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악마는 존재한다. 확실히.



악마

어떤 신화에서든

어떤 종교에서든

어떤 나라에서든 언급되는 형이상학적 존재


인간을 온갖 감언이설로 유혹하면서

공통적으로 사람의 ‘영혼’을 갈구한다.


악마가 영혼을 탐내는 것으로 보아, 내세는 존재한다.

천국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악마가 존재하는 걸 보니, 지옥은 확실히 있다.


수 많은 종교에서 천국을 약속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을 상상 속에서만 그리는 것 처럼


영혼이란 무엇인지, 지옥엔 어떤 형벌이 기다리는지

악마가 가저간 영혼으로 무엇을 하는지


영혼을 빼앗긴 자에겐 어떠한 말로가 기다리는지 알 수 없다.


남자의 영혼은

평범한 사람들과 조금 달랐다. 


고기마다 맛이 다르고, 같은 종류에서도 그 품질이 나뉘듯

한 사람이 가지는 영혼의 양과 질도 매우 상이하다.


남자의 영혼은 악마에게 있어선 흔치 않은 특식이다.

소고기로 치자면 1++, 그것도 마블링 BMS 9짜리의 특상품이다.

인간사회에선 별 볼일 없는 실패자

재수없는 머저리

운도 없는 모지리 취급인데


악마가 보기엔 산해의 진미이고, 천하의 보물이다.


“네 영혼을 나에게 다오, 부귀와 영화를 약속하마”


“하아… 또?. 필요 없습니다. 파는 물건이 아닙니다.”

오늘도, 조무래기 악마 하나가 남자를 꼬드긴다.


성경에서든, 꾸란에서든, 불경에서든

아니면 지금 남자의 눈 앞에서든

어쩜 악마들은 이리도 천편일률적인지…


아마 1절 정도를 더 하고나면…

“보아라, 황금이다. 네녀석이 평생을 벌어도 가지지 못할 재화를 약속하마.

 금은보화가 싫다면 여자, 여자는 어떠냐? 천하의 미녀를 언제나 네 옆에 있도록 해주마


  …가끔 있지, 돈도 여자도 싫은 수도자 같은 놈들

 그래, 불로불사를 주마. 2천년전의 황제도 가지지 못했던 무한한 수명을 너에게…”


“저기요. 그 2천년 전에나 통할 법한 이야기들을

 지금 나한테 해서 어쩌자는 겁니까? 

 나참, 책하고 다른 게 하나도 없어, 요즘 악마들은 대놓고 틀딱인가?”


“그럼, 죽어라! 네 영혼은 나의 것이다.

 죽음도 널 구할 수 없으리라!”

조무래기 주제에 이미 10년도 넘은 컴퓨터 게임의 대악마 스러운 대사를 내뱉는 악마.


아무런 힘도 없는 평범한 인간이였다면 그대로 악마에게 잡아 먹혔을 것이다.

신실한 종교인이나 되야 악마를 물리칠 수 있겠지만 

남자는 종교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너무나 익숙하다.

단순한 손 짓 한번으로

남자는 하찮은 악마를 손 쉽게 ‘공포의 눈’으로 되돌려 보낸다.



“어째서... 어째서 인간 따위가 이런 힘을!!”


“... 살아 남으려면 이런 힘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검은 연기처럼 사라져가는 악마를 바라보는 남자.


지금까지 보아왔던 악마들은 셀 수 없이도 많다.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이든 해왔다.


인류의 수많은 무기 중 하나는 ‘기록’이다

여러 종교의 경전들에서 악마에 영혼을 판 인간의 말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무수히 많은 악마들의 종류와

그들에 대한 대처법도 쉽사리 찾을 수 있다.


악마의 유혹을 이겨내고 성공한 영웅담따윈 성경에서만도 한 트럭이다.


물론 처음부터 남자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은 아니다.

예전엔,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자 노력도 해봤다.

악마들에게 몸을 숨길 수 있도록

선지자의 말씀을 적은 경전을 믿는 종교단체에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결과는 단 2가지였다.

아무런 영험도 없는 사이비거나

남자에게 따라붙는 악마에게 겁을 먹고, 남자를 내 쫒거나


남자는 살아 남기 위해선 스스로 몸을 지켜야 했고

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때문의 현실의 삶은 처참하게 망가졌다.

귀신에게 씌였다며 남자를 멀리하는 사람들과 아버지.

