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베니실라)






꽃이 피어나고 선선한 바람이 귓가를 감미롭게 스치는 평화로운 공원

"하아..."


그리고 꽤나 그립게 느껴져오는  밴치


"칼로, 우리 둘만 있는거... 왠지 오랜만인거 같지 않아?"


그녀의 말 대로... 빈센트와 둘 끼리 있는건 꽤나 오랜만인 것 처럼 느껴져왔다.


"응...."

빈센트의 질문에 대답하며 고요한 평온함에 어깨를 늘어뜨린다.

마치 피로의 찌든 몸을 반신욕으로 풀어주듯 오랜만에 느껴지는 평화로움으로 마음을 추스린다.



짧지만 길게 느껴진 지난 일들

세월의 흐름은 더뎠지만 그 사건 하나하나가 정말 사람 못살게 구는 바람에 수 많은 시간을 경험 한 것만 같았다.



"그러게나 말이야..."


그런 생각이 어렴풋 하게나마 들게되자.


"......"

무언가 많이 변화했다는 것이 세삼 느껴져왔다.



지금 당장만봐도 뚜렷하게 체감이 가능한데...


처음 빈센트와 나는 그저 그런 친구였다.


그저 몇 마디의 담소를 주고 받는 평범한 동성 친구 관계


곁에 두고 함께 시간을 가지면 편함을 느끼는 그런 부담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으응? 왜 그래,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그렇게 보면.. 조금 부끄러운데....."



너무나 변하고 말았다.


평범한 학우라고 생각했던 빈센트는 사실 여자

그것도 그림자 같은 왕국의 뒷 세계를 주름 잡는 가문의 장녀였다.


또 그녀 뿐만이 아니었다.


원래였다면 평생을 악독하게 살아갈 올리비아는 이제는 순수함이 엿 보였고


타니스는 졸업도 멀었을텐데 벌써 냉기 마법에 극에 달해 있으며



세실리아는 영원한 충신으로 나를 택했고


본래 한 가지의 길만을 걸을 수 있었을 루아는 여러가지의 재능을 발현했다.



" ....."

이렇게 보면 몇 년의 시간은 훌쩍 지난 것 같은 변화...

고작 몇 개월의 세월이라곤 상상도 못할 성장들이었다.



그러고보니 루아는 그 후로 어디러 갔을려나...

마치 이 세상에서 사리진 것 마냥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스윽 ㅡ


"응?"

그런데 생각에 젖어드는 것도 잠시 옷깃이 당겨지는 느낌에 뒷 늦게 현실을 바라보는데


"저기... 칼로...."

무언가 민감한 주제에 어쩔줄 몰라하는건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어깨를 좁게 모으는 빈센트


"무슨 일이야?"


상당히 곤란한걸까 자신이 지금 이 말을 해야 될지 말지 고민하는 것 마냥 입술을 오무리며 뻥긋거리기를 반복한다.


"그...!"


하지만 이내 큰 결심을 한 표정으로 지은체 ㅡ



"오늘...! 디에산고 가문의 본가에 너를 초대하고 싶어!"



상상도 못한 말이 튀어나온다.


"뭐...?"




◇◇◇






"그렇게 되서... ㅡ"


상황은 대강이러했다.



시간은 거슬러 가... 아리안델의 납치 사건이 이제 막 끝났을 때


그 당시 나는 알 수 없는 어둠 속에 헤매며 의식이 없을 때에 버러진 일이었다고 한다.



"그 때 황녀님께서 개인적인 대화를 원하셔서 응했는데..."


내가 아리안델을 처치하고 그녀에게 축복을 받아 구사일생하게 되는 순간까지.


그 모든 과정이 이루어지는데 있어서 빈센트의 역할이 컸다고 판단한 세실리아는 그녀에게 한 가지 포상을 내려주었다는데.

"내 정체를 알고 있었어..."

"디에산고 가문의 실체도 ㅡ"

그건 바로 면죄부


역시 왕실인 만큼 그 정보력만큼은 가늠 할 수 없는 것 일까?


세실리아는 빈센트가 디에산고 가문인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며 그 가문이 어떤 일을 하는지 조차 훤히 꿰뚫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언제든지 그 가문을 몰락시킬 여러 부정부패한 증거들까지....

