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경감 조지 스테이시다. 모든 경찰들에게 알린다. 현재 오스코프사 옥상에서 스파이더 우먼과 그린 고블린이 접점 중으로 최대한 빠르게 지원 병력을 요청한다. 다시 한번 말한다 현재 오스코프사 옥상에서-----’





 

훠후! 이거 들려요. 에밀리? 아무래도 이 싸움은 내가 이긴 거 같은데 포기하죠?”

 

세간에 고스트스파이더라 불리는 소녀, 그웬 스테이시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웹 스윙을 하며 날아오는 공격을 피한다. 동시에 들고 있는 무전기를 보여주고는 초록색 형태의 괴물에게 조롱한다.

 

체크메이트 펀치!”

 

퍽!

 

그웬의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내질러진 주먹은 그린 고블린의 안면에 강한 타격을 준다.

 

크읏····! 이 망할 계집! 전부 너 때문이야!!!”

“너무 화내지 마세요 에밀리! 그러다 녹색 피부에 주름이 더 생겨요. 이제는 마스크팩으로는 안될 텐데~ 우리 트윙키라도 나눠 먹으며 진정할까요? 단 거 좋아하셨잖아요. 가방에서 꺼낼 테니까 잠시만 진정···. 으앗!”

 

이에 초록색 형태의 괴물·····. 그린 고블린은 발광하며 그녀를 향해 마구잡이로 폭탄을 던진다. 던져진 폭탄이 터지면서 옥상에 있던 구조물들이 무너져 내린다.

 

“너 때문에 노먼도! 해리도! 네가 내 남편도 아들도 죽인 거야! 전부 네가 죽인 거야!!”

 

펑!

펑!

펑!






 

폭탄이 터지고 남은 건 쥐 죽은 듯 고요한 적막과 쓰러진 구조물의 잔해들이 만들어내는 잿빛 먼지들만 뭉게뭉게 피어오를 뿐이었다.

 

·········.

 

드디어 원수와의 오랜 싸움에서 승리를 예감한 에밀리 오스본은 글라이더를 조종해 옥상에서 날아올라 아래를 향해 하강한다.

 

위우우웅---

 

그녀의 비행에 놀란 시민들과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 그녀를 비추는 헬리콥터의 눈부신 조명들이 그녀를 방해했지만, 그녀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하강하던 중간에 있는 오스코프사 67층의 창문을 깨고 그 안으로 빠르게 들어간다.

 

창틀에 글라이더의 날개가 부딪쳐 글라이더가 부서지는 바람에 그녀는 넘어지며 착륙했지만, 그것조차 무시한 채 지친 몸을 이끌며 그녀는 슈트를 벗고 급하게 실험실에 들어가 거대한 장치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사용자:에밀리 오스본 생체 인증 시스템:확인  의식전이장치 가동을 시작합니다

 

거대한 진동과 함께 작동되기 시작하는 장치의 한가운데로 달려간 그녀는 장치의 연결된 헬멧을 쓰고는 떨리는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전이를 준비한다.

 

드디어 그녀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드디어 그녀가 다시 가족들을 만나는---




 

그때 은밀하게 천장을 기어서 나타난 그웬이 그녀의 거미줄로 단숨에 에밀리의 헬멧을 낚아채 간다.

 

“그걸로 제가 죽었을 거라 생각했어요?”

 

“이 망할 년이 끝까지!”

 

에밀리는 그웬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그녀를 테이크 다운 시킨다.

 

이를 감지한 그웬은 한발 빨리 헬멧을 벽을 향해 던진 뒤 거미줄로 고정 시켜 놓고 에밀리를 상대한다.

 

“그웬! 난 너를 믿었다. 네가 해리의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고 널 믿었는데 어떻게! 네가!”

 

쾅! 쾅!

 

“우왓! 에밀리! 해리의 일은 죄송해요. 하지만 제 피로 해리의 유전병을 치료하는 건 답이 아니었어요! 그 증명이 바로 아주머니잖아요. 지금 아주머니 피부가 헐크 같은 건 알고 있죠?”

 

에밀리는 발악하며 어떻게든 그웬을 죽이기 위해 주먹을 내지르지만, 그녀의 슈트도 글라이더도 없는 이상 에밀리는 그웬의 상대가 아니었다.에밀리가 휘두르는 주먹들을 그웬의 가벼운 회피 덕분에 애꿎은 바닥만 금이 만들어질 뿐이였다. 그웬은 그 순간 그녀의 턱을 발로 차 테이크 다운 상태에서 벗어난뒤 재빨리 거미줄로 그녀를 포박한다.


 "거기 얌전히 있어요 에밀리!"