남자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자칭 ‘이성적인’ 인간들과 어머니,

아무리 악마를 내 쫓아도 남자에게 끊이지 않는 시련들, 불행, 재난.


누군가는 오늘 하루도 숨을 쉴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한다.

허나, 다른 사람이 자살한 뒤에, 싼 매물로 나온 허름한 원룸에서

악마를 물리치고 나서야 잠에 들 수 있는 남자는

삶에 넌더리가 난다.


죽지 못해 산다.

죽음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

두렵다.


지금까지 무찌를 수 있는 조무래기들만 만난 것도 아니다.

감히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해지고

재수가 좋아서 간신히 도망쳐 살아남은 것만 해도 셀 수 없이 많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읽으면서

실은 이것이 잘 짜여진 소설이 아니라, 수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남들이 여름마다 재미로 찾아보는 공포영화를 보면서

차라리 그 주인공들이 부럽다고 생각한다.


십자가나 12게이지 납탄이 통하는 괴물이면 

차라리 편하기라도 하지…


소용 없다는 걸 알지만

침대 주변으로 소금을 한줌씩 뿌려놓는다.


부디, 오늘 밤에도 편히 잠들고

내일 아침에도 눈을 뜰 수 있기를…


—-------


“저기…”


“...”


“저기요.. 일어나 보실래요?”


“뭐야… 자는데는 건들지 말란 말야. 저리 꺼져”


남자는 자신을 귀찮게 구는 것에 손짓을 한다.

별 볼일 없는 조무래기면 이것만으로도 ‘공포의 눈’으로 사출된다.


“일어났으면, 얼굴 보고 이야기 할까요?”


“...!!”

그제서야 남자는 침대에서 일어나 

자신을 찾아온 악마를 바라본다.


[그림 1, Mistress Devil,  The Friend 작]


머리에 뿔이 달리고, 박쥐와 비슷한 작은 날개가 달린 것으로 보아

악마임에 틀림 없다.


외견이 인간 여성의 모양새와 비슷하고

옷차림이 심히 부적절한 것이 걸리지만


지금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다.


“먼저, 이런 소금같은 거… 소용 없는 거 알고 계시죠?”


여자 악마는 바닥의 소금을 손으로 쓸어낸다.



“뭐야, 왜 사라지지 않는겁니까?”

남자는 두어번 손을 허공에 더 휘두른다.


“손에 마를 내쫒는 힘이 있나본데, 약한 아이들에게나 통하는 거라구요”

여자 악마에겐 아무련 효과도 내지 못한다.


“... 원하는게 뭡니까?”

이런 한밤중에, 남자를 찾아오는 이유는 단 한가지


“영혼을 받아갈 수 있을까요?”


“하아… 파는 물건 같은 것도 아니고, 함부로 줄 수도 없습니다.”

꼴랑 몇 시간 전에 외웠던 대사를 다시 말하는 남자.


남자는 여자 악마를 향해 손을 계속해서 흔들어 본다.

여자에겐 아무런 효과도 없다.

그저 손을 흔들 때마다, 정전기 같은 번쩍임이 여자 악마의 피부 주변에서 작게 일렁인다.


… 좀 더 제대로 된 퇴마술이 필요한데

남자는 침대 옆 수납장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는다.


하지만 여자 악마은 온몸으로 남자의 움직임을 막는다.

반쯤 누워있는 남자의 위로 자신의 몸을 겹친다.

여자의 옆구리와 한쪽 팔 사이에 끼어, 남자는 손을 움직이지 못한다.


“딱 '영혼'만 주면 된다니까요!


있지도 않은 거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평생을 바쳐서 노예처럼 구르라는 것도 아니고

어디 신체부위 한군데나 장기나 혈액을 빼가는 것도 아니고


'영혼'만 주면 된다구요.


어렵지, 않죠?”



“전 돈도 필요한 만큼 있고, 여자도 관심없고, 매년 건강검진도 잘 받고 있습니다.

괜히 무병장수하다가 마녀사냥 당하는 건 사양입니다.”

남자는 팔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을 애써 무시하고

살 사이를 비집고 나아가 수납장을 향해 손을 뻗는다.


“전 꼴랑 그런 걸로 협상하지 않아요.

 협상의 제 1원칙, 상대방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

마치 비토 콜레오네가 빙의한 듯한 대사.


“...악마가 영화도 봅니까?”


