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엄숙함이 흐르는 사무실


숨결 조차 또렷하게 들리는 고여함 속에서 얇은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허공을 뻗쳐온다.



"네."


군더더기 느껴지지않는 깔끔한 대답


그녀의 말 한 마디에 마치 예약된 행동이라도 되는 듯 빠르고 정괄하게 몸을 움직인다.



딸깍 떨그럭 ㅡ

찻잔이 받침에 맞닿아 울리는 소리



드드드득....


향긋하고 딱딱한 원두가 날에 갈려가는 뻑뻑한 소리


또르르르



옅은 물줄기가 잔을 채워 볼록해지는 소리




"여기있습니다."


그런 사소한 과정과 작은 소음들이 거치자 이내 김이 모락한 커피 한잔이 그녀 앞에 조심스레 놓이게 된다.



"으음.." 

그녀는 무관심한 눈 빛으로 굴러가는 돌멩이 보는 것 마냥 휠끗 쳐다보더니 이내 자신이 들고 있던 서류를 다시 들여다본다.

"고마워."

그리곤 영혼 없는 말투로 감사인사를 휙 내던지며 다시 자기 할 일에 몰두 할 뿐 이다.



"오늘도 밤을 지새울 것 같으니 바로 한 잔 더 타줘."

"네."


다시금 떨어진 명령에 나는 꼭두각시가 된 것 마냥 빳빳하면서도 한편으론 각지다고 할 수 있는 동작으로 두 번째 잔을 채워간다.


"후룩.. ㅡ"


내가 뭘 하거나 말거나, 어쩌면 나보다 그 서류가 더 좋은건지 나를 보았던 시선과는 다르게 바늘에 실 넣는 것 마냥 집중된 눈초리로 계속해서 눈길을 옆으로 옮긴다.


그리고 커피를 한 입 넘기는데... 


"으음?"


평온했던 신경이 갑자기 쑤시기라도 한 건지 당혹감이 섞인 신음을 작게 내뱉는다.


"오늘따라 커피 맛이 조금 이상한데?"


딸그락 ㅡ!

순간... 나도 모르게 실수하고 말았다...

마치 방금의 말에 찔리는 것이라도 있는 것 마냥 몸이 흠칫 떨려버린다.


"......."


반쯤 타진 커피엔 묵묵한 불안감이 자리 잡은 내 표정과 이슬 처럼 맺힌 식은땀이 그대로 비춰져있었고


방금의 충격에 평평했던 커피엔 작은 물결이 줄줄이 퍼지고 있었다.


"저는.. 잘...."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럴싸한 변명거리 한 두개 정도는 생각 해 둘걸...


금방이라도 산산조각 날 것 같은 계획에 괜한 심장만 미칠듯이 나뛸고 있었다.





하지만...

"흐음, 그래?"

"그럼 기분 탓 이겠지, 신경쓰지마."

별 것 아니겠지 하며 그저 무심코 지나가주는 소피아.

후우.....

그런 구사일생 같은 상황에 아슬한 외줄타기를 마친듯 마음 깊이 스며든 긴장감을 속으로 한 숨을 내쉬며 몰려오는 해방감에 기뻐한다.



큰일 날 뻔했다....



왜냐고?

그야 그녀의 감이 아~주 정확히 들어맞았으니까...


사실 소피아가 지금 마시고 있는 산미 높은 커피엔 내가 어렵게 구한 수면제가 첨가되어 있었다.




자기 주인한테 이게 무슨 막대먹은 짓이라 말 할 인간도 있겠지.

하지만 정말 미안하게도...


나도 시발 이런 미친년을 주인으로 삼고 싶어서 삼은게 아니다.






일거리가 없던 나에게 실락 같이 떨어진 기회

간단한 개인 비서 업무만으로도 금화 백냥은 땡길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어 망설임 없이 하겠다고 고개을 끄덕였는데.



그 때 알아챠렸어야만했다...

의구심이 들 정도로 쉽게 제공되는 돈은 의심을 해봐야 했는데...


그 제안이 달콤한 향으로 벌레를 유혹하는 네펜데스 처럼 간절한 자의 눈을 멀게하기 위한 미끼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 내가 맡은 일?

분명 쉽다.

하는 거라곤 커피 타주고 말동무 잠깐 해주는게 끝.


근데 문제는 그 대상이...


"하암..."


왕국 내에 암약하는 최악의 범죄 조직 수장 ㅡ


"으음...."


소피아 르나피오르의 비서라는 것이다...



17이라는 젋고 꽃 다운 나이

그에 비해 신이 직접 하사했다 할 정도의 마법 재능과



벽화에 그려진 여신을 의심케하는 아름다운 외모



마치 전지전능한 존재가 내려주신 전령이라 불리는 때가 있을 정도로 그녀의 능력은 인류에게 있어 아득한 존재였다.


하지만 막상 본인은 그런 축복을 저주로서 활용 해 버렸는데....

