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이란 엄숙하고 진지해야 할 공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나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꼽히는 이 회사의 임원 회의는 말할 것도 없죠.


회사의 미래가 곧 이 나라의 미래이며, 심지어는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니까요.


가정에선 작은 일에도 웃음을 터뜨리고, 지인들 사이에서 즐거운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도.


이 회의실에서 만큼은 하나같이 진중한 눈빛과 무거운 입을 가지고 들어옵니다.


이 회사의 임원들은 물론, 다른 기업의 임원들까지 참석하는 대규모 회의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 회의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준다면, 아마도 한 사람에게 유난히 시선이 갈 것입니다.


지긋한 관록을 새긴 분들 사이에서 수상할 정도로 파릇파릇함을 풍기는 여성.


어울리지 않습니다. 정갈한 소나무 사이에 억지로 심은 꽃 한송이를 보는 듯 합니다.


그러나 이 곳의 모두는 그 여성의 눈치를 보고, 허락을 구하고,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그녀는 안건에 따라 권유하고, 명령하고, 반려를 합니다.


여인이 앉은 책상위엔, 회장이란 글자가 음각으로 새겨진 명패가 은근한 빛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거대 기업을 운영하는 회장은, 놀랍도록 젊은 여인인 것이지요.


신뢰를 잃게 되진 않을까 염려하여, 세간에는 나이를 10년 정도 높여 알렸지만


그 가짜 연령조차 직함에 비해선 한참 어리게 여겨집니다.


혹시 누군가의 낙하산으로, 혹은 바지로 앉혀진게 아니냔 의심을 하시나요?


하하, 이 분은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이 회사를 차리고 성장시켰습니다.


견제하는 세력들이 커질래야 커질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인 능력을 가졌죠.


”그럼 회의는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어느새 회의가 끝난 모양입니다.


인사를 하고 나가는 사람들의 낯빛은 가지각색입니다. 안도하고, 기뻐하고, 아쉬워 하고, 슬퍼하네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순 없으니까요.


“비서님, 오늘의 일정은 어떻게 되시죠?”


아, 제가 누구인지 말씀드리지 않았네요.


이 분이 말씀하셨듯, 전 얀순 회장님을 곁에서 모시는 비서입니다.


”네, 임원진 회의가 끝난 이후에 따로 일정은 없으십니다.“


”제 일정을 물은게 아니에요 얀붕“


사실, 저는 이 비서라는 직책이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일이 힘드냐구요? 쉽지는 않지만 크게 어렵지도 않습니다.


애초에 거의 모든 건 회장님 스스로도 하시기에, 가끔은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그럼 혹시 복지가 별로냐구요?


저희 회사에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이 없진 않지만, 그 사람들이 회사의 복지를 비판한 적은 없습니다.


그럼 혹시 회장님의 성격이 좋지 못하냐구요?


그것도 아닙니다. 공적인 자리에선 냉혹한 일면을 지니긴 하셨으나 사적으로 만나는 분들은 하나같이 이 분의 인품을 칭찬합니다.


그럼 대체 뭐가 불만이느냐.


“제 일정 말씀이십니까? 실은…”


“단 둘 뿐이잖아요. 그런 딱딱한 말투 하지마요.“


”안 됩니다. 혹여나 다른 분들이 듣기라도 하시면 회장님의 위신이 폄하될 수…“


”여기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더라도, 문으로 부터 세걸음만 떨어지면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어요.“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일말의 사심 없이 안건을 검토하던, 사물을 그대로 담는 사진기와 같은 눈이


지금은 만물을 아름답게 그려담는 수채화와 같이 변해버린걸 보세요.


제 어디가 그렇게 보기 좋으시길래 이런 눈빛을 하시는지 저로써는 알 수 없습니다.


“얀붕씨 손목이 너무 가늘어졌네요, 사내 식당이 입에 안맞으신가요?


혹여나 기운이 안 좋으시면 말씀 해 주세요. 보약이라도 주문 해 놓을게요“


하아 회장님, 이러지 마세요.


머리카락까지 칼같이 정돈 된, 물샐 틈 없이 눌러담은 아름다움으로 절 바라봐 주시는 건 괜찮습니다.


제 팔을 잡아 당기시곤, 살포시 어루 만지시는 것도 참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은근 슬쩍 회장님의 흉부 쪽으로 끌어당기시면 어떡합니까.


정장 따위론 절대 감추지 못할 태산같은 존재감을 모를리 없으실텐데.