“원래는 우리 쪽에서 먼저 나온 속담이라구요!

 …어쨋든, 내 제안은 한가지에요.


 당신에게 ‘평온한 생활’을 약속하죠”


“지금도 별로 부족하지 않습니다”


“침대에 소금이나 뿌려두고 자는게 뭐가 평온이라는 거에요!”


“...”


“사람이 잠이라도 편하게 자야죠.

 영혼을 나한테 준다면, 평생 당신 곁에서 당신을 지켜줄게요.

 물론 죽은 다음에도 말이죠”


“...”


“어때요? 괜찮죠? 나쁘지 않죠?”


“필요 없습니다.”


“아 왜. 그러지말구, 저한테 영혼 넘겨요. 네?”


“필요 없다구요. 돌아가 주세요”

아까부터, 남자는 여자를 향해 수납장에서 꺼낸 묵주를 흔들고 있지만, 

역시나 아무런 효과도 없다.


천주교 대교구 주교좌에서 제대로 값을 치루고 구마의식을 받은 묵주다.

성경에 이름이 적힐 정도의 이름난 악마라도, 

묵주 앞에선 불편한 기색이라도 보여야 정상이다.


도대체 이 여자 악마는 무엇인가?

딱히 강대해 보이지도 않고

이런 외관을 가진 악마따윈 들어보지도 못했고

자신에겐 특별히 해를 끼칠 생각도 없어보이는데


마를 쫒는 힘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


“그럼, 먼저 써보고 결정하는 걸로 하죠, 선 체험 후 구매 방식도 괜찮겠네요”


다음 날 아침.

남자의 간곡한 부탁에도 떠나지 않은 여자악마와

날밤을 지새우다 겨우 잠에 들었던 남자.


불행인지 악운인지

강제로 남자의 영혼을 빼앗지 않았지만


여자 악마는 남자에게서 영혼을 받아내기 전 까지

떠나갈 생각이 없는 듯 했다.


“도대체, 어떻게 저에게 평온한 일상을 준다는 겁니까?”


“일단, 아침부터 먹죠!


규칙적인 식생활이 건강에 가장 중요한 요소랍니다~"


여자 악마가 박수 한번을 치고

악마의 뒤편에 가려져 있던 

식탁을 보여준다.


그곳엔 밥을 물에 넣고 끓여낸 죽과

남자의 냉장고에 들어있던 시판 김치만이 놓여있다.


"악마들이 보여주었던 진수성찬치곤

꽤나 소박하군요."


"아침부터 소고기 스테이크 구워 먹을 일 있어요?. 

자다 깬지 얼마 안되었을땐, 이런 소화 잘되는 음식이 최고라구요"


남자는 식탁에 앉아 수저를 든다.

물과 약간의 소금, 조미료, 쌀로 끓여낸 평범한 죽.


남자는 한참동안이나 음식의 향과 형태, 재료 따위를 살피고 있다.


"그냥 먹죠? 먹고 죽을만한 건 안들어있다구요.

 다 식겠다"


여자 악마가 식탁 맞은 편에 앉아 남자를 바라본다.


남자는 마지못해 숟가락을 든다.

한 술, 한 술, 여자가 직접 준비한 식사를 먹는다.


"어때요. 맛있죠?"

남자가 그릇을 비우자 부리나케 질문을 건넨다.


"평범하군요"


"피이. 기껏 차려줬더니 그게 뭐야"


"..."


"다 먹었으면, 설거지 할거니까 좀만 기다려요.

소화도 시킬겸, 산책이라도 하러 나가죠"


"저기… 다른 사람에게도 당신의 모습이 보입니까?"

처음으로, 여자 악마에게 흥미를 보이는 남자.


"보이려면 보일 수 있죠."


"그... 뿔이나 날개도 숨길 수 있습니까?"


"그럼요?"

남자의 의중을 알 수 없는 여자 악마가

남자에게 의문문으로 답한다.



"옷을. 사러 갑시다.

 아무리 악마라지만, 그런 옷은 조금. 부적절합니다"


"어머, 샌님인 줄 알았더니 꼭 그렇지도 않네요"


여자 악마의 존재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여자 악마가 금방 떠나 줄 것 같지도 않다.


시각의 자극이 크다. 판단력이 흐려질 우려가 있다.

끝 없이 자기합리화를 한다.


남자에게, 이런 평범한 아침식사는

너무나도 오랜만이니까.