온 세계를 적으로 돌려버리는 최악의 범죄자 ㅡ


길거리에 온통 그녀의 수배서로 도배 되어 있으며

현상금은 대대손손 흥청망청 써도 남아돌 정도의 거액에


지역을 넘어 국가 단위로 뒷 세계를 꽉 부여잡고 있는 극악무도, 타락한 신의 하수인이라는 이명까지 붙어버린 범세계적 악당인 인물이다.




그런 사람의 직속 비서로 일을하게 되는 것이 어찌나 심장이 쫄리는지....



마치 폭탄과 연결된 족쇄를 차고 일생을 사는 것 같아, 하루하루에 나날이 수명이 줄어드는만 간다.


그렇다고 퇴직을 선언한다면....

"뭐? 퇴직?"

"넌 아직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돼?"

"이 조직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너도 이미 특급 수사 대상이라고?"

"내 보호가 없다면 아마 금방 잡혀 들어가, 깜빵에 썩다 사형다하겠지."

"즉, 넌 아무데도 못가."

"영원히 내꺼라고...♡"



라는 꽉 막힌 미래를 들먹이며 어깨를 짓누르는 위화감과 나중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고혹적인 분위기가 이성을 무너뜨리려했다.







'이대로만은 안돼....'



그래서 나름의 결전의 시간이라 여기며 준비한 것이 바로 오늘...


오늘 밤 그녀 몰래 야밤도주를 결정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뛰처나간다면 그녀에게 붙잡힐 것이 물 보듯 뻔하니



그녀의 눈길을 피해 어렵사리 구한 수면제로 시간을 벌기로 한 것이다.



"으음... 왜이러지... 오늘따라 좀 피곤하네..."


말하기 무섭게 곧 바로 약효가 있는듯 반쯤 감긴 졸린 눈으로 피로를 호소한다.


솔지히... 아까도 말 했듯 너무나도 큰 위기가 심장이 덜컥 내리 앉은줄로만 알았지만

다행히도 신은 나의 편에 서주신듯 최악의 결말은 피하게 되었다.


"아아.... 뭔가 내 몸 같지가 않아...."



소피아는 졸음을 쫒기 위해 등을 쭉 펴거나 콧 등을 주무르는 등 나름대로 저항하는 듯 보이지만


"안돼겠네... 샬롯? 조금 잘 테니 1시간 뒤에 깨워줘."


결국 인공적인 힘을 이기지 못하고 곧 바로 책상에 엎드려버린다.


"네... 알겠습니다."

불안감이 아닌 기대와 희망에서 비롯된 긴장감이 다시 한번 가슴을 튀게한다.


"으음...."

엎드린지 몇 초도 되지 않아 이내 잠꼬대 같은 옅은 소리를 흘리며 편한 숨을 내쉬는 소피아.
손 꼽아만 왔던 순간이 직접 다가오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게 된다.



"혹시 잠드셨습니까?"

"...."

그래도 만약을 위해 그녀가 정말로 잠들었는지 질문를 던졌지만 다행히도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고



"좋았어....!"


동시에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가 왔다는걸 본능적으로 느낀 나는 곤두세워지는 피부를 애써 무시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급히 옮긴다.






◇◇◇




후훗♡

귀여운 샬롯~


굳이 이런 방법을 쓰지 않아도 나는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데.


자신감이 없으니 이런 짖궃은 장난이나 치고 말이야.


하지만 그만큼 나를 원한다는거니됐어!



왜 남들모르게 수면제를 구하나 싶었는데,

마법사는 약물에 면역인 것을 몰랐던건가?

이런데에 사용 할 줄이야.



대범해라♡




"혹시 잠드셨습니까?"


"....."


사랑스러운 남자의 목소리에 일부로 대답하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질문이나 해대고 말이야.



정말 행동 하나하나가 귀여워서 아랫 부위가 오싹거리고 입이 찢으지랴 벌어지지만.

보이지 않게 입술을 짓씹으며 당장이라도 그에게 뛰어들어 억압하고 싶어하는 몸을 달래고 목구녕까지 올라오는 대답을 억지로 삼킨다.



"좋았어....!"


짧지만 영겁의 시간 같았던 스스로의 인내가 끝나자 드디어 환희에 찬 목소리로 다급한 인기척이 느껴진다.


아아, 드디어!


샬롯이 나를 사랑해주는  ㅡ




덜컥!


허나 막상 들려오는건 문이 여닫아지는 허탈한 소리...



"에...?"



미처 예상 못한 전개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치켜든다.

"....?"


내 시야에 펼쳐지는건 텅 비고 정적만이 흐르는 사무실



"뭐지..?"


처음엔 깜빡한 것 이라도 있는걸까 하며 어안이 벙벙한 체로 조금 기다려보았지만.


5분.. 10분...


1시간을 넘어 3시간이 되도록 샬롯은 다시 방에 찾아오지 않았다.


"...."


동시에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괘씸한 행동


"시발... 감히 도망을 쳐?!"



그 다음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자연스레 떠오른다.


울타리를 벗어난 양을 어떻게 다시 잡아 넣어야하는지.

또 다시는 벗어나지 못하도록 어떤 훈육이 필요한지 조차...





◇◇◇



3시간 뒤...



"국경을 넘으시려고요?"


초소를 지키는 경비병 한 분이 철그럭 거리는 갑옷 소리를 내며 내게 다가온다.

