을


그러나 그 통증은 처음 느꼈던 그 통증과는 다른, 조금 더 따끔한 통증. 약간의 꺼림칙함과 이유 모를 기분 나쁨을 포함한 따끔함


사랑하는 언니로부터 전격을 발해져 결국 터덜터덜 자신의 침대로 돌아가는 모양새가 된 쿠로코는, 남몰래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


『그래. 시라이도 잘 자』


삑───마지막 메일을 보낸 카미조는 휴대폰 커버를 덮고서 누웠다. 그러자 한눈에 들어오는 익숙한 천장


최근 들어, 시라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또 그런 날이 점점 늘어날수록 시라이로부터의 전화가 언제 올까 기대하는 자신이 있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미코토와의 데이트보다 시라이와 있는 시간이 더욱 즐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 카미조의 마음은 심란한 상태였다


분명 자신은 미코토의 애인일 터인데, 요사이 자신의 마음속을 꽉 채운 것은 시라이였기 때문이다


어느새 쿠로코는 카미조에게 있어 미코토보다 먼저 떠올리는 존재가 되어, 그 존재감을 그의 마음속에서 급격히 키워가고 있었다  


카미조「시라이, 시라이 쿠로코인가···」


그녀의 풀네임을 조심스레 불러보는 카미조


카미조는 미코토로부턴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쿠로코에게는 확실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매력에, 자신이 끌리고 있다는 사실도······


아니아니, 나는 미코토의 애인이라고?! 그런데 시라이를 생각하다니 도대체 뭘 하는 겁니까, 카미조 씨! 저번 주부터 고대해 오던 내일의 데이트를 망칠 생각입니까!


잠시간 느낀 떳떳지 못함과 약간의 죄책감에 원망의 말을 자기 자신에게 퍼부어 보는 카미조. 하지만 그 뭉게뭉게한 기분이 가라앉을 리 없다. 되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심해질 뿐


카미조는 억지로 베개에 머리를 뉘어 눈을 감았다. 방황하기 시작한 자신의 마음을, 애써 부정하면서···


***


다음날 오후, 저지먼트 제177지부

 

정보 계통의 특기를 살려 저지먼트를 시작한 머리에 화관을 두른 인상적인 소녀, 우이하루 카자리는 아침부터 곤란해하고 있었다


그 이유라면 하루 종일 기분 나빠 보이는 자신의 동료, 시라이 쿠로코의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 그렇달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봐도 돌아오는 건 짧은 침묵뿐. 기색을 봐서는 다행히 큰일은 아닌 것 같았지만 최소 쿠로코의 기분을 망치기엔 충분한 일인 것 같았다. 더군다나 이 지부의 리더인 코노리 미이마저 오늘따라 입을 다물고 있을 정도니까···


쿠로코「이래서 남자분들이란···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이어요···!」


투덜투덜, 문이 열리며 지부로 들어오는 쿠로코


그녀는 방금 전 거리 순찰을 하던 중 한 여학생을 겁주던 스킬 아웃 두 명을 발견, 아예 병원행 신세로 만들어 놓고 온 참이었다


우이하루「저, 저기 시라이 씨···상부에서 대응이 너무 지나쳤다고 항의가···」


쿠로코「하아?! 대응이 지나쳤다고요?! 웃기지 말라 하셔요! 애초 가련한 레이디를 겁주려고 한 것만으로도 사형 확정이어요! 사 · 형 · 확 · 정!」


미간을 찌푸려 사형 확정이라는 단어를 힘줘 말하는 쿠로코. 그런 쿠로코의 분노를 우이하루가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고 결국 상부로부터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건 우이하루 혼자였다


우이하루「오, 오늘의 시라이 씨. 조, 조금 이상하네요오···」


쿠로코「하?! 조용히 일이나 하시어욧!」


우이하루「아, 알겠습니다아!」


쿠로코「정말, 왜 이렇게 세상에는 정신 상태가 제대로 된 남자분이 없는지. 애초에 말이어요」


투덜투덜, 투덜투덜. 쿠로코의 불만 토로는 멈추지 않는다


그에 코노리는 혹시나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저지먼트 완장을 매고서 순찰을 하고 오겠다며 도망치듯 나갔고, 쿠로코는 자신과 함께 남아있는 유일한 동료인 우이하루에게 온갖 불만을 쏟아붓고 있었다 


쿠로코「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죠? 우이하루?!」


우이하루「하, 하아아···불행해요···」


쿠로코「하?! 지금, 뭐라고?!」


우이하루「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쑥 얼굴을 들이미는 쿠로코로 인해 목부터 머리까지 공포로 새파래지는 우이하루. 적어도 오늘의 쿠로코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상태이다. 이따금 쿠로코를 놀려먹던 우이하루는 온데간데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우이하루「엣···이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모니터를 바라보는 우이하루