—--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성당.


대한민국에서 가장 권위있고,

역사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곳.


이번 외출은 여자의 옷을 사는데도 목적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법의식과 세례를 받은 묵주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몸에 지니는 것으로 마의 접근을 막는 성유물이나 마찬가진데

저 여자악마에겐 어떤 이유에선지 통하지 않는다.


헌데….


“이것도 먹어봐요! 탕후루래요 탕후루”

여자는 명동 길거리의 노점상 모두를 섭렵할 기세다.


이런 부분에선 악마같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은 모두 먹어봐야 하고

흥미가 가는 옷들은 모두 입어봐야 한다.


명동역에서 명동성당까지 꼴랑 2~3Km를 전진하는데

몇 시간이 넘게 걸리고 있다.


심지어 똑바로 가지도 못하고

이쪽 골목으로도, 저쪽 골목으로도 빠지느라 시간이 지체된다.


“새 옷에 다 묻겠습니다”


“조심하고 있거든요. 흐음. 이런 옷이 취향이라니. 아저씨 같네요”


“가장 단정한 걸 골랐을 뿐입니다.”


“그런 것 치곤, 꽤나 여자여자한데요?”


"..."


여자는 남자가 SPA 브랜드에서 골라준 긴 치마를 펄럭여 본다.

피부의 노출만 줄였을 뿐, 몸매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난다.

단정함과, 단정치 않음이 동시에 풍기는 역설적인 모습이다.


"아, 저것도 먹어봐요. 문어다리튀김이래요!"

남자를 이끌고 다음 포차를 향하려는 여자.


"저는 잠시 명동성당에 다녀오겠습니다. 이 주변에 계시면 금방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남자는 여자와 떨어져 개별행동을 하려한다.


아무리 그래도, 악마를 데리고

성당을, 그것도 천주교 성지를 갈 순 없다.


"나도 갈래요! 성당 지하에 빵집 맛있다고 하던데요

 다리도 아프니까,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명동성당 지하에 카페가 있긴 하다.

분명… 교황이 방문 했을 때 식사로 제공된 빵을 판매한다.


교황의 축복이 내려지고

사람들에게 성스러운 음식으로 대하기 때문에

제조자와 제조방식만 같다면 그 자체만으로 성체이며 성사이다.


성지 주변이라서든, 아니면 축복받은 빵 때문이던

당연히 마를 쫒는 힘이 존재하는데

이 여자악마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더군다나


더 들어갈 위장이 있긴 한거야?

7대 죄악중 탐욕의 악마인가?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좀 조용히 기다려 주세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십자군이나 엑소시스트가 활동하는 것을 보고싶진 않다.

까딱하면 자신까지 이단으로 몰려 화형까지 당하긴 싫다.


천주교 신부와 수녀님들이 자애로운건

어디까지나 ‘사람’을 대할 때 뿐이다.


악마, 이단, 불신자는….


그들에겐 사람이 아니다.




—--------


“이상 없습니다. 축복받은 것도 확실합니다. 제가 보증하죠. 

 하물며 공장제 싸구려 묵주라도, 믿음만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 마를 쫒습니다.”


명동성당 사무실 한 켠,

구마를 담당하는 신부가 남자에게 묵주를 돌려준다.


“만약… 이 묵주로 쫒지 못하는 악마가 있다면 어떻게 합니까?”

묵주를 받아든 남자가,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한다.


“그럴리가요, 하나님께선 우리 모두를 구원하십니다.

 쫒지 못한다면, 그것은 마(魔)가 아니겠지요”


신부님이 가진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완고하다.

그간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신실한 믿음이다.


“예컨데?”


“악마가 아니라면, 악마와 같은 사람이지요.

 제각기 알맞은 도구가 있습니다.

 닭을 잡는데는 정육도를, 물고기를 잡는데는 회칼을 써야죠”


구마를 담당하는 신부는

사무실 벽면에 걸려있는 철제 둔기를 바라본다.


성당 기사들이 쓸 법한 무기.

악마가 아니라, ‘사람’에게 쓰이는 성물이다.


이단과 불신자의 두개골을 부수어 마를 멸하는 물리적인 도구.

9차까지 진행된 십자군 전쟁

중세 유럽에서 행해진 수많은 마녀사냥

근현대에도 벌어지는 종교분쟁에서 쓰이는 역사적인 물건이다.