"만약 이번 일이 없었다면 원래 우리 가문은..."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 빈센트가 내게 불사의 물약을 쥐어준 덕분에 지금에 도달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지금까지 수집된 모든 디에산고 가문의 죄목들은 전부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빈센트는 자기 가문을 알게 모르게 구원한 셈...


"그래서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더니... 너와 만나고 싶데..."


이러한 사실을 그녀의 친부, 즉 현 디에산고 가문의 당주에게 알렸더니 그녀의 아버지가 나를 만나고 싶다고 빈센트에게 전언했다.


"미안.. 칼로....!"



그런 말을 건내 받은 빈센트는 내게 손바닥에서 짝 소리가 나도록 손을 쌔게 붙히며 깊게 고개를 숙이는데....

"그런 의미로 한번만 와주면 안 될까?!"

보통이었으면 단순히 절친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는 것에 뭐이리 정중한 부탁을 해야 할까 싶기도 하지만

그녀의 집안은 범죄 세계의 왕...

비유를 하자면 야쿠자 집안의 처자가 친구를 초대하는 것도 모자라 그 우두머리를 뵈게하는 말과 다를것이 없기에 받는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ㅡ

"너에게 절대로 해가 없도록 할 테니까..!"


"알았어, 가줄게."

"뭐?! 진짜..?!!"


나는 그녀의 부탁을 들은 순간부터 이미 결정했다.

그야...


"그래."

"정말 괜찮겠어? 그... 나의 아버님이 보통 험악하신 분이 아닌데..."



그녀의 친부, 즉 디에산고 가문의 당주

그에게 볼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험악이라는 단어에 신경이 곤두세워진다.



비나에게서 보았던 기억이 강물의 공기 방울 처럼 수면 위로 떠오른다.



폭력과 욕설


그녀의 친부가 보여주었던 모든 것

자신의 피가 스며든 딸에게 베푸는 대우라곤 상상도 못할 행동들이 생생하게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간다.



지금의 그녀가 이렇게나 밝게 웃으며 지내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버린 존재

비나가 보여준 가능성에선 빈센트를 극닥전인 선택을 하게 될 때까지 몰아넣은 그 사람이 얼마나 문드러졌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으니


"응... 상관 없어."

그녀의 말에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




"그나저나 칼로."


시간이 흘러, 하늘이 점점 주황빛으로 어렴풋이 물들 시간대


하교 후 나는 빈센트를 따라 그림자가 자욱한 골목길을 한참을 걷고 있었다.


"으응? 무슨 일이야."


그러던와중 내 얼굴에 뭐 묻은 것이라도 있는건지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나를 앞지르며 유심한 눈 빛으로 바라본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뭐?"

의도를 전혀 알 수 없는 질문에 고개가 갸웃서려진다.

"뭘 말하고 싶은거야?"


하다 못해 목적어라도 자세히 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질문을 던지는데.


"그야 오늘따라 무언가 피곤 해 보여."




"?!"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에 그 당황스러움은 발이라도 걸려 넘어질 기세였다.

"으읏?! 괜찮아?!!"

흐트러진 발걸음에 빈센트도 놀란 기색을 보이며 나를 부추기는데.


"윽... 아무것도 아니야..."

급하게 자세를 고쳐잡으며 최대한 태연한척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만 했다.


"....."


오늘 있었던 대참사 ㅡ


'타니스? 잠 ㅡ'

'쉿... 조용히 해.'

'이렇게 약한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덮쳐버릴걸♡'

'......?!?!'


"아... 그게... 오늘 타니스양이 난폭한 짓을 해버렸는데 그곳에 휘말렸거든..."


이중적인 의미를 담아 쭈뼛쭈뼛 대답하는데, 역시나 거짓말은 서툴어서 그런지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부자연스러웠다.

"아...! 들었어, 오늘 오전에 복도 한복판에서 대규모 마법을 사용했다며?!"



그래도 다행이라면... 빈센트는 진짜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체 다른 의미로 착각 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곳에 칼로도 있었구나.... 아침 댓바람부터 그런 일에 휘말리면 피로할만 해..."

또 그 사건에 대한 전말을 옅게만 들어서 그런지 내 말에 되리어 수긍하며 의심하는 듯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후....


그런 생각에 마음 한 곳에 스며드는 안도감에 속으로 길은 숨결을 내뱉는다.



그런데... ㅡ


"칼로.."


"응?"

갑자기 팔짱을 끼며 안겨드는 빈센트


"괜찮아...?"

