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법 도구점은 꽤 인기가 좋았다.

마법 상품의 품질도 괜찮아서도 그런 것도 있지만,단골이 많이 있어서도 있었다.

단골은 물론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특별한 방법이 있었다.


"네, 마나포션 50골드입니다."


마나포션 하나를 건네주었다. 여성은 그 값을 지불하면서 나를 애타게 바라본다.

그 시선 당연히 모를리는 없다. 그러나 절대로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그러자 여성은 단념하고 마나포션만을 챙겨들고 떠났다.


바로 여기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절대로 마음을 주고 허락해서는 안된다. 어디까지나 가게 주인과 손님의 관계여야만 했다.

방금 그 여성도 미모로 한다면 꽤 상급이었지만 그래도 손을 대어서는 안되었다.


왜냐하면 저 여성이 내게 호감을 가지는 것은 내가 미리 설치해둔 방향제의 탓이기 때문이다.

그 방향제에는 매혹을 거는 힘이 있어서 근처 이성에게 호감을 가지게 한다. 다만 그건 그렇게 강력한 효과는 아니었다.


가게 안에서는 그 아주 약간의 호감이 크게 작용한다. 실제로 매출이 상승하기도 했고. 하지만 가게 밖으로 나가게 되면 그 효과는 거의 사라진다. 방향제를 통한 매혹은 약간 '취하게' 하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취기가 가시면 제정신이 된다.


나는 다시 가게 재고를 정리했다. 그래도 그 약간의 편법 덕분에 가게 매출은 올라가고 있었으니 이런 일 정도는 감당할만 했다.


-딸랑딸랑


출입문에 달아둔 종이 울렸다. 손님이었다. 나는 가게일을 잠시 멈추고 응대를 했다.


"어서오세요."


처음보는 손님이었다. 빨간눈동자에 은발. 고풍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마녀 치고는 꽤 화려한 차림.


'위험한데.'


저 특징은 너무나 유명해서 모를 수가 없었다. 달밤의 일족이라 불리는 마녀였다. 달밤의 일족은 인간성이 극도로 옅고 잔혹하기로 유명했다.

물론 소문으로만 들어서 그것이 진짜인지는 모르지만, 아니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방향제가 있으니까 큰 트러블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다소 긴장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만월 포션 있나?"


대뜸 그렇게 물어온다.


"예, 물론 있습니다. 몇 개나 필요하신가요?"

"몇 개나 있는데?"


반말을 찍찍 싸는 것이 적어도 인성만큼은 소문 그대로라는 생각은 들었다.


"모두 해서 5개 있습니다."

"그래? 보여줘봐."


하지만 이것도 서비스업. 그런 걸로 말다툼을 해봐야 내게 무슨 이득이 있을까? 이런 손님을 한두번 받아본 것도 아니고.


"네, 바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나는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가 만월 포션 하나를 꺼내왔다.


"여기 있습니다."

"흠..."


그걸 받아든 달밤의 일족 마녀는 이리 저리 살펴보았다.


"괜찮네. 전부 줘."

"5개 전부 말씀이십니까?"

"두번 말하게 하지 말래?"

"아 앗, 알겠습니다 바로 드리겠습니다."


나는 카운터 안쪽으로 가서 마저 나머지 만월포션을 가져왔다.

그것을 모두 살펴보더니 마녀는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니가 만든거야?"

"네, 그럼요. 이 가게 물건은 전부 수제품입니다."

"제법이네? 이 정도는 근처에서 본 적 없는데."

"감사합니다."


나는 만월포션 5개를 포장해서 마녀에게 건넸다.

이것도 역시 방향제의 덕분이려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드는 만월포션은 품질이 나쁘진 않지만 칭찬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것이 아주 약간의 호감 때문에 더 좋게 보이는 거겠지.


"다음에 50개 준비해놔."

"50개요?"

"못해?"


"그게..."


만월포션은 만들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재료비 같은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필수적인 절차인 '꽉찬 달빛을 밤새 받는다' 는 과정이 필요했다.

물리적으로 달빛을 도난의 위험 없이 받을 만한 장소가 그리 많지 않았다. 50개나 되는 대량은 만들기 힘들었다.


이 정도나 주문을 한다는 것은 내 능력을 상당히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아마 호감도가 올라서 그런 거겠지. 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는 너무 과했다.

아무래도 방향제의 농도를 좀 더 낮춰야 할 것 같았다.


"만월포션의 경우 달에 5개 정도가 한계입니다. 죄송합니다."

"흠. 못한다 이 말이지."


그러자 마녀는 갑자기 손을 뻗었다.

...?


내가 어리둥절 하고 있을 때, 마녀가 주문을 외웠다.


"이니스."


-콰쾅!


