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참으로 터무니 없는 이유였다. '상냥한 여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렇다면 과연 여동생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셀 수 없을 만큼의 비용과 노력, 그리고 긴 세월을 들인 후에 한 남자는 결국 '여동생'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결과물은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여동생'이었다. 사랑스럽고, 친절하며, 행동과 말에서 배려심이 느껴지는 회심의 역작. 남자는 여동생의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하지만 누구도 따라올 수 없던 천재 마법사이자, 불가능한 것이 없다고 알려진 남자에게도 불가능한 일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음이었다. 남자는 여동생의 몸을 사람과 똑같이 만들 수 있었다. 여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 할 수 있는 지성도 부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사랑이라는 것만은 여동생은 이해하지를 못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여동생에게 사랑을 가르칠 수 없다는 것에 남자는 좌절했지만, 상냥한 여동생은 그런 남자를 다정하게 위로하며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몇 년이 흘러 여동생이 남자의 서고에 있는 모든 책을 다 읽자, 남매는 정든 집을 뒤로 하고 세계 곳곳을 유람하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사이 좋은 남매는 높은 파도가 절벽을 세차게 때리는 바닷가에서 함께 조개껍데기를 줍기도 했고, 밤하늘을 수 놓은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함께 옛 시인들의 노래를 듣기도 했다. 돼지고기 요리를 굉장히 잘 하는 식당이 있다고 해서 둘이서 같이 돼지 한 마리를 전부 다 먹어보자고 의기투합을 했지만 결국 각자 두 접시밖에 못 먹은 적도 있었다. 


  또 경치 좋은 산에 올라가보자고 결정한 적도 있었는데 등산 중에 너무 힘이 들어 그만 내려가자는 남자의 손을 여동생이 붙잡고 조금만 더 올라가자고 하기도 하고, 더는 못 오르겠다는 여동생을 남자가 업고 끝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다.


  그 날 산 정상에서 바라본 세계는 너무나도 아름다웠었다.


  두 사람은 여행을 하며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수없이 진귀한 경험을 했지만 마지막까지 여동생은 사랑을 이해하지 못 했다. 몇 년간 꿈만 같은 여행 끝에 남매는 이 여행의 종착지이자, 마지막이라고 결정 된 한 낡은 교회에 도달하게 되었다. 세상을 모두 돌아본 후 마지막은 여기라고 남자는 떠나는 날 그렇게 여동생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가능하면 언젠간 네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이 곳에서 결혼을 하고 또 아이를 낳는 모습을 보고 싶었단다."


  남자는 여동생의 손을 잡고 그렇게 말했다.


  "그동안 고마웠어. 오빠. 난 다름아닌 오빠의 여동생이니까 분명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그래... 그럼 안녕. 사랑하는 내 여동생아."


  마치 금방이라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며, 남자는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언젠가 남자는 여동생에게 작별에 대해 말해준 적이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고. 그것은 수없이 많은 비의와 지식을 쌓은 마법사인 자신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게다가


  "마법사가 일으킬 수 있는 기적에는 한계가 있단다. 내게는... 바로 너야. 네 존재는 한 사람이나 한 마법사가 이루어낼 수 있는 기적으로서는 너무나도 강렬하고 거대해. 분명 너를 만들지 않았다면 나는 수 백년은 더 살 수 있었을 지는 모르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


  여동생이 눈물을 배웠던가? 아니, 눈물도 아직이었던가...? 상냥한 여동생아. 안녕. 너는 사랑을 모르지만 나는 너를 사랑했단다. 미소 짓는 얼굴로 흩어져가며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로부터 수 십년이 지났다.


  여동생은 남자가 지냈던 공방으로 돌아와 그가 있었던 자리를 예전과 똑같이 깔끔하게 정리한 채로 유지했다. 가끔은 가까운 마을로 산책을 나가 책이나 식료품을 사기도 하고, 생전의 오빠에게 배웠던 지식들을 이용해 다친 짐승들이나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일을 하며 살아갔다.


  여동생은 사람들에게 위대한 대마법사의 여동생, 혹은 상냥한 마녀 정도로 불리게 되었다.


  오래 된 식물처럼 이미 '만들어진 순간'부터, 심지어 오빠가 죽은 그 날까지도 감정의 기복이라는 것이란 없었던 여동생이었지만 그녀가 업으로 삼은 치유사의 일 때문이었을까? 상처받고 지친 이들을 도와주고 있노라면 항상 그들의 곁에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환자들보다 더 아파하고, 슬퍼하는 모습이 여동생의 눈에 들어왔다. 또 환자가 다친 몸을 회복하여 그녀와 오빠의 작은 집을 떠날 때 가족들이 더욱 기뻐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해서 반복되자...