철제 둔기가 걸린 장식장 밑에는


[Caedite eos. Novit enim Dominus qui sunt eius.]

(모두 죽여라. 주님께서는 누가 당신의 백성인지 아신다)


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하하…”

정정한다. 이 신부는 신실한게 아니라 광신이다.


“필요하시면, 빌려드릴 수 있습니다.”


신부에겐 현대사회의 법규보다

성경에 적힌 글귀가 더욱 중요하다.


이런데서 이곳은 꽤나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다.

한 편으론 신뢰가 가지만

다른 한 편으론 께름칙하다.


더군다나, 성당 지하 카페 구석자리에

당당히 악마가 자리잡고선 교황의 축복을 받은 빵이나 먹고있다는걸 알게된다면…


법원에선 10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죄인이 나오지 않도록 하지만

성당에선 100명의 억울한 죄인이 나오더라도 단 1명의 이단을 놓치지 않는다.


이 신부는 명동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더라도

그 마(魔)를 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그것도 최선을 다해서.




“아닙니다.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믿음을 가지십시오. 아멘”


남자는 화형대에 올려지기 전에 재빨리 이 성지를 벗어나고자 한다.

본당을 지나, 계단으로 내려와, 성당 지하 카페로 향한다.


평온한 일상은 개뿔

자신의 목덜미에 칼끝을 들이미는 존재인 저 여자 악마는

태연하게도 교황의 축복이 내려진 빵을 3개 째 먹고 있다.


“여기에요! 이거 담백한게 몆개라도 먹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남자를 발견하자 손을 흔드는 여자 악마.


“...”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왜 구마(驅魔)의 힘이 통하지 않는 것인가

저것이 악마가 맞긴 한건가

애초에 악마라는게 사람이 만든 옷을 입고, 오징어꼬치와 탕후루를 먹고, 

성찬에 해당하는 음식을 즐기는게 가능하긴 한가?


방금 신부님의 말이 떠오른다

실은 악마 코스프레중인 사람이 아닐까

자신은 그저 가택침입한 범죄자에게 스토킹을 당하는 중이거나

아니면 애먼 사람에게 낚여 오만가지 물품을 사주는 것이 아닌가?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똥 씹은 표정 하지 말고 먹어 보라니까요?”


여자가 빵의 일부분을 떼네어 남자의 입으로 밀어 넣는다.

담백한 빵들 사이로 달콤한 맛을 느끼며

남자는 잡생각을 그만두기로 한다.


뭐 어때,

영혼만 주지 않으면 된다.

애초에,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어때요? 나한테 영혼을 줄 마음이 생겼나요?”

여자와 같이 생활을 한지 한달여가 지나간다.


이제는 저 여자가 정말 악마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사람처럼 같이 식사를 하고

사람처럼 웃고, 울고, 떠들고

먹고 싶은 것도 많고, 가지고 싶은 것도 많다.

처음에 보았던 뿔과 날개는 이젠 보이지도 않는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면

경찰을 부르고 내쫒으면 그만인데

그러하지도 못하겠다.


남자는 평온하다.

여자의 말대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지금까지 보이던, 자신의 영혼을 갈구하는 악마들이 보이지 않는다.

여자를 쫒아내기 위해 신부님이 내어준 묵주를 계속 들고다니느라

하나님의 힘이 악마를 쫒아 낸 건지, 저 여자 악마 때문인지 구분도 가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까지 자신은 과대망상이 있는 조현병 환자였고

명동성당의 구마를 하는 신부는 사이비에 이단에 광신도이고

여자의 극진한 정성 덕분에 평온한 일상을 되찾아

드디어 회복 중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남자의 어머니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남자가 악마를 볼 때마다 미쳤다고 했으니까.


“평온한 일상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뜬금 없이, 여자 악마에게 질문을 건네는 남자


“흐음… 꽤나 철학적인 질문을 하네요

불교에선 중도(中道)라고 하죠?


아무런 자극도 없는 생활은 무료하기만 할 뿐이에요

사치와 향락에 젖어든 일상은 오히려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죠


극심한 스트레스는 없지만

일상의 활력소가 되는 자극을 주는 것.


예컨대 지금처럼

잘 먹고, 잘 자고

가끔은 저랑 산책도 하고

안보는 척 하는 제 몸을 위아래로 훓기도 하고”


“그런 적 없습니다.”