그리곤 본심을 알 수 없는 아련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그 표정은 자신의 진짜 본심은 꾹 참고 있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고..

"으응.."

"정말로?"

"정말 괜찮은거 맞아?"

"아무 일도 없었지...?"

그녀의 말투에는 아까의 이야기를 굳이 다시 꺼내도록 유도 심문을 하는듯 했다.

"그렇다니까."


하지만 그런 의심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당당함을 유지하는데...

"헤에..."

그런 내 태도에 흥미로운 것 마냥 영혼 없는 웃음 소리를 냈지만

"알았어..."

"믿어줄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앞을 내다봤다.


"....."


"......."

어째서인지 과묵한 분위기...


이유는 모르겠지만 빈센트가 불편 해 하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






"자, 도착했어."


계속해서 내딛은 발길이 어느덧 종착에 다다랐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특색이라곤 딱히 없는 흔한 대저택


"여기가 디에산고 가문의 본가...?"

"응! 우리 집에 온걸 환영해!"


음지를 다스리는 가문인지라 꽤나 음침한 곳 인줄 알았는데 겉보기에는 전체적인 도색이 어둑한 계열 인 것을 제외하면 정말 신기할 정도로 평범했다.

처음에는 어디 음산한 뒷 골목으로 향하길레 어디 숨겨진 비밀 통로라도 있는 걸까 싶었지만 단순히 지름길을 택한 것 뿐....



가는 길도 위치한 장소도 생김새도 전혀 이상 없는 전형적인 저택이었다.


"칼로 왜 그래? 갑자기 멍을 때리고."

그런 생각에 빠져있자 나도 모르게 넋을 놓아버렸는지 빈센트가 어깨를 쿡쿡 찌르며 두루뭉술한 정신을 다시 현실로 가져온다.

"으음... 아무것도 아니야...."

솔직한 본심을 말하면 그녀에게 상처가 될 것 같아 말을 아끼려는데.


"후훗..."

그녀는 갑작스레 씁쓸한 웃음을 보이더니

"암시장의 주인이 사는 곳 치곤 너무나 평범해서 놀란거야?"

마치 내 머릿 속을 읽은 것 마냥 정곡을 찌른다.

"어? 아니 그게 ㅡ"

"솔직히 그럴만도 해, 그 악명 높은 디에산고 가문이 생각보다 평화로워보이는 곳에 산다고 하면 지금껏 누구나 못 미더운 얼굴을 짓거든...."

"지금의 칼로 처럼."


무언가 그녀에게 미안해진다....


상처를 주고 싶진않았는데... 이렇게 눈치 챌 줄 알았더라면 조금은 표정 관리를 했어야 했나?

괜한 후회심만 자리잡게 된다.


"미안.... 빈센트..."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상처를 주어, 고개 숙여 사과하지만


"아니야! 나는 괜찮아!!"

진심으로 이런 반응을 받고 싶진 않았는지 당황한 기색으로 팔을 붕붕 휘젖는다.


"그.. 그럼 들어갈까?"

드르륵 ㅡ

너무나 서늘해진 분위기에 못이겨 부랴부랴 정문을 열고 안으로 안내하는데.



화악 ㅡㅡ!


"...?!"

그 때였다.


'뭣...!'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온 신경을 곤두서게 한 것이.


"......"

현관을 열자, 겉모습과는 너무나 이질적인 분위기가 혈액의 순환을 촉진시킨다.


심장이 빠르게 고동하고 그 소리가 귓가를 멍멍하게 만든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마치 어둑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위기감이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어서와 ㅡ"

"여기가 바로 디에산고 가문의 본가."

그녀에 안내에 따라 실내로 한 발자국 들어서는데...


"....!"

그러자 마치 사경을 넘은 것 처럼... 세상에 단절된 이공간에 온 것 마냥 너무나 반전된 분위기에 왔던길을 도로 나가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정령 이곳에 사람이 사는 곳이 맞는걸까?

그런 의문이 끝 없이 솟아날 정도로 이 저택은 그 분위기부터 범상찮았다.

"내가 머무는 곳이야."

내부의 생김새는 저택 외관 처럼 딱히 눈에 띄는 것 없는 평범한 인테리어

허나 막상 느끼는 기분은 던전에 온 것 마냥 불길하고 기분 나쁜 공기의 흐름에 고은 얼굴을 할 수가 없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저택의 모습을 한 거대한 던전....