사이에 넣고 비비지 마세요. 얼굴은 왜 조금 붉히십니까. 누가 보면 어쩌실려고.


”이런~ 두 분 좋은 시간 보내는걸 내가 방해했나봐?“


정말 어째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분은 왜 여기까지 오신건지.


능글능글한 미소를 띈 채 회의실로 걸어오는 모습을 보는 회장님의 눈빛은 또 달라집니다.


회의 하실 때의 차디참이 아니며, 저를 보실 때의 다정함도 아닙니다.


불씨가 타닥거리는 화약 같다 할까요.


”맙소사, 재떨이가 걸어오는 줄 알았네요. 


잘못 오셨어요. 흡연실은 반대편으로 쭉 가시면 있습니다. 돌아가시죠”


”무슨 말씀이세요. 거기서 오는 길입니다.“


”그럼 계속 계시죠. 당신은 회의 참석자도 아니지 않습니까. 회의실에 올 이유가 뭐가 있죠?“


”아하, 회의실은 회의만 해야하는 곳이군요? 그럼 얼굴을 붉히고 부대끼신 건 무슨 회의인가요?”


언젠가 사람은 눈에서 빛을 쏘도록 진화할 게 틀림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분들은 진화가 좀 빠른 것 같네요.


두 분이 눈을 마주하는 곳 주변에 있으면 정전기로 몸이 곤두서거든요.


아무튼 간에 방금 들어오신 이 분, 얀진씨는 음지에서 활동하는 조직의 회장이십니다.


얼핏 보기엔 단순한 조폭으로 여길 수 있지만, 정계든 재계든 이 분이 영향을 안 끼치는 곳이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사회는 정의롭고 깨끗한 방법으로만 움직이지 않거든요.


당연히 이 회사와도 암암리에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론 얀순 회장님과 비슷한 사회의 지배층이라 할 수 있지만.


“비서, 이 분을 정중히 바깥으로 안내 해 드리세요.”


“어머나 고마워라. 안그래도 얀붕씨 데리러 온건 어찌 아시고?”


”뭐라 하셨습니까?“


그런 대단한 분들의 만남은 생각보다 피곤하게 흘러갑니다.


얀순 회장님께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저에게 영문을 밝히라는 눈빛을 보내시네요.


얀진씨가 헛소리를 하는 중이라 외쳐주길 바라는 회장님의 간절함이 느껴지지만.


“…죄송합니다. 회장님. 오늘 저녁은 얀진씨와 선약이 있습니다.“


도무지 바로 볼 수 없어 고개를 살짝 돌렸습니다.


보지 않고도 몸이 타는듯한 이글거림이 느껴지는데, 온전히 바라봤다간 재가 될지도 모릅니다.


공교롭게도 고개를 돌린 쪽엔 얀진씨의 얼굴이 있습니다.


득의양양한 승자의 표정, 고작 식사 약속 아닙니까. 그렇게 고양감 넘칠 일인가요.


“아하하, 어떡하죠 회장님? 얀붕씨는 제가 좀 가져가야겠어요”


”…가져가겠다니, 함부로 말 하지 마세요. 얀붕씨가 물건인가요?“


저를 보고 입술을 슬며시 핥는 얀진씨, 그런 얀진씨와 저를 번갈아 쳐다보며 입술을 질끈 깨무시는 얀순 회장님.


회장님의 눈엔 온갖 감정이 비칩니다. 슬픔이 스며든 눈동자 주위로 배신감이 활활 타오르고 있어요.


우아하면서도 기품있는 용모덕에, 질투마저 한 폭의 화보처럼 보이지만.


연출이 아닌 실제 상황이니 넋 놓고 바라만 봐선 안되죠.


“회장님, 단순한 식사 약속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회장님의 표정이 조금 풀리네요. 다행입니다. 


“…두 시간 드리겠어요.”


그런데 난데없이 얀진씨가 어라라라? 하는 추임새를 넣으며 한 걸음 가까워 집니다. 


아니, 정말 저한테 왜 이러시나요.


“회장님. 하신 말씀은 지키셔야 되는 것 아닌가요?”


“그게 무슨 소리죠?”


“아까 저 보고 얀붕씨를 물건 처럼 지칭하지 말라면서요? 


그런데 회장님께선 왜 얀붕씨의 유통기한을 정하시죠? 얀붕씨가 김밥이라도 되나요?”


압박감에 옆구리가 터질 것 같은 부분이 비슷한 것 같긴 합니다.


