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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https://arca.live/b/yandere/84806329?p=1


나는 침대에 쓰러져 잠을 잤다.


아니 잠을 자려고 했다.


[아카이 란님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천사사마! 도와주세요!]


‘아니겠지…’


나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란님의 방송에 들어갔다.


‘…설마..’


[란하 무슨 일 있어?]


“천사! 오랜만임다! 그.. 갑작스럽지만 저 좀만 도와주실 수 있슴까?”


[..무슨 일 인데?]


“나 가출했슴다.”


‘…평소보다 음질이 안 좋았던 건 그 이유인가…’


[…내가 어떻게 도와야…]


“나 며칠만 재워줘.”


[…]


“부모님이랑 같이 안살고 혼자서 넓은 집에서 산다고 했잖슴까.”


[…내 집이 어딘줄 알고..]


“아무튼 서울 아님까? 저 지금 서울 한복판 임다.”


[…어디인데?]


“엄청 큰 건물이 있슴다.”


[…서울은 원래 큰 건물들 많아.]


“아 그렇슴까? 잠깐 그럼 길을 물어보겠슴다 조금만 기다려.”


[…응]


“실례함다. …..”


그녀가 길을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여의동로라고 함다.”


[…금방 갈게.]


“기다리고 있겠슴다..”


나는 옷을 갖춰 입고 밖으로 나갔다.


‘…근데 내가 왜 가는 거지…’


솔직히 그녀가 나를 찾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세상물쩡 모르는 일본 출신 아가씨가 그나마 잘 알고 있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


‘…그래도 기다릴 텐데 가야겠지…’


처음 봤을 때부터 말괄량이였던 그녀다.


아카이 란… 일본 무녀 가문의 장녀라고 나에게 말했던 그녀는 처음부터 자신이 무녀가 된다는 운명이 싫었다고 했다.


그래서 항상 엄마가 알려주는 무녀 수업이 지루하고 스트레스받아서 일탈로 방송하는 것이라고 했다.


옛날의 그녀는 지금에 비하면 자신없어 보이고 자기 운명을 싫어했다.


나는 택시 창문을 보고 잠시 과거의 그녀에 대해서 떠올렸다.


***과거***


나는 역시나 볼 방송을 찾던 중에 밤에 방송하는 사람을 찾았다.


내가 보는 유일한 캠방을 하는 사람인 아카이 란님…


항상 달과 함께 대청마루 같은 곳에서 방송하는 사람이었다.


‘여긴 뭐 하는 방이지?’


나는 저녁을 먹고 볼 방송을 찾다가 한 방송을 발견했다.


분위기가 차분할 것 같은 여성이 달 아래에서 방송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념함다.”


[여기는 뭐 하는 방송인가요?]


“그냥 신세 한탄하는 방임다.”


[그런가요?]


“그렇슴다. 그러니까 나 먼저 한탄 하겠슴다.”


[네.]


“진짜 무녀 수업은 너무 지루함다 그냥 말만 들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슴다. 저는 왜 무녀가 되어야 한담 말임까…”


[무녀요?]


“네! 무녀 말임다.”


[무녀가 아직도 있나요?]


“너 우리 가문 무시하냐?”


그녀가 순간 정색하며 말했다.


‘…무서운 사람인가..’


[죄송해요.. 그렇게 화내실 줄 몰랐어요.]


“하아… 아님다 저도 너무 예민했슴다. 요새 좀 짜증 나는 일들이 많아서 말임다.”


[그것도 무녀와 관련된 일인가요?]


“..그렇슴다. 우리 가문에는 내가 마지막 자손임다 아버지라는 사람은 바람피다 무녀님께 걸려서 집안에서 쫓겨났습니다.”


[무녀님이요?]


“…제 어머니임다.”


[그렇군요. 근데 란님 어머니께서 재혼해서 아이를 가지면 되지 않나요?]


“진짜 아무것도 모르네… 저희 가문 무녀는 말임다 결혼을 평생 한 번만 함다 그래서 다시 결혼하는 것도 무리고 아이를 갖는 건 더 무리임다.”


[…불행할 것 같네요.]


“에? 뭐가 말임까?”


[그럼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평생 한 번밖에 결혼 못한다는 거니까요.]


“그래서 우리 가문 무녀들에게는 특권이 있슴다.”


[네? 뭔데요?]


“…그건 가문 비밀이라서 알려줄 수가 없슴다.”


[그렇군요?]


“…달 아래서 이렇게 신세 한탄이라도 하니까 기분이 좀 나아지는 거 같슴다.


그럼 이제 당신 차례임다. 당신은 어떤 신세 한탄을 할검까?”


‘첫날부터 신세 한탄이라니..’


당연히 그때는 꾸준히 괴롭힘을 받고 있어서 그걸 이야기하기로하고 채팅을 쳤다.


[그냥 요새 애들에게 맞고 있어서 그게 고민이에요.]


“반격은 해봤슴까?”


[네?]


“아니 그러니까 때릴 때 반격은 해봤냐는 말임다.”


[아뇨.]


“왜 안했슴까? 나라면 엉덩이를 걷어찼을 거 같은데 말임다.”


[반응하면 오히려 더 재밌다고 때려요.. 오히려 아무 말 안 하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그냥 금방 지나가요.]


“허… 진짜 사내새끼가 반격도 안 해 보고 어떻게 그걸 암까? 다음에는 더 맞더라도 반격해 보는 게 좋을검다.”


[…]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할검다.”


[네. 란바]


“아 맞다 내일 방송 안 오면 죽여 버릴검다.”


[…네?]