그 모니터 화면은 제177지부 관할 구역의 감시 카메라들이 보내주는 분할 영상을 비추고 있었는데 중요한 것은 좌측 하단의, 어느 거리를 비추고 있는 영상. 그 영상 안에선 미코토가 성게 머리를 한 어떤 남성과 손을 잡은 채 걸어가고 있었다 


우이하루「에, 이, 이건 미, 미사카 씨죠? 그런데 이 사람은 예전의 그 포크 댄스에서···설마 미사카 씨. 이 사람과 사귀기라도···!」


새로운 발견에 흥분하여 말을 빠르게 내뱉는 우이하루. 허나 정작 말을 건넨 대상인 쿠로코는 사라져 있었다


완전히 지부에 홀로 남겨진 우이하루는 곧 그들에게 텔레포터의 형상을 한 귀신이 찾아갈 것을 알기에, 속으로 미코토의 손을 잡고 있는 남성을 동정했다 


***


미코토「자, 잠깐! 토우마! 왜 그러는 거야!」


짙은 노을 하늘 아래


저벅저벅, 저벅저벅. 미코토는 자신의 손을 잡고서 어디론가 이끌고 있는 카미조의 등을 향해 외쳤다 


확실히 오늘의 토우마는 뭔가 이상했다. 함께 영화를 볼 때도 정신이 다른 곳에 가있는 느낌이었고, 인형 뽑기를 할 때도 저번과 달리 건성건성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대화를 나눌 때도 말 그대로 적당히 맞장구만 쳐준다는 느낌 


미코토「마, 말 좀 해 줘! 토우마!」


카미조「···」


카미조는 미코토를 이끌고서 항상 서로가 만나던, 미코토에게 있어 꽤나 정이 든 공원으로 왔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항상 미코토가 발차기를 때려 박던 자판기를 지나쳐 근처에 있는 나무의 그늘로 들어왔다


미코토「하아···하아···너,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카미조「미안, 미코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확신이 서지 않을 것 같아」


미코토「확신···?」


카미조「우리, 사귀기 시작한 지 두 달도 넘었고, 마침 주위에 사람도 없고. 이쯤 되면 괜찮겠지」


미코토「에···?」


일순간 당황한 기색이 되는 미코토. 카미조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서 눈을 천천히 감아, 조심스레 자신의 입술을 접근시켰다


미코토「에? 에? 에? 자, 잠깐···!」


그런 카미조의 돌발 행동에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지는 미코토. 반면 그녀의 어깨를 움켜잡은 카미조는 그 양손의 힘을 강하게 하면서 서서히 그녀와의 거리를 줄여나갔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는 미코토 단 한 명뿐. 그 이외에는 있을 수 없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난 너로부터 확신을 얻고 싶어···


하지만───


짜악! 일순간 공원에 마른 소리가 울려 퍼지고, 카미조의 고개가 돌아갔다


카미조「아······」


멍하니, 새빨갛게 달아오른 뺨 위에 손을 얹고서 미코토를 바라보는 카미조. 미코토 역시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지 몰라 극히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미코토「미, 미, 미안해! 나, 나 무, 무슨 짓을···!」


카미조「···」


미코토「이, 이럴 생각은 없었어. 그냥, 네가, 갑자기 이, 이상한 짓을 하려 하니까 어, 어쩔 수 없이···!」


카미조「···」


말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완전히 허둥지둥거리는 미코토. 카미조는 그런 미코토를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듯 허무한 눈동자로 망연히 바라볼 뿐이었다


***


동시각 공원


원하는 지점에 최종적으로 착지한 쿠로코는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쿠로코「분명 이 근처였을 텐데요···」


방금 전 우이하루의 모니터에서 두 사람이 나오는 영상을 본 쿠로코. 그것을 본 그녀는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충동적으로 두 사람을 찾으러 나온 상태였다. 허나, 대체 누구에게 화가 난 걸까


분명 예전의 자신이라면 십중팔구 그 유인원, 카미조 토우마였을 것이다. 지금쯤 카미조에게「언니에게서 떨어지세요! 망할 유인원!」이라고 외치며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지금의 자신은···


쿠로코「제가···언니에게 화를···?」


어쨌든 상관없다. 그 두 사람을 찾아 사이를 떨어뜨리기라도 해야 이 가시 돋친 기분이 사그라 들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 순간 짜악───공원에 울려 퍼지는 마른 소리 


쿠로코는 반사적으로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쿠로코의 눈에 비치는, 고개가 돌아간 카미조와 그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미코토


쿠로코「무얼···하시는 건가요. 언니···?」


무심코, 쿠로코는 그리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