실제 게임 속에서도 뱀파이어의 저택이나 마왕성 처럼 그저 큰 저택을 테마로 둔 것 뿐, 막상 느껴지는건 포근함이나 편안함이 아닌 경계심과 불안함을 조성 하는 장소가 몇몇 있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몬스터만 튀어나오지 않을 뿐.... 인상은 크게 다를게 없었는데.


만약 우리를 맞이하는 몬스터가 갑자기 튀어나온다 하더라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음습했다.


"왔느냐, 딸아?"



하지만 그런 혼잣말을 대뇌이기 무섭게 ㅡ


"헛...?!"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던전의 주인이 우리를 마중나온 것 마냥 괴물 같은 남성이 시야 끝에 서있었다.

"왜이리 늦은거지? 어디 농땡이 피우다 오기라도 한 것이냐?"

중앙의 거대한 계단, 그 끝


검은 양복을 입은 거대한 풍체에 엄상궃은 중년의 얼굴을 한 남자

생물의 추악함 마저도 내다 볼 것 같은 날카로운 눈매가 그녀를 응시하는데.


"아.. 아...."

그 남자의 모습이 보이자 빈센트는 마치 늑대 앞에 선 한 마리의 양 처럼 가엽게 몸을 떨기 시작한다.


절대로 있어선 안될 존재를 마주 한 것 처럼...



"아버님...!"

밀리미터 단위로 1초에 수십번은 떨리는 카트 위의 목소리 처럼 심하게 말을 더듬거리다가도 겨우 쥐어 짜내는데.

"흐음 ㅡ"

"....!!"


그런 압박감에 밀려난 용기를 친히 짓 밟아 주듯 그 눈썹을 가늘게 뜨며 빈센트를 내려다 본다.


"문을 닫거라, 찬 바람이 들어오지 않더냐?"

"네.. 넵...!"

부탁이 아닌 '명령'이 떨어지자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행동력을 발휘하며 즉각적으로 현관의 문을 급히 닫는 빈센트.

그것도 모자라 0.1초 라도 아끼기 위해 빠른 속도로 문 손잡이를 밀었음에도 닫히기 직전, 큰 소리가나지 않도록 섬세하게 힘을 조절 하여 덜컥 소리 조차 세어 나오지 않게 현관문을 닫는다.

"...!"

마치 부조리가 심한 악질 회사에서 과장이 인턴을 부리는 듯한 모습에 그 관계를 한 번 더 의심하게 되는데.


"그리고 옆에 그 분은..."

"아, 혹시 저희 딸이 말한 그 분이 아니십니까?"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내 모습을 보자마자 너무나 다른 온도차에 내심 기겁하고 만다.


"네, 맞습니다..."


현 디에산고 당주이자 빈센트의 친부 ㅡ


"이렇게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칼로 공."

"저는 이 저택의 주인, 블라이트 디에산고라고 합니다."



그녀의 아버지 블라이트... ㅡ


"방금의 추태는 부디 용서해 주셨으면 하는군요."

"저의 딸이 무례한 짓을 저지른 바람에 분위기가 잠시 흐트러졌습니다.

자신의 '것'이라 생각한 이에겐 한 없이 매정한 반면 득이 되는 '존재'에겐 너무나 다정한 추악한 내면


그런 비겁함을 외적으로 잘 드러난 방금의 상황에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칼로 공을 오늘 이 자리에 초대 할 수 있어 기쁠 따름입니다."

또각 또각

한 걸음 한 걸음

구두 소리가 또렷하게 실내를 울릴 정도로 귀울림이 심한 정적


"들어서 아시겠지만은... 당신 덕에 저희 가문은 위기의 허물을 벗어 던질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런 부담스러운 조용함에 그의 목소리는 마치 도서관 속에 비명 처럼 크고 선명하게 들려왔다.


"오늘 이 자리에 당신을 초대한 이유는 그리 대범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지금까지의 정황을 당사자에게 직접 듣고 싶은 것이 전부이지요."



또각


계단을 전부 내려온 블라이트는 이쪽으로... 아니, 정확히는 빈센트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또 한 걸음 한 걸음


"으으...."

그런 그의 모습에 그녀는 느리고 냉철한 한기가 다가오는 것 마냥 몸을 더 으슬거리며 동공의 움직임도 불안해진다.


"빈센트..."


이건 더 이상 아비를 대면한 반응이 아니었다.