“윽·····! 그웬····. 내가 돌아간다면 반드시 너부터 찢어 죽여주마!”

 

그러나 그녀가 포박을 당한 사이에 그웬은 이미 장치에 가까이 접근했다.



 

“흐음····. 이건 무슨 장치죠? 아뇨! 말하지 마세요 알 거 같아요. 보나 마나 차원이동기죠? 요즘은 사랑하는 사람 다시 볼려고 다른 세상으로 가는게 유행이더라고요·····. 나 참, 세상 사람들 생각하는 게 다 똑같나 봐요! 물론, 이 경우엔 진짜 ‘다른’ 세상 사람들 생각이지만~”

 

그녀는 혼잣말하며 장치의 여러 버튼을 눌러가며 작동을 중지하려 시도한다. 하지만 장치는 오히려 더욱 거세게 진동하며 굉음과 함께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그녀의 스파이더 센스가 강렬하게 울린다.

 

우우웅!

 

그녀는 곧 터질 것만 같은 장치에서 한 걸음씩 물러나며 말한다.

 

“젠장! 이건 내가 기대한 게 아닌데···. 일단 여기서 빠져 나가야겠어···.”

 

그러나 뒤에서 에밀리가 숨겨뒀던 칼로 거미줄을 찢고 그웬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그웬!”

“아, 진짜! 왜 매번 도망칠때 마다 이래!”

 

앞으로는 터질듯한 장치가, 뒤로는 분노에 찬 에밀리에 가로막힌 그웬은 지금 이대로는 에밀리를 데리고 바로 빠져나가기 무리라고 판단한 그웬은 한숨을 한번 내쉰 뒤 다가오는 에밀리에게 돌아서서 설득을 시도한다.

 

 

“잠시만 에밀리, 제 말을 들어주세요. 저도 당신과 같은 경험을 겪었어요. 피터 아시죠? 피터 파커. 당신이 노먼과 해리를 잃었듯이 저도 피터를 잃었어요. 저에겐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제가 사랑하던 남자였죠, 하지만 에밀리. 사랑하는 누군가의 상실을 그저 다른 세상으로의 도피로 피할 순 없어요. 결국 거기는 다른 세상일 뿐이고 당신의 노먼과 해리는 죽은 거에요.”

 

위잉! 경고! 시스템 과부하 발생 즉시 장치를 중단시키고 냉각시켜주십시오!

 

“····뭐? 너 지금 뭐라는 거야?”

“알아요, 알아요. 당신 마음은 이 세상에서 제가 가장 잘 알 거예요. 하지만 다중우주에 대한 것만큼은 제가 에밀리 보다 선배예요. 제가 피터가 살아있는 다른 우주로 가는 것을 한 번도 생각을 해보지 않았겠어요? 전 심지어 스파이더-버스를 통해 다른 우주의 거미들을 만나봤고 거기서 피터가 멀쩡히 살아서 나이가 든 모습을 봤는데? 하지만 그런 욕심을 통해 다른 우주로 가는 것은 언제나 재앙만 불러왔어요. 차원이동장치는 그만큼 위험한 물건이에요.”

“지금 뭔 헛소리야?!”

 

경고! 시스템 과부하 발생! 경고! 시스템 과부하 발생!

 

“네 그래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전 실제로 다른 우주의 거미들을 만났다니까요! 몰런이라는 빌런때문에 다 같이 모인 뒤 힘을 합쳐서 상속자들에게 맞서 싸웠어요·····.근데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하긴 하죠? 다중우주의 거미들이 모여서 만든 스파이더-버스도 있는데 아이언맨-버스, 캡틴 아메리카-버스, 토르-버스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요? 누가 알아요? 우리처럼 그들도 어디선가 각자만의 ‘다중 우주적 위기’를 처리하고 있을지? 어쩌면 에밀리도 고블린-버스에 초대받---”

“그거 말고 이 멍청한 년아!”

 

경고오오! 시스템에에엠 과부화 발새애애앵! 경고오오 시스테에에엠-

 

“네? 어····. 음, 이거 말고? ·····그럼 에밀리 당신이 ‘차원이동장치를 통해 다른 우주로 가려고 한다.’ 이거요?”

“이거 차원이동장치가 아니야!”

“엥? 그럼 이게 뭔데요?”

“이건------”




 

콰아앙!!!








오스코프사의 67층에 있던 비밀 실험실이 폭발하면서 창문들이 터져나가고 유리로 흩어져 공중에 흩뿌려진다. 한 층에서 거대한 불길과 연기가 나는 빌딩을 보며 구경하던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순식간에 거리는 아수라장이 된다.


그 순간 비밀 실험실의 불길 속에서 그저 마지막 힘을 다하듯 점멸하던 의식전이장치의 인터페이스에서는 한 가지 문구만이 새롭게 떠올랐다.

