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렘 야겜 속 주인공이 결혼을 한다고 말했다. 1 - 얀데레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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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한 통. 정확히 말하자면 편지도 아니라 그저 용건만 간단히 적힌 메모지 한 장.

그저 종이 쪼가리 하나로 이렇게 들뜰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방 안 침대에 누워 다시 한 번 가지런히 접어놓은 종이를 고이 펼쳤다.

 

할 말이 있어서 그런데 내일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별로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야. 만약 싫으면 오지 않아도 돼.

로이드가

 

대충 날려쓴 듯 한 필체를 눈동자를 굴려 가며 샅샅이 살펴봤다. 글씨의 묘한 굴곡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이상한 충족감이 있었다. 이마에 열이 오른 것 같아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우스웠다. 드높고 고귀하여 자의식이 똘똘 뭉쳐있던 자신이 이런 사소한 것으로 들뜨다니. 마른 웃음을 지으며 나는 종이를 다시 고이 접어서 일어났다. 책상 서랍을 열고 보관함을 꺼낸 뒤에, 종이를 넣었다.

 

과연 로이드, 너는 나에게 무엇을 품고 있을까? 그렇게나 나에게 짓눌려 피하기만 하던 네가 이렇게 나오다니. 

 

로이드가 자신을 불러낸 이유가 그리 낭만적인 이유는 아닐 것이다. 이해는 하고 있으나, 절로 생겨나는 기대와 흥분은 억누를 수가 없었다. 온 몸이 붕 뜬 듯한 기묘한 감각을 맛보며 나는 침대에 다시금 누웠다.

 

내일이 기다려진다. 좀처럼 나에게 흥미를 드러내지 않던 로이드가 드디어 미끼를 문 것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어떠한 진척을 만들어내야 한다. 

 

고개를 들자, 벽에 걸린 커다란 대검이 눈에 띄였다. 창백하고 푸른 빛을 절로 내는 고고한 양날검. 태어나면서부터 쥐어온 그 검을 바라보고 있자, 절로 옛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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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아이테르의 딸. 태어난 순간부터 나에게 지워진 낙인이었다. 사리분별을 못할 무렵에 검을 잡았고,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았다. 어린 아이가 들기에는 버거운 작은 검.

 

그 검을 양손으로 받쳐든 채로 나는 아버지를 올려다봤다. 평소부터 나에게 아첨거리던 시종들과 주변인들은 없었다. 검을 사사해주는 검성과 그 어린딸만이 저택의 뜰에 있었다. 늦은 밤이 찾아올 무렵까지 나는 아버지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재능은 있었다. 아버지가 가르쳐주는 기술들을 작은 몸으로 익혀나갔고, 막히는 부분이 없었다. 동작을 알려주면 한번에 따라해냈고, 대련을 하면 지는 일이 없었다. 심지어 조금 지나고 어른을 상대로 대련에서 이기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에게 지고나서 망연자실하게 주저 앉아 있거나 역정을 부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처음으로 사람을 추하다라고 생각했다.

 

시시했다. 시련이나 고난없이 모든게 수월히 나아갔다. 어릴 적에 들떠서 먹었던 과자나, 디저트 또한 질렸다. 또래 아이들은 무슨 짓을 하든 멍청해보여서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알량거리는 시종이나 간사한 이들은 그 저급한 속내가 보여 혐오감이 들었다. 아버지에게 전수받는 검술 또한 질렸다. 무엇을 하든 나를 가로막는 것은 없었다. 모든 사람이 예전에 갖고 놀던 인형과 다를게 없었다.

 

"이제 내가 가르칠 것은 없다."

 

가르침을 받은지 15년이 지날 때, 아버지가 나에게 말했다. 억세고 단단했던 아버지의 표정이 무척 풀어져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기쁜 마음은 없었다. 그저 아무렇지 않게 아버지의 사사가 끝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천천히 내게 다가와 아버지는 무릎을 굽히고는 나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손길을 받았을 때에도 허무함이 나를 채웠다. 멍하니 땅을 바라봤다. 나는 이제 무얼 해야하지?