  여동생의 마음에도 드디어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여동생이 그동안 배운 것들 중에는 없던 것. 하나의 단어로는 정의할 수 없는 어렴풋한 감정이었다. 


  이 사람을 지켜주고 싶다. 함께하고 싶다. 잃고 싶지 않다. 거기서 더 나아가 다시 한 번 더 그리운 그 사람과 재회하고 싶다는... 그걸 깨닫는 순간


  가슴을 세게 두드려 맞은 것처럼 숨이 막히고

  한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라도 마신 것처럼 온 몸이 덜덜 떨려왔다.

  

  그 날 처음으로 여동생은 눈물을 흘렸다. 이것이 바로 그토록 오빠가 알려주고 싶어했던 감정이라는 것이었다. 오빠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괴로워지는데 어째서 오빠는 자신에게 이것을 알려주고 싶어했을까? 여동생은 난생 처음 겪는 가슴앓이에 한참을 신음했다.


  그녀가 오빠와의 추억을 평소 회상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한 시라도 그 생각을 떨쳐놓을 수가 없었다. 꼭 다시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이 여동생의 마음을 가득 메웠다.


  그래서 그 오빠에 그 여동생이라고... 여동생도 터무니없는 짓을 시작해 버렸다. 오빠를 다시 되살리겠다는...


  시간은 아무리 걸려도 좋았다. 마지막 순간의 오빠만큼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마법도 계속해서 수련해왔다.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여동생은 다짐했다. 가끔씩 찾아오는 환자들을 돕는 일을 제외하면 여동생은 모든 힘과 노력을 재회를 위한 그 날에 쏟아 부었다.


  하지만... 기적이라는 것. 인간이 일으킬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다는 것.


  위대한 대마법사였던 오빠가 자신의 모든 재능과 수명을 불태워 겨우 만들었는데, 하물며 '만들어진 인간'인 여동생이 이루어내기엔 너무나 과분한 위업이었을까? 여동생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오빠를 되살리는 것도, 시간을 되돌리는 것도, 새로운 오빠를 만들어내는 것도 실패해 버리고 말았다.


  그 상실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가능한 것은 고작 오빠와 수 초 정도 잠깐 만나는 것이었다. 이미 어딘가에서 쉬고 있을 오빠의 영혼을 아주 잠깐 불러내어 몇 마디 하는 것 정도. 그게 여동생이 일으킬 수 있는 최대한의 기적이었다. 하지만 여동생은 의기소침해 지지 않았다.


  여동생은 그녀가 오빠와 여행을 떠날 때 맸던 가방에 짐을 쌌다. 둘이서 함께 했던 추억의 장소들을 이제는 홀로 바라보며 두 사람의 여행을 다시 되새겨보는 여동생. 돼지고기 요리는... 아직도 두 그릇 밖에 못 먹겠어. 오빠.


  거센 파도가 치는 절벽과 힘겹게 올랐던 산을 지나, 오빠와 작별했던 교회에 도착한 여동생은 신중하게 영을 소환하는 의식을 시작했다. 비록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둘만의 인연이 잔뜩 담긴 이 가방을 기억한다면, 오빠 다시 한 번만 더...


  두 눈을 꼭 감고 한참을 주문을 읊던 여동생의 어깨를 누군가가 톡톡 두드린다. 돌아서면 그리운 얼굴. 그토록 애타게 바라왔던 그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복받쳐 오르는 감정의 격류에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필사적으로 그 모습을 두 눈에 담은 여동생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빠. 고마워. 꼭 말해주고 싶었어. 나도... 오빠를 사랑했어. 정말 정말 사랑해."



  후기:

  채널 베스트 라이브에 자주 보이길래 무슨 채널인가 싶어서 가끔 눈팅만 몇 번 했다가 새벽에 잠도 안 오고 해서 몇 자 끄적였습니다. 얀데레 채널 취지에 맞게 결말은 여동생이 사랑을 잘 못 이해해서 오빠를 예토전생 시키고 뒤틀린 사랑을 보여준다거나, 과거로 리다이브 해서 얀데레 짓을 한다거나 하는 것도 생각했는데 그냥 쓰다보니 순애물 된 것은 죄송합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