 

의식 전이:성공 

설정 시간대:현재로부터 2년 전 9월 13일 2015년 

전이 의식체 인원:3인

 




































자, 다시 소개하자면 내 이름은 그웬 스테이시. 지난 3년간 이 뉴욕의 하나이자 유일한 스파이더 우먼이야!

 

스파이더 우먼으로서 사는 건 생각보다 즐겁지만은 않더라.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다들 질릴만큼 들은 대사였지? 그래도 나보다는 나은걸? 난 직접 뼈저리게 경험했으니까.

 

“흐으음~ 아무래도 어떤 나쁜 도마뱀이 패배한 거 같---.” 

 

 

 

“피트…? 피트? 피터? 피터?! 아····.아아···.아아아아!!!! 피터!! 피터! 제발…. 오, 신이시여. 피터 제발 정신을 차려! 누구 없어요?!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그래도 나쁜 일만 있던 건 아니야.

 

MJ,베티,글로리와 함께 “메리 제인스”를 결성해 밴드 활동을 하고,

 

“그럼 우린 영원히 함께 하는거다 소녀들?”

“물론!”

“그럼!”

“우린 영원히 친구야!”

 

 

시간이 날 때면 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며 인기를 누리고,

 

“자, 여기요~”

“꺄아아악! 고스트스파이더 사랑해요!!!!”


 

옥상에서 석양을 구경하며 피자를 먹지.

 

“으으음~ 이게 사람 사는거지~”

 







 

······비록 피터는 없지만.

그래, 피터는 없지만.

 

언제나 그렇지, 피터에게 그웬은 없어.그웬에게 피터는 없어.

 

모든 우주에서 그웬과 피터의 삶은 평행선을 달리지.

 

어디서나 그웬에게는 피터가 없어.

 

언제나, 어디서나,그 무엇이라 할지라도 피터는 없어······.





 

정정할게. 지난 2년은 최악이었어.

 

“그웬, 아빠다. 나도 알아. 피터의 죽음이 너에게 얼마나 큰 상처일지. 아빠도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프단다····.”

“하지만 넌 나의 딸이다. 꼭 고통을 너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어. 제발 이 문을 열고 아빠가 널 한 번만 안아줄 기회를 줄 순 없니···?”

“·········.”

“그래, 알겠구나.이 아빠는 출근하마, 그웬 너도 밥 꼭 챙겨 먹으렴····.아, 한가지 희소식이 있다면 스파이더 우먼에 대한 수사가 착수됐다,곧 그 살인자를 반드시 잡을 테니 걱정 마렴.”


 

밴드도 인기도 피자도 전부 필요 없어.

 

“아아아아! 필요 없어! 이딴거! 이딴거!”

콰직!

콰직!

 

밖에선 여전히 ‘친절한 이웃’이지만.

 

"오늘은 또 뭐가 문제야 뉴욕~”

슈우우욱!

 

집에 오면 난 그냥 그웬이야.

 

“보고 싶어. 피터. 너무나도.”

 

이제는 힘들어.






 

고통은 언제 끝나는 걸까?

“······웬.”

 

부디 신이 이 기도를 듣는다면

······그웬.”

 

꿈이라도 좋으니 그를 한 번만이라도 다시 만나게 해주길.

“그웬! 일어나! 학교 같이 가자며!”

 





 

허억!


그웬의 의식이 천천히 수면으로 부상하며 그녀는 정신을 차린다.

 

“으음. 아빠? 학교 갈 시간이에요? 아니 그것보다····. 고블린은? 아! 에밀리!”

“고블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어제 해리포터를 보다 잠이 든 거야 그웬?”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난 분명 그린 고블린과······.”

“그린 고블린?”

········?”

“뭐? 날 왜 그렇게 봐? 내 얼굴에 뭐가 묻었어?”

 

그녀의 눈이 천천히 커지며 눈앞에 있는 소년을 자세하게 쳐다본다.

 

갈색 머리카락, 갈색 눈동자·안경을 끼면 너드 같지만 사실 안경을 벗으면 미남이라는, 그녀가 잘 아는 생김새의 소년이 눈앞에 있었다.

 

“피터?”

“그래, 너 오늘 진짜 이상하네. 악몽이라도 꾼 거야 그웬?”

 

순간 그녀의 머리 속에는 수만 가지의 가능성이 스쳐 지나간다.

 

미스테리오의 환영, 스칼렛 위치의 사악한 조작, 옥 박사가 만들어낸 클론, 주마등, 천국 등등.

 

수많은 경계와 비관적인 관점들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은 이미 피터의 품에 파묻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