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정말요?! 자세히 알려주세요!"



아기자기한 체구로 품에 안겨드는 딸을 무릎에 받친다.

그 똥말똥말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모습이 어찌나 귀려운지,

한참 반려 동물에 관심이 많을 시기라 그런지 내 이야기에 흥미를 기울인다.

"흐음~ 그러니까 아빠가 한 6살... 때인가?"


오랜만에 꺼내서인지 먼지 쌓인 기억에 입김을 불며 스멀스멀 떠올린다.



너무 오래 전 이야기라 그런가 이제는 어렴풋해서 잘 떠오르지 않지만...




"웅웅!"

애교를 섞으면 활기차게 반응하는 사랑스러운 딸을 보며 어떻게든 기억의 파편을 쥐어 짜낸다.







◇◇◇






아마 아빠가 시골에 살 때였어.



그리고 거센 비가 내린 날씨였지 아마?



"괘.. 괜찮아..?"


솔직히 첫 만남은 그리 좋지 못했어.

"어.. 어떻게..."


이유는 모르겠으나 몸은 붉게 긁힌 상처 투성이었고


"히잉.. 히잉...."


숨은 당장이라도 꺼질듯이 옅었어.


"으윽... 무거워...."

또 덩치는 어찌나 큰지, 어린 아빠의 체격과 맞먹을 정도로 거대했지.


"고... 괜찮아... 멍멍아..."

하지만 아빠는 죽도록 내버려진 진돗개를 내버려 둘 수가 없었어.


그 때 당시에는 여렸던 나에겐 너무나 무거운 몸 뚱아리였지만

마치 금 보따리를 짊어진 것 처럼 이를 악물며 버텼어.


다리는 후덜 거리고 몸은 흠뻑 젖어서 당장이라도 힘이 빠질 것 같았지만 버텼어.


그 가여운 생명을 져버릴 수 없었거든




"하아 하아...!!"


그렇기 끝까지 발을 내딛어, 결국엔 집까지 짊어지는데 성공했고

아빠는 마룻 바닥에 쓰러지듯 몸을 기대면서도


쉴틈도 없이 곧 바로 반창고 같은걸 막 가져와서 진돗개의 상처를 덮어줬어.



어린 나이인지라 의료 지식은 0에 가까웠지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감싸주는 것에 급급했지.



그리고 하룻 밤이 지났어.


당연하게도 나는 감기에 걸려 3일 밤낮으로 누워있게 됐지.


그 대신 아주 소중한 것을 얻었다?

바로 진돗개에 대한 인연을 받았어.




"멍! 멍!"


그 진돗개는 나를 은인이라 생각했는지 나를 엄청나게 좋아했어.

듣기론 내가 감기에 나을 때 까지 우리 집 앞 마당에 눌러 붙어 있었다고 하더라?

"하핫! 간지러워~"

내가 완쾌하고 나가자마자 뺨을 핡고 몸을 비비면서 어찌나 좋아하던지.


마치 자석 과도 같았어.


내게 붙어 있으면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려고 버둥거리거나


혹여나 떨어진다 하더라도 금세 쪼르르 달려와서 안겨 들었으니까.



당연히 방생을 해주려고 해도 스스로 거부하고 남으려고 안간 힘을 쓰니 가족들 입장에선 곤란했지.


그래서 이렇게 된거 차라리 키우면 안돼냐고 졸라댔지.


당연히 부모님들은 처음에 반대를 하셨지만


진돗개는 나 아니면 워낙 사납게 행동하고 마침 우리집  앞마당도 허전했겠다, 결국은 승낙을 해주셨어.




한창 반려견을 가지고 싶었던 때라 너무 기뻐했지.

그리고 진돗개 역시 이 소식을 알아들었던건지 유난히 기뻐했었어.


가족이 한명 더 생겼구나.


그런 행복감에 한동안 부둥켜 안아고 잔디를 뒹굴었던게 생각나네?

그 후로 진돗개를 정식으로 받아들이고 즐거운 유년 시절을 보냈어.