말을 마친 얀진씨는 회장님 앞에서 대놓고 제 뺨을 감싸쥐어 버리시네요.


거기에 얀진씨의 얼굴이 바로 코 앞에 있을 만큼 가까워져 버립니다.


근데 있잖아요, 얀진씨 역시 어디 가서 미모로 꿇린 적이 없으십니다.


술과 담배를 물과 공기처럼 즐기시는 분이 얀순 회장님에 버금갈 만큼 희고 고운 피부를 가지신 데다


그 하얀 피부를 바탕삼아 옅게 뿌려진 다크써클, 잔뜩 곱슬 진채 헝클어진 머리칼, 특유의 유들유들한 표정이 어우러져서


정갈한 기품을 두른 우아한 용모의 얀순 회장님과 상반된, 정돈되지 않은 날것의 퇴폐미가 드러납니다.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냐면요.


얀진씨가 순간적으로 제 얼굴 근처까지 오신 순간


그 아름다움에 잠깐 제 볼이 붉어진 것 같아요.


회장님의 눈빛이 사냥을 앞둔 독사의 눈 처럼 사나워 졌거든요.


하아, 유서를 미리미리 써 둘걸 그랬습니다. 언제 죽을 지 모르는데.


”비서“


”네… 넵“


”잘 다녀와요“


회장님께서 손을 흔드십니다. 방금의 기운을 지운 표정 위론 기품있는 미소를 띄우고, 눈으로 저에 대한 믿음을 보내고 있어요.


’두 시간 안에 모든 걸 정리하고 얌전히 퇴근 하도록 하세요‘


라는 메세지가 머릿속에 새겨지는 듯 합니다. 흔들고 계신 손이 아닌, 반대 쪽 손은 주먹을 꽉 쥐고 계시네요.


“그,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회장님.”


“언젠간 봅시다 회장님. 가지 얀붕씨?”


언제 제 옆구리 틈으로 팔을 끼워넣으신건지, 정신을 차려보니 얀진씨에게 팔짱을 맞물린 채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회장님 만큼은 아니지만 범상치 않은 존재감의 흉부가 제 팔을 압박해 옵니다.


얀진씨가 잠시 회장님 쪽으로 고개를 돌리셨는데, 회장님의 표정을 볼 자신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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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얀붕씨가 차암~ 고생이 많아 응? 사람을 너무 꽉 조이면 안되는데 말이지”


팔이 아플 정도로 달라붙으셔 놓고 그런 소리를 하시다니요…


“미리 말씀 드리지만, 내일 오전에 회장님을 모시고 운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술은 마실 수 없고…. 저녁만 먹고 헤어져야 할 것 같네요. 벌써 8시 입니다.“


“어머머머, 일주일 만에 같이 밥 먹는데 그렇게 튕기기야?”


은근슬쩍도 아닙니다. 대놓고 얀진씨의 손이 제 목, 가슴, 등, 허리, 옆구리에 뻗어옵니다.


대형 번화가라 주변에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이런 과감함은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뭐,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우리 얀붕이 하고 싶은 대로 해 줘야지 어쩌겠어?”


눈을 돌리고 싶어도 자꾸만 시선을 끌어당기는 저 끈적끈적한 눈빛. 무서워요.


그래도 일단 얀진씨가 제 말을 들어주시려는 모양이라 다행입니다. 


아무리 제가 날로먹는 비서직이라지만, 일정에 스크래치를 멋대로 낼 순 없는걸요.


미리 예약해 두셨다는 식당으로 함께 이동합니다. 간판을 볼까요? HOLDEM…. 어?


“잠시만, 제가 분명 저녁만 먹고 헤어지기로…”


“그으럼~ 저녁 먹고 오링 되면 얼마든지 돌아가“


당했습니다. 이곳은 얀진씨가 운영하는 하우스, 그러니까 도박장입니다.


당연히 건물 안에는 얀진씨의 직속 사원들이 즐비해 있고, 그들은 테이블에 앉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그들이 작정하고 한 사람을 죽이거나 밀어줄 수 있다는 거에요.


분명 얀진씨의 손은 제 목덜미를 부드럽게 감쌀 뿐이지만.


제 기분은 포식자에게 목을 물린 채 굴 속으로 끌려가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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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각에 출근하기 위해선 7시 전에 일어나야 됩니다.


지금 시간은 12시, 그래도 빨리 씻고 드러눕는다면 아침에 피곤하지 않을 만큼의 수면은 보장되네요. 


정 못버티겠으면 출근길에 에너지 드링크 한잔 마시면 될 거에요.