마치 죽음이나 처형인이 자신을 향해 오는 것을 바라보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짧지만 영겁같은 시간 속에 드디어 그녀 앞에 멈춰선 블라이트는 ㅡ


짝 ㅡ

"....!!!"

대뜸 내가 보는 앞에서 그녀의 따귀를 후려버린다.


"딸의 무지함에 책임을 무는 일도 있지요."



"읏..!"

다름 아닌 친부의 손에 의해 비틀거려지며 쓰라린 신음을 내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 짓 입니까?! 블라이트 경!"


아무리 폭군이어도 도저히 예상치 못한 돌발 행동에 목소리를 높이지만


"내가 누히 말하지 않았더냐?"

"절대...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말라고..."

"그것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냐!"

듣는 시늉도 하지 않은체 자기 딸에게 험악한 말을 내뱉는다.


"당신...!"

지켜 보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기분에 더욱 더 목소리를 크게 내려했지만 ㅡ

"칼로 그만!!!"

"헛...?"

그런 나를 말려드는건...

"제발... 진정해...."

고통에 눈물을 글썽거리는 빈센트였다.

"나.. 나는... 괜찮으니까....."

붉게 부어오른 뺨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내게 애원하듯 말해온다.

다름 아닌 남 보는 앞에서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게 하고 수 없이 자신을 구타해 왔을 친부를 감싼다.

"....."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무슨 감정을 느꼈을까?


황당함? 답답함?


아니었다....



"그냥 가만히 있어줘...."

공포심이었다.


너무나 큰 걱정이었다.



분명 그녀는 자신의 가문을 구원했다.

그 과정이 어떠하든 자기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딸이라 칭찬 들을만한 행동을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결과가 고작 이거?

그것도 모자라 당사자는 되리어 자신이 잘 못했다고 인지하고 있어?


내가 보았던 장면이 얼마나 빙산의 일각이었는지 또 평소 얼마나 자존심이 짓밟혔는지 가늠조차 가지 않아, 큰 공포와 걱정이 내면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괜찮아......!"

하다 못한 내가 대변하여 분노하려해도 그녀는 금세 막아들었다.


"죄송합니다 칼로 공."

"제가  많이 흥분했나봅니다."

그런데 뻔뻔 한 것도 정도가 있지....

"허나 아까도 말했듯... 상황을 들으셔서 아시겠지만은 그녀의 신분은 철철히 감추어야 했것만... 결국 들어나서 말 입니다."

"제 딸이 세운 공로는 둘 째치고 제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질책은 필요하다 느껴, 벌인 일이니 이해해 주십시오."

이 정도면 감정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닐까?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인간성에 분노하며 이를 아득바득 갈게 된다.


"그리고... 누가 멋대로 불사의 물약을 빼돌리라 했지?"

다시 눈길이 빈센트에게로 향한 블라이트는 아까와는 다른 건에 대하여 빈센트를 몰아붙힌다.

"아주 큰 거래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너 하나가 전부 망치지 않았더냐?"

"만약 더 큰 대가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넌 어제의 태양도 보지 못했겠지."


"쓰레기 같은 년."


자기 딸에게 도저히 용납 될 수 없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차라리 너가 신분을 숨긴 것이 아닌... 정말로 남자로 태어났다면 이런 대우는 받지 않았을터인데.


그녀의 인격을 다시 한번 모욕한다.

"예... 죄송합니다...."

이건...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어찌 자기 피를 이은 자손에게 이리도 막대할까?

금수보다도 못한 행동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더욱 더 화나게 만든 것은 ㅡ


"죄송합니다, 아버지..."

이미 존엄성이 말살되어, 화를 내야 될 상황에서도 고개를 숙이는 비참함에 그 부당함을 대하여 말하는 것 조차 입 아팠다.


그래... 굳이 말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들어가보아라... 칼로 공가 이야기가 끝나면 다시 부르겠다."

"나중에... 부녀끼리 만남이 있어야 할 것 같군."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당신 ㅡ"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으랴아아아앗!"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울렁찬 함성

퍽 ㅡ

내가 쥐어 짤 수 있는 모든 근력


"읍...?!"


지금까지 빈센트가 당한 치욕


그것에 눈꼽만큼이라도 좋으니

그녀가 반대하는 일이라도 상관 없으니


콰당 ㅡㅡ!!!



이 분함을 조금이라도 풀고 싶었다.




너무 길어지고 폰 내야되서 이어서 씀

좀 더 공들이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