“다 보이거든요?  어쨋든, 그런 것들이 모여서  평온한 일상을 이루죠.


슬슬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는 것도 삶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규칙적인 생활이라는건, 그 자체만으로 사람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주니까요”


“직장이라… 생각도 해본 적 없습니다.”

어쩌면,

이대로 이 여자와 같이 산다면

지금까지 남자를 괴롭히던 과대망상증이 나아질 수도 있다.


남들처럼 직장을 다니고

별 것 아닌 아침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면 여자가 남자를 기다리고

어쩌면… 어쩌면…


“지금, 당신은 평온한가요?”

여자가 남자에게 질문을 건넨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느때보다 삶에 충실한 것 같습니다.”

남자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미친 사람 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악마가 보입니다. 아니, 보였습니다.

매일같이 저를 찾아와서 저의 영혼을 갈구합니다.


부모님은 저를 무서워 했습니다.

미쳤다며 멸시하거나

귀신에 씌었다며 허구헌날 돼지 피를 마시고, 뿌려지고, 무당의 집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밤마다 잠자리를 빙 둘러서 소금을 뿌려놓습니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뜰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해야 했습니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는건지, 아니면 진짜로 있던 건지

매일같이 악마들과 씨름하느라 평범한 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마침 우연찮게도, 주변에서 재수가 없는 일이 잦았고

저 또한 운이 없는 일이 많았습니다.


버스든 지하철이든 타는 차량은 사고가 나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몸을 다치고, 사업에 실패하고, 

저 또한 그들의 불운에 같이 휘말려 몸 성한 날이 얼마 없었습니다.


다 저를 욕했습니다.

너 때문이라고, 너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다들 절 피했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과거를 토해낸다.



“많이, 힘드셨겠군요”


여자는, 남자의 머리를 살포시 쓰다듬는다.  


남자는 눈물을 흘린다.

눈 앞의 존재에게, 고해성사를 계속한다.


“하지만..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과대망상증인지, 아니면 조현병인지

씻은 듯이 나은 것 같습니다.


제 머리 속을 헤집어놓던 악마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이 오고 나서부터, 


아침 식사를 할 수 있고

평범하게 외출을 할 수 있고

당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밤에 소금 없이도 잠에 들 수 있고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할 수 있고

방금, 미래를 꿈꾸기도 했습니다.


평온한 적이 없었기에, 이게 평온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러한 삶을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

고작 주어야하는게 내 영혼 뿐이라면.


줄 수만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주고 싶습니다.”


“그럼, 계약 성립이군요”


“하지만…”

남자가 말 끝을 흐린다.


“하지만?”


여자의 질문에 남자는 한 번 뜸을 들인다.

적어도, 눈 앞의 존재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싶지 않다.

과거와의 결별을 위해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지금 이 순간 거짓을 고해서는 안된다.


“전 당신이 인간인지, 악마인지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이젠 영혼이란게 존재하는지도 모르겠고

당신이 어째서 내 영혼을 탐내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에게 영혼을 내줄 수 있다면, 그러고 싶습니다.


다만, 과거에 악마와…. 머릿속의 악마와 계약을 했습니다”


“어떤…”


미쳤다면 미친 것 같다.

이제는 있는지도 모르는 악마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자신의 영혼을 언급하며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늬우치고자 한다.


남자는 울먹이며  변명을 토해낸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돈이 없으면 굶어 죽어야 했고

 힘이 없으면 악마들에게 잡아 먹혀야 했습니다.


살기 위해서 그들에게 영혼의 일부를 내어주고

돈과, 불로장생과, 마를 쫒는 힘을 얻어냈습니다.


만약 제가 죽는다면, 제 영혼은 갈기갈기 찢겨, 그들이 가져갈 겁니다.

저에게 남은 건, 영혼의 아주 작은 한 부분 뿐입니다.”


확실히, 남자에겐 직장도 없었고, 마와 맞설수 있는 힘도 존재하지 않았다.

신에게 기도를 하는 신실한 인간도 아닌데, 하늘에선 구원을 내려주지 않는다.


남자는 악마와 계약을 했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청년지원금이든, 남자가 가진 정신장애 등급에 따른 보조금이던

매달 통장엔 생활에 부족하지 않은 돈이 생겨났다.


남자는 이것을 악마와 계약해서 따낸 돈이라 말한다.


어느순간부터, 잘 다치지 않게 되었고, 아픈 일도 없어졌다.

