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https://novel18.syosetu.com/n6060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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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예술가와 그 작품에 대해서.

꽃말이라든가 장미꽃의 개수의 의미를 알고 있으면 더 즐거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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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는 것은, 각각에 따라 파악하는 방법이 다양해”

어떨 때는 캔버스 한 면에 빨강을 터뜨리면서, 또 어떨 때는 조각을 새기며 신경 쓰지 않는, 난잡하게 잘린 검은 머리를 헝클이며 후유키는 말한다.

이번에는 꽃꽂이라도 할 건가. 검은 벨벳으로 뒤덮인 이 작은 방을 극채색으로 수놓아 꽉 채운 흑과 홍, 백의 장미가 숨 막힐 정도의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예술은 영원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한순간의 빛이 예술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나는, 둘 다 예술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면서 나체상의 스케치를 써 내려가는 후유키를 미동도 하지 않고 바라보는 칸나.

오랜만에 불렸다고 생각하니, 바로 이거다.

동기의 친구이자, 같은 부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인지, 친분이 깊은 칸나는 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이렇게 후유키의 작품의 “제작”에 어울리는 일도 종종 있었다.

후유키는 어딘지 모르게 여성을 모티브로 했을 작품이 많다.

말하길, 남자와는 다른 신체의 곡선이나 음영, 향기나 피부가 마음에 든다고, 본인은 말했다.

회화, 조각 등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색향이나 생기는, 마치 사람 그 자체 같다는 평가를 자주 받았다.

무리도 아니다.

후유키는 모델이 된 여성의 그 피부의 따뜻함, 부드러움, 남이 모르는 부분에까지 닿아, 발을 디디고 사랑하고 나서야 만들 수 있다.

후유키가 만약 남성이었다면 큰일 났을 것이라고 모델로 불릴 때마다 칸나는 생각한다.

후유키가 키톤처럼 하얀 시트를 몸에 감싼 모습인 것은, 벗기 쉽고, 곧바로 “제작”에 착수하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아아, 조금만 더 고개를 돌려. 두 번 정도”

마지막 선을 다 그렸는지, 후유키는 연필을 놓고 손짓을 한다.

겨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라며 칸나가 기지개를 켜자 “아, 그 포즈로 30초 기다려”라고 하는 후유키의 스톱이 걸렸다.

한숨을 내쉬고 30초 기다린다.

가슴을 강조하는 이 모습을 후유키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끌리는 건 끌리는 모양이다.

“미안, 기다리게 했네”

이번에야말로 정말 연필을 놓고, 몇 장의 스케치를 보여준다.

연필로 조잡하게 그려져 있는 곡선은, 어딘지 모르게 에로틱하게 느껴져, 자기도 모르게 몸이 달아오른다.

“예쁘게 그렸지”

귓가에 속삭이는 후유키의 눈은 학생 때와 다름없이 광기 어린 빛을 띠고 있었다.

“예뻐, 그런데……”

“그러니, 좀 더 나에게 보여줘”

칸나의 전부.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매끄러운 맨살에 살짝 들러붙은 손을 미끄러뜨린다.

맨살에 감았던 시트가 바닥에 떨어져, 뼈와 가죽 같은──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창백하고, 나날의 불섭생이 원인인지 불건강하게 야윈 후유키의 나신이 드러난다.

가늘고 차가운 팔이 칸나의 목에 둘려 시선이 마주치자, 허옇게 검푸른, 상암 같은 눈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

 

흑홍의 장미에 파묻혀, 칸나는 눈을 떴다.

몸에는, 드물게 흔적도 아무것도 없다. 정사 후라면, 후유키는 반드시 예술품에 사인을 넣듯이 그 피부에 항상 무언가의 흔적을 남기고 갈 텐데.

목욕이라도 시켜줬는지, 아니면 깨끗이 씻었는지. 칸나가 나른함만 남은 몸으로 일어나자, 평온하게 벌거벗은 채 시트를 허리 주위에 감았을 뿐인 후유키가 웃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무슨 요리라도 했는지, 장미와는 다른 달콤한 향기가 난다.

“좋은 아침, 잘 잤네”

잠 깰 겸 한잔 어때? 하고 내민 것은 칸나가 좋아하는 시나몬이 달콤하게 향기를, 따뜻한 듯이 김을 내뿜는 코코아였다.

내쉬는 숨도 하얗게 흐려질 정도로 쌀쌀해진 이 방에서 고마워, 라며 후유키에게서 코코아를 받아들고, 속으로 고개를 갸우뚱한다.

비록 밖이 영하를 훨씬 밑도는 기온이겠지만, 언제라도 이 방은 따뜻하다. 나체로 있는 경우가 많은 후유키가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이 방은 공조를 완벽하게 조절하고 있을 텐데.