 

검성의 모든 기술을 흡수한 나는 하루하루를 허망하게 보냈다. 무엇에게도 흥미가 없었기에, 그저 검을 혼자 갈고 닦았다. 아무리 혼자서 검을 휘두르고 해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미 경지가 최고에 닿아 있었기 때문에 제자리 걸음이었다.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멍하니 혼자 검을 휘두르기만 했다.

 

아카데미. 하루하루를 보내던 나에게 아버지가 꺼낸 화두였다. 그곳에는 여러 곳에서 재능 넘치는 자들이 온다. 그러한 자들이 모이는 곳이니 필시 너를 만족시키는 사람이 있을테다. 자신감을 담아 아버지는 말했지만 회의적인 기분이 들었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나아보며 쥐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카데미에 입학 신청을 했다. 기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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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검술 대련 시간. 검술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기술들을 필사적으로 견주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혹시나 특출난 사람이 있나 싶어 살펴봤으나, 기대를 채워줄 사람은 없었다.

 

나를 보며 수근대는 인파가 짜증나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때, 나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혹시 대련 좀 해줄 수 있을까?"

 

쾌활해 보이는 목소리를 내뱉은 남학생. 잘생긴 얼굴에 당당한 행동거지였다. 지금까지 나에게 대련을 신청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첫날에 자신넘치는 표정으로 나에게 대련을 신청한 자를 두들겨 패주니 자연스레 다들 나를 피했다. 그 뒤로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내가 혼자 멍하니 있을 때, 뒤에서 수근대기 바빴다.

 

“좋아.”

 

하아 한숨을 내뱉고 나는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재미로 수락했지만 목적이 있었다. 더 이상 이런 무모한 승부를 거는 사람이 없게 철저히 패줄 셈이였다. 금방 인파가 몰려들었고, 이번에는 얼마나 참혹한 광경이 펼쳐질지에 대해 저마다 떠들었다.

 

승부를 건 자는 지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었지만, 누군지 잘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한손검을 쥐고는 자세를 취했다. 그나마 다른 이들보다 제대로 된 자세였다. 나는 대검을 오른손에 쥔 채로 그를 가만히쳐다봤다. 검을 나누는 첫 순간에 끝낼 심산이었다. 몇 초가 지나고 그가 발도를 하며 달려들었다. 그에 맞추어 나도 팔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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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 지크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5번. 내가 지크와 검의 합을 나눴던 갯수다.

 

나와 대련을 한 자는 모두 처음 검을 맞댄 순간 나가떨어졌다. 예상외였다. 더 이상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힘껏 패줄 생각이었느나, 검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 일격에 그를 밀쳐 끝내고 말았다

 

"힘이 무지막지하네..."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나서 나에게 손을 뻗었다. 나는 그의 악수를 무시하고 뒤돌아섰다. 처음엔 그의 실력에 놀랐으나, 검을 겹칠 수록 흥미가 떨어졌다. 확실히 소질은 있지만 그것뿐이었다. 결국 그는 나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쌀쌀맞구만."

 

등 뒤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으나, 무시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그 순간이었다.

 

"잠깐만 기다려봐!"

 

고개를 돌려보자 그가 갑작스레 관중석으로 달려가더니 구경하던 남학생 한명의 팔을 잡고는 경기장 위로 끌어올린다. 팔을 잡힌 남학생은 경악한 표정으로 미쳤냐고 지크에게 소리쳤다. 지크는 묘하게 장난끼가 가득한 표정으로 나에게 소리쳤다.

 

"얘도 너랑 한번 겨루고 싶대!!! 한번만 더 해주라!"

 

"미친놈아! 내가 언제 그런말을 했어! 놓아! 이새끼야!"

 

"얘가 나보다 세거든! 나보단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거야!"

 

경악을 하며 지크의 팔을 뿌리치려는 남학생의 얼굴을 봤다. 수수하게 생긴 얼굴이었다. 아무리봐도 승부의 결과는 뻔했다. 마침 좋은 기회였다. 이번에야말로 단단히 때려 부숴서 다른 이들이 대련을 신청할 마음을 꺾어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 나는 승낙했다.

 

"좋아. 올라와."

 

검을 다시 쥐고 지크와 남학생을 내려다봤다. 남학생은 마치 세상을 잃은 것 마냥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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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처음에는 하기 싫어하는 듯 했으나, 그는 갑자기 돌변해서 검을 쥐고 대련장위로 올라왔다. 몸이 약간씩 떨리고 있는 걸 보아 긴장을 한 것처럼 보였다.