애초에 늙는다고 표현하기엔 남자의 나이는 젊었고

돈이 생기고, 밖으로 나돌 일이 없어지니 그런 것 이지만

남자는 이것을 악마와 계약해서 따낸 불로장생이라 이야기 한다.


남자가 손을 흔들기만 해도 조무래기 같은 악마들은 ‘공포의 눈’으로 사출된다.

자신들이 본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간다.

남자의 집에는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이 한가득이고


손을 흔든다는건 실제론 약을 먹는 행위일 수도 있지만

남자는 이것을 악마와 계약해서 따낸 나름의 구마의식이라 말한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남자를 미쳤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세상엔 악마따위 존재하지 않고,

영혼을 팔아서 얻을 수 있는 것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믿어요. 이제 다 괜찮을거에요.”

여자는 손을 뻗어, 남자를 쓰다듬는다. 

남자의 가슴 깊숙한 상처를 위로한다.


“제…제가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남자는 자신을 구원하는 여자의 손길을 느끼며

고개를 들어 눈 앞의 존재를 바라본다.


이제는 악마가 있는지 조차도 모르겠는데

천사가 있다면 필시 이 여자라고 생각한다.



“물론이죠.


악마도, 영혼도, 계약도, 거래도.









실제로 존재하는걸요?”



여자가


아니 여자 악마가

등 뒤의 날개를 펼친다.


태양빛이 가려지고

어둠만이 남자를 감싼다.



“아…아냐. 그럴 리 없어”


남자의 평온한 일상이 깨져간다.

잊으려 했던 과거가 현실을 좀먹는다.

비일상과 일상이 뒤집히고

망상과 진실을 구분할 수 없다.


“말해봐요. 당신과 계약한 악마가 누구죠?”


"그 머리에 뿔달린, 성경에 나올 법한 염소머리를 한…."


"이 것, 말인가요?"


그녀는 작은 주머니에서, 빨간 털로 뒤덮인 염소 악마의 머리를 남자 앞에 놓는다.


주머니의 크기보다, 내용물이 훨씬 더 큰 것은 차치하더라도.

분명 이 염소는 금은보화를 댓가로 남자의 영혼에 대한 권리가 있었다.


한 1/10쯤.


"그리...고. 중세시절에나 떠올릴 법한 마녀와…."


"이 것. 맞나요?"


여자는 다시 그 주머니에서

 수녀용 두건을 쓴 여인의 머리를, 염소 머리 옆에 늘어놓는다.


무병장수를 댓가로, 남자의 영혼 1/10정도 권리가 있던 악마다.


"그리고...또..."


"이것들도 맞죠?"

여자 악마는 주머니에서 머리를. 머리를 계속해서 꺼낸다.


남자를 동그랗게 둘러싸고, 힘과 명예와 권력과 불로와 불사를 약속했던 악마들이, 

목 위만 남은채 꿈뻑꿈뻑, 남자를 쳐다본다.


“죽…죽여줘…”

“인간, 어서 날 죽여라, 날 공포의 눈으로 돌려보내라!”

“무엇이든지 해주겠다, 바라는게 있다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단 말이다.

 날 먼저 죽여다오. 이 여자한테서 도망쳐야 한다고.”


남자를 발견한 악마들이. 자신들을 죽여달라 아우성을 친다.


“무…묵주가”

남자는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묵주를 꺼내려 한다.

하지만 떨리는 손이, 공포가, 그것을 가로막는다.


으례 그렇듯, 재수가 없게도 호주머니에서 묵주가 떨어진다.

여자 악마 앞으로 미끄러진다..


“어머나, 중요한 것 같은데. 떨어뜨리시면 안되죠.”

여자 악마는 대교구 주교좌에서 세례와 축복을 받은 묵주를

남자의 손목에 직접 걸어준다.


“왜… 묵주가…”

말을 채 잇지 못한다. 사고가 회전하지 않는다.

묵주가 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까?


남자의 호주머니에서 묵주가 나오자마자

목만 남은 악마들이 비명을 지른다. 괴로워한다.


하지만, 이 여자 악마는 어떠한 불편한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하핫, 고작 신실한 인간이 만든 물건 따위가 저한테 통할 리 없잖아요.