"네... 상인인지라 이곳저곳을 방랑해서 말 입니다."


그에 맞춰 최대한 조신한 말투로 위조된 신분을 그에게 넘기는데 ㅡ


"흠.. 흠...."


계속해서 눈동자를 굴리며 쥐 잡듯이 눈초리를 세우운다.


"...."

근육이 압축되는 것이 노골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강한 긴장감이 몸 이곳저곳을 들쑤시는데.



마음 한편으로 제발 마지막으로 신의 자비가 있길 바라며 간절히 기도를 올리게 된다.


"흠, 문제 없는 것 같네요."


다행히도 그런 최후의 소원을 들어주셨는지 경비병은 옅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럼 지금 바로 나가겠 ㅡ"


들뜬 나머지 나도 모르게 큰 목소리를 내며 성문 밖으로 나서려했지만...


"잠시 기다려주세요."

"네?"


어째서인지... 경비병이 나아가려는 나를 제지하고 만다.


"최근 규정이 바뀌어서 말 입니다..."


"2차 획인까지 받으셔야 성문 밖으로 나가실 수 있습니다."


최근 규정이 바뀐적이 있었나?

그런 소식은 들어본적 없는데...

"그리고 시간이 좀 지체되는거라, 잠깐 대기실로 모시겠습니다."


하지만 괜히 반항해봐야 좋을 것은 없기에 조급한 마음을 애써 무시하며 친절히 안내해주시는 경비병의 뒤를 따라 실내로 들어간다.


"여기 입니다."

"한 10분 정도 대기시간이 있습니다."


그에 안내에 따라 도달한 곳은 꽤나 말끔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방.


마치 호텔에 한 호실 처럼 단순 대기실 치곤 지나치게 꾸며진 장소였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아, 그리고 커피는 차분히 기다려주셨으면 마음에 준비했습니다."


쿵 ㅡ!


그런 말만을 남긴체 조금 과격하다고 생각 될 만큼 강하게 문을 닫아버리신다.

"왜 저러시지?"


마지막에서야 이질감이 들면서도


후룩 ㅡ


아무 의심 없이 테이블에 앉아, 준비된 커피를 한 모금 넘기는데...


턱!!

"어...?"


순간, 짜릿한 신호와 함께 몸의 감각이 무뎌져버린다...





"어.. 어..?"

몸이 말이 듣지 않는다.


혀를 굴리는 것 조차 버겁고 온 신체가 뇌의 명령을 거부한다.

"이.. 게... 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에 머릿 속이 복잡해지는 순간 ㅡ


드르륵


이상한 소리에 경비병이 다시 오신건지 뒤엣 문이 열린다.


'경비병님...?'


천천히 눈길을 옮기며 도움을 요청하게 위해 입을 벌리는데.


"아쉽게도 샬롯은 면역이 아닌 것 같네?"



방에 들어온 사람은 경비병이 아닌 한 명의 여자였다.

그것도 너무나 익숙하고... 또 두려운 목소리.


"...?!?!"


스스로 시야 속에 들어오며 밝혀진 정체에 멈이 전율 하듯 소름이 돋고야 말았다.




"소..... 소..."

"소... 피아....님...?"


도저히 있으면 안돼는 사람 ㅡ

그녀의 등장과 함께 인생 최대의 위기가 봉착했음을 깨닫고 말았다.

"감히 내게 약을 먹이고 어디로 급히 가려고 하셨을까?"



위엄과 불만 섞인 목소리가 고막에 파고든다.


"어.. 어떻... 게..?"


겨우겨우 단어를 쥐어짜내며 그녀를 불러보는데.


"쉬이잇..."

내 입을 가로막으며 사냥감을 포착한 야수마냥 욕망에 달아오른 뺨이 눈에 보였다.


그 공허한 눈동자엔 덫에 걸린 쥐 마냥 꼼짝달싹 못하는 나의 처참한 모습이 비춰져있었다.


"대... 체....."


"후훗,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궁금 해 하는 모양이네?"


도저히 속내를 알 수 없는 수상하면서도 요염한 미소가 심장을 움켜쥔다.

"당연히 경비를 매수했지."

"너가 어디로 갈진 너무나 뻔 하니까, 너보다 빨리 도착해서 이미 모든걸 준비해 뒀지."




그리고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제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선명하게 떠올랐다.


"아... 아...."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 처럼 그저 저항 없이 눈물만 글썽거리게 된다.


"괜찮아, 큰 일 없을테니까."


허나 그런 나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한층 더 색기가 서린 눈 빛으로 내 귓가를 간지럽히듯 소곤거린다.


"단지... 애기 아빠로 만들어버릴 뿐 이니까♡"


"별거 없어."



사람의 인생을 일방통행으로 만들어버린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며 ㅡ



"....♡"


강제로 입술을 빼앗고 무자비하게 혀를 뒤섞으며 자신의 옷을 벗어 던진다.










소재가 떠오른게 2개 있어서 외진 나와서 빠르게 하나 마무리 짓고 하나 썼고 다른 하나도 천천히 마저 쓸 것 같음

그게 느와르 물인지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