마녀의 뻗은 손에서 불꽃이 나와 가게 진열장에 부딪쳐 터졌다.


"아아아악!"


나는 입에서 절규가 절로 나왔다.

이, 이게 대체 무슨


"다시 한번 물을게. 못해?"


마녀는 이번엔 반대쪽 진열장에 손을 뻗고 내게 묻는다.


"그, 그거는"

"이니스"


그러더니 한 번더 불꽃이 터진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정말 못하니?"


이번에는 마녀는 손을 천장으로 뻗었다. 폭발이 천장에서 일어난다면 어찌될지 상상하는건 어렵지 않았다.


"할 수 있습니다! 제발 그만두세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마녀는 씨익 하고 웃었다.


"좋아. 다음달에 올테니까 준비 잘 해놓으렴? 이건 이번 포션 대금이란다."


그러곤 휙 하고 돈 주머니를 내게 던졌다. 그리곤 도도하게 쑥대밭이 된 된 가게를 나갔다.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그 마녀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인간성이 옅다고? 그건 틀린 말이다.

애초에 인간이 아니었다....


이를 악물고 생각했다. 저 마녀에게 한 방 먹여주겠다고.


---


다음 달이 될 때까지 나는 피눈물을 흘리고 피똥을 싸며 만월 포션 50개를 준비 했다.

동시에 한방 먹이기 위한 준비도 같이 진행을 해두었다.


그 한방 먹이기 위한 방법은 간단 했다. 미리 설치했던 방향제를 100배 농도로 올리는 것이었다.

실제로 테스트는 안해봤기 때문에 과연 먹힐지는 미지수였지만, 그 마녀는 그 방향제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에 나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그것만을 희망으로 삼고 이 악물고 준비 했다.


그리하여 다음달, 그 날이 되었다.


-딸랑딸랑


누군가 들어온다. 오늘은 애초에 주변에는 임시휴일이라고 공지를 했으니 그런 것을 씹고 들어올 사람은 단 한 사람이었다.

그 망할 마녀였다.

특제 100배 농축 매혹 방향제는 설치되어 있는 상태였다.


"안녕? 준비는 잘 해놨니?"

"그럼요. 여기를 보세요."


나는 보란듯이 포션 50개를 진열해둔 곳을 안내했다.

그걸 보자 크게 화색이 되는 마녀.


"겉 보기에는 그럴듯 한데 어디보자~"


룰루랄라 하면서 기쁘게 포션 하나하나를 살펴본다.

그 포션들은 물론 진짜였다. 지인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가기도 하고 빚도 지기도 하고 엄청나게 무리를 해서 만든 50개였다.


고맙게도 마녀는 하나 하나 포션을 꺼내가면서 확인을 하고 있었다. 마녀가 가게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면 길 수록 매혹의 방향제 효능은 높아질 터였다.

나는 그 시간을 방해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드디어 50개를 모두 확인한 마녀가, 마지막 포션을 내려놓았다.


"좋아, 너 합격이야."

"상품이 마음에 드셔서 다행입니다."

"응. 그래. 그러니까 너 합격이라고."


나는 이 마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합격이라니까? 좀 더 기뻐해도 좋은데?"

"어음, 합격이라고 하셔도... 포션 품질에 대한 것 맞지요?"

"미물들은 역시 피곤하네 원. 네가 합격이라고. 내 것이 되라는 말인게 당연하잖아?"


내가 느낀 감정은 당혹이었다.

물론 매혹의 방향제를 뿌려놓았으니 먹히는 건 당연. 하지만 그 방향이 좀 내가 예상한 것과 달랐다.

매혹에 빠지게 되면 소위 사랑에 미치게 된다. 나를 갈구하게 되고 보통은 나를 위해서 저자세로 나오게 된다.

그러나 이건...


"그, 그게 저는 누군가의 소유물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

"말 귀가 너무 어두워도 좀 짜증이 나는데?"


"그렇게 말씀을 하셔도, 저는 물건이 아니라서요."

"어쩌라고? 내가 널 가지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하는건데?"


그렇다.

이 달밤의 마녀는 애초에 내게 부탁이나 회유 설득 그런 것을 하는게 아니다.

그냥 통보하고 있는 거였다.


"아뇨 아뇨 아무리 그렇게 말씀하셔도 그건 할 수 없어요."

"그래 그래, 있지 있어. 너처럼 지 주제를 모르는 애들."


마녀가 손을 천장을 향했다.

무엇을 하려는지 깨닫고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잠시, 잠시만요! 손님 그만 두세요!"

"이젠 나한테 명령까지 하네? 재밌어."


내 반응을 즐기는 듯이 마녀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여기까지 상황이 흘러오자 깨달았다.