의문을 품고 코코아를 다 마시자, 후유키의 얼굴이 웃는 얼굴로 일그러짐과 동시에 손에서 백자 잔이 미끄러져 내리고, 맑은소리를 내며 깨졌다.

“아, 어……라?”

몸속에서부터 얼 것 같은, 얼어가는 듯한 역겨운 감각이 천천히 펼쳐지고, 그에 따라 곳곳의 감각이 마비된다. 호흡조차 예외가 아니어서, 숨은 점점 막혀간다.

눈만으로 호소하자, 후유키는 바닥에 쓰러진 칸나의 곁에 무릎을 꿇고, 눈가에 입을 맞췄다.

“미안해. 하지만 사랑해”

사랑해. 그래서, 계속 같이 있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무리였다. 시간은 언젠가 서로를 갈라놓을 것이다. 그럼, 둘이 갔이 있으려면? 두 사람이 영원히 둘로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해낸 그때──악마가 속삭였다. 칸나와 내가 작품이 되어버렸으면 되겠다, 고.

영원하냐, 순간이냐. 그런 것은 사소한 일이다.

그래서──

“예뻐, 칸나”

저는 칸나를 죽였습니다.

 

 *

 

빈틈없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 방부 처리를 하여, 마치 얼음처럼 굳어버린 칸나의 팔을 칼로 떨어뜨려도, 정말 얼음이 되어 버린 것처럼 피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예쁜 단면은, 몇 시간이 지나도 빨간 채. 몸통에서 다리를 떨어뜨려도, 마치 얼음에 절인 것처럼 다리는 언제까지나 썩지 않았다.

팔 단면은, 석고와 무두질한 칸나의 피부를 붙여 가렸다.

머리와 몸통뿐이 된 칸나만을 위해서 맞춘 백악의 대좌에 세우고, 팔도 다리도 없어져 버린 칸나만을 위해서 만든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힌다. 롱 트레인 드레스는 천이 돌로 변하는 것처럼 받침대와 동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예쁘네……”

눈을 감고 있는 칸나와 입을 맞추고, 살포시 베일을 되돌린다.

흰 칸나의 주위를 아흔아홉 송이, 칠흑과 홍의 장미가 가득 메우고 있는 것과 상반되는, 칠흑의 벨벳 모닝코트를 입고 있는 후유키와, 바닥에 흩어진 시들어 싱싱하게 피는 백장미가 열한 송이에, 그들을 포함하여 방에 장식되어있는 칠흑, 홍, 순백의 구백아흔아홉 송이의 장미꽃.

정리는 끝냈다. 유서도 썼다. 그럼 다음은, 칸나의 편으로 갈 뿐이다.

칸나에게 먹인 코코아에 넣었던 것과 같은 독약이 든, 호사스러운 장식이 된 작은 병을 손에 쥔다.

얼음물처럼 선뜩하게 차갑고, 투명한 액체는, 체온으로 데우기는커녕 반대로 체온을 빼앗아 간다.

단숨에 들이켜자, 몸이 얼어가는 듯한 역겨운 감각이 엄습했다.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면, 작은 병 깨지는 소리. 흐릿한 시야에 칸나가 보인다.

“────”

뚝, 하고 후유키의 의식은 거기서 끊겼다.

 

 *

 

어느 숲 깊숙이,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것 같은 작은 백악 건물.

예전에는 한 예술가의 아틀리에로 사용되었던 그것은, 지금은 그 미술관을 꾸미기 위한 미술관이 되었다.

조각, 그림. 색깔도 모양도 다양하고, 눈부시게 장식되어있는 그것들과는 달리, 특별히 봉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콘크리트가 노출된 지하 안쪽. 여름도, 겨울도. 희끄무레 서리가 내리는 듯 춥고, 차가운 그곳에 지하 아틀리에가 있었다.

열린 문 안, 천장에서 벽에서 바닥에 이르기까지 일 분의 틈도 없이 검은 벨벳으로 뒤덮인 그 방에 흩어진, 흑과 홍의 장미로 둘러싸여 그 「미술품」은 있었다.

풍성한 검은 머리의 사지가 없는, 유리 눈알 석고상.

대리석 받침대에 놓여 썩은 가시밭에 얽혀 있는 그 발치에 웅크린 듯 잠든 인형.

방을 덮는 그것과 같은 검은 벨벳 옷을 입은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것 같고.

한때 이곳의 지배자였던 예술가를 꼭 닮은 그것의 옆에 떨어져 있던 작은 은판은, 지금은 방문 입구에 장식되어있었다.

 

“예술가의 정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