“아무튼 내일 이 시간에 다시 방송킬검다. 그럼 좋은 방되길 바라겠슴다.”


‘…반격.’


처음에는 마구 방항해볼까 했지만 일진들은 그런 반응을 더 즐긴다는 말에 그냥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컴퓨터를 끄고 잠이 들었고 이튿날 학교에서 아침조회부터 이승준이 내 의자를 빼고 날 때렸다.


‘그냥 있으면 금방 지나가겠지.’


나는 그렇게 계속 가만히 있었다.


(허… 진짜 사내새끼가 반격도 안 해 보고 어떻게 그걸 암까?)


(왜 안했슴까? 나라면 엉덩이를 걷어찼을 거 같은데 말임다)


그런데 계속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하… 진짜..’


그렇게 이승준이 날 내버려두고 떠나가려할 때 나는 달려가서 이승준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이승준이 뒤를 돌때 얼굴에 주먹을 갈겼다.


그날은 당연히 평소에 맞던 거 이상으로 맞았지만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그날 저녁 다시 그녀의 방송에 들어갔다.


[란하]


“오 진짜 왔슴까?”


[죽인다면서요..]


“농담이었슴다. 물론 가문의 힘을 쓰면…”


[네?]


“아무것도 암다.”


[네, 그런데 저기 풍경이 참 아름답네요 어디예요?]


“일본임다.”


[네? 일본이요?]


“예, 저 일본인임다. 설마 몰랐슴까?”


‘…그러네 이름부터가..’


[그럼 방송 닉네임이..]


“내 이름임다.”


‘…왜 몰랐을까…’


“아무튼 오늘도 신세 한탄 할검다.”


[네]


“오늘은 무녀님께 맞았슴다.”


[…힘드셨겠네요.]


“위로 안 해 줘도 괜찮슴다.”


[..그런데 왜 맞으셨나요?]


“그게 학교애서 남자 새끼가 내 가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추한 말을 하길래 그 입을 밟았는데 그 일로 좀 맞았슴다.”


[…힘드셨겠네요.]


“그렇슴다. 근데 무녀님은 알아주지도 않고 절 탓했슴다. 너는 장차 우리 가문을 대표하는 무녀가 될 몸이라고 몸을 좀 사리라나 뭐라나..”


[무녀는 힘든 일이네요.]


“힘들기만 함까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직업임다.”


[…힘내세요.]


“감사함다. 그럼 이제 당신 차례임다.”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을 란님에게 얘기했다.


“허어 그래도 꽤 남자다운면이 있잖슴까.”


그렇게 이야기는 방새 계속되었고 새벽 4시쯤 그녀의 엄마가 일어나서 급하게 방송을 껐다.


“내일도 안 오면 진짜 죽일검다.”


섬뜩한 경고와 함께 말이다.


그렇게 그녀와의 인연도 2년이 지났고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했다.


서로의 사정을 낱낱히 알고 있게 되었다.


란님은 항상 방송을 킬 때 내 닉네임을 넣고 오라고 말했다.


그만큼 나에게 많이 의존했다. 


그리고 많이 집착했다.


내가 한 번 아픈날이 있었는데 란이 약초를 가득 보내겠다고 집 주소를 알려달라는 것을 겨우 말렸다.


그때 겨우 말렸더니 걱정된다며 울었던 그녀였다.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도 물어보고 서로 나이가 같아서 말도 놓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함다, ~하까 같은 말을 써서 물어보니 말버릇처럼 나오는 거니 그냥 이해해 달라고 했다.


***다시 현재***


“이봐 학생 도착했어.”


“아, 네 감사합니다.”


나는 택시에서 내려서 주변을 살폈다.


“여의동로면… 여긴 데..”


주위를 둘러봐도 그녀가 보이지 않았고 나는 10분 정도 더 둘러보다 붕어빵집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게 되었다.


나는 갑자기 장난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란은 내 모습은 모르지 않나?’


그래서 나는 호기심에 그녀앞의 붕어빵 파는 곳에 가서 붕어빵을 샀다.


“우와 이 붕어빵 진짜 맛있겠다.”


나는 일부러 란을 의식해서 크게 말했다.


란은 내가 산 붕어빵을 맛있겠다는 듯이 빤히 쳐다봤다.


‘더 이상 하면 화낼 거 같은데..’


그녀의 성깔을 아는 나는 더 이상의 장난은 위험하다 생각하고 그녀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란님.”


“천사님임까?”


그녀는 일어나서 날 맞이했다.


그때가 내가 스트리머를 처음으로 현실에서 만나는 순간이다.


“안녕,”


“진짜 올 줄은 몰랐슴다.”


“…가출했다면서.”


“응.”


“일본에서 한국까지?”


“응.”


“왜?”


“아는 사람이 너밖에 없슴다.”


“…그래서..?”


“한 일주일만 재워줘.”


“…그게..”


“반박은 안 받슴다. 빨리 가죠 집으로.”


“…내가 나쁜 사람이면 어떻게 하려고…”


“일단 나쁜 사람도 아닌 거 같고 맞고사는 남자한테 내가 싸워서 질거 같지도 않고 나한테 뭘 할 베짱도 없을 거 같슴다.”


팩트는 반박 불가였다.


“일단 그 붕어빵좀 줘.”


“…내껀데?”


“내껀 내꺼 네건 내꺼라는 말 모름까? 그러니 그 붕어빵은 내껌다. 그러니까 내놔!”


그렇게 아옹다옹 하면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오 한국의 붕어빵이라는 거 생각보다 맛있음다.”


결국, 내 붕어빵을 뺏은 내 최애 스트리머와 함께…