애초에 엮이면 안되었다. 한방 먹이고 말고 그런게 아니라 바로 도망쳐야 했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뇨! 잠시만요! 지금 손님께서는 정신이 온전하시지 않아서 그런 생각을 하시는거에요!"

"흐음~? 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마녀는 계속 해보라는 듯, 손을 내리고 내 말을 들었다.


"그, 그런 말뜻이 아니라 실은 가게에 매혹의 주문을 걸어놓아서 그런겁니다!"

"아~ 그러고보니 냄새가 조금 이상하네."


본래라면 절대 말해서는 안되는 정보. 하지만 이걸 깨닫고, 스스로 매혹을 해제한다면 내게 관심이 떨어질 것이다. 나를 가지고 싶어하는 것은 내가 건 매혹 때문일테니까.


화풀이로 가게가 날아가버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숨을 건지는게 우선이다.

어쩌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녀에게 끌려가서 노예로 살면, 좋은 꼴을 보지 못한다는 건 흔한 이야기였다. 뱀이나 쥐로 변해 평생 부려먹힌다는 이야기도 그렇게 드물지만은 않은 이야기였다.


내 말을 들은 마녀는 킁킁 거리며 가게 내부를 이리 저리 둘러본다. 그리고는 내가 방향제를 설치한 곳을 정확히 짚어냈다. 진열대 선반의 뒤쪽이었다.

그곳에 있는 방향제를 정확히 꺼내들었다.


"이걸 말하는 거니?"

"그, 그래요. 지금 손님께서는 그거 때문에 정상적인 판단을 하고 계시지 않습니다. 저는 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마녀는 그 방향제를 이리저리 살펴본다. 그리곤,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핫, 귀엽네. 그럼 어디 한번 봐봐?"


마녀는 그 방향제를 완전히 개봉했다. 그리고 그 액체를, 자신의 목구멍에 털어넣어 버렸다.


"뭐, 뭐하는...!"


방향제는 묘약을 기화시켜 호흡기로 들어가게 해 효능을 나타나게 하는 거다.

그렇지만 그 원본은 포션. 게다가 100배 농축한 것을 마신다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마녀는


"자, 어떻게 보여?"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 마녀의 눈은 붉었다. 광기가 불타는 것처럼.


"이런 장난감 때문에 합격인 줄 알았어?" 


그러며, 킥킥 웃는다. 유쾌하게.


마녀에게는 처음부터 방향제 같은 건 먹히고 있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내가 처음부터 어떻게 할 방법 따윈 없었던 것이다.


마녀는 순수하게 나를 가지고 싶어 하는 거였다.


거기서 마음 속 끈 하나를 놓아버렸다.

아마 그건 이성이나 생존욕구 그러한 종류일 것이다.

무엇인지는 놓아버린 이제는 아무래도 좋아졌다.


그런 내게 마녀는 다가왔다.


"이제 자기 주제를 알았어?"


펫이라도 만지는 양, 내 머리를 이리 저리 쓰다듬었다.


"미물이니, 이해 못하겠지. 괜찮아 내 것이 되면 좋은 일 밖에 없어."


마녀는 내게 입맞춤을 했다.

이게 바로 그 좋은 일이라고 말 하는 듯이.


나는 저항할 의지도, 힘도 없었다. 그대로 입을 맞춘다.

그리곤 입안에서 씁쓸한 맛이 감돌았다.


이 맛은 안다. 마녀가 입에 들이부었던, 그 묘약.


원래 묘약은 내게는 통하지 않도록 미리 가공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방향제로 있을 때를 가정한 거였다. 직접 접촉하면 의미는 없었다.


본능적으로 시선을 마녀로부터 돌리려고 했으나 마녀는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가여워."


마녀는 웃으면서 손으로 내 고개를 억지로 돌려 자신을 바라보도록 했다.


마녀를 보자 가슴이 뜨거워지고 머리에 열이 올랐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스스로도 느껴졌다.


"아아-"

내 목소리가 떨렸다.


이것이 묘약의 힘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그 마녀를 자꾸 눈으로 좇게 되고 그 손을 잡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그것을 필사적으로 견디려고 했다. 하지만 마녀가 내 손을 잡았다. 

그 따스함이 느껴지자 나는 그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마녀를 끌어안았다.


"그래 그래, 무서워 할 필요는 없어."


이젠, 모르겠다. 매혹이고 마녀고 모르겠다.

뱀이나 쥐가 되어도 이 마녀를 위해서라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것은 절대 놓지 않으니까, 아무 걱정할 필요도 없어."


마녀가 속삭인다.

나를 위로하는 말들, 나를 안심하게 하는 말들.


"내 것이라면 모두 사랑하니까."


그것이 참 따뜻해서

이렇게 있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