 

이번에야말로 첫수로 끝낸다.

 

내가 한손으로 대검을 높이 치켜들자, 그도 검의 손잡이를 쥐고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나는 놀랐다.

 

'저건...'

 

놀랍게도 내 눈앞의 사내가 취한 자세는 검성이 한손검을 다룰 때 취하는 자세. 아이테르의 검술이었다. 내가 아는 한 아버지는 자신의 딸 이외에 누구에게도 검술을 가르치지 않았다. 어떻게 저 자세를 취할 수 있는거지?

 

생전 처음 느껴보는 호기심에 입을 열어 물어보려던 것을 참았다. 그래, 우연일 수도 있잖아. 아직 검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일단, 검을 나눠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일격으로 끝내려 했는데...'

 

나는 그가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힘조절을 한뒤에 느리게 일격을 휘둘렀다. 그는 조심스레 나를 지켜보다가 준비하던 자세를 무너뜨리고 검을 휘둘렀다.

 

철과 철이 맞부딪히면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는 내가 휘두른 일격이 무거웠는지 휘청거렸다. 나는 맞대었던 검을 거두고 물러났다.

 

틀림없이 저것은 검성의 검술이었다. 둔하고 예리함조차 없는 일격이었으나, 그 모든 자세와 날이 그리는 궤적은 검성의 것이 분명했다.

 

"...어디서 훔친거야?"

 

"훔친 적 없는데?"

 

내 물음을 들은 그는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훔치지 않았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다.

 

조용히 한손으로 대검을 치켜 올리자 그도 자세를 취했다.

 

"굳이 말하자면 훔친 게 아니고 흉내를 내는거지."

 

그렇게 말하면서 자세를 취하는 그의 모습은 아버지의 그것과 비교해 너무 어설펐다.

 

"검성을 본적 있어?"

 

"본 적은 없는데, 어떻게 싸우는 지는 알고 있거든."

 

헛소리를 지껄이는 그의 모습에 그만 짜증이 났다. 이번에는 힘조절 없이 빠르게 땅을 박차고 나가 대검을 휘둘러 일격을 날렸다. 그는 어떻게든 방어하려 했으나, 자세가 무너져 내 검에 맞고 대련장 바깥으로 날라갔다.

 

우당탕 구경하던 구경꾼들과 섞이며 그는 바닥을 굴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크가 뛰쳐나갔다. 거친 숨을 내쉬며 오른손의 감각을 느꼈다. 평소보다 더욱 힘을 주어 손잡이를 쥐고 있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짜증을 내뱉었다. 일렁이는 가슴을 안고 나는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뒤돌았다.

 

이것이 나와 로이드의 첫 만남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이었다. 면식도 없음에도 아이테르 검술을 흉내내는 그가 그저 신경쓰였다. 대련장에서 호되게 일격을 먹인 이후로도 그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런 그 자그마한 호기심이 이렇게 어둡고 끈적이는 감정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당시에는 미처 생각치 못했다.

 

그 후의 어느 사건 이후로 나는 로이드에게 마음을 두게 됐고, 눈치를 채보니 어느새 그를 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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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으로 부슬비가 땅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기척이 없는 복도를 빠져나와 아무도 없는 계단 층계참에 홀로 섰다. 불쾌한 기분. 기대를 배신당한 배신감.

 

들뜬 마음으로 로이드를 만났더니, 그는 어떠한 꾀를 꾸미고 나를 만났다. 물론 그가 고백을 하려고 나를 불러내지는 않았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란 참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법이었다.

 

이런 감정을 느낄 때면 스스로가 멍청한 여자가 된 것 같아 쓴웃음이 지어졌다. 검성의 딸이라고 하기도 무안하다. 로이드를 떠올릴 때면 남자를 이끌려고 하는 한 마리의 여우가 될 뿐이었다. 저급한 여자네. 자조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무슨 얘기를 한 거야?"

 

갑작스레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것을 숨기며 나는 뒤를 돌아보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쥐새끼가 따라왔었네? 처음부터 보고 있었어?"