그렇게 털레털레 집에 다다랐는데…  잠시만요, 이 후줄근한 골목에 수상할 정도로 고급진 승용차가 있습니다.


대형 자동차 회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된 10명에게 한 대씩 선물로 나눠 준 승용차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 그 차를 모는 사람은 단 한명 뿐입니다.


”두 시간이라 했을텐데요. 얀붕”


지쳐있는게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비명조차 지를 기운이 없네요.


하지만 역시 도깨비불 처럼 이글거리는 눈빛은 무섭습니다.


“회장님… 어쩐 일로…”


“타시죠”


설마 회장님. 그걸 하시려는건가요?


“회, 회장님. 괜찮습니다. 굳이 그러실 필요는…”


“타시라 했습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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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린 자동차는 회사 주차장에서 멈췄습니다.


하하, 퇴근한지 반나절도 안돼서 출근이라니!


얀순 회장님을 따라 회장실에 들어가, 회장실 안에 달린 또 다른 문을 엽니다.


그 곳은 회장님이 저를 위해 만든 휴게실입니다.


말이 휴게실이지, 내부 구조는 호텔에 가깝습니다. 제 집보다 넓어요.


하지만 그것 말고도 이 휴게실엔 아주 특별한 점이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문의 잠금 장치가 바깥에도 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안에 들어오면 밖에서 열어주기 전엔 나올 수 없습니다.


사실 그것 말고도 더 있긴 할거에요. 예를들어 절 감시하기 위한 도청기나 감시카메라 라던가.


”감시 카메라 같은건 없습니다. 도청기도 당연히 없어요.”


회장님, 언제 독심술을 익히셨나요.


말씀을 잠시 멈추신 회장님께서 저를 향해 조금씩 다가오십니다.


또각 또각, 한걸음씩 가까워 질 때 마다, 회장님의 입에서 한 문장씩 떨어져 나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그러고 싶었어요. 


얀붕씨의 모습을 한시라도 놓치기 싫으니까요.


하지만 이 곳은 휴게실이죠.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한 안식을 즐겨야 합니다.


그런데 감시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게 신경쓰여 온 종일 불편할 얀붕씨를 생각하면,


제 가슴은 거열이라도 당한 듯 조각날거에요.

 

어떤 걱정도 하지마요. 어떤 불안도 갖지마요.


당신의 진심어린 휴식을 위해 만든 곳입니다.“


부디 편안히 보내주세요. 마지막 문장이 제 어깨에서 울립니다.


진심을 가득 담은 눈으로 저를 보시고, 두 팔로 제 허리를 단지 가만히 감싸고 계십니다.


이런 태도 앞에서 의심을 할 순 없어요.


“제 못난 심정이, 회장님에게 몹쓸 의심을 품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 소리 말아요 얀붕. 의심은 모든 생물에게 허락된 생존 기제입니다. 당연한 행동이니 자책하지 말아요.”


회장님의 손길이 제 머리를 향합니다. 촉촉한 손가락이 스며든 머리카락은, 어쩐지 조금 산뜻합니다.


자애어린 눈빛을 축복처럼 내리시는 회장님에게, 전 허리를 굽혔습니다.


“그럼 회장님도 편안한 밤 되십시오.”


“후후, 안녕히 주무세요 얀붕”


회장님은 몸을 돌리시기 전 까지도 미소를 남기고 나가셨습니다. 문고리를 잠그는 소리는 나지 않네요.


의심해서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회장님.


아무튼 간에 여러모로 정신 없는 하루였습니다.


과연 제가 앞으로도 비서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눈꺼풀이 자꾸만 밀려듭니다. 빨리 씻어야 겠어요.


제 얘기를 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도 편안한 밤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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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항상 얀붕씨가 우선이에요.


제 욕망으로 얀붕씨를 더럽힐 생각이 없어요.


당신과는 격이 다르다는거에요.


이런 역겨운 수작이나 부리는 당신과.“


얀붕의 정장 주머니에서 빼낸 쇳조각에 대고 말을 마친 얀순은


경멸어린 눈으로 쇳조각을 파쇄기에 던져넣었다. 


-끼기긱, 지직, 빠지직-


”푸흐흐흡…“


이어폰으로 전해지는, 구겨지고 일그러지는 소리에 얀진은 웃으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하여간… 눈치 한번 빠르다니까? 이 씨발년….”








씨발 쓰고나니 밤 샛내 미친새끼.


암튼 닉값하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