시골이라 또래 아이들도 찾기 어렵고 놀거리도 적으니,

유일하게 기분을 달래주었던 강아지와 껌딱지 처럼 붙어 다녔지.


이름도 지어줬었는데, 설이였나?

그 솜사탕 같은 하얀 털들이 마치 설탕 같아서 그런 이름을 지어줬었던거 같네.


아무튼 설이와 나는 너무나 친했어.

충성심이 강한 진돗개 특성상 나를 너무나 잘 따랐고


하루는 계곡에서 가서 물놀이도 하고

밭 사이를 무작정 뛰며 자유를 만끽하고


같이 수박도 먹고 마루에서 쉬기도 하면서 

정말 여러 추억을 남겼었지.



그런데 말이지?


어느날 문제가 생겼어....



때는 초여름


"짠~ 아들! 새로운 친구야!"

아버지께서 새로운 강아지를 데려오신거야.

검은 풍산개 였는데.


몇 달 전, 옆옆 집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더레?

그래서 반려견을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보곤 냅다 부양 받아온거야.


"와~ 새로운 강아지다!"

"너는 이제부터 콩이야! 어때?!"
 
물론 처음엔 나도 좋아했어.

그야 같아 놀 친구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어.


어떻게보면 아빠의 불찰이기도 했지.



어린 나이엔 늘 새롭고 더 좋은걸 원하잖아?



그래서 콩이가 온 이후부터는 설이보단 콩이를 더 편애 해 버렸어.

그야 이제 막 태어난 하룻 강아지라 그 귀여움은 말할 것도 없고


더욱 활기차 보여서 마음에 들어었던 거야.



옛날이었으면 온종일 설이만 봤을 텐데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콩이를 더욱 더 신경쓰는 바람에 결국 일이 터졌어.





뒷 늦게 알아보니 진돗개는 워낙 충성심이 강한 개다 보니 다른 반려 동물을 들이기엔 어렵다더라?


허나 그걸 알리가 없던 시기에 안 그래도 주인의 애정만을 바라던 존재를 대놓고 방치한 것도 모자라 다른 견을 더 편애하네?


설이 입장에서도 반기를 들만했지.



어느날 부터 설이는 난폭해지기 시작했어.

물론 내게는 여전히 얌전했지만... 그 주변에 대해서는 눈에 뛰게 폭력적으로 바뀌었지.


특히 콩이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는데...


툭하면 싸우질 않나, 얌전했던 애가 하루 종일 짖어대고 으르렁거렸어.


그 당시엔 설이 입장을 몰랐기에 나는 물론 가족도 설이를 좋지 못한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지.



평소였으면 즐겁게 뛰며 놀았을텐데.

몇날며칠이고 싸움만 말리고 있으니 아빠도 지쳐갔어.


그런데....


다음 해 여름이었어.



크나큰 사건이 벌어지고 만거야.

"코.. 콩아.?"

횡한 눈 빛으로 바닥에 쓰러져선

목에 피가 흐르고 있는 콩이가 눈에 들어왔어.

"끼.. 깅..."


또 시야 한 구석엔 자신의 죄에 신음하듯 끼깅거리고 이빨에 피를 묻힌 설이가 보였고


아빠는 그 광경을 보고 상황을 한번에 이해했어.


결국 설이가 콩이를 물어 죽인거지....

"설아! 너 대체 무슨 짓이야?!!"


온 가족이 난리법석에 그 순간만큼은 나도 설이를 원망했고...




"민준아... 안돼겠다...."

"아무래도 우리는... 더 이상 설이를 키울 수 없을 것 같아..."


결국 부모님은 설이를 버리고 오자고 말했어.


"그.. 그치만..."


그동안 지내 온 것이 떠올라서 한편으론 부당한 처벌이란 생각도 들지만...


그렇다고 콩이를 죽인건 용납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지.


하지만 부모님이 이런 결단을 내린 이유는 무엇보다도...


"빨리 풀어주거 오렴.."