최소한 저를 상대하려면


2천년전에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메시아를 데려오던가 

1천하고도 5백년 전에 죽은 최후의 선지자가 지하드를 일으키던가

직접 깨달음을 얻고 보리수나무 아래서 참선이라도 하던가

기간토마키아를 승리로 이끈 인류 최강의 영웅을 모셔오던가

우주에서 떠도는 고대 신의 힘을 직접 빌리던가

아니면 수만년 뒤에나 찾아올 인류의 황제를 기다리던가 해야죠.


그깟 축복받은 묵주따위, 저에게 생채기 하나 낼 수 없답니다.”


그 모든 것이 설명된다.

어째서 여자의 주변에 악마들이 얼씬도 하지 않았는지 설명된다.


남자의 마를 쫒는 힘이

세례를 받은 묵주가

하나하나가 성유물이고 메시아의 성체이자 성사인 빵이

여자에게 어떠한 효력도 없던 이유가 설명된다.


여자 악마는, 현 인류가 맞서기엔  너무나도 강대하다.


“당신은…도대체 무엇입니까?”


남자는 감히 눈앞의 존재의 정체를 가늠하지 못한다.


“글쎄요. 나는 나 스스로 존재하기에, 나에게 이름 붙여줄 부모가 없답니다.


그저 나를 미워하고, 나를 믿고, 나를 보고, 나를 따르는 사람들이 부르는 명칭은 존재하죠


누군가는 나를 사티로스라 말하고

누군가는 나를 슬라네쉬라 말하고

누군가는 나를 바포메트라 말하고

누군가는 나를 슈브-니구라스라 말하죠


하나같이 작명하는데 소질이 없나봐요.


어때요? 당신이 나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건?”


“신이시여…”


믿는 신도 없고, 바랄 구원도 없으면서

남자는 신을 찾는다.

어쩌면, 눈 앞의 존재가 악마가 아닌 신일지도 몰라서 내뱉은 말일지 누가 알겠는가?



"하아…신이 온다 해도 별 수 없어요.

이미 당신의 영혼 대부분은 나에게 지분이 있거든요.

이 악마들에게 얻어낸 정당한 나의 권리죠. “


“어째서, 저의 영혼을 가져가려 합니까?”

남자가 우매하게도, 계속해서 질문을 건넨다.

자비로운 여자는, 남자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해준다.


“예~전에, 귀가 아주 긴 인간들의 영혼을 먹은 적이 있어요

너무나도 맛있어서,

계속해서 먹었어요.


먹어도, 먹어도, 너무나도 맛있어서

그들이 믿는 신도 먹고

앞으로 그들 사이에서 태어날 자손들의 영혼도 먹으려 했죠.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먹을 수 있는 귀가 긴 인간들의 영혼은 보이지 않고

다들 우주 저 멀리 나를 피해서 숨어버렸죠.


배가 고팠어요.

처음으로 허기라는게 뭔지 알게 되었죠.


배부를 일이 없었다면, 배고픈 일도 없었을텐데…





근데 당신을 발견한거야


그거 알아요?


당신의 영혼이

지금까지 먹은 그 어떤 영혼보다도 거대하고

그 어떤 영혼들 보다도 맛있는 향기를 풍긴다는거?


눈치가 빠른 악마들이 버릇없게 선수를 치긴 했지만

뭐, 따끔한 맛을 보여주니 순순히 자신의 권리를 내놓더군요.


하지만 난 욕심쟁이라서, 

아직 가지지 못한 그 조금이. 꼭 가지고 싶네요.


다시 말하죠.

야만스럽게 피와 해골을 바치라는 것도 아니고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혈액이나 장기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당신의 자유를 뺏지도 않을 거에요.


당신의 영혼, 남아있는 작은 한 부분만.

나에게 줄 수 없나요?"



“만약, 응하지 않는다면. 전 어찌되는 겁니까?”

마지막 이성을 짜내어, 최후의 발악을 꺼내는 남자.


“결과는 바뀌지 않아요.

 당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당신 영혼은 나의 것이니까.


 그저, 내 기분이 좀 상하겠죠”



“부디… 저에게 평온한 일상을….”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여자 악마의

아니, 강대한 존재의 품 속으로 쓰러진다.



“걱정하지 말아요. 나와 같이 있는 한, 

평온한 일상을 약속할게요 ”


많은 것들의 어머니

탐욕과 과잉의 신

1000마리의 새끼를 거느린 검은 염소

목마른 그녀의 곁에서


과연, 남자가 안식을 찾을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