 

아카데미의 제복을 입은 어린 여학생이 내 등뒤에 서있었다. 작은 키에 은색 단발머리를 가진 소녀였다. 짐짓 앳되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내려다봤다.

 

내 눈앞의 소녀. 루나는 그 큰 눈망울을 한껏 치켱올리며 나를 노려봤다. 마치 부모의 원수라도 노려보는 듯한 눈초리에 호승심이 자극받았다.

 

"로이드가 네 문앞에 종이를 두고 갔을 때, 찢어버려야 했는데."

 

"하루종일 로이드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건 여전하네. 응? 찢어버리지 그랬어."

 

루나를 내려다보며 나도 적개심을 품고 내뱉었다. 하루종일 로이드를 따라다니는 스토커년. 이 기분나쁜 년에게 둘만의 시간을 보였다고 생각하니 피부에 벌레가 앉은 것 마냥 소름이 돋았다.

 

"무슨 얘기를 했냐고 묻고있어."

 

"궁금해 미치겠어? 응? 너같은 꼬맹이가 들으면 안되는 달콤한 얘기를 나눴지~"

 

루나의 미간이 더욱 좁아졌다. 약올리는 쾌감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거짓말 하지마 고릴라년아. 로이드가 널 불러낸 건 세실의 결혼때문이잖아. 묻고 싶은 건 네가 로이드를 몰아세우고 뭐라고 했는지야."

 

공기를 가르는 느낌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나를 향해 날아오는 물체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 잡았다. 날카로운 투척용 단검이었다. 루나는 품에서 단검 두개를 꺼내더니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그런 도발에 넘어갈줄 알아?'

 

손가락을 튕겨 단검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용해 먹어야겠다. 

 

"내가 로이드를 벽으로 밀치고 뭐라고 말했는지 궁금해?"

 

루나는 말 없이 계속 나를 노려봤다. 나 또한 마주 노려봤다.

 

"로이드는 세실의 결혼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어. 이건 스토커인 네가 더 잘 알겠지?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루나는 내 질문을 듣고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네가 생각하는 이유는 아니야."

 

"난 맞는 거 같은데? 그래서 내가 그를 몰아붙인거야. 세실에 대한 마음을 접게 하기 위해서."

 

세실과 지크의 결혼 발표 후, 로이드는 지크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세실과 로이드가 함께 듣는 마법학부 수업에도 출석을 하지 않았다. 로이드는 세실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녀에게 눈길을 주는 장면들을 몇 번 목격했다.

 

아니길 빌었다. 그러나, 아까 전, 로이드의 모습을 보고 확신했다. 로이드는 세실을 좋아하고 있다.

 

"...아냐!"

 

루나는 갑자기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나이프가 떨어지며 바닥에 굴렀다. 충격적인 모양인지 동공이 세차게 떨리고 있었다. 정상적인 사고가 되지 않는 상태가 분명했다.

 

"한번 천천히 떠올려봐. 지금까지 누구보다 많이 로이드를 봐왔던 너라면 알텐데? 로이드가 얼마나 세실과 가까이 있었는지."

 

"...그럴리가 없어... 로이드는... 내가... 내가 지키기로..."

 

멍하니 망가져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루나를 보고 있자 내 말이 제대로 들리는지도 의심스러웠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있을 때는 아니잖아? 정말 칼날을 들이밀어야 할 상대는 따로있는데..."

 

중얼거리며 땅을 바라보는 루나의 곁을 지나 나는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씨앗은 심어놨다. 루나가 폭주해서 로이드를 추궁한다면 그것대로 세실에 대한 마음을 알 수 있을테다. 세실에게 접근한다면, 그것대로 일이 잘 풀리게 된다. 속에서 거무칙칙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 아... 로이드..."

 

중얼거리던 루나가 비틀거리며 어딘가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세실. 세실만 없다면 로이드를 더 가까이에 둘 수 있다. 로이드가 정말 그녀에게 마음이 있는 건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의심이 드는 것 만으로도 가슴 갚은 곳에서 끈적끈적한 증오가 생겨났다.

 

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당장 세실을 어떻게 할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보단 당장 내일 그를 마주하게 된다.그 때에 그의 마음을 나에게 돌리면 된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후후후, 조금씩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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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는 세실한테 관심없음. 걍 주인공 새끼땜에 심란한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