"자기 친구도 물어 죽였는데, 언제 사람에게 달려들지도 몰라."


설이가 언제 사람을 물지 몰라 불안해서였지.





그래서 결국엔...



"끼깅.. 깨갱..!!"


괴롭지만 입술을 깨물며 설이를 버리기로 했어.


산책을 나가는 척... 전봇대에 묶어 놓고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지.


"왕! 왕! 끼잉..."


설이도 본능적으로 자신의 처치를 눈치챈 건지 간절히 애원하듯 신음했어.

팅.. 팅....

목줄이 최대로 늘어나서 팽팽해지는 소리까지 귀를 거슬리게 했지.


"미안... 미안해... 설이야..."



그렇게... 아빠는 두 마리 모두 잃고 말았어.

어쩌다 들은 소식으로는 설이는 결국 유기견 보호소로 옮겨졌다가 결국엔 안락사를 당했다 하더라고...



....




지금도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들어.



만약 그 때... 콩이를 맡지말고 다른 주인을 알아봤다면...

하다 못해 공평한 대우를 해주었다면 어땠을까...


뒤 늦은 후회만 아른거렸지.






◇◇◇



"흑.. 흑...."


정신을 차렸을 땐 딸은 이미 울고 있었다.



"멍뭉이들이 너무 불쌍해..."


자신의 짧은 팔로 글썽거리는 눈물을 훔치며 두 강아지의 명목을 빌고 있었다.



"괜찮아, 우리 딸? 아빠가 너무 힘든 이야기를 했나..?"


"으응으응..."


딸을 보듬고 정성껏 위로하며 괜한 이야기를 들려준 걸까 싶었지만 미약하게 고개를 가로 저으며 서글픔을 참아내려고 한다.


"아빠... 아빠는 그래도.. 지금은 행복하죠..?"


그리곤 갑작스러운 질문을 던지는데.

"으응..? 그야 물론이지. 너네 엄마를 만나고 우리 딸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하지!"

당연한 대답을 하며 딸의 마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다행이야 아빠...."

"내 친구들이 그러는데... 엄마가 아빠보다 돈을 훨~ 씬 후워어어얼씬 잘 버는 집은 얼마 없데..!"

그런데 느닷 없이 아픈 현실을 꺼내드는 우리 딸...



"응... 으응... 그렇지? 그야 엄마는 엄청나게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으니까."


"대기업이라는 것이 그렇게 좋은 곳이야?"

"물론이지! 게다가 사장님인걸~?"


지금도 생각해 보면 내가 어떻게 지금의 아내와 이어질 수 있었는지 궁금한건 사실이었다...


"그.. 그보다도 딸? 곧 유치원 차 오겠다, 아빠가 바래다 줄게."

"네에~"






◇◇◇




"그나저나 당신... 아까 시유한테 무슨 이야기를 해준 거에요?"


딸을 유치원에 보내고 집에 돌아오는데, 아내가 선뜻 그런 질문을 해온다.

"꽤나 슬퍼하던데..."


아까 딸의 모습을 봐버린걸까... 꽤나 걱정스러운 눈 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아아... 다름이 아니라 내가 어렸을적 키우던 반려견들 이야기를 해줘서... 그게 많이 슬펐나봐."



"네에? 푸훗..."

하지만 진실을 털어놓자, 아내는 생각보다 허탈한 이유였는지 피식 웃어버린다.




"아~ 그런거였어요?"

"난 또 무슨 심각한 일인가 했어요."

상당히 가볍게 넘어가는 흐름 



그런데.



"그 진돗개 키웠을 때 이야기요?"



"어? 여보..."




"네?"




"내가 당신에게 그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었나..?"


말 한마디에 갑작스레 분위기가 엄숙해진다.





"....."


"여보...?"














"..........."



"어....?"














개가 배를 드어내는 행위: 충성과 복종의 의미




공?포라기엔 뭐하지만

소름끼치는 전개도 오케이라 해서 일단 올려보는데

이건 대회 주제와는 거리가 멀다고 하면 단편탭으로 바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